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는 각자 사냥을 나서는 시간이 다르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헌터도 사람이고, 개인이며, 본인의 사생활이 있을테니. 하지만 테스는 자기가 이 시간에 나온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허억… 허억…”
자신들이 노리던 수배범은, 300 아크의 수배금이 걸린, 이른바 잡범이다. 이런 잡범을 7명이나 되는 인원을 데리고 잡는 것은 그 나름의 안전빵이었다. 최소한 실패할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만이었다. 최근에 일어난 수 많은 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 날 이 시간에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자만이었다.
“젠장!! 대체 뭐냐고!?”
벌써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고 싸움을 시작했느냐? 자신들이 잡범을 제압하고 돌아가려 하자 갑자기 습격당했기에, 테스는 자신들을 습격하는 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의 연인인 헤키와 무감정한 유미는 테스의 옆에 붙어서 그를 보호하려 했다. 유미는 자신의 능력인 『페이터스』로 자신이 들고 있던 방패를 거대화하여 한 방향을 막아 적이 뒤로 습격하는 것을 막았다.
“젠장! 대체 어디야?! 모습을 드러내라고!!”
“테스, 진정할 것. 적은 자기 쪽에서 드러낼 생각이 없음.”
“유미, 반말하지 말래도!”
“시끄러움… 지금 상황을 빠져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함.”
유미의 말대로, 테스는 자신들이 있는 건물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의 부하 중 한 명의 목이 또 날아갔지만, 테스는 그 부하가 여자가 아니라면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속에서는 남성 부하만 데려와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거대한 방패에 기대어 서 있었다. 즉, 뒤에서 공격을 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상황에 안도하고 있을 때에 보이지 않던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은 웃고, 가면을 쓰고 로브를 두른 자였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자신의 연인인 헤키의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본 테스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
그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 툭, 하며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이내 소리 지르며 가면을 쓴 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방패 뒤에 있던 또 다른 부하 하나가 쓰러졌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에게 달려들어 그를 잡을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어찌되든 좋았다. 그는 대검을 들고, 능력을 사용하여 근력을 증강 시킨 뒤, 그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어떤 자이든, 테스는 그를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자신의 연인을 죽여버린 원수, ‘나의 헤키를 죽여버린 원수!’ 하며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난 것에 당황했다. 가면은 그의 대검을 한 손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고선 다른 손으로 그의 배를 가격했다. 테스는 속으로 뭐야? 별로 안 아프잖아? 하며 다음 동작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한순간 그것이 적의 능력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뒤에서 유미의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악!”
그는 뒤돌아볼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배에서 바람이 통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그의 배가 뚫려 있었다. 그는 눈이 뒤집어지며 쓰러졌다. 유미는 한 손에 든 검을 꽉 쥐고 방패에 기댔다. 그가 다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불안에 몸서리쳤다.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 그녀를 순식간에 죽여버릴지 겁이 났다, 하지만 그 순간, 테스의 시체 위로 카드가 한 장 살랑살랑 떨어졌다. 그녀는 놀라며 테스의 시체에 다가갔다. 극한까지 몰렸기에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가야만 했다. 능력으로 벽에 가까워진 방패를 원래대로 되돌리며, 그녀는 우선 테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배가 뚫린 것으로 인한 쇼크사, 내장이 쏟아져 있었기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카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온 것이다.
“음…?”
카드를 뒤집자 피가 묻은 다이아몬드 6이 보였다. 살인귀는 자신을 살려주려는 것이다. 괴상한 말이었지만 트럼프의 살인귀에 대해 알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심장을 쓸어내리며 안심했다. 그에 대한 정보를 넘길 수 있었다. 그것으로 먼저 쓰러진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눈을 뜨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이아몬드 6가 클로버 7로 바뀌었다.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그녀가 오열하자 로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덱을 그녀의 목 위에서 후두둑 하며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는 깔끔하게 목에서 베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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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당!
“아으… 씨발.”
아침이 되며 침대에서 낙하한다. 휴엔은 잠버릇이 고약한 편은 아니지만 졸리면 잠꼬대를 했다. 그는 앉은 채로 허리를 만지고 있었다. 다친 것은 아니지만 떨어진 충격으로 충분히 아프다. 옆에서 자고 있던 류는 그의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며 기상했다.
“으어어! 뭔 소리야?”
“아오. 씨… 류! 일어났으면 나 좀 도와줘 봐!”
“어… 엉? 넌 왜 또 바닥에서 자고 있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우루엔이랑 또 벌칙 게임이라도 했냐!?”
휴엔은 그를 향해 중지를 올리며 대답해주었다. 그것에 류는 양손의 중지를 올리며 화답해주었다. 그러고서 류는 아침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가 일어나며 기지개를 켜자 문에서 문이 부서지기라도 할 듯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휴엔이 나가려하자 류가 다시 누우라는 듯이 뒤로 손짓하며 자신이 문으로 향했다.
잠구어둔 문을 여는 순간 문이 쾅! 하며 열림과 동시에 아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한 상태였다. 류는 의아한 듯 시계를 보았다. 출발하기로 한 10시가 아니었다. 시계는 정확히 7시 20분을 가리키는 상태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냐며 미소로 그녀를 맞아 주었지만 그녀에게서 되돌아오는 것은 놀라움과 분노가 섞인 듯한 목소리였다.
“테빅 세이버 길드가 전멸했어. 정확히는 수뇌부가 당한 거지만. 아무튼 범인은 ‘트럼프의 살인귀’야.”
휴엔은 침대에 누워서 한두 번쯤 일어날 건 예상하지 않았느냐, 왜 그리 호들갑이냐며 그녀에게 소리 질렀다. 어지간히도 졸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듯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불을 꽉 쥐고 놓아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짜증을 내며 그의 침대 위에 올라가 그를 걷어차며 그를 침대에서 떨어뜨렸다. 휴엔은 뭐 하는 짓이냐며 화를 냈지만, 그녀가 한 말은 류를 충격받게 했다.
“생존자가 있어. ‘트럼프의 살인귀’가 살인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그 말에 류는 두 눈이 둥그레졌다. 트럼프의 살인귀는 목격자를 살려놓지 않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를 본 목격자가 없다는 것에서 충분히 추측할 만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았다? 그게 누군지에 대한 의문보다 어떻게? 라는 의문이 먼저 따라왔다. 그리고 그 의문은 다음 아오의 말에서 바로 해소되었다.
“테빅 세이버 길드가 잡아놓고 있던 수배범인데… 자수하면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자기를 좀 보호해 달라고 말이야. 죽은 척을 했다고 하더라고.”
죽은 척!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테빅 세이버 길드에게 잡혀서 도망칠 틈을 노리다가 그 ‘트럼프의 살인귀’가 나타난 모양이군. 그리고 그들이 처참히 살해당할 때… 죽은 척을 하고 있었어서 살아남은 거겠지. 아니면 죽은 척 하는 능력인가? 류가 속으로 삼킨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찌 되든 좋은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보’다.
“그래서 그 ‘살인귀’에 대해서 얻어낸 정보는 있어? 뭐, 얼굴이라도 알아냈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휴엔은 이야기 중간에 관심을 갖는 건가 싶다가도 그녀가 고개를 젓기 무섭게 땅바닥에서 이불을 싸맸다. 그는 그럴 거면 뭐하러 왔냐고, 좀 더 자게 해달라며 불평했다. 그러나 아오는 그가 불평을 하건 말건, 자신이 하던 이야기를 이어갈 뿐이었기에 그는 불평조차 그만뒀다.
“우선 인상착의부터 얘기하자면, 로브를 쓰고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해. 키하고 덩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그런데 주먹질로 사람 배를 꿰뚫을 만한 괴력을 가지고 있는가 봐. 아마 근육 증강계열 능력이 아닐까?”
휴엔의 추측이 틀렸다고 하고 싶은 아오였다. 그러나 류는 신중하게 고민하듯 검지를 입에 갖다 대어 눈을 돌리더니. 그건 아닐 것 같다며 일축했다. 자세한 증언을 들어봐야 알 것이라는 신중한 판단이었다. 아오는 맨날 장난만 치더니 이럴 때만 신중하다며 불평했다. 그는 멋쩍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일어나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 수배범 양반의 이야기나 들어보자. 근육 증강 계열 능력일 수도 있지만. 상당히 단련한 해방자라면… 아마 그럴 만한 근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야기를 하며 옷장에서 자신의 활동복을 꺼낸 류는 휴엔의 옷도 꺼내주며 야! 너도 일어나서 입어! 하며 소리쳤으나 휴엔은 화나 죽겠다는 목소리로 소리 지를 뿐이었다.
“아직 7시 30분이야. 이 미친 새끼들아!!! 좀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