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찰이었다.
굳어지지 않은 상태의, 불완전한 마석을 맨몸으로 막는다니.
미친 짓이다.
마나병에 걸려버렸다.
덕분에 기량은 상승했지만, 수명은 훨씬 빨리 줄어든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그대로 폭발,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감염된다.
이러니까 마나병 감염자들이 공포의 시선을 받는 거지.
...내가 죽는 것도 물론 무섭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다른 것이다.
소중한 나의 동료들에게, 미움도 분노도 아닌 공포의 시선을 받는 것.
반룡족 소녀였던 소니아, 던전에서 주운 성장형 아머 골렘 유리, 그리고 이번 여정엔 따라오지 않은 내 친구들.
앞의 두 명은 특히 가족같은 존재인 만큼, 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건 싫다.
차라리, 지금 사라지는 게 낫다.
날 증오한다는 결과가 이어질지라도.
[내 친구, 한스에게.
단도작입적으로 말한다. 나는 마나병에 걸렸다.
곧 죽을 게 뻔하지.
그러니 내 동생같은 아이들인 소니아와 유리를 잘 부탁한다.
이 편지를 네가 받음으로서, 길드의 모든 것은 네게로 이전된다.
난 널 믿는다.
나는 마경 앞 황야에서 바람에 실려 사라질 거다.
모험가들의 천국에서 보자.]
간단하기 짝이 없지만, 편지는 남겨두었다.
이제, 지금 이 여정을 함께하는 두 녀석을 쫒아내면 된다.
내게 의문을 가지기보다도 분노하도록.
충격과 불합리를 선사하는 거다.
_____
"소니아."
"뭐야, 단장? 그 음흉한 표정은."
스윽-
내 물음에도 단장은 대답 없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으읏!?"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실한 젖탱이구만. 만져보고 싶었거든."
"단장, 이 이런 건..."
"왜, 싫나? 내가 너에게 투자한 돈이 얼마인ㄷ-"
"아니. 여긴 다음 단계를 하기가 힘든걸...?"
싫을 리가.
용의 사회에서는 서로를 요구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서로 사랑한다면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정도는, 위대한 용에게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으니.
그리고 나는 그런 드래곤의 로드 중 한 명이며(그는 모르지만), 상대는 내가 인정했지만 인간이다.
내가 맞춰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됐다, 흥이 식었어. 가서 일이나 봐."
"뭣"
_____
실패다.
왜 거부하지 않지?
분명 저번에 추파를 던지는 남자를 바닥에 내리꽂아 기절시키는 꼴을 봤는데.
뭐지?
어쩔 수 없이 타겟을 유리로 변경한다.
최대한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 다음에 날 지키지 못했다며 쫒아내 보자.
_____
"새, 생각보다 수가 많은걸...? 유리, 나 좀 도와줘!"
단장이 내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오랜만인걸, 이런 건.
요즘 계속 성장한 나, 그리고 내 본체를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젠 보여줄 때.
"으아아악!? 살려줘!"
...오늘 컨디션이 안 좋나봐. 약해.
그래서, 귀여워.
"알았어."
[Set, ignition.]
"변형."
화륵-
단장의 귀여운 모습을 본 건 좋은데.
어쨌든 그런 단장을 괴롭힌 너희는 죽어줘야겠어.
"파이어."
출력, 최대로.
_____
젠장.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유적을 좀 더 조사해서 뭐하는 녀석이었는지 더 알아봤어야 했나.
너무 깔끔하게 적을 치워버려서 할 말이 없다.
"단장, 나 잘했지?"
"아, 응."
"그러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 이거다.
여기서 지랄을 해야겠어.
"보상? 같잖은 소리를. 이런 힘을 가지고도 이제까지 안 내보인 걸로 벌을 받아도 모자라 넌."
"...!"
이거다.
뭔가 신호가 왔다.
이제 다시 소니아만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어.
_____
단장, 이상했지.
평소랑은 다르게, 나쁜 마음을 먹고 말했어.
나쁜 마음, 그러니까 그건-
...거짓말을 한 거야.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게 보였는데, 나를 혼낸다고 했어.
거짓말쟁이.
벌은 단장이 받아야 돼.
내가 원하는 만큼, 단장을 받아갈 거야.
_____
몇 달이나 남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3일 안에 난 혼자가 된다.
소니아는 예상 외였지만, 유리는 이미 화가 났을 테니-
쾅!
"어?"
잠가뒀을 텐데, 언제 풀어낸 건지.
거칠게 문을 연 유리가 내게 다가왔다.
"단장, 벌 받아야 돼."
"뭐?"
"거짓말쟁이, 가짜로 화냈어."
걸렸나.
아니, 근데 어떻게?
허세 아닐까?
"개소리 마, 너같은 깡통이 화낸다고 내가 한 말을 무르게 하는 건 불가능.. 해..."
치익-
어째서인지 유리의 갑옷에서는 나서는 안 돨 소리가 났다.
이윽고 갑옷이 반으로 열리며, 무언가 나왔다.
"쉬잇, 나쁜 입이야."
아름다운 육체.
풍만하기보다는 가녀린.
하얗다는 감상을 가지게 만드는 육체가 내 눈앞에 서 있다.
"유리냐?"
"응."
삶의 끝에서 동료들의 별 특이한 부분을 다 보게 된다.
아니, 그 전에.
일단 점점 떠나기 어려워지는데.
쫒아낼 수 있는 거 맞나?
차라리, 공포의 시선을 받더라도 피해야 하나?
근데 유리는 골렘인데 마나병에 노출되면 어떻게 돠는 거지?
"...누군가, 아니. 소니아가 와."
"뭐?"
"소니아. 왔어."
끼익-
소니아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단장?"
우득-
그리고는, 나와 유리를 보더니 손잡이를 으깨버렸다.
"무슨 개짓거리를 하는 거냐."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기운.
압도적안 강자의 기운아 풍겨온다.
나보다 한참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라고?
"멸망한 마도왕국의 시종 따위가, 나의 남편에게..."
?
"뭐?"
시발 진짜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아슬란, 적색의 용장."
"그래, 네년의 눈앞에 있는 건 드래곤 로드다. 그리고 네년은 그런 내 앞에서 감히-!"
"멈춰."
진짜, 제발.
멈춰봐 좀.
"해야 할 말이 있어."
이쯤되면 마나병은 별로 중요치 않아 보이니까.
"나 곧 죽어. 마나병 걸렸거든. 그러니까 너희도 죽기 싫으면 빨라 날 떠나."
"뭣"
"뭣"
_____
"단장, 내가 치료해줄게."
"그 낡은 의료정보는 치워라 깡통. 단장은 이 참에 용인으로서 나와 영원을 살 터이니."
"저기, 얘들아?"
휘익-
내 한 마디에, 서로 공격할 듯 싸우던 두 사람이 내 팔을 각각 한 쪽씩 잡고 매달렸다.
"멋진 제안을 하지, 용인이 되어라. 단장, 아니. 반려여."
"...널 살리겠다."
"다 닥쳐 그냥."
그냥 평소대로 거칠게 대하기로 했다.
그러면 적어도 이 난리가 나기 전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왜, 왜 그러는 거지...? 반려여, 내게 원하는 것이 있나? 그래, 내 드래곤 하트의 반을 주겠다. 날 잡아라, 반려여. 나와 함께 영원을 살아가는 거다!"
"이런 단장, 수정해주겠어...!"
너무나도 먼 거리를 왔다는 걸 실감하기엔 늦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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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을 죄다 추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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