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모임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다들 새내기라 그런지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고 학기가 시작하기전 동기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열심히 자기어필을 해왔다.


개중에는 술을 처음 마셔보는지 거하게 취해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끝나고 모두 해산했는데 한 여자 동기가 술에 심하게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결국 늦게 와 술을 덜마시고 사는 곳이 근처였던 나는 그 여자 동기애를 집에 데려다주고  밤늦게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자기전에 물을 한잔 마시려고 부엌에 불을 켰다. 그 때 식탁에 누군가가 앉아있는것을 깨닫고 놀란 나는 비명을 질렀다.


"와씨 뭐야."


놀라서 술이 깬 나는 상대를 응시했는데 그 사람은 오늘 낮에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얀순씨 였다.


"아 깜짝이야. 얀순씨였어요? 불 끄고 부엌에서 뭐하세요?"


얀순씨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많이 늦으셨네요. 동기 모임이 재밌으셨나봐요."


"아 네. 오늘 처음으로 동기들을 봤는데 다들 좋은 사람인거 같더라구요. 얀돌이 말로는 모임 시작전 일이 생겨 간 한명 빼고 다 모였다는데 학교 생활을 기대해도 될거 같아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럼 술도 많이 드신거 같은데 주무시기 전에 옷갈아입고 주무세요."


"괜찮아요. 저는 늦게 합류해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물을 마신후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옷 다 갈아입으셨나요?"


옷을 다 갈아입었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얀순씨? 언제부터 제 방에 계셨어요."


"옷을 다 갈아입으신거 같아서 방금 들어왔어요. 갈아입은건 훔쳐보지 않았으니 걱정하지마세요."


"그래도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되죠."


"남이요? 저랑 얀붕씨가 남인가요?"


그녀는 내 말에 약간 감정이 상한듯이 되물었다.


오늘 처음 본사이에 남이 아니라고 하는게 이상했지만 술에 취하기도 하고 피곤했던 나는 그냥 따지지 않기로 했다.


"남은 아니죠. 그래도 다음부턴 조심해주세요. 제 방에는 왜 들어오셧어요."


"갈아입은 옷 주세요. 아까보니 옷에 고기 냄새가 벴던데 세탁을 해야겠어요."


"아 괜찮아요. 옷은 제가 내일 그냥 세탁소에 맡기면 되요. 얀순씨야말로 지금까지 안주무셔서 피곤하실텐데 어서 주무세요."


"세탁소요. 제가 있는데 왜 세탁소에 얀붕씨의 옷을 맡기죠. 얀붕씨의 옷을 세탁하는건 제 일이에요. 어서 옷을 제게 주세요."


단호하게 말하는 얀순씨의 말에 나는 얌전히 옷을 넘겼다. 그러자 옷을 받아든 얀순씨는 갑자기 내 옷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냄새는 왜 맡으세요."


"얀붕씨의 가사도우미인 제가 얀붕씨 옷의 냄새를 맡는게 이상한가요? 근데 얀붕씨 옷에서 향수 냄새가 나네요. 이게 어떻게 된거죠?"


"아니 아무리 가사도우미여도 냄새를 맡는건 이상하죠."


"제가 묻는 말에나 대답하세요."


얀순씨는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향수는 아마 동기 여자애가 쓰는 거일거에요.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취해서 몸을 못 가누길레 근처에 사는 제가 바래다 주고 와서 그래요. 그나저나 냄새는 왜 맡으신거에요."


"흐음 여자 동기요 알겠습니다. 일단 그런걸로 하죠. 제가 냄새를 맡은건 세탁을 하는데 필요해서 그래요. 고기냄새랑 향수랑 냄새를 빼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 되서요. 그러면 이 옷은 제가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많이 취하신거 같은데 오늘은 일찍 주무시는게 좋겠어요."


얀순씨는 그렇게 말하고 나의 옷들을 챙겨 방을 나갔다.


얀순씨가 나가고 나는 어떨떨한 표정으로 방에 서있었다.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더 머리를 쓰는걸 포기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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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 묘사하는게 ㅈㄴ 힘드네 다들 글을 어떻게 그리 잘쓰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