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




"주기 상으로 내일이라고 했느냐?"



"예."


"오늘은 괜찮고?"


"시장에서 그리 들었어요."


"오른 날개랬으니 내가 전방에서 주의를 끌고...."



그후로 아이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삼아 이런저런 작전을 세웠다.


나리의 작전은 기초적이고 허술했지만 별 수 없었다.



"훈련도 안 되고 합도 안 맞췄는데

무슨 고도의 전략을 짜겠느냐."



"둥지의 지형도 모르고." 라고 나리는 덧붙였다.


"지금 가서 확인해두면 어떨까요?" 라는 의견도 나오긴 했다.



"밤에 움직인단 걸 보면 야행성 아닐까요?

낮에 가면 자고 있을 듯 싶어요."


"요괴에 야행성 주행성이 어딨겠느냐....

더욱이 야행성이래도 자기 영역을 침범해오면 맞서지 않겠느냐?

위치를 확인만 하고 돌아올 순 없을 게다. 전투가 있겠지.

차라리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자꾸나."



나리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내일 밤에 움직인다고 했으니 결행일은 내일 초저녁이니라."



이른바, 둥지 습격 작전.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편지였다.


고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떻게 죽었는지도 써져있었을 터.


편지를 보면 요괴가 어떤 공격을 하는지 가늠하기 쉬울 터인데

도무지 총잡이 여인은 편지를 열 생각을 않았다.


밤이 느지막해져서 함께 사또의 집에 묵었다.


다른 이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파란 머리 여인이 슬쩍 일어나 채비를 갖추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태생이다!


은신술을 쓰고 살금살금 뒤를 밟았다.


도착한 곳은 여인의 오빠, '김 치국' 의 집이었다.


파란 머리 여인은 그대로 청소를 시작했다.


한숨 한번 쉬고, 빗질 한번 하고.


한숨 한번 쉬고, 걸레질 한번 하고.


느릿느릿 진행하던 청소가 끝난 후엔 여인은 마루에 걸터앉았다.


집안에서 난 걸로 추정되는 활을 제 무릎 위에 얹어두고.



"뜯는 게 낫갔소?"



대뜸 그리 말을 하길래 놀랐다.


은신술이 들통난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여인은 말을 번복했다.



"뜯는 게 낫갔소? 성님."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기대하며 망자에게 던진 질의였다.



"내가... 입때까장 성은 아이다, 성이 고런 짓거릴 혔을 리가 읎다.

고로코롬 믿었소.

아를 동굴로 끌고가구... 뭣 땀시 그란단 말여?

호랑이 사냥꾼인디 우리 성이 무어가 부족허서.

더구나 사람 좋기로 동니에선 소문난 이였는디. 

고로코롬 믿고, 막내, 치만두한테두 그래 말허구."



그 막내아들 이름이 치만두였구나.


... 김치만두네.


삼형제 이름이

김칫국,

김치찌개,

김치만두.


이 집은 집안에 액이 꼈나?



"모시리 년놈들 미친 거냐 허길래

확인도 아니된 걸 멋대루 넘겨짚는 느들이 미친 거다, 알도 모다믄 씨우리지 말어라.... 그래 말혔소."



'모시리' 는 '마을' 이랬지.

'알도 모다믄' 이 '알지도 못하면' 인 건 알겠다.

'씨우리지 말어라' 는 뭐람.



"근디, 근디 말여.

내가 오늘 낫에 쪽지를 받았소. 그 아한테서.

들어보니께 성이 죽던 그날 일이 소상히 적혀있다 안 혀.

성이 얼매나 지금껏 지하에서 억울혔을지, 그게 풀릴 수 있는 거여. 이걸루."



낫은 낮인가.


그때 거의 초저녁이었는데.



"근디 말여. 나는 내가 이걸 풀어도 될랑가 싶어.

만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라도 난중에 까봤는디

성이 아한테 참말로 거시기헌 짓을 할라고 한 거믄, 참말로 몹쓸 짓을 할라고 한 거믄,

그라믄... 그라믄 우찌 되는 겨.

그라믄 나는 우짜쓰까."



우짜쓰까는 어떻게 할까 같은 뜻인가.


이래서야 편지를 풀어보기 힘든 것도 이해가 갔다.



"오늘 그 애미가 하는 얘길  엿들었어.

그 집 딸래미, 가가 애초부터 벙어리는 아녔다그려.

그라믄 언지부터 말을 몬 허게 됐느냐?

성님하고 고 동굴을 갔다와서부터 그래 됐다 혀.

애미가 중병이라가, 침향인가 버섯인가를 갖다주갔다고 딸년이 해놓구, 돌아오기를 벙어리가 돼갖구 돌아온겨.

뭐였던간에 앵간이 무서운 걸 겪은 거지."



불만 넘치는 낯빛이었음에도 집안 여기저기서 오가는 대화를 전부 엿들었나보다.


귀가 밝다.



"그럴 리가 없지만서두.

만에 하나라도, 만일에라도 성님이... 그런 거였으믄 나는 우짜쓰까. 나는.

고것이 두려워 어찌하덜 모다긌어."



모다긌어는.... 못 하겠어 인가?


팔도를 떠돌며 장사하던 게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되는구나.


기억력테스트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기쁘지는 않은 감각이었다.


보기에 괴롭기도 하고, 밤공기가 춥기도 하였다.


천천히 걸어 잠자리로 돌아왔다.



*



의외로 새의 둥지는 찾기 쉬웠다.


무척 컸으니까.


아님 온갖 어려운 상황을 가정하며 기대치를 높여놔서일 수도 있겠고.



"찾기야 찾았는데 어쩌죠?"



무당 여인이 질문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무 위로 올라가 누군가 둥지를 파괴한다는 게 본래의 전략이었는데....



"어매. 저거이, 저, 사람이 오를 수 있는 높이당가."



현대식으로 셈하자면 아파트 10층 높이?


괴조의 둥지의 괴물 같은 높이에,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


그 덕에 빨리 찾을 수 있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저 고도는 달갑지 않았다.



"허허, 숲의 다른 나무는 저리 높지 않은데

어찌 저것만 홀로 거인국 나무란 말이더냐."



거인국 나무, 그 표현 마음에 든다.


높이에 압도당하며 둥지를 우러러 보고 대화했다.



"이러면 나무 오르는 사람을 바꿔야지 않겠소?"



세명이 괴조를 상대하는 동안,

한명이 나무를 올라, 둥지를 파괴한다는 게 작전이었다.


설령 괴조 사냥에 실패하더라도 마을에선 쫓아낼 수 있을 테니까.



"기존에 무당, 자네가 오른다 했었지?"


"그랬긴 했는데....

아무래도 저 높이면 불가능하겠어요."


"임신한 몸으로 저 높이면 무리기야 하겠구나."


"저 여인, 어제부터 신경 쓰였는디 임신이었는가?

거시기, 똥배가 아니구?"


"임신이에요."


"무당은 못 오르겠다 하고,

약팔이 자네는 아래에서 괴조를 상대해야 하니-."


"약팔이 아니라 이야기꾼이래도. 몇번을 말해야 알겠소."


"남은 사람은 나와 네놈 뿐이구나."


"우짜 댁은 날 호칭할 적마다 네놈네놈이당가? 나한테도 어련히 이름이 있는디."


"출출해지니까 네놈 이름은 부르기 싫느니라."



하기는, 뭔 말을 할 때마다 '김찌치개' 를 연발하면 부르던 배도 다 꺼지긴 하겠다.



"그라믄 나한테다가두 '자네' 라고 부르란 말여."


"자, 잔다고요? 둘이 함께? 동침?"


"여하간, 나는 나무 오르는 건 아주 젬병이니라."



이 시대에도 젬병이란 말이 있었나.



"네놈이 올라야겠구나."


"오, 오른다고요?

배꼽 위에 올라간다니, 나리는 어찌 그런 음담패설을 서슴없이...!"


"기여, 내가 오르갔소.

근디 아까침부터 이 여편네는 문 헛소릴 씨우리는겨?"


"무시하시오. 저런 여인이오."



파란 머리 여인이 총을 등에 맸다.



"나야 나무타기믄 마을 으뜸이었응께. 걱정 하덜 말어."


"총잡이 양반!

오를 때 올라도 '그거' 는 주고 가야지 않겠소!"



"아, 참" 이라며 총잡이 여인이 무당 여인에게 꽹가리를 넘겼다.


곧, 해가 온전히 저물었다.



"울려라! 풍악을!"


'깡까앙깡까깡'



무당 여인이 꽹가리를 매우 쳤다.



[부우웃!]



불청객의 예술 행위에 화가 난 집주인.


요괴는 날개를 펄럭이며 근처 나뭇가지에 내려왔다.


무당 여인이 양눈을 감고 괴조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볼게요.

양쪽으로 깃이 세워진 머리에 매섭게 생긴 발톱,

짧은 다리와 둥그런 부리."


"부엉이구려."


"올빼미 아니오?"


"부엉이라기엔 커요.

저번에 봤던 뱀보다 조금 작은 수준인데요?"


"달리 요괴겠느냐."



나리가 활을 들어올렸다.


관아에 협박하여... 아니, 관아의 선의로 받게 된 활이었다.



"작전대로 하거라. 작전대로!"


"그래요 도사님, 장전대로!"



거 시끄럽기는.


품에서 가죽제 수통을 꺼냈다.



"커져라!"



수통을 냅다 집어던졌다.


커진 수통은 괴조의 머리 살짝 위로 나아갔다.


괴조는 날개를 폈다.


우리에게 돌진해올 모양이었다.



'참액살부.'



무당 여인이 부적을 띄웠다.


수통이 반으로 갈라지며 안에 있던 액체가 떨어졌다.


괴조는 흠뻑 젖고 말았다.



[부우훗! 부우!]



기름에 젖어 노성을 내뱉는 부엉이.


그런 부엉이를 겨누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리! 화살!"



나리가 활활 타는 화살을 잡아당겼다.


신중히 화살 끝과 부엉이를 가늠하다가, 나리는 쏘았다.


계획대로였다.



[부우웃!]


'투욱'



순조롭게 나아가던 화살은 부엉이가 날개짓을 하자 추락하였다.


괴조는 날개짓만으로 강풍을 일으켰다.


요술 아니야 저거?



"이게 뭐시당가! 문 바람이여!"



둥지 담당인 파란 머리 여인이 무심결에 비명을 내질렀다.


부엉이가 여인을 눈치채고 시선을 돌렸다.



"역시 이 몸은 활을 못 쏘는구나...."


"좌절하고 있을 때요, 지금?"


"그래요! 자조는 나중에 하세요!"


'깡깡까깡'



무당 여인이 재차 꽹가리를 울렸다.


저 자조 어쩌고는 말장난으로 던진 걸까, 아니면 본인한테 그렇게 들린 걸까?


부엉이의 관심은 우리에게 돌아왔다.


부엉이가 날개를 크게 휘두르자 놈의 깃털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깃털이 자못 날카로웠다. 좋은 예감은 안 들었다.



"피괴부."



무당 여인이 가슴에서 부적을 뽑아다 던졌다.


무당 여인의 손결을 따라 비대한 가슴이 요동쳤다.


제발 평범한 부위에서 뽑을 순 없나.


부적의 효능 덕인지, 요괴의 깃털은 궤도를 틀어 우리를 피해갔다.



[부후우우웃!]



바람 너머에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퍼졌다.


옆을 보니 나리가 새 화살을 꺼내고 있었다.


나리의 화살이 적중했나보다.


불이 안 붙는 걸 보니

부엉이 몸의 기름이 바람에 떨어졌거나

불화살이 바닥나서 일반 화살을 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나리가 콩알만한 몸의 콩알만한 입을 놀렸다.



"이 몸뚱아리로 활 쏘는 법도 슬슬 요령이 생기는구나."



몇번이나 쏴봤다고 벌써 요령이 생겨.



"한데 요상하구나.

오른 날개를 집중해 쏘는데 손맛이 없으니."



나리의 불평을 귀담을 여유가 없었다.


괴조는 발톱을 전방으로 향하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목표는 나리였다.


문득 부엉이는 발의 악력이 굉장하단 얘기가 떠올랐다.


잡히면 무사하지 못할 테지.


후하고 입김을 밀었다.



"불어라!"



강풍이 괴조에게 맞섰다.


그것만으론 부족했는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손을 꼬아 모양을 엮어냈다.


달빛에 범처럼 생긴 그림자가 형성되었다.



"현현해라!" 



그림자로 만든 입 부분만 구현화되었다.


내려오는 부엉이의 발톱을 물어뜯는 각도.


착륙하려던 요괴는 놀라며 재부상하였다.



"뭐에요? 방금 건?"


"지지법. 환영이오."


"자, 자지법이요? 도사님 어떻게 그런...."


"으휴."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니 무당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부적을 썼다.



"천근부."



부적은 뽈뽈뽈 날았다.


부엉이를 향해 다가가는 부적은 과하게 느렸다.


나리가 화살에 밧줄을 묶어 날렸다.



[부웃!]



부엉이는 왼쪽으로 몸을 돌려 피했다.


밧줄이 있는 화살인지라 무거워서 느렸던 게 흠이었다.


왼쪽에서 기다리던 내가, 쟁여두었던 노끈을 꺼내 내던졌다.



"길어져라!"



노끈으로 새의 발을 잡았다.


포박된 것을 확인하고 곧장 당겼다.


날개짓으로 반항하던 새에게 뽈뽈뽈 날던 부적이 붙었다.


괴조는 '풀썩' 하며 땅으로 불시착하였다.


늦가을이라 낙엽이 있어, 데미지는 적은 듯 했다.



"성공했어요! 이제 못 날 거에요!"



고고하신 괴조께선 땅에서도 고고하셨다.



[부후우!]



날개를 펴고 몸을 부풀려, '접근해오는 자는 부리로 쪼아버리겠다' 라는 기운을 뿜고 계셨다.


실제로 그후에 행한 공격은 괴조의 신체에 채 닿지 못했다.


하지만 괴조의 공격 또한, 날지 못하게 된 만큼 단조로워져서, 나나 무당 여인에게 쉽사리 막혔다.


결국 괴조와 우리는 서로 노려보며 지루한 대치를 할 뿐이었다.


얼마간 지속되던 따분한 신경전은 총잡이 여인에 의해 종식되었다.



'타앙-!'


"됐다, 도착했나보구나!"



하늘 멀리, 괴조의 둥지에서 총성이 들렸다.


목적지에 무사히 당도했단 신호였다.


괴조는 모골이 송연해져선 위를 올려보았다.


위에선 괴조에게 있어 무척 비극적인 것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괴조 자신의 알이었다.



[부우웃! 부후우우웁!]



괴조는 질주하여 떨어지는 알을 하나하나 받아냈다.


과정 중 괴조의 우측 날갯죽지를 화살로 쑤셨으나 얕았는지 반응이 싱거웠다.



"해결혔는가?"



둥지에서부터 괴조의 알 몇개를 들고, 총잡이 여인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건 오르는 것보다 쉬웠나보다.


떨어진 알을 모조리 받아낸 괴조가 이글거리는 눈매로 우릴 쏘아보았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가 지 알을 들고 있고, 괴조 본인은 알을 받아내느라 기력이 다했는데.



"끝내거라."


'치이익'


'타앙-!'



여인이 천보총을 격발했다.


부엉이는 그렇게 숨을 거뒀다.



*



우리는 괴조의 유체를 이리저리 뒤졌다.



"도대체 오른 날개가 약점이란 건 뭔 생각으로 말한 겐지, 에잉."


"오른 날개가 우짰는디. 약점 아녔는가?"


"튼튼하기만 했느니라."


"이리 와보시오."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 발견된 부위는 왼쪽 날갯죽지였다.


깃털에 잘 가려져있어,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알기도 어려웠다.



"이게 무엇이냐, 흉터더냐?


"흉터구려."


"어린애라 좌우를 구분 못 한 걸까요?"


"흉터...."



총잡이 여인이 의미심장하게 읊조렸다.


돌연, 부엉이는 목을 뒤로도 꺾을 수 있단 토막상식이 떠올랐다.



"어쩌면 뒤로 머릴 돌린 상태였고, 그때 흉터가 생긴 건 아니오?"


"이 흉터는 창으로 찔러 생긴 것 같구나.

나는 놈을 찌르긴 힘들 테니 잠시 앉았을 때 찔렀을 테고."


"그럼

앉아서 뭔갈 하려던 괴조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때 뒤에 있던 누군가가 창으로 찔렀다.... 이리 되나요?"


"꼬챙이, 꼬챙이로...."


"이리 은밀한 흉터를 안다는 건 그 꼬맹이가 찔리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단 겔 텐데.

애가 손수 찔렀다 보긴 힘들 테고.

어른이 동행했다면 그 자가 찔렀겠지."


"그 어른은 어떻게 되고요?"


"부엉이의 분노를 산 꼴일 테니...."


"자, 잠깐만. 잠깐!"



나리의 말을 기점으로 하여 총잡이 여인이 급히 편지를 찾았다.


뭘 깨달은 걸까.


편지를 든 여인은 떨며 망설였다.



"빛, 빛 좀... 허쳐주갔는가?"


"빛 달라고요?"



무당 여인이 부적을 날리자 불로 변화하였다.


불꽃은 둥실둥실 허공에 떠있었다.



"고맙네."



주섬주섬 총잡이 여인이 편지를 개봉했다.


여인은 편지를 부산하게 훑어댔다.



"아아, 성님. 성님이....

역시 그랬는가, 성님.

그라지. 성님이 그런 추악한 놈팽이였을 리가 없제...."



낌새를 눈치채고 나리가 재촉했다.



"우리 먼저 가자꾸나."


"예?"


"저 놈 홀로 읽게 놔두거라. 우리 먼저 숙소로 돌아가자."



나리가 조막만한 손으로 우리 손을 잡아끌었다.


나도 전날 밤에 귀동냥해둔 정보가 있었다.



"그럽시다, 그럼."


"왜, 왜들 그러세요?"


"가자꾸나 어서!"


"기립하시오. 당신도."


"그래그래. 사또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지 않겠느냐."


"도, 독촉하지 마세요!

전 다리 아파서 여기 쉬었다 갈 생각인데...!"



정보가 없는 무당 여인만, 괜히 아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네놈도! 얼추 정리되면 사또의 집으로 오거라!"



대답은 없었다.


나리의 당부를 듣긴 한 걸까.


답 대신, 멀찍이에서는 파란 머리 여인이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


물론 백업이고 원본은 이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