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명절에 어디 가?"

"난 순천 가."

"우와, 재밌겠다. 난 서울에 그대로 있어야 되는데."

"야 내려가는 거 힘들거든."

"쨌든 명절 잘 보내라 ㅋㅋㅋ"

"알았어."

그렇다. 추석이다. 용돈 받고 즐거운 날이다. 다만 내려가는 게 귀찮을 뿐.

집에 오니 엄마께서 내려갈 짐을 챙기고 계셨다.

"왔어? 짐 좀 같이 챙기자."

"네, 알겠어요."

생각보다 챙길 게 많았다. 옷가지부터 할머니 선물까지.

"근데 이 홍삼사탕은 누구 꺼에요?"

"그거 할머니 드리려고. 홍삼사탕 좋아하시잖아."

"아, 저기 가방에 넣어놓을게요."

한창 짐을 챙기고, 우리는 그렇게 장장 12시간을 달려서 순천으로 내려갔다.

"워메, 왔능가? 솔찬히 대근하제? 가서 쉬어야잉"

오랜만에 찾은 할머니네. 할머니께서 우릴 반겨주셨다.

"나가 우리 손지 왔응께 뭐 좀 귀한 거 사묵어야제. 같이 장 좀 보러 가자잉."

"장이요?"

"그려, 오늘이 아랫장날이잖여."

"오늘 며칠이죠?"

"17일이여."

그럼 장날이 맞다. 순천에서는 2,7로 끝나는 날 가장 큰 장인 아랫장이 선다.

"나랑 주영이랑 주영이 애미랑 장 보고 올텡께, 니는 저짝서 밤 좀 거석하고 있어라잉."

"알겠어요 엄마."

그렇게 아빠만 본가에 남고 우리는 장을 보러 갔다.

중간에 엄마가 졸업한 순천남초등학교가 보였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뭔가 신기한 걸 하고 있었다.

"엄마, 저게 뭐하는 거에요?"

"뭐 말이니?"

"운동장에 꼬마애들이 하고 있는 거요."

"아 저거? 팔방이야. 여기서는 미친년팔방이라고도 해."

"뭔 놀이 이름이 그렇게 살벌하데요?"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그 순간 할머니께서 표정이 싹 바뀌셨다.

"흐미 뭐시여 저 아그덜 우짜쓰까잉...."

"왜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알 수 있었다.

한 80대처럼 보이는 할머니께서 애들한테 저런 쌍놈의 새끼들 나가 뒤져부러라 이러고 욕을 하면서

우리 아들 잡아먹은 못돼처먹은 천것들의 족속들이라고 하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있었다.

"왜 저런대..."

"그러게 말이여, 뭐던다고 저라고 있으까잉."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진 건 내 상상 탓이었던 걸까.

왠지 저 할머니께도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