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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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서리가 그대들을 덮친다. 그대들 사이에서는 숨겨진 영웅이 있으니, 너희가 모두를 구할 용기 있는 자를 찾아 나의 검을 들어라. 그전까지 추위에 얼어붙는 많은 이들의 통곡이 들리리라….] -‘가란다 서사 2장, 얼음 귀신의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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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서생원을 보고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그런 이름으로 날 부르지마...”

 

“왜? 너의 이름이잖아. 거부하려 하지 마. 받아들여야지. 제인 델 폰타나...”

 

“그... 그렇게 부르는 건... 스승님만 그러셨잖아. 네게서 스승님의 얼굴을 떠올리기 싫어.”

 

생원은 피식 웃으며 마녀의 머리를 짓눌렀다.

 

“아아! 머리! 머리 아파!”

 

“내가 진지하게 하려고 해도 너 때문에 안되는 거 알지? 넌 예전부터 그랬어...”

 

“아아아!!! 내가 예전에는 그래도 맞장구 잘 춰줬잖아!! 그만 눌러! 머리 아파아!”

 

“이제 장난 좀 그만 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말해주시죠.”

 

조수는 르베로의 손을 붙잡고 위로해 주며 장난을 치는 서생원에게 말했다.

 

“아이 정말... 해줄게. 방법은 그냥 간단해. 이 저주는 누군가의 마력으로 일어난 빙결 저주지.

즉 마력이 더 강한 놈이 이긴다. 아무런 문제 없는 너희 둘은 귀 막고 있어.”

 

생원이 마녀와 조수를 가리키며 말했고, 조수는 귀를 막으며 그를 바라봤다.

 

서생원은 하늘을 잠시 바라보더니 눈을 감고 누군가에게 기도하듯이 양손을 포갰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바람이 흩날리듯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휘날리기 시작하더니

푸른색과 붉은색이 오가는 빛이 그의 손에서 점점 새어 나왔다.

 

생원이 손을 펼치자 푸른 빛과 붉은빛은 순환하듯, 빙글빙글 돌며 하나의 구체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걸 하늘에 뻗으며 크게 소리쳤지만, 귀를 막고 있던 조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조수는 생원을 바라보다 우연히 맞은 편에 있던 마녀를 바라봤는데 그는 마녀가 작은 몸으로 추위에 떨고 있는 케르베를 부축하고 있어서 귀를 막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마녀는 조수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생원의 손을 보고 있었고

구체는 머지않아 사라지며 배 위에 있던 모든 얼어버린 것들을 녹였다.

 

조수는 손이 떼어져서 기뻐하는 르베로와 옆으로 쓰러진 엘프와 베로스를 보고

안심한 듯이 귀를 때면서 서생원을 바라봤다.

 

“예전에 말한 건 허세가 아니었나 보네요. 그땐 술에 취해서 마법으로는 모든 걸 해낼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뭐든...”

 

생원은 웃으면서 말하는 조수의 말을 끊으며 부정했다.

 

“아니, 모든 건 못하지. 허세 맞아. 나는 그저 양과 음을 보고 그거에 대한 흐트러짐과...”

 

“조수가 이해 못 할 말은 하지 말고, 얘나 부축시켜.”

 

마녀는 자신이 들고 있다시피 하면서 부축시킨 케르베를 생원에게 주고 조수에게 다가갔다.

 

“이건 빙결의 저주야. 계속 말해왔으니 알겠지?”

 

“네... 뭐... 그건 알겠어요.”

 

마녀는 자신의 지팡이로 갑판을 툭툭 치면서 이어서 말했다.

 

“그럼 저주는 어떠한가. 저주란 마력을 매개체로 쓰면서 일정한 마력이 저주에 붙는다면 발동시키지. 참고로 저주에는 종류에 따라서 마력의 양이 달라지지만, 마법들과 다르게 저주는 위험한 저주일수록 사소한 마력을 좋아한다. 조수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갑작스러운 수업 분위기에 조수는 당황했지만 어느샌가 같이 듣고 있던 르베로가 손을 들며 대답했다.

 

“정답! 빙결의 저주는 위험하며, 위험하니 극소수의 양으로도 발동된다! 계약자, 이거 맞지?”

 

“정답, 그럼, 이제 빙결의 저주가 왜 위험한지 말해줄게. 그전에 정답을 맞힌 아이에겐 사탕 하나.”

 

마녀가 던진 사탕을 받은 르베로는 신난 표정을 지으며 사탕을 먹었고 조수는 무언가 질 수 없다는 기분을 느꼈다.

 

마녀도 그걸 알았는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고 사탕을 보여주면서 조수에게 조금 멀리 떨어졌다.

 

“마저 이야기하자면, 빙결 저주는 마력을 통해 온몸을 얼려버릴 수도 있는 최악의 저주지. 물론 사람마다 저항력이 있고 아까 생원이 말한 대로 마력이 더 강하면 소용없는 게 저주다.

그럼, 궁금증이 생기겠지. 어째서 르베로는 손이 얼어붙고 에이픈과 베로스는 얼어붙었는가?”

 

마녀는 잠시 조수를 쳐다보다 사탕을 던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강하게 부는 눈 폭풍을 바라봤다.

 

“이번에 내가 내줄 과제는 그거야. 조수, 너라면 충분히 되겠지?”

 

조수는 마녀가 자신의 성을 부르자 진지하게 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님이 내주시는 과제라면... 할 수 있어요.”

 

“좋아, 그럼, 서생원! 어서 가자. 땅을 밟아야 이 추위를 벗어날 마법을 쓰지.”

 

조수는 마녀의 귀에서 피가 흐른 흔적이 보였지만 모르는 척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생원은 케르베를 눕히고 조수의 옆을 지나며 그에게만 들리게끔 작게 말했다.

 

“바다는 무한하나, 물은 적으니. 이것은 모순이로다.”

 

조수는 놀라 서생원을 쳐다보지만, 생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며 노를 잡았다.

 

“이제 출발하도록 하지! 그리고 제인... 아니 마녀 땅에 도착하면, 마을로 가면 네가 해야 할 부탁이 하나 더 있으니 그렇게 알도록.”

 

“그런 건 미리 말하라고!”

 

마녀와 조수가 뒤로 돌아가 잠에서 깬 엘프와 케르베로스 셋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배는 어느 마을에 도착하여 멈춰 섰다.

 

배에서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마녀였다.

 

마녀는 서생원이 준 두꺼운 옷을 걸치고 얼어붙은 땅 사이에 무른 땅이 있을지

지팡이로 땅을 건드리는데 그녀는 묘한 시선을 느껴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주변에는 사람이 있지 않았고, 얼어붙은 땅과 급격한 추위를 버티지 못한 듯이 꺾여버린 나무들과 자신이 내린 배만 떠 있는 바다가 보일 뿐이었다.

 

‘뭐야...? 기분탓인가.’

 

마녀가 계속해서 땅을 건드리며 무른 땅을 찾는 사이 같은 옷을 걸친 르베로가 기지개를 켜며 배에서 내려왔다.

 

“끄으응.... 하루정도 밖에 땅을 밟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어색하지?”

 

“아까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태연하네?”

 

마녀의 질문에 르베로는 웃으며 마녀를 톡 건드렸다.

 

“어우 당연하지, 계약자. 이런 일을 지옥에서 안 겪어 봤을 거 같아? 툭하면 손이 얼어붙는 게 다반사인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을 담당했던 나라면 이 정도는 멀쩡하지.”

 

“담당했다고? 그러면 왜 아까는 아픈 척을 한 거야?”

 

그러자 르베로는 살짝 웃으며 마녀를 내려다봤다.

 

“당연한 거 아니야? 쥔님한테 안길 수도 있고 어쩌면 보살핌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엄살을 부려야지. 내가 해맑아 보인다고 주인님을 노리지 않는 건 아니야. 계약자, 선수를 치지 않으면 사냥개가 주인을 덮치는 걸 보게 될 거야.”

 

“너 그게 할 말이라고! 게다가 내가 걔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너가 어떻게 아는데?”

 

마녀는 문득 모두에게 자신이 조수를 좋아한다는 걸 들킨 것 같다는 불안함과 가만히 있으면 조수의 마음도 알기 전에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와서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르베로를 쳐다봤다.

 

그녀를 쳐다보자, 눈 폭풍이 들이닥친 후의 서생원처럼 텅 비어버린 듯한 눈동자가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분위기를 띠고 있고 자신이 르베로의 거짓말에 당한 느낌이 들어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숙이고 다시 땅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계약자... 역시 너도 쥔님을 좋아하는 거야?”

 

“조용히 해.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내가 도와줄게. 물론 쥔님이 나의 매력에 빠지기 전에 고백할 거라면 말이야!”

 

르베로가 순식간에 해맑은 표정과 목소리로 돌아오자, 마녀는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로 땅을 그었다.

 

“하아... 됐다. 여기면 잘 그어지겠네. 너는 가서 전부 이쪽으로 오라고 해. 그동안 내가 마법진을 그리고 있을 테니.”

 

“알게써! 금방 돌아올 게 계약자.”

 

마녀는 르베로가 다시 배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자마자 쭈그려 앉아 머리를 쥐었다.

 

“으아아... 내가 어디서부터 티를 낸 거지? 아니야... 그냥 나를 놀리려고 한 걸 거야. 그렇겠지?”

 

마녀는 계속해서 자책과 의심을 하다 발소리가 들려오자,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 체로 고개를 돌렸다.

 

“빨리 왔네....? 누구...?”

 

마녀가 일어났을 때 그녀의 주변으로 무기를 들고 경계하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품에 숨으면서 그녀를 천천히 둘러쌌고 아이들의 수가 어른들의 수보다 적게 느껴진 마녀는 지금 이곳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아하... 생원이 내린 뒤에 주겠다고 한 두 번째 의뢰가 그거겠네.’

 

르베로가 모두를 이끌고 도착했을 때 마녀는 밧줄에 묶인 채로 무기를 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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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화

당분간 바빠서 못쓸지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