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으로 발가락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타닥. 타닥.




"아오! 개힘들었네."




설인데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뻘글을 싸지르는 얀붕이.




개뻘글뿐만 아니라 개뻘짓까지 해가며 해괴한 글을 써놓은 얀붕이는 아무 의미 없이 해놓은 짓과는 달리 뭐라도 성취한 양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벌써 댓글 달렸네."




[발가락으로 발가락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구라치노ㅋㅋ 손으로 쓴거 티난다 게이야

    ㄴ발가락으로 쓴 거 맞는데?

ㄴ그래서 이게 뭔 의미임?

     ㄴㄹㅇㅋㅋ

ㄴ어쩌자는 거노

ㄴㄴㅈ

ㄴ개노잼

ㄴ만갤 만담 짭이노ㅋㅋ




"반응 개안좋네..."




예상과는 다른 유저들의 반응.




싸늘한 유저들의 반응에 상당히 시무룩해진 얀붕이는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는 눈팅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한숨과 함께 자신의 글 링크에서 나갔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새로 올라온 글이 이상했다.




"어 이거 뭐냐?"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자신의 본명. 갑자기 왜 올라왔는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나의 본명.




얀붕이라는 이름이 노출된 것을 보게 된 얀붕이는 순간 온몸의 피가 싹 식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정보라도 털렸나?




하지만 이내 이성적 사고가 발동했다.




"그래, 동명이인이겠지. 내가 어디 개인정보를 뿌리고 다닌 것도 아니고...."




스스로 애써 안심시키는 얀붕이.




허나 다시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이상했다.




"...잠깐."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저 글에서 호명하는 얀붕이는 오히려 동명이인이 아닌 얀붕이 자신을 호칭하는 쪽이 당연했던 것이다.




얀붕이가 좀 전에 쓴 글의 형식을 그대로 갖다 쓴 글의 제목.




글을 쓴 얀붕이를 그대로 저격하는 실명 거론.




거기에다, 그런 글을 얀붕이가 글을 올리자마자 같은 커뮤니티의 같은 게시판에 곧바로 올린다고?




"...시발."




뭐지, 나?




신상 털린 건가?




근데 나 어그로 같은 것도 끈 적 없는데? 그리고 나 유동으로만 활동했는데? 그것도 통피로?




순식간에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는 얀붕이.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문제의 그 글에 들어가본다.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야

     ㄴ?

          ㄴ너 뭐냐

               ㄴ뭔 솔




"이 새끼 봐라...."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야

     ㄴ?

          ㄴ너 뭐냐

               ㄴ뭔 솔

                    ㄴ너 뭐냐고

                        ㄴ뭔 소리임ㅋㅋ 알아듣게 얘기해




"하... 모른 척 하시겠다?"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야

     ㄴ?

          ㄴ너 뭐냐

               ㄴ뭔 솔

                    ㄴ너 뭐냐고

                        ㄴ뭔 소리임ㅋㅋ 알아듣게 얘기해

                             ㄴ너 내이름 어떻게 알았냐고

                                 ㄴ그야 너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니까?




"개헛소리..."




얀붕이는 이제 뭔가 오싹하기까지 했다.




이 자식, 부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현실의 얀붕이라는 인물을 정확히 알고 저격했다는 걸 전혀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관심이 많다고까지 태연히 맞받아친다.




이 놈 대체 뭐지?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야

     ㄴ?

          ㄴ너 뭐냐

               ㄴ뭔 솔

                    ㄴ너 뭐냐고

                        ㄴ뭔 소리임ㅋㅋ 알아듣게 얘기해

                             ㄴ너 내이름 어떻게 알았냐고

                                 ㄴ그야 너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니까?

                                     ㄴㅅㅂ 너 누구야

                                         ㄴ이제 곧 알게될듯ㅎㅎ





"씨발!"




뭐지 얜?




무섭기까지 하다.




몇 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면서 이런 일을 겪은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이런 건 짤방같은 거로도 본적 없다.




"...근데 나로 내 이름 썼다는 건 뭔소리야?"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야

     ㄴ?

          ㄴ너 뭐냐

               ㄴ뭔 솔

                    ㄴ너 뭐냐고

                        ㄴ뭔 소리임ㅋㅋ 알아듣게 얘기해

                             ㄴ너 내이름 어떻게 알았냐고

                                 ㄴ그야 너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니까?

                                     ㄴㅅㅂ 너 누구야

                                         ㄴ이제 곧 알게될듯ㅎㅎ

                                             ㄴ너 근데 나로 내 이름 쓴다는 거 뭐냐




"...."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대댓글이 좀 느리다.




얀붕이는 입이 바짝 마르는 느낌으로 대댓글을 기다렸다.




띠링-.




알림음이 울리고.




ㄴ이제 곧 알게 될 거야. (\ `_`\♡♡)





"씨발!!"




진짜 개쫄린다.




똑똑똑.




그 때.




지금 시간에는 아무도 올 일 없을 얀붕이의 자취방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




설마.




"...흐흐...흥...흐흥~, 비밀번....호는 1...0...18...! 됐다!"




띠리릭.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문의 불청객.




답지 않게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그녀는 평소에 길거리에서 봤으면 얀붕이도 넋을 놓고 쳐다봤을 정도로 미녀였으나.




지금은 그저 얀붕이에겐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의 스토커였을 뿐이었다.




"비밀번호가 생일이라니 정말! 우리 얀붕이도 진부하다니깐! 물론 그런것도 좋지만~"




"너.... 대체 누구야.... 너 아까 그 글 쓴 놈 맞지...."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그거?"




얀붕이는 발작했다.



"그래!! 그거 그 글!! 네가 쓴 거냐고!! 어!!!"




"응! 내가 쓴 글 맞아!"




해맑게까지 대답하는 여자.




얀붕이는 공포 영화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었다.




"너 뭐야! 너 뭔데 나한테 이래!!"




"음~ 얀붕이 널 엄청엄청 좋아하는 여자?"




무슨 소린지 이해도 안된다.




좋아하면 그냥 카페같은 데에서 자리잡고 고백이나 하지 이건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이제는 덜덜덜 떨기까지 하는 얀붕이를 보며 여자는 황홀하게 웃었다.




"아아아... 귀여워... 걱정마 얀붕아..... 이젠 내가 보살펴줄테니까....♡"









[얀붕이로 얀붕이 쓰는 거 성공했다ㅋㅋㅋㅋ]

ㄴ이거 아까 올라온 거랑 똑같은 글 아니냐?

     ㄴ아, 아까 건 어그로였엉`_`

          ㄴ? 그럼 지금 글은 뭐노

               ㄴ이건 진짜임ㅋㅋ

                    ㄴ? 뭔소리노 ㄹㅇ 개소리도 정도껏ㅋㅋ

                         ㄴ진짠데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