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묘사를 줄여서 글을 써왔읍니다. 사실상 처녀작이니 많은 평가랑 팁을 주시믄 감사하겠습니다.

찍싸기 싫어서 많이 써오긴 했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2부는 언제 쓸지 모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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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해가 뜨거운 날이었다.

남자는 작은 나무 배에 걸터앉아 발로 낑낑대며 모래톱을 밀어냈다.

태양은 타올라 남자의 살을 태우고 모래를 번쩍이게 하고,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귀에 가득 담으며 시작하는 기분 좋은 항해의 시작.

쏴아 쏴아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멀어져 가고... 남자는 고요한 바다의 한 가운데에 누워 졸기 시작했다.

침묵.

쏴아아.....

남자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무언가에 눈을 떴다. 

잠이 덜 깬 남자는 황망해 하는것도 잠시, 몸을 일으켜 바다를 보고는 넋을 잃었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수평선 전체에 은빛 커텐이 드리운 듯, 바다가 하늘 위로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남자는 발 언저리로 찰랑거리는 빗물에 정신을 차렸다.

"비라고? 이 쪽배로?" 젠장. 남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라고?' 남자는 완전히 젖어버린 노를 잡으며 생각했다.

그는 뱃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심심풀이 뱃놀이는 아무래도 놀이로 끝나지 못할 듯 했다. 

쿠르르릉....쿵! 멀리서 천둥 소리가 밀려오고... 파도가 뱃전을 후려친다.

"빌어먹을! 여기는 대체 어디야!" 연안에 머물러야 했을 배는 이미 폭풍우의 한가운데에서 휩쓸리고 있었다.

 쾅! 철퍼덕!

"젠장!" 가느다란 남자의 팔은 거친 파도 속에서 미끄러운 노를 놓치고 말았다. 

쿠르릉! 남자의 키보다도 높은 파도 속에서, 작은 배는 정신없이 돌아갔고-

"살려주-" 구르르륵. 남자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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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래서? 비가 좀 오면 어때? 조용한 방 안에서 아리엘은 생각했다.

"공주님.... 제발 이런 날만이라도 외출은 삼가 주시옵소서!" 그녀는 오늘 아침에 들었던 충직한 시중의 말을 떠올렸다.

영감은 추레한 더듬이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공주님께서는 항상 '바깥'까지 올라가시지 않으십니까! 이 영감은 정말 걱정되 죽겠습니다... 물이 없어 숨도 제대로 못쉬는 곳에 대체 왜 가시는 겁니까!"

"알았어... 그만해 영감. 근데 그냥 영감이 늙어서 그런거 아니야?"

"공주님!"

"알았어 알았어!" 아리엘은 깔깔 웃었다. "알았으니까 걱정 말고 집에 가서 쉬어. 영감은 비만 오면 비늘이 쑤신다면서"

영감, 커다란 갯민숭달팽이는 부끄러워하며 등딱지를 빨갛게 물들였다.

"예...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 제가 이런 노인네만 아니였다면은. 하여튼 오늘은 꼭 집에 계십시오"

아리엘은 그렇게 약속을 했더랬다.

잠시 후, 붉은 머리의 인어 하나가 수면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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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수면 위에 번개가 작렬했다. 흰 기둥이 작열하며 수면을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꺄아아악!" 아리엘은 환호성을 지르며 지느러미를 울렸다. 전함을 파괴하고 어부들을 잡아먹는

폭풍 속의 파도도 아리엘에게는 그저 신나는 놀이 시간일 뿐이었다. 

아리엘은 푸른 비말과 함께 솟구쳐 올라, 바람처럼 수면을 휩쓸었다. 

콰르릉...! 쾅! 어두운 바다 위를 바람이 할퀴고, 파도는 그 발톱이 되어 부서졌다.

아리엘은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수면을 느끼며, 부글거리는 거품들 사이로 쇄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똑. 똑. 똑. 똑.

아리엘은 바깥을 찢어내는 폭풍우의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우르릉... 쿵. 이 고요한 동굴 안에서는

그 커다란 천둥 소리마저 먼 곳에서 치는 북 소리처럼 울릴 뿐이었다. 우르르릉... 쿵. 쿵.

똑. 똑. 똑. 똑.

천장위의 종유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아리엘은 위를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수면에 천천히 

파문을 그리고 있었다.

아리엘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가 둥근 파문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똑, 똑, 똑, 똑, 

퉁. 퉁. 퉁. 퉁.

'흐읍....! 후우.....' 아리엘은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녀의 '산책'에 영감이 따라붙지 않는 몇 안되는 비 오는 날.

지금까지 수 번이나 행한 일이지만  이 '일탈'에는 여전히 용기가 필요했다.

'흐으으읍!' 아리엘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커다랗게 뜨인 눈동자가 새파랗게 번뜩였다.

촤아아아악! 그리고 아리엘은 '밖'으로 나왔다.

'하아...하아...하아...' 새카만 동굴 속. 멀리서 들리는 빗소리에 아리엘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였다.

아리엘의 푸른 눈에는 갈망이 깃들고 있었다. 

똑, 똑, 똑, 똑,

퉁.퉁.퉁.퉁.퉁.퉁.퉁.퉁.퉁

아리엘은 자신의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허억...허억!'

그녀의 아가미가 미친듯이 펄럭이며 공기를 갈구했다.

붉게 충혈된 푸른 눈, 그리고 거의 푸른 빛을 띄는 하얀 피부.

그녀는 이 순간을 좋아했다. 물 밖에서 질식하는 그 감각은 역설적으로 그녀를 자유롭게 했다.

"나는.... 자유로워..!"  아리엘의 목소리에 쇳소리가 섞였다.

그녀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갔지만 자신의 의지로 물을 거부하는 이 순간, 

가장 기본적인 욕구마저 거부했다는 자유의 쾌감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적어도 그녀가 뭔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하아... 하아... 저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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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은 자신의 붉은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휘둘렀다. 이번 '산책'은 뭔가 단단히 꼬인것 같았다.

"나무-인간?" 그녀는 어렸을적 영감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나무를 타고 와 물고기들을 잡아가고, 창과 그물로 고래들을 사냥하는 종족에 대해서.

그런데 이건 그렇게 강하게 보이진 않는데? 그녀는 왕궁의 전투고래들을 떠올렸다. 

"진짜 머메이드들이랑 똑같이 생겼네..." 아리엘은 남자의 뺨을 조심스럽게 찔러봤다.

콕.콕. 놀랍게도 그녀의 뺨처럼 부드러웠다! 

남자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장난치는것도 잠시, 그녀는 미간을 찌뿌리며 두개의 원통... 꼬리 대신에 붙어있는 뭔가를 흘겼다. 

"으 저건 좀 징그러워...에엑" 

"흠..." 사실 그녀는 나무-인간에게 대해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물고기가 아니니까.

영감같은 물고기들은 나무-인간에 대한 심심찮은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그녀는 그런 지성없는 동족에 대한 동질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이 생물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래도 이런걸 가져가면 영감이 싫어할테고... 그냥 버릴까" 아리엘은 머리칼을 휘감으며 곰곰히 생각했다.

"아바마마도 질색하시겠지?" 

아리엘의 얼굴이 공포로 새하얗게 질렸다. 아리엘은 비늘을 파르르 떨며 기억을 떠올렸다.

---

그녀는 왕궁의 알현실에 공손히 지느러미를 접고 떠있었다. 양 옆의 문무백관들은 그녀의 비늘이 떠는걸 느꼈지만,

아무도 감히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지금 바다의 지배자가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너는 바다의 공주 아리엘이다. 이 대양의 모든 생물은, 같은 인어라도 너와 함께 헤엄칠 수 있는 자는 없다."

"하지만 아바마마..."

"그만!" 커다란 인어가 손을 내졋자 궁전의 모든 해수구가 부글거렸다.

"내게 반론하려 하지 마라. 무관은 그 놈을 들여오라!"

아리엘은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는것도 잊고 뒤를 돌아봤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굵은 밧줄에 묶인  소녀인어가 끌려 들어왔다.

"미테에엘!" 아리엘은 비명이 푸른 공동을 채웠지만, 그녀의 아버지도, 어떤 신하도 제지하지 않았다.

"미텔! 미텔! 대체 왜 도망치치 않은거야!" 

"공주님..." 분홍색 머리의 소녀는 눈을 들었다. 그녀의 수척한 몸 위의 붉은 흉터들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미텔...!" 아리엘이 말을 이으려 했지만 곧 냉엄한 목소리에 끊기고 말았다.

"너는 천한 신분으로 감히 이 바다의 공주를 건드렸다..."

"아바마마!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제 친구만은!" 아리엘이 소리쳤다.

"시녀주제에 공주와 친구놀이라고? 바다의 법도를 어긴 죄는 목숨으로 걷겠다!"

"아바마마!"

"폐하!". 알현실에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어, 미텔이 외친 소리였다.

쿵! 미텔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소리쳤다. "저는 공주 전하의 친구가 아닙니다!"

"미텔...?" 아리엘은 당황했다.

"예! 공주 전하와 차를 같이 마시고, 인형놀이를 해도 어떻게 제가 감히 왕족의 친구가 되겠습니까!"

"폐하께서 말씀하신대로 친구놀이에 불과합니다! 그저 전 공주 전하께서 친구놀이를 원하시길래 명에 복종했을 뿐입니다!"

미텔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시녀로써 공주 전하의 유희에 어울려드렸던 것 뿐입니다!"

"미텔..." 아리엘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잠시 알현실에 침묵이 흘렀다. 미텔의 피가 알현실의 공중에 핏풍선을 만들어냈다.

해류를 타고 올라가던 핏방울들이 샹들리에에 부딪혀 알현실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후, 아리엘은 미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 남은 것은

공중으로 흩뿌려지던 미텔의 핏방울.. 그리고 무력감 뿐이었다. 

---

아리엘은 붉게 흐려진 기억애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

그 남자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그녀의 손을 적시고 있었다.

똑. 똑. 똑. 똑.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아리엘의 붉은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미텔....." 그녀는 분명 이게 멍청한 결정이라고 생각 했다.

"붉은...피." 

"이건 바보같은 짓이야. 내가 지금 여기서 구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아바마마께 들키고 말겠지. 이건 정말... 멍청해."

쾅! 하얀 빛이 갈라진 벽 사이로 새어 들어온다.

"분명 아바마마께서는 싫어하시겠지..." 아리엘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 일그러진 미소가 떠올랐다.

분명 아바마마께서는 싫어하시겠지! 

---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지금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제정신인 사람이 볼 광경이 아니었다.

"---!----- -- ----! -----!"

"--!---! --- -- -----.... --?"

"---!"

그는 커다란 보라색 달팽이와 반 생선 인간이 말하는걸... 싸우는걸? 보고 있었다.

"--?"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반 생선이 돌아봤다. 그는 숨을 들이키고 이불 속에 가라앉아 잠든 척을 계속했다.

이불? 그는 생각했다. 눈을 감기 전 그가 본 초현실적인 광경은 이렇게 부드러운 이불과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또 뭘 봤지? 괴물 달팽이. 생선 인간. 방 한쪽에서 뽀그르르 올라오는 거품, 평화롭게 지저귀는 열대어들...

그는 등골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에게 희미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짐승같은 파도, 작은 암초, 부서지는 배, 그리고... 빨간 머리.

마음 속에서 심호흡을 한 그는 눈을 떴다

분홍색 방, 마치 소라껍질같이 둥근 방 안에서 그녀는 헤엄치고 있었다. 빨간 머리에 거품을 휘날리며...

그녀의 비늘에 출처 모를 빛이 부서져 무지갯빛으로 빛났다. 그녀의 손끝이 우아하게 허공을 휘져었고, 기다란

꼬리지느러미가 하늘하늘 춤췄다. 

"아..." 마치 떨어지는 꽃을 보는듯한 우아함.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배 위에서 죽었다고 뱃사람들의 천국에 오다니... 신께서는 생각보다 얼간이시군"

그리고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

화들짝 놀란 그는 다시 잠들듯 기절하고 말았다.

---

 정말 역겹군. 남자는 생각했다. 미간을 잔뜩 찌뿌린 남자의 이빨 사이에서 초록빛 해초들이 새어나왔다.

"우욱..!" 꿀꺽. 남자는 씹을 때마다 물컹거리며 터지는 바닷풀들을 간신히 삼켰다.

"--- --?" 생글 생글. 그의 옆에서 붉은 머리의 소녀가 웃으며 지저귀고 있었다. 

"바다의 딸이여... 넵튠의 백성들은 정말 이런걸 먹고 사는 겐가...?" 남자는 간신히 미소지으며 물어봤다.

"--- --- -----,----- ---- ---......"

젠장. 남자는 발랄한 지저귐을 귓등으로 흘러 넘기며 생각했다. 

남자는 일주일째 이 분홍빛 방 안에 갇혀 있었다. 나가지 말라는 말은 없었지만... 저 창문 밖으로 비치는

풍경을 보고도 아무 대책 없이 나갈 수는 없었다.

둥근 창문 밖에는 어마어마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하늘 대신에 푸른 물에 잠긴 대지...

그 광활한 바다 속에 펼쳐진 황금빛의 도시. 거대한 황금 돔에서는 매일 아침 기묘한 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우웅..... 여기 저기 솟은 상앗빛 첨탑들을 휘감으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축음기처럼 울렸다.

"---, ----? -----!" 남자는 소녀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레이디... 나를 구해준건 고맙소만 나는 대체 언제쯤 돌아갈 수 있는거요?" 남자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위 말이요! 위!" 남자는 말을 이었다. 소녀는 입으로 흉내내며 웅얼거렸다. 'oui?...oui?'

"나는 왕국으로 돌아 가야 하오.  고작 시골 마을 하나 있는 영지지만... 나는 이어 받아야 할 가문이 있단 말이요."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 앞의 소녀는 그 동작을 이해하지 못해 갸우뚱거렸다.

"뱃놀이 하다가 실종된 후계자라고...? 제발... 그건 너무 한심하지 않소? 난 수치로 죽은 첫번째 남작이 되고 말거요"

"suchi! suchi! --- ---.... ----!" 남자는 단어를 따라하는 소녀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정말 미치겠구려..."

남자는 식사를 재개했다. 사실 가난한 남작이 먹는 음식은 평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만... 이건 농노들의 식사보다 못했다.

이 음식을 대접받은 첫날, 남자는 자신이 뱃사람들의 천국에 있다는 환상을 버렸다. 

그리고 그 어떤 꿈에서 이렇게 역겨운 맛을 느낄수 있겠는가?

남자는 어떻게든 돌아가야만 했다.

---

나무-인간을 주워온지 한달이 지났다.

책을 한아름 안고 황금빛 복도를 헤엄치는 아리엘의 지느러미는 흥겹게 휘날렸다. 

간신히 품위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기분 좋게 흔들리는 그녀의 머리칼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쾅! 아리엘은 복도 끝 자신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방 안의 풍경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바다, 왕국, 방페..." 남자는 조가비로 장식된 의자에 앉아 단어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의 검은 두 눈썹이 찡그려졌다.

"다시!" 남자 앞의 커다란 갯민숭달팽이가 소리쳤다.

남자는 난처한 미소를 머금고 서툴게 웅얼거렸다.

"방-패? 방-페? 미안하다, 어렵군."

"나무-인간들은 정말 우둔하군! 이래서 언제 말을 배우겠느냐!" 

"자, 자! 그만해 영감!" 아리엘이 끼어들었다. 처음에 서로를 두려워 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 무서운 나무-인간을

질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영감은 신이 나있었다. 갯민숭달팽이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듯한 나무-인간이었지만...

능글맞은 그는 생각보다 영감과 잘 지내는 듯 했다.

"나무인간! 여기 부탁한 책들을 가져왔어!" 쾅. 아리엘은 양 팔에 가득 찬 책을 던졌다.

"공주님! 나무-인간 앞이라도 제발 품위를 지키셔야 합니다!" 늙은 갯민숭달팽이가 더듬이를 붉게 물들였다.

"알았어 알았어 영감. 잔소리 좀 그만해. 어차피 궁정의 손님도 아닌데 뭐 어때?" 아리엘이 투덜되었다.

갯민숭달팽이는 등딱지를 덜그럭거렸다. 영감의 파란 비늘이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히기 시작했다.

"공주님... 그게 문제입니다. 신성한 궁정에 나무-인간이라니요!" 영감이 말을 이었다.

"만약에 이 일이 폐하께 들킨다면...!"  아리엘은 영감의 더듬이가 새파랗게 변하는걸 보았다.

"그 얘기는 다 끝났잖아!" 아리엘이 팔을 휘저으며 말을 끊었다. 나무-인간을 주워온 첫 날, 아리엘은 영감과 크게 싸웠다.

결국 아리엘을 손녀처럼 돌봐온 영감이 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영감이 푸르륵, 거품을 내뿜었다.

"휴우우... 이 노인네에게는 너무도 큰 일입니다... 대체 왜 이 나무-인간을 돌려보내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 놈도 자기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습니까."

영감과 아리엘은 동시에 그 남자를 돌아봤다.

아직 영감과 아리엘 사이에 빠르게 나누어진 대화를 알아 듣지는 못하는 듯, 남자는 궁금한 눈으로 순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영감... 나는" 아리엘이 주저하며 말했다. 남자가 처음으로 말한 완전한 문장은 "집으로 돌아간다" 였다.

"왕족으로써 나무-인간들을 공부할 의무도 있고... 내가 또 언제 나무-인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어?"

아리엘이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왕족의 의무라니, 자기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변명이었다.

"그런 것들은 저같은 아랫것들에게 맡기시지요. 그리고 공주님께서는 공부도 제대로 안하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공주님께서는 지금 예절과 통치술을 배우셔야 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흥분한 갯민숭달팽이가 열변을 토하는 동안, 아리엘은 무의식에 빠져 눈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눈치가 빨랐다. 영감이 아리엘에게 주의를 집중하기 시작하자 조용히 차를 마시며 자신의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의식을 차린 순간부터 그는 영감과 아리엘과 의사소통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지능이 높은 동물일지는 몰랐지만...

일단 훌륭한 교사와 책이 붙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는 빠르게 말을 배웠다.

그리고 그의 첫 문장은, '나는 집에 돌아간다' 였다.

아리엘은 책을 넘기는 그의 손가락을 지켜봤다. 가느다랗고 섬세한 손. 살짝 갈색으로 탄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그의 몸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든 품위는 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 공주님, 공주님?"

아리엘은 생각했다. '나는 집에 돌아간다'. 그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 인간을 붙잡고 있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분명 아바마마께 들키고 말거야. 그러면 이 남자도 미텔처럼...

미텔... 나는 그저 아버지를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건가? 아니, 무엇보다 본인이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나? 난 대체 왜...

"공주님!" 아리엘은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서 영감이 씩씩대며 화를 내고 있었다. 

"이제는 제 말도 듣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 늙은이의 잔소리가 다 공주님을 위한 것임을 알지 않으십니까!"

"미안해! 미안해 영감... 화내지 마. 응?" 아리엘이 애교를 부리며 영감을 달랬다.

남자는 조용히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느 밤, 아리엘은 꿈을 꾸고 있었다.

남자가 더듬 더듬 설명한 천장 없는 하늘 아래, 뛰어다니는 짐승들과

형형색색의 가장을 달고 질주하는 철갑의 기사들, 성 안의 문관들.

꿈 속에서 아리엘은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

남자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아리엘 공주에게 구해진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창 밖의 풍경은 이젠 익숙해졌다.

장엄한 황금의 도시와 검은 수면을 뚫고 전해지는 희미한 햇빛.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밝게 타오르는 차가운, 야광 말미잘들의 푸른 빛.

거대한 황궁 주위로 기이하게 생긴 바다 생물들이 걸어다니고, 기어다니고, 살고 있었다.

남자는 그리운 집을 떠올렸다.

이 도시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보다 부드러운 황금빛 밀밭이 넓게 펼쳐진 농지. 그리고 그곳에서 웃고, 노래하고, 땀흘리던 농부들.

누구도 탐내지 않을 시골 영지였지만, 그는 그 곳을 사랑했다. 

그 곳의 사람들을 사랑했고, 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의 집과, 영주보다는 농부같이 보이는 그의 아버지,

그리고 무식하지만 선량한 촌부들을 사랑했다.

"휴...." 오늘은 아리엘과 저녁 식사가 있는 날이다. 오늘은 꼭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쾅! 진주로 장식된 바위 문이 열렸다.

"레이디 아리엘, 그 문은 레이디의 원한을 샀나요?" 남자가 입술을 비틀며 미소지었다. 이제는 그의 존댓말도 능숙했다.

헐떡거리며 눈을 반짝이는 아리엘이 금속 쟁반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나에게 영감처럼 잔소리를 하는거야? 나무-인간?" 아리엘이 웃었다.

"아니, 그건 한사람으로 충분하다고!" 남자는 아리엘이 둥둥 떠서 쉬는 동안 책상을 정리했다.

"그럴리가요" 남자가 웃었다. "혹시 그 문에 원한이 있으시다면, 제가 나이트로써 창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리엘은 피식, 비웃었다. 이제 그녀는 험한 일이 그 남자의 특기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리엘은 남자가 요리를 내려놓은 책상에 가서 앉았다. 남자는 아직도 어떻게 저 물고기-하반신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엘이 식기를 잡고, 요리를 먹기 시작하자 남자도 포크를 들었다.

서걱서걱... 한동안 배고픈 둘이 식사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요 몇 달간 남자는 그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해왔다.

비록 달팽이 영감은 그닥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쪼르르르륵. 아리엘은 와인을 따라냈다. 이미 한참 전에 물속에서 어떻게 와인을 마시는지에 대한 의문을 버린 남자는 잔을 받았다.

아름답게 세공된, 크리스털 잔에 붉은 와인이 들어갔다.

"아리엘 공주", 남자가 말했다.

"저는 처음에 바다의 백성들은 모두 그런 해초만 먹으면서 사는 줄 알았습니다" 남자의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리엘은 하얀 피부를 발갛게 물들였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나는 나무-인간들이 뭘 먹는줄 몰랐고..." 아리엘이 말을 흐렸다. "그리고 뭘 줘도 웃으면서 먹길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장난입니다. 그렇다고 나무-인간이라고 나무들에게 뿌리는 퇴비를 주시다니요, 정말 제가 나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셨던 겁니까?"

남자는 아리엘이 조금만 더 빨갛게 되면 폭발하겠다고 생각했다. 공주의 새햐얀 피부는 너무 쉽게 상기되었다.

찰싹! 공주가 남자의 팔을 때렸다. 남자는 아리엘의 하얀 피부가 그녀의 붉은 머리처럼 보일때까지 크게 웃었다. 

"그래도 이제는 저에 대해, 우리 인간에 대해 많이 아시지 않습니까" 남자가 말을 이어 수습했다. 아직도 웃음에 맺힌 눈물이 그의 눈에 맺혀 있었다.

"제가 아는 것들에 대해 알려 드렸지요..."

아리엘이 조용히 그의 뒷말을 이었다.

"부드러운 풀로 덮인 아름다운 동산과 바닥에서 수면보다 높은 산들..."

"그 안에서 살아가는, 털이 하얀 토끼와, 거대한 뿔의 사슴, 사악한 늑대와 두 발로 선 인간."

남자가 말을 이었다. 마치 음유 시인이 시를 잇듯이, 거리의 예인들이 노래를 읊듯이

"커다란 성들과 끝없는 밀밭, 땅을 일구는 농부와 말을 타는 기사"

남자가 말을 멈추었다.

아리엘은 당황해서 그를 쳐다봤다. 왜 다음 구절을 읊지 않는거지?

남자는 아리엘의 눈을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사는, 바다와도 같은 푸르른 눈동자.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두 눈.

남자가 말했다.

"이제 공주는 제 노래를 다 아십니다."

아리엘이 당황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나는... 아직도 모르는게 많고-"

"레이디 아리엘". 남자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공주는 제 노래를 들으며 무엇을 원하십니까?"

남자는 아리엘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리엘은 천천히 대답했다.

"... 바다의 파란색 대신에 펼쳐진 푸른빛의 땅, 흙냄새 올라오는 대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수면' 이 없는 하늘..."

남자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는 아리엘의 답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어느새 요리는 식어가고, 잔 속의 와인은 물 속으로 녹아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리엘은 공중으로 올라가는 붉은 방울들을 바라보았다.

"나무인간, 나는 물이 싫어."

"물이... 말씀이십니까?" 남자는 얼굴을 찌뿌렸다. 

아리엘의 표정은 굳어,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왜 인어들은 물 안에서밖에 살 수 없을까? 바다의 축복이라고?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어!"

아리엘은 남자에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푸른 눈들은 텅 비어 있었다.

"내게 주어진 축복이라... 다른 인어들은 오직 우리만이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고 말하지.

하지만 나는... 숨을 멈추고 싶어. 나는 인어들이 숨을 멈추었을때 펼쳐지는 세상을 보았지. 

인간, 너를 주운 날... 불어오던 바람과 천장 없는 하늘에서 떨어지던 하얀 빛기둥, 몰아치는 파도와... 부서지던 암초"

아리엘은 숨을 들이쉬었다. 마치 지금 그녀가 그 곳, 물이 없는 곳에 있는 것처럼. 

남자가 말했다.

"레이디 아리엘, 당신은 지금 물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아니군요?"

굳어진 아리엘에게 남자는 말을 이었다. 어두워진 창 밖에는 잘 때를 놓친 조개들이 을씨년스럽게 날아다녔다.

아리엘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퉁. 퉁. 퉁. 퉁. 퉁.

남자가 말했다. 그의 두 눈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리엘 공주... 공주는 공주이고 싶지 않은 거로군요."

퉁.퉁.퉁.퉁.퉁.퉁.퉁

아리엘의 얼굴이 격정으로 달아올랐다. 그녀의 눈가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

방 안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대지 않은 와인 잔에서 새어나오는 붉은 물방울들이 해류를 타고 천장으로, 지붕으로 올라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어! 이 조가비 함도, 진주 목걸이도, 분홍색 방도!"

"공주..."

"나는 미텔만 있어도 되었는데... 미텔만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미텔?" 남자가 눈을 치켜떴다.

아리엘은 이제 진정 된 듯했다. 와인의 잔은 완전히 비었고, 잠깐 붉게 물들었던 방은 다시 푸른 물을 되찾았다.

이제 아리엘은 조금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미안... 미안해." 아리엘이 말했다.

"영감한테는 비밀이야? 영감의 꿈은 내가 훌륭한 공주가 되는 거니까... 앞으로도, 앞으로도, 나는 아바마마를

벗어날 수 없고, 끝까지 황금의 관에 같혀, 숨 쉬지 않을 자유도 없이... 살겠지만".

아리엘은 간신히 미소지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너가 있으니까".

남자는 숨을 멈췄다.

---

"공주, 잠깐, 나는..."

남자가 더듬거리며 말을 하려 했지만, 아리엘은 듣고 있지 않았다.

"나는 푸른 풀밭도, 하얀 토끼도 보지 못하겠지. 그래도 나한테는 너가 있으니까, 너가 알려준 노래가 있으니까..."

남자는 공주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이 분홍색의 방이 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레이디 아리엘"

"곧 내가 왕좌의 후계자가 되면 나는 이제 비 오는 날에도 외출할 수 없겠지. 영감... 영감은 좋은 시종이지만 이제는 너무 늙었어.

영감이 죽고 다른 시종이 오면? 이런 자유마저도 사라지고 말거야. 내... 내 눈으로는 더이상 하늘을 보지 못하겠지."

아리엘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억지로 웃는 것을 보았다.

"내 눈이 되어줘. 너는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았잖아. 내 기억이, 내 자유가 되워줘"

"레이디 아리엘!" 남자가 소리쳤다.

아리엘은 깜짝 놀란 듯 했다.

남자는 일어나서 벽을 짚었다. 어지럽다. 이... 공주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거지?

남자는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레이디 아리엘, 저는 돌아가야 합니다."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는 아리엘이 그를 노려보기 시작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레이디... 제겐 의무가 있습니다. 귀족의 의무가"

침착하게 말하는 남자의 눈에는 결의가 깃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리엘은... 그 결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무?"

"예. 저는 남작의 아들입니다. 이 왕국처럼 커다랗고 강할지는 못할지언정, 제게 맞겨진 백성의 수는 적지 않습니다."

남자는 텅 빈 은접시를 내려다 보았다. 그 곳에는 지친 남자와, 붉은 천장이 비치고 있었다.

"저는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지요..."

"그리고 저는 제게 주어진 운명에 보답해야 합니다." 

남자는 말을 골랐다. 그는 방금 전까지 울던, 이 소녀를 다시 울리고 싶지 않았다.

"아리엘 공주, 우리는 많은 것을 그저 태어남으로 받은 사람들 입니다. 제 영지의 모두가 저의 힘이, 재산이 되었듯

이 왕국의 모든 것은 공주의 것이지요. 공주는 이 땅의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아리엘의 시선은 이제 차가웠다. 하지만 남자의 눈 앞에는 인어 공주가 아닌 그리운 그의 밀밭이 드리웠다.

"사랑.... 그리고 의무"

"예. 왕족과 귀족, 사람 위의 사람의 질서. 이 모든 것은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사랑입니다"

쨍그랑! 남자는 유리 잔이 깨지는 소리에 놀라 공주를 바라보았다.

아리엘의 손 안에서 크리스털 잔이 깨져 있었다.

"공주! 괜찮습니까?" 남자는 당황해 공주의 손을 감쌌다.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왜 하필이면 의무야?" 공주가 속삭였다. 이제 그녀의 입술은 거의 남자의 귀에 닿아 있었다.

남자는 굳어지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싸늘한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의무가 아니었더라면... 그래, 만약 바다에서의 자유를 부탁했다면 그건 참을 수 있었어..."

남자는 그의 귀를 핥는 혀의 감촉을 느꼈다. 차갑고, 묽은 침이 그의 귀를 타고 흘러내렸다.

"공주..?"

"너는 자유로워야 해... 그래야 내가 물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어. 나는 물이 없을 때 자유롭고... 너는 물이 있을 때 자유롭지."

남자는 더이상 공주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공주는 남자의 귀를 깨물었다. 피가 흘러 내린다.

"숨을... 멈춰."

 바다에서의 생활이 시작된 후, 남자는 단 한번도 익사의 공포를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남자의 코로, 폐로, 온 몸의 핏줄에 물이 몰아쳐서 들어왔다.

마치 폭풍우 치던 그 날처럼, 거센 물결이 남자의 호흡 기관에 밀어닥치자 남자는 공주를 밀쳐냈다.

인간은 바다를 이길 수 없다.

남자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