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



흠흠~♪ 오늘의 쿠키가 잘 구워졌어요. 얼터와 릴리에게는 주었으니 이제 마스터에게만 주면 되는 거네요!

잔느: “아, 마스터 이곳에 계셨군요.”


타박 타박

 

잔느: ”이곳에서 혼자서 무엇을 하고 계신--- 마스터, 얼굴이 너무 안 좋아요, 괜찮으신 가요?”

어라? 마스터, 어째서 그렇게 힘들어 하는 표정을···.

 

잔느: ”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


타닥!

 

잔느: ”앗! 잠시만요 마스터! 기, 기다려 주세요!”

어째서 도망치시는 건가요?!

 

잔느:” 마스터? 마스터!”

 

나의 손이 마스터의 팔을 억세게 잡는다.


덥썩!

 

잔느: ”그런 말로 납득 할리가 없잖아요! 마스터가 진정으로 괜찮다면 제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보세요!”

난 마스터의 뺨을 잡고 내 눈을 피하지 못하게 한다.

빤---

 

잔느: ”거보세요···. 역시 말하지 못하시잖아요.”

 

잔느: ”하아, 따라오세요 마스터.”

 

 

 

드르륵




잔느: ”읏, 너, 너무 빤히 구경하지는 마세요, 마스터. 아무리 저라도 남자에게 제 방을 공개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우니까요···.”

터벅 터벅


 

탁탁!

잔느: “자! 여기 누우세요!”

 

잔느: “네! 무릎 베개라는 것입니다! 부디 제 허벅지에 편히 누워 주세요!”


아아아아아아, 제가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부끄러워요! 여, 역시 여기서는 수영복을 입고 누나 모드로! 

아, 아니 정신 차리세요 잔 다르크! 영기 체인지 없이도 이 정도 난관은 해결할 수 있어요! 

그래요! 이건 그저 치료니까! 플로렌스씨가 스킨십은 정신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했으니까!!

 

잔느: “헷?! 제 얼굴이 너무 빨갛다고요? ···부끄러우면 너무 무리하지 마? 이, 이건 그저 방의 온도가 높아서 그런 겁니다! 자자, 마스터 그저 쳐다보는 것은 그만하고 이리 오세요!”


덥썩!

 

투욱

 

 

 

사락 사락

 내 허벅지에 누워있는 마스터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잔느: “후후, 이렇게 있으니, 마스터가 마치 아기가 된 거 같네요. 제 손길은 기분 좋으신가요?”


아까는 그렇게나 도망쳤으면서, 지금은 제 허벅지에 누운 채 얌전히 손길을 받아들이시네요.

역시 마스터, 그만큼 정신적으로 몰린 걸까요···.

여기서는 제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잔느: “마스터, 이건 아주 아주 평범한 한 시골 소녀의 이야기입니다만, 들어주세요.”

 

잔느: “옛날 옛적에 한 시골에서 아주 평범한 소녀가 태어났어요.”

 

잔느: “그 소녀는 자라서 낙 이라고는 약간의 무예 훈련과 농사 그리고 아버지의 일을 돕는 게 전부인 매우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소녀는 그 삶을 사랑했답니다.”

 

잔느: “그러던 어느날···. 소녀의 귓속에 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프랑스를 구하라.’라는.”

 

잔느: “소녀는 목소리에 순명했고, 소녀는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전쟁의 겁화로 뛰어들었습니다.”

 

잔느: “할 줄 아는 것 이라고는 약간의 무예와 농사가 전부 였던 소녀가 전장에서 사람을 이끌고, 싸우고, 승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잔느: “칼에 어깨가 베여 팔이 덜렁 거린 때도, 화살이 날아와 목에 꽂혔을 때도 있었습니다.”

 

잔느: “그럼에도 소녀는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고 이윽고 구국의 영웅이 되죠, 하지만···. 그 결말은 네,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해 소녀는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잔느: “마스터, 원치 않게 떠 맡은 소명이 너무 무거우신 가요? 그 소명이 당신을 짓누르다 못해 삼켜 버릴 것만 같나요?”

 

잔느: “저는 저의 소명이 너무나도 무거웠어요. 소명이 저를 삼키는 그 순간 까지 주님과 프랑스를 원망 해본적은 없지만, 너무나 힘든 길이였어요.”




 

잔느: “저를 감싸는 불길이, 사람들의 비난이 성녀로서는 두렵지 않았지만 소녀로서는---”

와락!



 

잔느: “헤? 마, 마스터?! 가, 갑자기 껴안으시면···."


 

잔느: “네? 잔느는 어떻게 그렇게 용감할수 있는거야···?”



어라가슴팍이 뜨거워져서···.

마스터저를 위해 울어 주시는 건가요.

아니.

우리가 걸어온 길이 닮았기에 눈물이 나오는건가요.


 

잔느“마스터 마스터가 생각 하는 만큼 강인한 여성이 아니에요저에게도 저의 신앙을 시험 받는 순간들이 있었고그때 마다 번번히 흔들렸죠그럼에도저의 곁에 있어준 저를 믿는 병사들이질드레가 있었기에  길을 끝까지 걸을  있었답니다.



아아, 안돼요.

마스터를 위로하기 위한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니.

좀 더 강인한 모습을, 좀 더 성녀다운 말을---


 

잔느: “그러니, 마스터. 부디 혼자 고통받지 마세요. 당신에게는 수많은 서번트들이, 동료들이 그리고 제가 있어요.”

토옥


마스터의 부드러운 뺨을 잡고 나의 이마를 그의 이마에 살짝 부딪혀 서로를 느낀다.

어느새 그의 눈물을 따라 나의 눈물이 흐른다.

 

 

맞닿은 이마 넘어 당신의 물기 어린 눈동자에서 어째서 제가 보이는 걸까요?

당신도 저의 눈동자에서 당신의 모습을 찾고 있나요?


 

 

잔느: “그러니 마스터, 주께 맹세코. 당신의 결말은 저와 다를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당신이 인리를 구원하고자 한다면 전 그런 당신을 구원할게요.”


 

잔느: “프랑스를 수호하는 것도, 인리를 구원하는 것도. 당신이 제가 그러했던 것 처럼 기꺼이 구도자의 길을 걷겠다면. 저는 그런 당신이 마지막 순간 불타지 않도록 반드시 곁을 지키겠습니다.”


 

저의 뺨에 닿은 당신의 손길이, 당신의 뺨에 닿은 나의 손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지금은 같이 울어요, 마스터.

 

 

 

 

 

 

 

 

 

 

잔느: “후후, 어쩐지 부끄럽네요. 서로 뺨을 감싼채 한참을 울다니···. 그래도, 이걸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셨나요 마스터?”

 

잔느: “네? 물론이죠! 마스터가 원하신다면 이 잔 다르크. 언제든, 몇 번이든 위로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편하게 저를 찾아주세요!”

 

 

 

 

*** 

 

으음, 확실히 언제든 몇번이든 위로해 드리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매일 밤 찾아오시는 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

게, 게다가 그···. 다른 서번트들이 이걸 보면 분명 오해라든가 할 거고···.

얼터가 이 모습이라도 보면··· 여, 여동생이 좋아하는 남자를 빼앗는 파, 파렴치한 여자라고----

 

똑똑

 

잔느: “히익! 네, 네헷!”

드르륵

 

잔느“아 마스터 셨군요  얼터가 저에게 보구라도 날리러  ----아무것도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마스터.”

힐끔

 

아아! 마스터! 또 저렇게 편안한 잠옷 차림으로 제 침대에!

이거 항의해도 괜찮은 거죠?

소녀적인 부분으로 항의해야 하는 거죠?!


 

잔느: “흠흠, 마스터. 그, 최근에 저를 너무 자주 찾아오시는 것 같다고 생각 안 드세요···? 게다가 여성의 방에 잠 옷 차림이라니 그건 너무 절조가---”


 

잔느: “네? 화, 확실히 제가 제 입으로 언제든, 몇 번이든 위로 해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잔느: “잠옷 차림으로 오는 거는 잔느랑 함께 있는 게 너무 편하고 즐거워서?”

어쩐지 그 말은 좀 기쁘네요···.

하지만.

 

잔느: “마스터, 마스터가 하신 말 모두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 방에 매일 밤 찾아올 수는 없어요. 저도 제 개인 시간이 있는 거고. 마스터도 이제 어느정도 정신적으로 회복이 되셨으면 다시 마음가짐을 굳세게---"


 

잔느: “어, 어? 자, 잠시만요 어째서 갑자기 우시는 건가요?” 

허둥지둥


 

잔느: “아, 아 알겠어요. 제가 너무 성급했어요. 당신이 어느 정도로 힘들어하는지 봤으면서도, 당신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대충 판단하고 넘기려고 했어요, 죄송해요 마스터···. 그러니 울지 말아주세요.”


스윽

나의 손이 그의 눈가에 닿고 흐르는 눈물을 화사한 백합을 만지듯 조심스레 어룬다.

 

이렇게나 서럽게 울다 가도 제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기만 해도 방긋 웃으시다니···.

인리를 복원한 늠름한 영웅은 어디로 간 걸까요?

아니면, 그만큼 저에게 의지하고 싶으신 건가요?


 

잔느: “마스터, 알겠어요. 약속대로 오늘도 제가 당신을 위로해 드리겠습니다. 무엇을 원하세요? 무릎 베게? 아니면 또 원하는 만큼 머리를 쓰다듬어드릴까요?”

 

잔느: “힘껏 껴안아서 토닥 토닥 해달라? 알겠습니다. 자, 이리오세요.”

꼬옥


 

토닥 토닥

 

잔느: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마스터의 온기, 전신으로 느껴져요.

어쩐지 몸이 흐물 흐물 해져서는···. 그런데 그게 안심이 되네요···.

 

잔느 “네, 네 원하는 만큼 안아드릴 게요. 자, 마스터 좀 더 깊이···.”

 

잔느: “하아, 정말 변함없이 이런 행위를 좋아하시네요, 마스터. 그렇게나 좋으신 건가요?”





 

잔느: “에? 잔느는 미래에 좋은 엄마가 될 것 같아서 더 이런 행위를 하고 싶어져?”

 

잔느: “읏?! 마, 마, 마 마마마마, 마스터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갑자기?!”

 

잔느: “아···흣···저기 설마·····마스터는, 저를 마스터의 아이 엄마로 만들고 싶으신 건가요···?”

 

잔느: “네?! 역시 성치녀라니 그 대답 뭔가요?!”

 

잔느: “저, 저는 제대로 된 성처녀라고요?”

 

잔느: “치녀 따위 아니니까, 아니니까!”

 

 

 

*** 

 

 

후후, 어쩐지 최근에 컨디션이 너무 좋아요.

무언가 세상이 좀 더 아름다운 것 같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가슴이 붕붕 뜨네요.

아아, 이것 모두 역시 주님의 은총일까요?

마스터를 훌륭히 치료하는 저에게 내려 주시는 상인게 분명해요.

 

앗, 그러고 보니 오늘은 마스터가 올 시각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데··.

 

터벅 터벅

 

잔느: “어라 마스터? 우연이네요! 안 그래도 마스터를 만나야 했는데! 주께서 우리의 길을 닿게 해주셨나봐요!”

 

잔느: “헤헤, 별일은 아니고, 저··. 호, 혹시 오늘 밤에는 몇시 쯤에 오실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 그 다른 생각은 아니고 그저 오늘 릴리와 얼터와 같이 오후에 영화를 보기로 해서요··.”


잔느: “마스터가 오시기 전에 릴리와 얼터를 돌려보내야 하니까··.”

또, 릴리랑 얼터가 먹은 과자 부스러기도 치워야 하고, 침구도 가지런히 정리 해야하고, 향수도 뿌려야 하고··. 또, 또 조금이 나마 부디카씨에게 배운 화장도 살짝 해, 해야 하니까··.

 

 

 

 

어라? 키요히메씨와 밤 산책을 하기로 했다··?

 

 

잔느: “네? 아, 아! 그렇군요 선약이 있으셨군요 죄, 죄송해요.”

 

잔느: “아, 아뇨. 미안해 하실 필요 없어요. 마스터가 오는 것을 별로 기다리거나 한 건 아니니

까··.”

 

잔느: “아하, 하하 이것도 모두 마스터의 정신 건강이 좋아졌다는 증거니까···.”

그러니까··.

별로 아쉽다 거나 하지 않아요.

그도 그럴게 저는 성녀인 걸요.

이런 걸로··.

 

 

잔느: “아! 마스터 오늘은·· 네? 오늘은 에레쉬키갈씨와··.”

이런 걸로··.

 

잔느: “그렇군요 오늘은 멜트릴리스씨 군요··.”

이런 걸로··.

 

잔느: “오늘은---”

이런 걸로··.

 

잔느: “오늘---”

이런 걸로··.

 

잔느: “······.”

이런 걸로··.

 

이런 걸로··.

 

이런 걸로··.

 

 

이런 걸로··.

 

 

*** 

 

 

 

잔느: “주님 부디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목자께서 이르시는 길에 벗어나지 않게 해주시고, 제 안에 사특한 생각 들을 모두---”

부디 주님 제 안에 있는 이 알 수 없는 감정들을 모두 사라지게 해주세요.

부디 제가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 더 성녀 답게

성녀 답게---


 

덜컹!

 

끼익

 

???: “이런, 이런. 노움 칼데아 안에 이렇게 커다란 성당이 있을 줄은 몰랐군.”

 

스윽

 

터벅 터벅


 

잔느: “·····라스, 푸틴. 인가요? 여긴 무슨 일이시죠?”

 

라스푸틴: “후후, 이래봬도 한때 나 역시 주께 이 혼과 령을 다 바친 몸, 내가 이곳에 온 것이 그렇게도 수상한가 성녀여.”

 



잔느: “입 바른 말은 그만하시죠. 당신에 대한 것이라면 식당의 에미야씨에게 충분히 경고를 들었습니다. 라스푸틴, 아니···. 코토미네 키레이.”

 



라스푸틴: “’에미야’, 인가. 후후, 한때 존경했던 위인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토록이나 가슴 아픈 것이군. 이왕이면 이제는 같은 마스터에게 소환된 서번트로서 조금은 신뢰해주었으면 하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요.

 

잔느: “할 말은 그것이 전부 인가요? 그럼, 전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또각 또각

 


라스푸틴: “이해자를 바란 것은 과연 구도의 길을 걷던 소년였던가? 아니면 구국의 성녀였던가?”

 

잔느: “···?”

 

라스푸틴: “아아, 성녀 잔 다르크여. 난 그대의 감정을 정확히 공감하고 있다네.”

 

잔느: “무슨 말을---”



 

라스푸틴: “아주 오래전 내 오랜 친구가 그러한 감정이 무엇인지 내게 알려주었지. 그 감정의 이름은 바로 ‘유열’이다.”

 

라스푸틴: “마스터가 울고, 흐느끼며 의지하는 것이 실로 유쾌하고 기쁘니 그것을 한없이 탐닉하고 싶다.···가 그대가 느끼는 감정 아닌가? 성녀여.”

······!



잔느: “···저, 저는 그런 감정 느낀 적 없어요. 마스터가 비록 더 이상 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그것은 축하할 일이지! 서운해 할 일이 아니니까요!”

 


라스푸틴: “뻔한 거짓말은 하지 말게, 자기 자신을 속 일수 있을지 언정 언제나 마음 속 계시는 하나님 마저 속일수는 없으니. 그대는 그대의 감정을 정확히 알고 있네.”

 


잔느: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무엇을 이해한다고 제 감정을 함부로 단정 짓는 건가요,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요.”

무엇을 안다고, 내 감정에 대해 무엇을 이해한다고 멋대로···.

 

라스푸틴: “아니, 난 정확히 그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네, 나 역시 한때 그런 감정을 느꼈으니.”

 

잔느: “······당신도?”

 

라스푸틴: “생전의 나에게도 나의 이해자가 되어 주길 바랬던 남자가 있었지.”

 

라스푸틴: “그 남자의 삶은 나와 비슷하다 생각 했고, 위험을 사서 감수하는 그야 말로 나와 같은 인종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당신에게도 이해자가? 마치 나에게 마스터 처럼-----




 

 

 

라스푸틴: “그래서 그 남자의 아내를 죽이고 성배의 그릇으로 삼았지.”

!

잔느: “읏!?”

 

라스푸틴: “그러고 나서야 그 남자는 비로소 나를 진정으로 바라보며 복수하기 위해 찾아왔지. 그리고 그 성배에서 독이 흘러 넘치고 그가 믿었던 정의가 무너질 때, 불타는 도시에서 애달프게 방황하는 그 남자의 모습이란, 후후······. 아아, 생에 다시 없을 실로 즐거운 ‘유열’이었다.”

 


잔느: “윽···. 전 당신과 결코 같지 않아요 라스푸틴. 전 마스터에게 절대 당신과 같은 짓거리를 하지 않을 겁니다!”

 

라스푸틴: “행위에 차이가 있을지 언정 생전에 나와 지금의 그대가 욕망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성녀여.”

 

라스푸틴: “자신에게 이해자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이나 영령이나 똑같지. 그 이해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아주 사소한 문제 일뿐이야.”

 

잔느: “···저, 저는.”

 

라스푸틴: “아니, 아니 이거 내가 실언을 했군. 나 처럼 사악하고 무도한 악인과 다르게 마스터를 밤 마다 살짝 위로해주는 그대의 행위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암, 그대는 결단코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고 말고.”

 

···문제가 없어?

 

라스푸틴: “그래 분명 그 말대로다 잔 다르크여. 그대는 살해의 죄를 범한 것도, 수백명을 불태며 그 광경을 음미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마스터가 살짝 그대에게 의존하도록 약간의 따뜻함을 제공했을 뿐. 허나 그것이 그토록 큰 죄인가? 주는 약간의 온정조차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무정한 신이던가?”

 

잔느: “·····마스터는 세상을 구하고 인리를 구원하신 분··. 저 같은 여자가 그 분이 가셔야 할 길에 즈려 밟으실 백합이 되지 못할지 언정 질척이는 늪이 될 수는 없어요.”

그게 옳으니까···.

성녀로서 마스터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니까···.

 

라스푸틴: “후후, 그게 너의 대답인가. 애석하군 죽어서 조차 인간으로 살지 못하는 가련한 소녀여.”

 

스윽

 

터벅 터벅

 

라스푸틴: “한가지 충고하지. 날개가 꺾인 새가 상처를 치유하면, 새장 따위는 돌아보지 않고 훨훨 날아가는 법이라네.”

 

잔느: “·····.”

 

라스푸틴: “그러니, 만약 새가 그대의 새장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새의 날개를 꺾어 버리게. 새의 날개를 꺾어버리고 구슬픈 새에게 온유함을 베푼다면, 새는 영원히 새장만이 자신의 세상이라고 착각할 터이니.”

 

 

 

 

 

*** 

 

 

 

똑똑

 

드르륵

 

잔느: “···누,구··? 아···. 마스터셨군요. ···들어오세요.”

 

스륵

 

잔느: “네? 제 표정이 안 좋아 보여? 아···. 이건 그냥 요즘 이래 저래 고민할 것이 많아서···. 네, 그냥 고민이 있어서 그런 것일 뿐, 마스터께서 걱정 하실 일은 아니에요.”

 

잔느: “그나저나···. 무슨 일로···?”


 

잔느: “위로의 무릎 베게? 아, 하······. 하하···. 네. 물론이죠. 이리오세요.”



 

풀썩!

 

사락 사락

나의 손길이 그의 머리카락에 닿고 나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의 머리카락을 가르며 지나간다.


잔느: “이러고 있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 것만 같네요. 그, 마스터 최근에 전혀 오시지 않으셨으니까···.”

 

잔느: “네? 아뇨! 아뇨! 사과하지 마세요! 마스터가 정신적으로 회복되면서 저 보다 다른 서번트들에게 더 신경을 쓰시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네, 분명 그게 당연한거죠.

네···. 분명.


 

잔느: “후훗,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마스터의 온기는 기분이 좋네요···.”

 

그때 그의 눈에서 마치 유리 공예 같은 물방울 들이 조금씩 흐른다.

잔느: “마스터? ···우시는건가요?”

아아, 분명 당신은 어디선가 무리해버리고 또 무언가를 짊어진 것이겠죠.

마치 생전의 나 처럼.

 

난 내 손으로 조심스레 마스터의 눈을 가려준다.


잔느: “마스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당신이라면 또 혼자 무리를 해버린게 분명 하니까요. 그래도, 그래도. 제가 여기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우셔도 좋아요.”

내가 당신 곁에 있을 테니.

 

 

 

 

 

 

 

 

 

 

 

잔느: “후후, 마음의 여독은 다 푸셨나요?”

 

잔느: “정말, 전에는 제 방에 거리낌 없이 들어와 마구 어리광 부린 주제에, 이런 때는 또 미안하다 하시는 건가요?” 

 

잔느: “하지만 마스터, 제가 당신을 도와드리고 싶어서 도와드리는 건데 어째서 사과를 하시나요? 사과보다 제대로 감사를 표현해주세요. 저는 마스터에게 사과 받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니까.”

 

잔느: “자, 따라해보세요. ‘고마워 잔느.’”

 

고마워 잔느, 역시 나에겐 너뿐이야.”

 

잔느: “읏?! 다, 다시 한번만 더···.”

 

몇 번이라도 말할게 역시, 고마워.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잔느 뿐이야.”

 

잔느: “흣, 헤헤. 감사 인사 보다 더 과분한 말을 받아 버렸네요. 자, 제대로 말한 착한 아이에게는 상입니다!”

 

쓰담 쓰담

 

 

정말이지 따뜻한 순간.

오직 그와 나만이 공유하는 작은 추억.

그래요, 오직 그와 나만이.

내 생에 다시 없을 이런 순간이 나에게 좀 더, 좀 더----

 




 

 

 

그래도, 역시. 이제 어리광은 그만 부릴게.”

 

잔느: “에?”


단편적인 그의 목소리만이 내 머릿 속에 들어온다.

여태까지 무턱대고 내 방에 찾아 온 것이 민폐였다는 말.

그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수 많은 서번트를 가진 마스터로서의 자세.

정석적이고 정론인 말들이 내 머릿 속을 지나간다.

 

 

사실,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언제 산산조각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워 보여도,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는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 언젠가 이 밤이, 이 랑데부가 끝나는 것은 필연.

오히려, 이 밤이 길어지면서 나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이 당신에게는 독배가 되겠죠.

그럼에도 랑데부의 순간이 계속되길 바란 것은 오로지 나의 사욕.

당신을 위로한단 명목으로 저와 비슷한 당신에게서 전 생전에는 받지 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잔느: “네···. 마스터. 지당 옳으신 말씀이시네요···.”

 

잔느: “마스터, 그럼 이게 우리의 마지막 밤이네요···?”

 

잔느: “저기, 마스터.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자, 잔 다르크.

어서 우리의 마스터를 축하하도록 하죠.

우리의 마스터가 온정의 늪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의 다리로 굳세게 걷기를 선택 했다는 것을.

우리의 마스터가 이 만큼 강건한 남자라는 것을.

그 신부와 대화 이후 몇번이고 마음먹고, 몇번이고 준비한 축하의 작별을 하죠.

자, 잔 다르크 어서 환하게 웃으며 우리의 마스터를-----

 








 

 

 

잔느: 별로 상관 없지 않나요?”

어라?

 

잔느: “그, 전에 제가 개인 시간이라고는 했지만. 별로, 전 저녁 식사 이후로 책 읽거나 가벼운 운동 말고는 하는 것도 없고.”

이게 아니잖아요. 나.

 

잔느: “게다가 누군가에게 의지 하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려는 마음가짐은 좋지만, 그건 그냥 외톨이를 허울 좋은 말로 표현하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 외, 인간은 분명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그래서 혼자서는 병이 낫지 않는다고 플로렌스씨도 말해 주셨으니까···.”

이러면 안되는거 잖아요.

 

잔느: “인리를 지키는 것은 수많은 서번트들과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하는 것이니까. 혼자서 끙끙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저라면 확실히 마스터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네. 전 마스터가 저에게 좀 더 기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아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거죠?

안되는데.

안되는데.

정말 안돼?

정말로?

내가 말하는 것 중에 틀린 것이 있나?

라스푸틴도 말했잖아.

여기에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배교적인 것이 있나?

 

 



 

잔느: “정말 괜찮으냐고요? 아뇨, 정말 괜찮은 정도가 아니에요. 확실히 이게 옳은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는 마스터는요? 마스터는 저와 더 이상 밤을 함께하는 것이 질린 건가요?”

상냥한 마스터가 그럴리가 없지.

 

잔느: “네, 네. 역시 마스터도 아쉬운 거군요? 마스터도 저와 더 같이 있고 싶지만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을 하신 거군요?”

아아, 역시 당신은 나와 같군.

 

잔느: “후후, 귀여우셔라. 제 앞에서는 그런 강한척 하지 않아도 좋아요 마스터. 저라면 마스터의 모든 모습을 제대로 받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주세요.”

당신과 같은 내가 그러는 것 처럼.

 

잔느: “네, 그거에요 마스터. 본심을 숨김없이 말해주세요.”

 

 

 

 

잔느: “마스터 역시 그러시다면, 네 마스터. 앞으로도 함께 해요.”

 

주님, 죄송합니다···.

 

*** 

 

 

잔느: “아, 벌써 가시는거에요. 마스터?”

 

잔느: “흠? 후후, 마스터 말이 맞아요. 내일도 있으니까요.”

 

잔느: “내일 언제든지 마스터가 편하실 때 와주세요.”

 

잔느: “네. 그것만이 저에게 더 없는 기쁨이니까요.”


 

잔느: 그럼, 내일도 뵈요. 나의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