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엔은 머리를 감고 나와서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배인 커피의 향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수건에서조차 커피 냄새가 나자 화나서 수건을 내던졌다. 침대에 앉아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애꿎은 류는 그 수건을 맞았다. 그는 그 수건을 잡아 테이블로 던지고 그에게 다가갔다.

 

 “어쩔래? 갈 거야?”

 “가야지. 그런 도발은 무시하기 싫어.”

 “그래, 그러면 출발하자~ 녀석들이 어디로 갈지는 녀석들 몰래 봐 뒀어.”

 “아오는?”

 “모를걸? 조심히 나가야지.”

 

휴엔은 대검을 매고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고는 부품을 찾았다. 그러나 부품 상자를 계속 찾아도 안 나오자 그는 침대로 돌아갔다.

 

 “아 어딨는 거야 젠장

 “? 뭐 찾는 거야?”

 “… 예비 부품 상자. 능력 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데 안보여서.”

 

그러자 류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곳에서 휴엔이 찾던 부품들을 꺼냈다. 그것을 본 휴엔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디서 찾았냐?”

 “? , 네가 머리 감기 전에 두고 들어가길래 숨겨놨는데?”

 “뭐하자는… , 아니다. 그냥 출발하자고.”

 

휴엔은 상자에서 몇몇 부품들을 꺼내고서 능력을 사용한 것인지 순식간에 조립하더니 그걸 다시 분해해서 권총으로 만들고 부품을 허리춤에 매고는 방문을 열었다.

 

 “가자.”

 

그는 아오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살금살금 걸어갔다. 휴엔이 아오의 방 앞을 지나고, 류가 지나갈 때 즈음에 방에서 아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

 

그 순간 두 명의 남자들은 그 방의 문을 열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무슨 일이야!?”

 “괜찮은 거야?!”

 

그 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보인 것은 아오가 깨어난 아이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있는 장면이었다.

 

 “꺄악! 어떻게 해!! 너무 귀엽잖아!”

 “……

 

그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오가 입혀주는 옷을 덤덤히 받아 입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를 묶고 새빨간 눈을 한 아이는 어느샌가 매우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너희 어디 가? 왜 그렇게 무장을 했어?”

 “… 산책가려 했는데 혹시나 몰라서 무장은 한 상태로 가려 했어. 그런데 비명이 들리길래

 “~ 그게… 사실 내 옛날 옷 빌려주고 있었는데, 이게 뭐야! 너무 귀엽지 않아?”

 

휴엔은 한숨을 내쉬며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류가 그를 붙잡아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아직 물어보지도 못했네. 얘야, 너는 이름이 뭐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가 한참을 침묵하자 그때 서야 아오가 아이에게 말했다.

 

 “믿어도 돼. 언니 친구들이야.”

 

그러자 아이는 안심했다는 듯 크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는… 레아라고 해요.”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류는 턱에 손을 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휴엔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방을 나섰다.

 

 “가자고. 12시 전에는 들어 와야지.”

 

그러자 류가 방에 있던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9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류와 같이 시계를 본 아오는 휴엔에게 불평했다.

 

 “2시간이나 나가 있으려고? 그럴 거면 같이 나가지?”

 “됐네요.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오늘은 그 애 좀 봐 줘. … 레아? 맞지? 레아.”

 “맞아. 알겠어. 그럼 둘이서 잘 다녀와.”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어~ 다음에는 꼭 데리고 가 줄 테니까~”

 “안 서운하거든?”

 

류가 아오를 놀리면서 방에서 나오자 휴엔은 웃으며 방 밖으로 향했다. 그들이 문 밖으로 나가자 아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 참… 자기가 언제 저렇게 활발했다고

 “원래 안 저러셨나요?”

 

레아가 아오에게 무릎베개를 당하며 질문했다. 그러자 아오는 그녀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 얼마나 어두웠는데

 

그렇게 아오는 휴엔의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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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를 겨우 설득했다. 솔직히 이 설득이 통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류 덕분인지 이 설득력 없는 설득이 성공하였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여관을 나섰다. 그러자 넓은 거리가 나를 반겨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 어떻게 추적할지는 정했어?”

 

그 상쾌한 기분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류를 쳐다보았다.

 

 “간단해. 그런 녀석들 특징이 하나 있지.”

 “오 뭔데, 뭔데? 진짜 뭐가 있는 거였어?”

 “당연하지. 내가 대책도 없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냐?” 

 “당연하지.”

 “……

 

나는 한숨을 쉬며 주민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젠장 하나 하나 설명하기 정말 귀찮다.

 

 “그러니까… 그 자식들은 아마 오늘 그 수배범을 잡으러 갈 거야. 우리가 잡으러 간다고 할 때 화를 낸 이유도 그거겠지. 그러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아마 녀석들은 단체로 행동할 거고… 오늘 그 수배범을 찾겠지. 그렇다면?”

 “설마… 따라가서 선수를 치겠다는 건 아니지?”

 

녀석이 놀란 듯이 물었다. 뭐가 문젠데? 안될 거 없잖아. 내가 기세등등하게 팔을 끼자 녀석은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는 듯 힘 빠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 넌 원래 그랬었지. 녀석들이 못 잡을 수도 있으니… 가보긴 하자고.”

 

녀석은 웃는 표정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테이블에 모여 술을 들이키고 있는 한 아저씨들 무리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좋은 밤이죠?”

 “어서오세요~ 날도 좋은데 한 잔 하시겠습니까?”

 “한 잔 주신다면 기꺼이 받아 마시죠~ 그건 그렇고 여쭤볼 게 있는데 잠시 괜찮으신가요?”

 

와우…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나와 만나기 전에는 저런 식으로 정보를 모아서 추적했나? 내가 보기에도 자연스럽다 못해 저 일행의 한 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내가 멍때리고 있자 류는 지도를 펼치며 그들과 이야기하고는 펜으로 한 지점에 점을 찍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나에게 달려왔다.

 

 “, 여기래. 묘지로 향한 것 같은데?”

 “묘지? … 뭐하러 그런 곳을?”

 

그런 곳을 뭐하러 간 거지? 그 자식들은 둘째치고 그 탈주기사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묘지가 넓은가? 넓은 묘지에 숨어서 저격? 아니면 능력이 묘지와 관련이 있나? 그곳에는 뼛가루를 담아둔 통들이 묻혀 있을 텐데… 설마 그 뼛가루를 뿌려서 연기로 쓰려는 셈인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 해하고 있자 류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가보면 알겠지. 뭐하러 그리 생각해?”

 “그건 그렇네. 손이나 치워. 아마 5분쯤 걸릴 거야.”

 

그가 웃으며 손을 내렸다. 그러고서는 검을 뽑아 검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나에게 물어왔다.

 

 “그래서… 뛸 거야?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기사단원이니까 그 사람들끼리는 힘들 거 아니야.”

 

이 자식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왜 우리가 빨리 가야 하지? 녀석들은 아마 잡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수가 많다 해도 전력을 다하는 전직 기사단원을 그리 쉽게 잡지는 못하겠지. 애초에 녀석들과 우리가 합이 맞을 리도 없을 테니. 녀석들은 그냥 시간 벌기다. 아마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는 버티겠지.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 미쳤냐? 죄책감 같은 건 안 들어?”

 “? 어떻게 되던 내 알 바야? 주제도 모르고 전직 기사단 제 3석에게 덤빈 녀석들 잘못이지.”

 “됐으니까 빨리 뛸 준비나 해. 미친 새끼야.”

 

녀석은 내 손을 잡아끌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또 넘어진 채로 끌려갈 것 같아서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같이 뛰었다. 애초에 이러는 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나? 에휴, 모르겠다. 나는 생각을 비우고 그 무덤을 향해 계속 달려갔다.

 

 “제발, 제발, 제발… 죽지만 말아라.”

 

류는 기도를 하듯이 눈을 감으며 계속해서 달려갔다. 지금 계속해서 달려봤자 탈주기사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뭐하러 이렇게 열심히 뛰는 건지 원

 

 “거의 다 왔다! 휴엔!! 챙겨둔 붕대 같은 거 있어?”

 “없어. 됐으니까 싸울 준비나 해.”

 

나와 류가 묘지 입구의 앞에 다가가자 그 주변에는 쓰러진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갑옷에 테빅 세이버 길드의 문양을 새기고 있었다.

 

 “으으으… 살려줘

 

한 사내가 나를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류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배와 가슴에 관통상… 총을 맞은 거 같아. 살아남기는

 “살고 시… … 

 

그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나는 류와 그를 무시하고 묘지의 안으로 향했다. 류는 그 사내의 눈을 감겨주고서 나의 뒤로 따라왔다. 그의 표정은 무언가 결의에 찬 듯한 모습이었다. 이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원수를 갚아주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런 짓을 한 녀석을 용서하지 못하겠다거나… 어느 쪽이든 나는 수배범인 라미르 틸라우를 잡아 넘기기만 하면 되는 노릇이니 어찌 되든 상관이 없다.

 

 “휴엔. 가자.”

 

류는 전에 없던 진지한 목소리로 내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묘지의 조명이 꺼지며 검은 그림자들이 나와 류를 덮쳤다.

 

 “이건 뭐야!?”

 

나는 대검을 꺼내어 그것을 베고 권총을 쏴서 그것을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조명이 다시 켜지며 나는 그 그림자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끄으에

 

그 그림자는 쓰러져 있던 사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