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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는 일상, 얀붕이는 선임과 함께 PX에서 뽀글이를 먹고 있었다.


"후~ 후루룹...


야, 김얀붕"


"일병 김얀붕."


"넌 왜 뭐 신삥 때부터 별거 안 하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 하는게  잘 없네요."


"요?"


"아 아닙니다!"


"하여튼... 넌 참 복 받은 것 같다. 난 온갖 뺑이 치면서 군생활 보냈는데."


얀붕이도 의아했다.


누구나 자대 배치를 받으면 뺑이 치기 마련인데 얀붕이는 그에 비해 조금, 아니 너무 편안했다.


이번 군대 기수가 풀린 건지는 얀붕이가 알 리 없었다.


"슬슬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어어... 슬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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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소대 일병 김얀붕은ㆍㆍㆍ."


"아... 또 면회라...


이거 정상입니까 정 상병님?"


"라임 봐라... 가 아니라 이 정도면 좀 거의 드물지?"


"아... 귀찮다..."


별것 한게 없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었다.



"얀수...운이?"


얀순이가 아니라 나이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인상인데?


"자네가 김얀붕인가?"


"예 맞습니다."


"나 이얀돌인데 들어는 봤는가?"


"이얀... 돌...?


...아."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K 기업.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회장이 왜?


"우리 딸, 얀순이와 그만 만나줬으면 하네."


"... 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 입장으로서, '하찮은' 서민들과 우리 딸을 엮기에는 부모 입장에서 못 보겠네."


"..."


"대기업이라면 대기업에 걸맞은 수준의 인물과 만나야 적합하지 않겠는가?"


"맞...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됐네. 우리 딸과 다시 엮이지 않았으면 하는군."


...어안이 벙벙했다.


얀순이와 급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역시 맞지 않는 인연인 걸까?


내가 부자였다면...



"얀붕아 뭐 뭔 얘기했냐?"


"아... 별로 한 얘기 없습니다.


그냥 얼굴보러 왔다고 합니다.


슬슬 저녁시간 입니다."



얀붕이는 그날따라 잠자리가 무거웠다.


원래부터 얀붕이는 얀순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들어서 그런 걸까?


그것도 얀순이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에게 직접 들으니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다음에 얀순이와 마주치면 어떡하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온갖 내용들이 휘날리며 잠에 빠졌다.



"얀붕아~~...?"


"얀붕이가 근무 나갔지 말입니다... 오늘은 안될듯합니다, 죄송합니다."


...


요즘 얀붕이랑 못만나네...


분명 근무를 다 빼놓으라고 '명령' 했는데 무슨 일이지?


왜 얀붕이가 근무를 나가는거야?


이상해... 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상해이상해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얀붕이를 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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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다 쓰면 딱 군생활 마감하겠구만..."


여러 휴가들을 모으고 모아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휴가로 남은 시간들을 보내기로 했다.


"아~ 곧 민간인이구나~!"


그렇게 군대를 나오며 휴대폰을 켜는데,


"...!"


얀톡과 부재중 전화가 미친듯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날 때문에 섣불리 얀톡을 열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얀톡 내용은,


할게


...뭐지?


고작 이 한마디로서는 그 앞의 내용을 추론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저 흘러 지나가는 별 것 없는 추억이 떠오를 뿐.


쓸쓸하게 얀순이의 얀톡을 차단하고, 전화마저 차단해버린 얀붕이.


여태까지 자신이 앞길을 막은 것으로만 느껴져서 괜스레 미안한 감정까지 들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얀순이가 보고 있을까 싶어 서둘러 집으로 가는 얀붕이는 왠지 모르게 오싹함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민간인인 것 마냥 집에서 긁적대며 뉴스를 보고있는 얀붕이.


티비에서 얀붕이의 관심을 끈 하나의 뉴스보도.


그것은 이얀돌의 K 기업 회장 자리 양도.


그것도 이얀순에게.


역시 자신이 없으니 이렇게 높은 자리까지 갈 수 있는걸까?


넘볼 수도 없는 위치까지 간 얀순이를 보자니 떨어진 것이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똑똑-


...누구지?


아직 이른 시간은 아닌데 택배라도 온건가?


현관문 렌즈로 밖을 살펴보았으나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누가 벨튀라도 한 걸까 문을 열어 주변을 둘러봤는데,


검은 정장을 입은 거구가 대여섯 명.


순간 목숨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느끼는 얀붕이는 문을 닫으려고 했으나,


쾅-!


한낱 군인이 거구를 이길 힘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누누누구세요...?"


우르르 들어오고 나서는 알짤없이 얀붕이를 후드려 패기 시작했다.


"악... 아악! 사ㄹ...읍!"


입에 재갈을 물려놓고는 다시 구타를 시작하는 거구들.


얀붕이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맞기만 했다.


"왜...이러는... 컥컥!"


정작 몇십분을 얀붕이는 얻어맞았고 신고할 생각만 가지고 지옥같은 시간을 버텼다.


"쉿-."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대며 보여주는 사진.


그 사진속에는


얀붕이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신고라는 희망 하나만으로 그 시간을 버텼으나 희망을 처참히 짓밟아 버린 의문남.


얀붕이는 거구들이 집밖으로 나오는 소리를 듣지도 못한 채 의식을 잃어버렸다.



부모님이 집을 들어서며 거실 바닥에 누워있는 얀붕이를 보고는 아무 생각이 없는 듯 흔들어 깨웠다.


"으... 으으..."


"어머, 왜? 얀붕아 악몽꿨니?"


다시 얀붕이는 그 폭행을 상기시켰다.


"어... 네네..."


얀붕이는 몰랐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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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얀순이와 마주치면 어떡할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자퇴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행히 그런 걱정은 필요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대학교에서 자신은 어느순간에 소위 말하는 아싸가 되어있었고 평판 조차 바닥을 치고 있었다.


꾸역꾸역 대학을 졸업하고는 취업을 위해 가는 기업마다 면접탈락 혹은 입사하고 나서 얼마안가 퇴사처리 당하다니.


얀붕이는 되는 일이 없었다.


뭐든 하는 일이라곤 실패를 넘은 대실패를 겪고 항상 괴한들이 불특정한 주기에 자신을 죽일듯이 때리고.


덕분에 얀붕이는 제정신인 날이 없었고 정신마저 피폐해졌다.


그래도 악착같이 실패의 나날을 견디며 성공은 꼭 올거라며 자신을 위로하고 또 위로했다.


다음 목적지는 K 기업.


얀순이와 혹여나 마주칠 일이 있을지 생각해봤지만 역시 쓸대없는 걱정이었다.


기업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일개 직원을 만날 일도, 마주칠 일도 없을거라는 얀붕이만의 확신.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고는 겪어왔던 면접을 회상하며 가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김칫국들 들이키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훗날에 필요할까 싶어 준비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입사 문자가 날아왔다.


결과는 말도 안됐다.


합격은 말할 것도 없고 면접없이 서류로만 판단하고 자신을 뽑았다?


얀붕이는 이때까지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드디어 상승세를 타며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싶어 내심 기분이 좋았다.


또한, 예상 밖인 건 당장 오늘부터 출근.


첫 출근일에 서둘러 준비하며 사뿐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얀붕이.


앞으로 성공만이 앞길을 밝혀줄거라며 행복회로를 풀가동시켰다.


...


겉보기에도 대기업으로 보이는 건물 본사.


정문을 넘으며 1층 로비로 입장하자마자,


"김얀붕 씨?"


"네, 맞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직원분은 얀붕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고층...으로?


똑똑똑-


"이얀순 회장님, 모셔왔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들여보내세요."


"네, 네? 뭐라구요? 아니 잠시만요, 이런 얘기는 못들었는데요?"


"자세한 얘기는 직접 들어보시죠."


라며 순식간에 도망가듯 내려가버린 카운터 직원.


얀붕이는 마치 가시밭길을 걷는 듯 정말 천천히, 무겁게 큰 문을 열며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 본 광경은 크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방과 정면에서 보이는 거대한 창문, 그쪽에서 보이는 화려한 바깥풍경.


잠시 겉의 배경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얀순이, 아니 이얀순 회장님을 잊어버렸다.


순간 뇌정지가 온 얀붕이, 아싸리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오늘 처음으로 입사하게 된 김얀붕입니다!"


고개를 팍 숙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와,


또각- 또각- 또각-...


방 안을 울리는 구두소리.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걸까, 아니면 얀순이를 피해다닌게 미안해서 그런 걸까,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코 앞까지 다가오는 구두소리가 얀붕이에게는 사형선고처럼 들릴 뿐이었다.


차가우면서도 따스한 손길이 얀붕이의 얼굴에 닿았고,


손에 힘이 들어가며 얼굴이 올라가고,


몇 년 만에 마주하게 된 얀순이의 얼굴.


예전에는 순진하고 청순하게 보였다면 지금은 차갑고, 도도하며, 마치 여왕님같은 이미지를 가진 얀순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은색빛깔의 머리카락.


그리고 심연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듯한 눈동자.


날카롭고 차갑게 귀를 꿰뚫는 듯한 목소리.


"어서 오세요, 얀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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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정말정말정말정말 원하는 편을 만들어서 올게... 너무너무 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