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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https://arca.live/b/yandere/1162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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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분명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창문으로 언뜻언뜻 햇빛이 들어올때마다 그녀의 얼굴을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창백한 피부, 새빨간 입술과 뚜렷한 이목구비. 여태까지 가위에 눌렸을때 본 얀진이의 모습과 그 작부보다도 가장 선명하고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그녀는 알몸인채 넘치는 매력을 가득 흘리고 있었다. 키도 상당히 커보였고 까만 긴 생머리에 팔이 길었으며 특히 봉긋하게 솟은 가슴이 잘 익은 과실처럼 풍만했다.


사실 그때 거의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성욕이 아랫쪽에서 꿈틀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위는 가위, 환각은 환각. 여느때처럼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끄윽... 끄윽...”


몸을 있는 힘껏 비틀자 서서히 가위에 눌린 몸이 풀렸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벌떡 몸을 일으켜 창문쪽을 바라보았을때, 


그녀는 사라져있었다.


역시 환각이 틀림 없었다고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하며 다시 눕자,


그 여자가 나와의 얼굴을 거꾸로 마주보고 있었다.


간만에 공포영화를 본 것처럼 몹시 놀랐지만 다행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식은땀이 줄줄 나면서 심장박동은 미친듯이 빨라졌다. 


나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다시 가위에 눌린듯이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조차 감을 수 없었다.


그 여자는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쓰다듬고 있다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고 아까의 깜짝 놀맀던 경험은 모두 잊은채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그녀의 손이 내 양쪽 머리에 쑥 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단단한 두개골이 거침없이 뚫려버렸고 뇌에는 신경이 없지만 축축한 대뇌피질 위에서 그녀의 손이 춤추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 아프지 않았다. 다만 뇌 이곳저곳을 휘젓는 이상한 감각이 묘한 흥분감과 경외심을 불러 일으켰을 뿐.


그렇게 그녀는 한참을 내 뇌를 마사지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해치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녀가 손을 머리에서 떼고나자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서 나는 그녀를 제대로 보기 위해 일어났지만 그녀는 사라져있었고  나는 다시 누워있는채로 눈을 떴다.


이것도 꿈이자 가위, 수면마비였던 것이다.


하지만 보통 가위와는 느낌이 달랐다. 불쾌하기만 했던 이전과는 달리 깨어난 뒤에도 마음이 편안했고 가위에 눌린채 겪었던 일들이 몹시 생생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얀순에게 메세지를 보내도 이제는 답신은 커녕 아무런 전파조차 잡히지 않았다. 우주의 소리조차도 모두 숨죽인 듯이 조용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한 날 이후부터 가위에 눌리기는 커녕 어느새 수십일 앞으로 다가온 예정된 죽음에도 마음이 몹시 차분해졌다.


얀순과의 연락두절로 인한 실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이미 사라졌고 오히려 며칠 전 겪은 그 신기한 경험으로인해 가슴이 다시 두근거렸다.


도대체 어떤 기작으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나는 역시 어쩔 수 없는 과학자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게다가 꿈속에서 만난 그녀와 얀진을 생각할때마다 나이를 먹으며 몇년전에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성욕이 괴상하게 끓어올라 스스로 해결을 하기도 했다.


며칠이 더 지났다. 어쩌면 몇주였을 지도 모른다.



이제 면도기의 날도 무뎌져 더이상 면도를 할 수가 없어 수염은 덥수룩해졌고 비축한 식량은 이제 20여일 남짓 남아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차분했다.


음식을 아껴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죽을거, 며칠 더 살아있는 것과 차이가 없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얀순에게 매일 메세지를 보내는 것도 그만두었다.


어느 외계인의 악의없는 장난, 또는 그쪽에서도 단순한 호기심에 접근했던 것일지도 모르니까. 


얀순이 나에게 오겠다는 메세지도 내가 오독했을 수도 있었다.


‘얀붕 돌아가고 싶다! X’

‘나 돌아가고 싶다 너’


얀순의 마지막 답신을 나는 매일 꾸준히 읽었다. 나는 지구로 돌아갈 수 없고 얀순 본인도 나에게 갈 수 없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나는 웃었다.


죽음 자체는 완전히 받아들였지만 외계인과의 간접적 조우라는 이 신비하고 어쩌면 인류중에서 유일한 경험을 했던 내가 이렇게 스러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 이 귀중한 정보를 어떻게든 남기기로 했다. 


얀순과 주고 받았던 송신과 수신기록과 그 내용을 몇세기는 정보 손실로부터 끄떡없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했고 동시에 지구와 제1식민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에 대고 송신했다.


과거의 분류로 따지면 제5종 근접조우로 보아야 할까.


나는 잠에 들었다.


나는 지금 우주 공간에 떠다니고 있다. 부유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지.


꿈인가.


꿈이다.


마음이 너무나도 평온해지는 듯하다. 간만에 무중력 체험. 그것도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편안함. 너무나도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


나는 정말 내면까지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무의식 깊숙한 곳 구석까지 달관과 평정심이 뻗어나간 것이다.


공허하지만 공허하지 않은 우주. 그리고 이 행성계를 나는 꿈속에서나마 둥둥 떠다니고 있다.


‘얀...붕…’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얀붕…’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릴 수가 없다.


“뭐야, 뭐야!”


갑자기 내 팔을 누군가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며 나는 순식간에 내가 있던 항성계의 태양쪽으로 끌어당겨지기 시작한다.


나는 미친듯이 허우적 거리지만 몸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가 없다.


‘얀붕, 얀붕, 얀붕…’


그 와중에도 누군가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마치 영화에서 하늘에 있는 캐릭터가 대사를 읊을 때 나타는 음향 효과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댄다.


‘얀붕, 얀붕…’


태양으로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지는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


나는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여 어느새 항성 근처로 왔다.


하지만 끌려가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낙하’하는 것처럼 계속 끌려간다. 


충돌.


그 순간 내 주위의 풍경이 순식간에 종잇장을 구기듯이 쭈그러든다. 


점처럼 보이던 별들은 길다란 선처럼 늘어나고 별들이 없는 어두운 곳은 그 가늘고 긴 별들이 채운 빛나는 면으로 변해 이내 빛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들어선다.


‘얀붕.’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이쪽으로, 아니 여자인지도 모를 사람 형태를 한 무언가가 나타나 이쪽으로 걸어왔다.


끈적한 입맞춤의 감각이 서늘하게 내 얼굴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나는 깜짝놀라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밀쳤고 그대로 다시 우주공간으로 튀어 나와 끌려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우주선에 되돌아온 순간, 모든게 꿈이었다는 듯이 나는 누운 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떴다.


통신기에는 메세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소름끼치는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얀붕, 왜? 왜? 왜? 왜? 왜? 왜 나를 밀쳤어? 내가 싫어?’


똑같은 메세지가 1초 간격으로 계속 수신됐다.


얀순이다. 이전까지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문장까지 구사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얀순이 보내는 메세지라고 확신했다.


그럼 아까 그건 꿈이 아니었던 것인가. 방금의 그 사람 형체는 얀순이었던 것인가. 그건 분명 꿈인데.


계속 울리는 메세지 알람, 그리고 몽롱한 정신 때문에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아 나는 우왕좌왕했다.


그때 우주선이 무언가에 강하게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고 인공중력 장치가 꺼져버려 나는 그대로 우주선 안에서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선내 기압 저하, 선내 기압 저하. 모든 승무원들은 비상 호흡 장치를 착용하십시오’


설상가상으로 우주선 안에서 공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점점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나는 어떻게든 호흡 장비를 챙기려고 허우적거렸지만 무중력 상태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커허억… 크헉…”


고통스러운 질식감이 온몸을 조여왔고 계속해서 울리는 메세지 알람과 비상벨을 들으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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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느라 바빠서 소설쓰는거고 얀챈이고 뭐고 거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