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제가 결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그 여자, 그러니까 저…… 잡년과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라며 그녀가 웅장하게 말을 시작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그이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그 순간부터 저는 절대, 절대로 그이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흡사 무슨 발작이라도 난 듯 어쩐지 억지로 핏기 없는 황홀감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이의 뒤를 쫓아다니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매순간 그이의 눈앞에 나타나 그이를 괴롭히겠다는 것이 아니라 - 오 절대로, 아니에요, 저는 어디든 다른 도시로 떠나겠지만, 평생, 평생 동안 쉴 새 없이 그이를 지켜보겠어요. 하지만 만약 그이가 저 여자와 있다가 불행해지면, 뭐 지금 당장 그렇게 되겠지만, 그러면 저한테 와도 좋아요, 그때 그이는 친구를, 여동생을 만나게 되겠죠…… 아니, 그저 여동생일 뿐, 물론, 영원히 여동생일뿐이겠지만, 그래도 그이는 결국에 가서는 이 여동생이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위해 일평생을 희생한 자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거예요. 저는 결국에 가서는 그이가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어 조금도 창피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저에게 모든 것을 말하도록 할거예요, 이 결심을 꼭 관철시키고 말거예요!”

그녀는 거의 미친 듯 흥분하여 소리쳤다.

“저는 그이의 신이 될 것이고 그이는 제 앞에서 기도를 하게 될 것이며 - 그이는 최소한 자신의 배반에 대한 대가를, 그 배반으로 인해 내가 어제 감수한 수모의 대가를 치러야 해요, 그리고 그이는 자기 눈으로 보게 될 거예요, 그이 자신은 저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배반을 했지만 저는 평생동안 그이에게, 또 제가 그이에게 한번 약속한 그 말에 평생 동안 충실한 것을……. 저는 그저 그이의 행복을 위한 도구가 되겠어요, 그것도 평생, 평생동안 그이의 행복을 위한 기계가 되겠어요, 그이가 이것을 앞으로 평생동안 보도록 할거에요! 자, 이것이 바로 저의 결정이에요!”


위 부분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책에 등장한 ‘카체리나 오시포브바’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 함을 알게된 후 약혼자의 형제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장면이다.

카체리나는 설정상 작품 안에서 손에 꼽히는 미인이며 군 장성의 딸로 부유한 상속인이기도 하다. 

어쩌면 재벌 얀데레 물은 유서깊은 장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녀의 대사를 보면 얀데레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리를 해놓은 것만 같다.

처음, 그녀의 자신은 그이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부분은 소프트 얀데레의 형식을 따라가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흥분함으로 인해 그에게 신으로 군림하겠다는, 마치 얀순이가 얀붕이를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진행은 무엇이 얀데레이냐 라고 하였을 때 이것이 얀데레다 라고 말하는 듯한 표본을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국 그녀는 자신이 생각을 피력하던, 그자리에 같이 있던 약혼자의 형제, 이반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허나 그렇다 해도 카체리나가 보여준 집착작 사랑은 상당하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