죠죠 2차) 6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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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와 안나수이가 탈옥 이야기를 한 뒤로 몇 시간 후,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지는 포르 피어스 시 인근 휴게소, 한 노인이 들고 있던 짐이 쏟아지며 그 안에 있던 통조림이 바닥을 구르다 한 남자가 그것을 주워 노인에게 건넸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난 괜찮네. 깜짝 놀라게 해서 미안들 하이. 발이 좀 미끄러졌을 뿐이야. 부끄럽구먼… 별거 아닐세. 이 비 때문에 말이야… 비가 오면 옛날에 목수 일을 하다 다쳤던 무릎의 상처가 쑤셔와서…”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비가 오면 상처가… 뭐 그렇지… 매번 있는 일이거든… 도와줘서 고마우이.”


그 남자는 바로 웨더 리포트였다. 곧이어 화장실에서 안나수이가 나와 목소리를 낮췄다.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마, 웨더! 우린 탈옥수라고. 얼굴 팔려 신고당할라. 경찰차가 사방에 깔렸어… 당장이라도 차를 손에 넣어 여길 떠야 할 판에.”


웨더는 화장실에 들어오더니 세면대를 이리저리 살폈다.


“뭐 하고 있어?”


“등의 수감자 마크는 잘 지웠어? 손을 씻고 싶은데 이 세면대… 수도꼭지에 손잡이 하나 없어. 그래서 찾고 있어.”


안나수이는 당황했다.


“그건 센서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야, 웨더. 교도소에는 없는 거지.”


수도꼭지의 센서가 반응해 웨더의 겉옷을 적셨다.


“하지만 바깥세상의 화장실에는 20~30년 전부터 있었던 거야…”


안나수이는 웨더의 뒷목에 난 별 모양 반점을 바라보았다.


“기억 안 나? 네 정체가 뭔지? 녹색 아기의 목 뒤에도 그것과 똑 같은 별 모양의 반점이 있는 걸 난 봤어. 죠린의 아버지 역시 똑 같은 모양의 반점이 있다는 것 같던데. 기억이 나지 않으면 추측이라도 해보지 그래… 넌 왜 ‘그린 돌핀’에 있었지? ‘화이트스네이크’… 아니, ‘신부’는 왜 네게서 ‘기억’만 빼앗은 채 가둬 놓고서 살려 둔 걸까?”


웨더는 잠깐 침묵을 지켰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놈이 적이란 사실뿐이야.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신부를 추적해 쓰러뜨린다. 그보다 네 말대로 어서 여길 떠야겠어. 밖에 경찰차가 쫙 깔렸어.”


바깥은 경찰차뿐만 아니라 헬리콥터까지 떠 있었다.


“헬리콥터도 있다. FBI 군. 분명 기관총도 탑재되어 있을 거야. 아니, 분명 탑재되어 있어! 그러니까 얼른 차를 훔치자고… 가자!”


“도난 차량은 안 돼… 어딜 가든 결국 들통나서 계속 추적당할걸… 신부 추적에 방해가 돼.”


“난 지금 이 상황부터 어떻게든 하잔 거야… 그럼 뭐 버스라도 타고 가게? 다음 차는 몇 시에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자고?”


그때, 아까 그 노인이 다가왔다.


“이봐… 자네들…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는 겐가?”


두 사람이 그 노인을 바라보았을 때, 안나수이는 노인이 우산도 없고 천장이 있는 곳도 아닌데 비를 전혀 맞지 않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기분이 썩 좋구먼… 어쩐지… 아까까지만 해도 쑤시던 다리의 통증이 가셨지 뭔가… 거참 기분 좋군 그래… 하늘도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이고 말일세.”


안나수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두꺼운 비구름 사이로 아주 약간만 해가 보이고 있었다. 정확히 노인의 주변만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안나수이는 웨더를 돌아보았다. 


“전혀 쑤시지 않아… 너무나도 상쾌한 기분일세… 자네가 친절을 배풀어줘서 그런가…? 자네들, 어디까지 가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거면 앞으로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게야. 원하면 내 트럭을 타고 가지 않겠나? 중간까지 바래다줌세… 잠깐이라도 괜찮다면 말이지만…”


안나수이는 웨더가 자신의 스탠드를 꺼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웨더 리포트’…”


“운이 좋게 됐군. 감사히 호의를 받아들이자고 …안나수이.”


두 사람은 몰랐지만, 남자화장실임을 알리는 픽토그램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두 사람이 노인의 차를 타자 비는 노인이 가는 도로엔 전혀 내리지 않고, 반대편 경찰차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억수같이 쏟아졌다. 안나수이가 물었다.


“죠린은 지금… 어떻게 이동 중이지? 무사하려나?”


“죠린은 북쪽으로 가고 있어… 그것만은 느껴져… ‘북쪽’으로… 어쨌든 ‘북쪽’으로 가는 거야.”


그때 안나수이는 자신이 팔을 기대고 있는 상자 안에 디즈니랜드 가이드북을 발견했다.


“북쪽엔 디즈니가 있군. 가본 적 있어? 기억 안 나려나? ‘디즈니 월드 리조트’야. 습지대에 몇 만 그루나 되는 나무를 심고 호수를 파 조성한, 종업원 수 5만 명에 달하는 테마파크. 그 광대한 부지는 맨해튼의 두 배 이상, 로마와 거의 같은 면적이라지… 난 뉴욕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맨해튼도 로마도 가본 적 없지만 말이야…”


그때, 안나수이는 가이드복 표지에 있어야 할 캐릭터 부분이 캐릭터의 실루엣 대로 하얗게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나수이가 그 가이드북을 펼치자 분명 있어야 하는 미키 마우스도 하얗게 실루엣만 남긴 채 텅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파본인 것으로 보였다.


“이봐, 웨더. 이 테마파크 가이드북, 웃긴데. 캐릭터가 아무데도 실려 있지 않아! 난 디즈니 캐릭터를 보고 싶은데 말이야~ 미키는 어디 있지? 미키도 없이 무슨 놈의 테마파크 가이드야? 아니면 어떤 얼간이가 캐릭터 게재 허가도 없이 잡지를 만든 건가?”


그 순간, 안나수이의 머리 위로 확 지나간 디즈니랜드 간판에도 캐릭터 부분이 텅 비어 있었다.


“이봐! 봤어? 방금 저 간판! 미키도 없이 무슨 놈의 디즈니랜드야?!”


그때, 트럭 짐칸의 상자 뒤로 무언가 빠르게 움직였다. 안나수이는 상자 뒤에 자그마한 꼬리 같은 것을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무언가 안나수이의 팔을 스치고 움직였다.


“이봐! 이 짐칸에 뭔가 있어! 설마 적인가?!”


안나수이가 황급히 짐칸을 덮은 덮개를 들추는 순간 또다시 무언가 안나수이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이버 다운!”


다이버 다운이 상자를 뚫고 무언가 잡음과 동시에 다른 무언가 웨더와 안나수이의 다리를 스쳤다.


“안나수이…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걸.”


“어쨌든 이 자식은 잡았어… 하지만 뭐지, 이 자식은…?”


다이버 다운이 잡은 것은 코가 매우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빨간 깃털이 꽂힌 밀짚모자를 쓰고 하얀 장갑을 꼈다. 눈동자는 마치 만화에서 나온 듯한 하늘색이었으며 종이 같은 재질의 노란 옷과 파란 리본, 빨간 반바지를 입은 어딘가 낯익은 목각 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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