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고 함은

고독한 자에게 진하게 우려나온

정수가 아닌가

또 그것의 마음을 대변하는

정신이 아닌가.


흐린 아침에 구슬비가 내려

난 얕은 고민을 가지고 버스에 탄다.

그 중에는 유독 노인들이 많았다.

시간에 애를 타서 매일을 가벼운 고민을 하고 있는


버스에 내리면 나랑 같은 나이때나

아님 젊은이들이 우산을 쓰며

서로 떠들어 대거나

묵묵히 거리를 걸어갈 때

내가 온 서점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고요한 곳은 또 없었다.

지루함을 느끼는 주인은 괜사리 먼지만 쌓이는 책들을 본다.


책을 두어권 사서 간다.

버스를 기다리며 그 안에 내리는 사람들을 본다.

그 중에는 이 추운 겨울에 짧은 치마를 입는 사람도 있었다.

내리는 사람들은 전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좋은 주말에도 무슨 생각이 있는가 싶은데

나라고 좋은 이 날에 고민이 없을까.


시라고 함은

모두가 한 번은 지었을 텐데.

또 그것은 우리 마음에 계속 쌓이면서

곧 우리를 울적하게 만들고

또 정신을 세워 그 차가운 종이 조각에

아님 빛나는 화면에 손가락들을 움직이며

다시금 고민을 만들텐데.


실타래가 터진 듯한 하늘이 사방에 깔리면

그 속에서 비는 어디서든 내린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쓴다.

우리는 오랜 검은 것을 막기 위해

벽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