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얀데레가 보고싶다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찍이서 얀데레가 나와

마주치더니 반가운듯 내게 다다다 달려와 팔짱을 끼는거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내게 팔짱을 끼길래 왜 이러세요;

라고 말하며 얀데레를 떼어내려 하는데 내 팔이 얀데레의

몸을 뚫은 채 허공을 휘젓고 있는거임


바람에 걷히는 수증기처럼 흩어졌던 얀데레가 이내 다시

원상복구 되더니 내게 꼬옥 하고 안겨 내 장난이 짓궂다며

베시시 웃고있는거야


주변 사람들도 얀데레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고

병신같이 팔을 휘저어대도 금새 원상복구가 되버리니

그냥 포기한 채 언젠가 사라지겠지 하고 마음먹은 채

얀데레와 같이 생활하는거임


밥을 먹어도, 샤워를 해도, 침대에 누워도 수업을 듣고 

있어도 얀데레는 24시간 내내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웃고있는거야


근데 아무리 이뻐도 거울에도 안비치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도 못하고 귀신인지 환각인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사귀라는건지 모르겠는거야


얀데레가 만들어낸 음식을 받아먹어도 입안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내가 음식을 먹여줘도 얀데레의

입 안에서 툭 하고 떨어져 버리고


아무리 열심히 애교를 부려도 달라붙는 느낌 하나 

없는데 진도가 나가도 감흥이 팍하고 식어버리고


어떻게 얀데레를 챙겨주려고 해도 한계가 있으니 

나도 점점 지쳐가는거야 


솔직히 처음에는 두근거렸는데 이제는 귀찮은듯

팔을 헤집어대면서 얀데레를 치워버리고


오고가는 대화들도 점점 단답형으로 줄어가는거야



그런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얀데레는 점점 초조해져

내 옆에서 울먹거리며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흐느끼면


그 앵앵거리는 소리에 화가나서 소리를 빽 하고 지르기도

하고 얀데레에게 스스로가 가짜라는걸 인지시켜 얀데레의

멘탈도 흔들어놓는거지


그러다 결국에는 소개팅에 나가 얀데레가 옆에서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저년이랑 이어지면 죽여버릴거라고 협박을

해대지만 아마 다른 여자랑 사귀게 된다면 얀데레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지 않을 까 싶은 마음에


아무리 시끄러워도 애써 무시하며 무사히 소개팅을 

마친뒤 이후에도 여러번 그 여자와 만남을 가져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는거야


얀데레가 눈물을 흘려대며 칼을 심장에 꽃아도 

손가락으로 눈을 찔러도, 몸을 물어뜯으려 해도

내게는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거든




그렇지만 얀데레는 전혀 포기하지 않고 더욱 더 독기를

품은 채 눈을 부라리며 분노하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그런 얀데레를 놀리듯 얀데레의 앞에서

여자친구에게 키스를 하며 도발을 하고


여자친구와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서로 음식을 먹여주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손을 꼭 잡은 채 침대 안에서 사랑을 나누고


그러다 어느 순간 얀데레도 포기를 했는지 조금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어 




그러던 어느 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 한가운데에

여자친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어


눈깔에는 젓가락이 꽃히고 


심장에는 칼이 다발 째 꽃혀있었고


머리통은 망치질로 깨어져 피와 뼈와 뇌가 

뒤섞여져 형체도 알아보질 못할 정도였고


내장은 헤집어져 마치 까마귀가 파먹은 듯 했어


"이 씨발년이..."


아무리 환각이라지만 너무나 끔찍하게 연출해낸 광경에

짜증이 올라 얀데레를 찾으며 환각을 지우기 위해 


시체를 발로 헤집으려 걷어찼어



'퍽'


양말에 끈적한 피가 뒤엉켜 주욱 늘어져 있었어


"어??"


피비린내가 날카롭게 코를 찌르기 시작했어



"우리 자기 어디갔다 이제온거야? 손은 씻었어?"


얀데레가 베시시 웃으며 나를 반기고 있었어


손에는 한손에 칼을 쥐고 있었어


(어차피 가짜야 가짜야 가짜야 가짜야)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눈을 꼬옥 감은 채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었어


'푸욱' 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칼이 내 눈알을

파고들고 있었어


환각이라고 굳게 믿으며 다리를 후들후들 떨어대며

머릿속의 엔돌핀이 돌기 시작했어


'빙글' 하고 눈알을 돌리며 뽑아낸 얀데레가 피가 줄줄 

흐르는 내 눈 안에 손가락을 넣고 후비고 있었어


도저히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어


"내가 미안해 살려줘 살려줘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격통을 뒤로 한 채 얀데레에게 손을 싹싹 빌어가며 용서를

구하자 얀데레가 내 앞에 살며시 주저앉아 손가락과 손톱 

사이에 식칼을 꽃아넣어 지렛대의 원리로 손톱을 뜯어냈어


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손톱이 뽑히는 사실 조차 잊고

손톱을 바닥에 박박 긁어대며 더욱 간절하게 용서를 구했어


내 머리를 상냥하게 어루만지며 식칼로 등을 긁어대던 

얀데레가 "자기야 이러니까 너무좋지?" 라고 물으면


"네 너무좋아요 사랑해요 기뻐요 행복해 미치겠어요"

라고 비굴하게 얀데레의 비위를 맞춰주자


"앞으로는 멍멍! 이렇게 대답하는거야 알겠지?"

눈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들어올려 나를 바라보는 

얀데레에게 "네?" 라고 대답하자


갑자기 싸늘한 눈빛을 짓는 얀데레가 

"씨발 개새끼면 멍멍!! 이라고 짖으라고! 대가리에 

좆이 박혀서 그런 간단한것도 못하는거야? 그년때문에

멍청해진거지? 이 머저리새끼가 빨리 똑바로 대답 못해?!!!"

라고 급발진을 하며


내 입속에 칼을 밀어넣고 이리저리 쑤셔대기 시작하자


입속에서 피를 흘려대고 켁켁거리며


"머...머..ㅇ.." 비참하게 남은 힘을 쥐어짜내 대답을 하자

이내 언제 그랬냐는듯 상냥해진 얀데레가 내게 키스를 

해주며 


"오구오구 우리 강아지.. 많이 아팠쪄? 그년이 괴롭혀서

많이 힘들었었죠? 우쭈쭈쭈.."


강아지를 대하듯 내게 얼굴을 부비며 여자친구의 시체

옆에서 잔뜩 나를 이뻐해주는 얀데레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