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꿈에서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바로 용과 그 졸개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과연 용을 처단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찌 되었던 용과 대적하려면 충분한 전투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했다. 


"아저씨, 제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 싸우는 법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꼭 전사가 되고 싶어요." 

"나는 예전에 용병으로 사스디아를 떠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아주 유명한 용병은 못 되었지만 그럭저럭 한 사람의 몫은 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 뛰어난 전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하기 위해서는 용병으로서 다양한 전투를 경험하는 것이 아주 좋은 방법이겠지." 


나는 확신이 섰다. 그렇다 나는 용병이 될 것이다. 

"피터, 용병이 되기 전에 아주 기본적인 전투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이 필요하단다. 네 나이는 아직 어린 편이니까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아저씨는 나한테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최대한 기본적인 전투동작을 익힌 후에 사스디아의 헬리온 도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전사길드에서 전투스킬을 익힌 뒤 용병길드에 등록해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하라고 하셨다. 나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저녁 9시까지 검을 휘둘렀다. 괴물과는 싸우지 않았지만 찌르기와 베기(머리, 가슴, 다리), 대각선 내려베기와 같은 기본동작을 하루에도 수 만 번씩을 연습했다. 

처음 찌르기를 1만 번 할 때에는 내가 바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는 사이에 나의 힘, 체력, 민첩, 인내 등과 같은 기본적인 속성이 상당히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투를 위한 기술을 아직 배울 수 없었지만 이것이 전사로 살아갈 평생의 기반을 닦는 것이라는 생각에 꾹 참았다. 


허공을 대상으로 한 엄청난 반복동작으로 어느 정도 기본적인 동작이 몸에 익게 되자, 나무를 상대로 검을 쓰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무를 찌르고 베고 후려치는 동작은 허공을 상대로 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손목은 미세한 충격이 끊임없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저녁 9시가 되면 걸레조각처럼 너덜너덜하게 되었고, 밤새 통증에 시달려야 한다. 


아저씨는 전사는 기본적으로 검을 제대로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숫돌로 검신을 연마하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검을 휘두르다가 자기 전에는 반드시 숫돌질을 한참 해야 한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칼날의 예리함은 내가 나아갈 험난한 앞길에 위로가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몇 개의 숫돌을 갈아 없앴다. 


검을 다루는 법이 어느 정도 익숙하게 되자 이제는 보법을 익힐 차례가 되었다.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전진하고 뒤로 후퇴하며 좌우로 움직이는 연습도 계속 되었다. 검이 어느덧 나의 새로운 수족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이러는 가운데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저씨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한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구나. 너는 기본적인 동작을 충분히 익혔고 앞으로는 전투기술을 배우고 실전을 쌓아야 할 테다." 

"아저씨, 계속 이 마을에서 사실 건가요? 저와 함께 떠나지 않으시겠어요?" 

"나는 네가 성공해서 되돌아올 때까지 이 마을을 지키고 싶구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거든." 


헬리온 도성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허리에는 검을 차고 배낭에는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실었다. 질긴 가죽 물통과 함께 호밀빵은 넉넉하게 준비했다. 도성까지는 몇 주가 걸렸는데, 그 가는 도중에 별빛 아래 노숙을 하는 것은 내 몸을 더욱 단련시켜주었다. 


전투길드에서 배운 기술은 일반적인 RPG에서처럼 "마나"와 같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투길드의 교관은 마나와 같은 용어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전투기술은 과격한 몸놀림을 순식간에 하는 것이므로 "스테미너"와 같은 육체적으로 남은 힘의 잔량을 급속히 소모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 스테미너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것은 자신의 최대 한계까지 육체적인 에너지를 쥐어짜내는 극한의 상황에 장기간 적응하는 것이었다. 


전투길드에서 배운 기술 또한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동영상에서처럼 몸을 한 바퀴 돌아 적을 벤다거나 공중제비를 하고 적을 후려친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와 같은 불필요한 동작은 전투에서 매우 불리한 것이다. 오히려 정신을 집중하고 적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여 적의 검을 제압하는 것이 있을 뿐이었다. 일단 2번 찌르기와 2번 베기만 배웠다. 2번 찌르기를 엄청나게 훈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3번이 가능하게 되고, 4번, 5번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 아무리 연습을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10번 찌르기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보통 사람의 한계에서는 불가능한 영역이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니까. 


나는 의문이 들었다. 인간이 특정한 정신적인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스테미너와 같은 육체적인 힘만으로 "용"과 같은 거대 괴수를 처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투길드의 교관은 인간이 용에 대적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비웃었다. 인간이 수 백, 아니 수 천이 몰려오더라도 한 마리의 용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크게 실망했다. 과연 나는 원수를 갚을 수 있을까? 


마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적을 향해 불을 뿜는다거나 얼음으로 얼린다거나 하는 기술도 다 거짓된 것이라고 한다. 원거리 공격은 오직 활이 있을 뿐 마법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전투길드에서 간단한 기술을 익힌 후 용병길드가 있는 곳을 수소문했다. 용병은 전투의 의뢰를 받아 이를 해결하면 일정한 보상을 받는 직업이다. 용병길드는 도시의 번화가에서 한참 떨어진 후미진 곳에 있었다. 하루 일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3층 건물의 3층에 있는 길드 사무소로 걸어들어갔다. 때마침 퇴근하지 않은 사무원이 카운터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한참 지친 얼굴로 업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용병길드에 등록을 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의뢰가 있나요?"

"자네은 한참 어려 보이는군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지?"

"저는 18세입니다. 이래 뵈도 1년 이상 검을 휘두르는 연습을 했거든요. 제 이름은 피터입니다." 

"용병 기록부에는 잘 적어두었네. 어디 자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구먼. 얼핏 보기에는 아직 제대로 된 전투 경험이 아에 없는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적과 싸워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어떤 임무라도 성실히 할 자신이 있어요." 

"용병은 돈 몇 푼에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이지. 섣불리 어려운 것을 냉큼 맡기보다는 자신의 실력 수준에 맞는 업무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을 걸세.  자, 자네의 실력을 테스트할 겸 나한테 늑대 털가죽을 100개 벗겨올 수 있는가?" 

"아 늑대요? 늑대라면 자신이 있죠. 하지만 아직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군요. 혹시 가죽 벗기는 기술은 누구한테서 배울 수 있나요?" 

"동물 가죽을 벗기는 것은 어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을 걸세. 다만 전투용 칼로 벗기기는 힘들겠지. 무두장이한테 가면 가죽을 벗기기에 적합한 단검을 구할 수 있을 테지. 단검을 살 돈은 있나? 돈이 없다면 단검을 빌려서 늑대 털가죽으로 대신 갚도록 하게."


나는 무두장이에게 가서 검 하나를 저당잡히고 단검을 빌렸다. 돈이 없기 때문에 마을 광장에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