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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 단어들




20XX년 XX월 06일 19시


난 어릴때부터 판타지나 무협지를 좋아했다. 누군가는 한번 빠지면 돌아올 수 없는 장르만 골라서 좋아한다고 나를 꾸짖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난 꽤나 빈번하게 그들과 함께 싸우는 상상을 했었다. 곤륜지회네 하면서 원탁에 둘러앉아서 무림고수들과 함께 있는 상상을 하였다. 인두릴 제네바였었나? 아무튼 그런 화려한 영웅과 함께 적들을 배어넘기는 상상을 했었다. 상상력많고 그런 장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래 할만한 상상이였다.

의리나..화려한 검술이나..그런 것들을...

그런 상상을 했었다. 나이 좀 먹고 대학 문턱좀 밟을 나이가 오자. 외제차타고싶다면서 모델명 줄줄 외우기도 했다. '애스턴 마틴 라피드 S' 라든가 그런것들. 지금보면 그거 외울 시간에 공부할껄. 알게뭐야.

무협지. 판타지. 외제차.


상상은 상상일 뿐이였다.


20XX년 XX월 07일 17시


내가 속한 보병중대는 서남쪽 5km 떨어진 기갑중대와 협력하여 창평역을 확보할 예정이였다. 그렇다. 한국전쟁은 재발발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려와 다르게 아직 핵무기의 사용이 확인된바는 없다. 분대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창평역은 산들 사이의 약간의 평야에 있어 역에서 볼때 동남남쪽을 제외하면 전차가 진입할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곳이 없기때문에 산맥에서 쏟아부을 집중포화를 무력화하는 것이 우리 보병의 주역활이라했다. 그냥 내일 할일이 산악전투라고 표현하면 될것을..쯥. 새벽에 움직이니 오늘은 일찍자란다. 솽쾌한 새벽공기와 함께 진군이라..유후 신난다.


20XX년 XX월 08일 5시


현재 움직이지 시작한지 40분 정도 지났다. 들리는 말에는 앞으로 10분 정도 더걸으면 나온다는데..

하늘이 왠지 씨끄럽더니 역시 공군이 적 주둔지에 폭탄 몇개 선물할려고 오는 소리였다. 전투에서 내가 상상하던 그런 로망은 없었다. 그저 찾고 죽이고 얻고 이 3가지의 연속이였다. 여기서 뜨거운걸 찾으려면 전우애가 아니라 저앞에 있는 산을 보게하면 될것같다. 화려한 영웅? 물론 나에게도 있었다. 영웅이라기보다는 참 멋진 사람이였지만 어찌됬든 북한놈들 BM-21 기습에 명을 달리하셨다. 운도 없으셔라. 유일하다시피한 피해자였다. 함께싸우면서 성장하는 그런 스토리는 머리에 박힌 파편 어딘가에 묻어있을꺼다. 서서히 강하게 느껴지는 타는 냄새는 나보고 상상은 집어치우라고 신호를 줬다. 암 그래야지.


20XX년 XX월 08일 7시


결론부터 말하면 싱거웠다. 물론 부상자나 사망자가 몇 나오긴했지만. 폭격으로 전부 죽은건 아니였지만. 그래서 다른쪽에선 사망자가 나오긴했지만. 어찌됬든 공군의 효과는 굉장했다. 내가 본 유일한 총격전은 초딩쯤 되는 아이 한명이 검게 그슬린채 몇발 쏘다가 총알이 총안에서 터져서 엎어진거다. 그래도 진지 곳곳에 널려있던 완전히 부서진 RPG-7 발사관들은 창평역 점령에 전차혼자 보내기엔 위험한 곳이였음을 알려줬다.


20XX년 XX월 08일 13시


야호 점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