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곳에 갔다. 

그곳에서는 해가 지어가는 것을 보았다. 

파란 하늘이 적적한 바람 불듯 

날아가고 있었다. 해는 떨어질 수록 

붉은 단풍 내음을 남겼다. 구름은 

갯벌처럼 햇빛에 젖어갔다. 낮과 밤이 

달라지기를 아이처럼 기대하고 있었다.

......하늘이 붉구나, 아니지. 붉어 보이는 거지.

이제 곧 별도 보이겠네. 아니지. 다시 구름이

불어올려나. 그래도 해는 지고 달은 피겠네. 

하지만 달빛도 햇빛이잖아. 그래도 밤은 

어둡겠지. 백야라는 것도 있어. 여기는 

남극이 아니야.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밤이 어둡지 않잖아. 그래도 밤은 

밤인걸. 어둡지 않고 햇빛도 

비춰올테니 밤이더라도 춥진 않을거야. 

그 아이들은 서로를 안은 채로 

일몰을 바라보았다. 땅이 해를 

먹을 즈음엔 하늘이 아래에서부터 

어두워졌다. 그럴수록 달은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었다. 달빛은 시려웠다.

......추웠으면 좋겠어. 찬 공기는 서럽지만

우리는 그런 공기가 있기에 서로의 숨을

들이마시며 살아갈 수 있잖아.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말을 주워들으며 살아가잖아. 그러니

추운 밤이더라도 우리는 괜찮을거야. 

밤은 여전히 밤이겠지만. 


일몰이 끝났다. 하늘은 크레파스처럼 

투박하게 까맸다. 별은 앨범처럼

먼 곳을 알려댔다. 달은 거울처럼 햇빛을

비춰 달빛을 내렸다. 구름은 이따금씩

지나가며 우리 사이에 끼어댔고, 우리는

서로에게 기댄 채 밤을 지샜다. 자니, 

안잔다. 이제 자야지, 안잔다. 결국 

잘꺼면서, 안잔다. 잘 자렴. 

아이들은 노을처럼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