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얀데레 요소가 한없이 0에 수렴합니다. 또한 그렇게 잘 만들지도 않았고 얀붕이와 얀순이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많은 부족함이 있어도 너그러이 양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솨아아아

빗소리가 창문을 튕기며 적막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공기는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두려운 느끼마저 감돈다.

"나가! 나가란 말이야!"

잡히는 물건을 있는대로 집어던지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을 내쫒는 얀순

"얀붕이를 대려오런 말이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는 어쩔줄 몰라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얀붕이 어딨어 대려오란 말이야..."

무릎을 세워 그 안에 자신의 얼굴을 파뭍고 연신 중얼거리는 소녀에게 애처로운 표정으로 사내는 다가간다.

"아가씨... 죄송하지만 얀붕님은 2달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거짓말 하지...마!"

소녀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다.

그녀도 알고있다. 이미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비극이 될지도 모른다는것을

이 이야기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녀는 2달전 병원을 떠올렸다.


오늘처럼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삐익- 삐익-


산소 호흡기를 달고 불안정한 심박수를 유지하고 있는 한 남자 옆에 소녀가 앉아있다.


그녀의 이름은 얀순 떠오르는 신흥 과학기업 YC사이언스의 수석 연구원이자 YC사이언스 회장 얀돌이의 수양 딸이었다.


'똑똑'


"들어가겠습니다 아가씨"


"....제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죄송합니다 얀붕씨 주치의께서 급히 전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서..."


"안녕하십니까 얀순씨 검사 결과와 관련해서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나가고 넓은 vip병동에는 의사와 얀순 얀붕이 있다.


물론 1명은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어떻게 된건가요 선생님? 얀붕이가 살아날 가망은 있는건가요?"


"그게 말입니다..."


"돈이라면 얼마든 지불할게요! 시험중인 치료법도 괜찮으니까 뭐든지.."


의사는 얀순이의 말을 끊고 곤혹스러운 말투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저번에 수술하면서 발견한 종양이 악화되서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길어야 2일정도... 남은것 같네요 저희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진것 같습니다."


내과쪽에서는 전세계에서 최고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 의사가 이정도의 소견을 보일 정도면 이미 얀붕의 생은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얀순이는 손을 꽉 쥐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의사가 방을 나가자 얀순은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에 가슴이 찢어지는듯했다.


"얀붕아... 안돼..."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는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그가 곧 삶의 의미였고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그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평생동안 가슴에 기억될 그 순간을


그녀는 전쟁의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가문의 가업을 잇고 가문의 부를 쟁취하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 그 한복판에 있었다.


회장인 얀돌은 막내딸인 얀순이를 가장 아꼈다.


어릴때부터 총명하고 과학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얀순을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에 인턴 연구원으로 앉혀놓을 정도의 위치에 섰다.


물론 그러한 총애는 자신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얀순을 시기 질투했고 자리를 빼앗기 위한 암투극을 벌였다.


가족중에서 자신의 편은 없다시피 한것이나 마찬가지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그가 찾아왔다.


"안녕? 네가 얀순이구나! 소장님 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연구원 복장이 아니라 임상실험자의 복장을 한 사람 그가 얀붕이었다.


"어릴때 부터 심장쪽에 병을 앓다가 여기에서 치료제를 개발중이러길래 자원했어~"

같은 속편한 소리를 내놓는 남자.


"...앞으로 당신을 관리하고 관찰한 얀순입니다."


관계에 지쳐있던 그녀는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그는 이해와 존중 그리고 배려라는 것을 선사했다.


그녀에게 아무런말을 건내지 않는날도 신나서 재밋게 이야기 해주는날도 아픔을 공감하고 조언해주는 날도 있었다.


그러던 그녀와 그는 더더욱 가까워졌다.


"우와! 이거 니가 만든거야? 엄청 멋진데"


"저번에 아저씨가 보고싶다고 했으니까요"


얀순이 만들어 온것은 발광장치가 들어간 책모양의 전등이었다.


펼치면 한장 한장 페이지 마다 다른색을 내며 빛나는 책


"아저씨는... 뭣때문에 여기 지원했어요?"


"자꾸 아저씨 거리는데 나 젊거든? 아직 파릇파릇한 17살이야"


"아..."


그렇다 고생을 좀 많이해서 그렇지만 얀순이와 나이가 같다는 사실을 깨닫자 얀순이도 조금은 놀랐다.

"그..럼 나도 17인데 말 놓을까?"

그렇게 둘은 말을 놓고 서로에게 자신의 고민을 조금씩 털어놓게 되었다.

"가족이 가족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라..."

"사실 가족이라 부르기도 뭣해 아버지 빼고는 나한테 주는 관심이라고는 언제 죽어버리나 감시하는거 뿐이라서"

"에잇"

돌연 그는 입안에 손을 넣고 그녀의 입을 잡아 올렸다.

"므흐는 그여(뭐하는 거야)"

"좀 웃을필요가 있어 넌"

이내 손을 내리고 살짝은 씁슬한듯이 그는 말했다.

"짧은 인생이긴해도 나한텐 올해가 끝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사람이란건 한꺼풀 벗겨내면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고 말야"

"그러니까 가족들이 그렇다고 너무 기죽지 마"

"바보같은 소리지만 웃으면서 다가가면 니 진심을 받아줄지도 모르잖아?"

"그런...가?"

처음으로 그녀는 가족이 아닌 다른사람에게 받아보는 애정과 조언을 받았다.

사랑이그녀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처음으로 남에게 애정을 갖고 그사람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에게 그는 단순한 임상실험대상자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는 빛이자 사랑이었다.

그는 외부로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그와 실컷 사랑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잡기도 했다.

얀순은 이런 나날들이 지속되길, 아니 차라리 얀붕이와 함께 시간이 멈춘 곳으로 가고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얀순이가 바라는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얀붕이의 바이탈 수치가 점점 안좋아 지고 피를 토하는 날이 잦아졌다.

결국 그는 YC그룹 부속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얀붕아 미안해..."

"니가 뭐가 미안해"

"그치만 니가 다쳤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잖아"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다가오자 그녀는 패닉에 가까운 상태였다.


"바보야... 나 아직 죽을때 안됐어 너랑 같이 벽에 똥칠할때 까지 살거야"


"진짜..?"


"그럼, 당연하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말했다.

얀순이 떠나자 VIP병실에 그가 혼자 남아있다.

"으웨에에에에에엑!"

"하아... 하아..."

빈통에 신물을 개워내며 고통스러워한다.

몸의 근육은 점점 사라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아.. 이거 치워야"

'쿠당탕!'

일어나려다 제대로 설 힘조차 없어진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얀붕씨 괜찮으십니까?"

"아 아저씨구나..."

쿨럭거리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는 직감했다. 자신의 끝이 곧 다가온다는걸

"아저씨 혹시 카메라 좀 빌릴수 있을까요?"

다음날이 되었다.

의식은 점점 흐려지고 말을 할수없는 날이 더 많아졌다.

"선생님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근데 왜..."

"이런 질병은 워낙에 희귀해서 학계에 보고된 적도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건 다..."

얀붕은 저번에 그녀가 만들어준 책모양 전등을 쥐고 있었다.

"...길어야 2일 일겁니다. 죄송합니다."

모두가 떠나가고 얀붕과 얀순만이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그에게 고백을 말했다.

"얀붕아 나 사실 너 좋아한다...?"

"헤헤 바보같이 말도 못하고 지금와서야 말하는데"

"나 니가 진짜 진짜 진짜... 좋은데..."

"미안해 얀붕아 미안해..."

눈물을 흘리며 닿을지 않을지도 모르는 고백과 사과를 한다.

'삐익- 삐익- 삐-'

의사가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고 제세동기를 작동시킨다

그녀에겐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했다.

사망시간을 확인하고 그를 태웠다.

납골당에 그의 유골함을 올리고 사진을 세웠다.

그는 죽은게 아니다 그느 사실 내가 싫어서 떠난거다

망상은 깊어져갔다.

그가 죽은지, 아니 그녀에게서 떠나간지 3개월

이메일로 한통의 편지가 왔다.

그가 찍힌 영상이었다.

"(쿨럭)얀순아 안녕"

"이걸 보고있으면 아마도 내가 죽었다는 거겠지"

"사실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너랑 같이 지낸게 조금은 후회스러워"

"괜히 나랑 친해져서 슬퍼하는게 아닌가 싶고"

"모진말을 해서 떠나게 하려고도 해볼까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니 얼굴을 보니까"

연신 기침하며 그가 말한다.

"너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못해서 미안해, 내가 떠날걸 아니까 서로 이어지질 못하겠더라"

"내가 항상 널 사랑한다는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해 얀순아"

짧은 영상이 끝나자 그녀는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겨우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은 것이다.

아마도 얀붕이가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 될것이다.

얀붕과 얀순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맺을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죽음은 산자들의 몫이다.

아직 얀순이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얀순은 가슴 한켠에서 생각했다.

자신과 얀붕의 이야기가 비극이 아니었음을

또한

자신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