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돼지 삼형제 https://arca.live/b/yandere/21198694

헨젤과 그레텔 https://arca.live/b/yandere/21250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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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쉬는 날이 있다.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던 얀붕이에게도 그런 날이 있다.


나는 강의가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벤치에 홀로 앉아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얀붕이를 발견했다.

딱히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손목시계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허공을 응시하며 캔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야, 김얀붕. 뭐하냐?”


내가 이름을 부르자 얀붕이는 내 쪽을 돌아봤다.


“그냥… 앉아있지?”


나는 얀붕이의 옆에 털썩 앉았다.


“오늘은 왠일로 안바빠 보이네.”


“얌마, 나도 쉬는 날은 있는거야.”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항상 그렇게 바쁜거냐?”


“그건… 때 되면 알려줄게.”


얀붕이는 캔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그런데 사실 쉬는 날이라고 했지만은 여기 그렇게 오래 있지는 못해.”


“왜?”


“그것도 아까랑 똑같이 때 되면 알려줄게.”


뭐지? 지금 놀리는 건가?


나는 얀붕이의 이런 점이 불만이다.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너무 많은 걸 숨기고 있다.

짜증나는 새끼… 사람은 괜찮은데 말이야.


“너 있잖아, 내가 술마실 때 마다 하는 얘기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속으로 자기를 씹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다는 듯 얀붕이는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그 동화 어쩌구 하는 거?”


“그래, 그거.”


“난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무슨 얘기 할지 기대되기도 하고. 그런데 어디가서 누구한테 들려줄 만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더라.”


내 말을 들은 얀붕이는 다시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그러냐? 너가 재밌으면 된 거지.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 이런 얘기 안해.”


뭐야, 방금 그 멘트.

괜히 기분 이상해지네.


그런데 왜 나 한테만 그런 얘기 해주는 건데.


“그래, 시간도 있으니까 오늘도 얘기 하나 해주마.”


“술도 안들어갔는데?”


“술은 별 상관 없잖아?”


술 안들어가도 할 수 있었던건가?


그렇게 말한 얀붕이는 캔커피를 검지로 두드리며 생각에 빠졌다.

얀붕이의 저 행동이 내심 기대하게 만든다.

어쩌면 얀붕이의 이야기에 중독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빨간 망토’로 하자.”























잘 알려진 빨간 망토 이야기는 빨간 망토에게 초점이 맞쳐져 있지만 원래는 그렇지가 않아.

이 이야기는 원래 사냥꾼의 이야기로 시작돼.


사냥꾼은 사냥을 하면서 먹고 살아.

뭐 사냥꾼이니까. 내가 말해놓고도 되게 이상하네.

총도 쏘고, 덫도 놓고, 대충 알지?


그리고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덫을 놓고 동물이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렇게 덫을 놓고 다른 곳에 갔다 돌아왔는데 암컷 늑대 한 마리가 덫에 걸려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거야.


평소같으면 문제가 없을텐데 이 늑대가 너무 어리고 작았던거지.


이거는 시장에 팔아도 돈이 안되겠는거야.

거기다가 불쌍하기도 하겠다, 그냥 풀어주기로 한 거지.

하는 김에 덫 때문에 다친 다리 치료도 해주고 말이야.

자기 때문에 다친건데 그냥 풀어주자니 마음에 걸리잖아.


사냥꾼은 늑대의 다리에 붕대를 묶어주고 놓아줬어.

다행히도 늑대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걸을 수 있었어.

그리고 그렇게 늑대는 비틀거리며 숲속으로 사라졌지.


아무튼 그날 이후로 사냥꾼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


사냥꾼은 숲 속에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말이야.

자고 일어나면 항상 집 앞에 동물 시체가 놓여있던거야.


사냥꾼이야 꽁으로 동물 잡는거니까 좋은 일이지만은 몇 년동안이나 이게 계속되다보니 누가 하는 일인지 신경쓰였단 말이지.


그래서 하루는 사냥꾼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안 자고 버텨봤어.

그런데 숲 속에서 늑대 한 마리가 토끼의 사체 한 구를 들고 나타나더라는 거지.


근데 그 늑대가 그냥 늑대가 아니라 예전에 덫에서 구해준 그 늑대였던거야.

몸은 꽤 성숙해져서 예전의 그 작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지만 다리에 여전히 묶여있던 붕대 때문에 알 수 있었지.


사냥꾼은 집 밖으로 뛰어나갔어.


“늑대! 너, 그 늑대지? 몇 년 전에 내가 구해줬던?”


“사냥꾼. 나 기억하네. 기뻐.”


늑대는 기쁜 듯 옅게 미소지었어.


“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너가 우리 집 앞에 동물들을 잡아다 놔준거야?”


“응.”


“그렇구나, 동물을 잡아다 줘서 정말 고마워. 날 위해서 굳이 이렇게 수고 할 필요는 없었는데....”


늑대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어.


“사냥꾼을 위해서 한 게 아니야. 내가 원해서 했어. 동물들. 사냥꾼 집 근처에서 어슬렁 거렸어. 사냥꾼의 냄새가 배어버렸어. 다른 동물들에게 사냥꾼의 냄새가 배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한 늑대는 사냥꾼의 앞에 들고 온 토끼 사체를 던졌어.


“이건 경고야. 다른 동물들에게 하는. 사냥꾼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그런데 사냥꾼이 기뻐해 줄 줄은 몰랐어. 나 좋은일 한거야?”


“그...렇지? 내 수고를 덜어줬으니까, 좋은일 한 거지.”


“나 좋은일 했어. 칭찬받을 수 있어. 그러니까…”


늑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 채 머뭇거리며 사냥꾼에게 다가갔어.


“쓰다듬어줘.”


사냥꾼은 늑대의 갑작스런 말에 당황해 멍하니 서있었어.

그 사이에 늑대는 사냥꾼의 턱 밑까지 다가갔고.


“안 돼?”


“아… 아니야! 그래그래! 쓰다듬어줄 게!”


사냥꾼은 어안이 벙벙한 채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늑대는 사냥꾼의 손길을 만끽했지.


그 이후로도 둘 사이에는 별로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어.

늑대가 동물을 잡아오면 사냥꾼이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그런 나날이 지나갔지.


그런데 어느날 일이 터진거야.


그러니까 사냥꾼하고 늑대가 사는 숲 밖에는 빨간 망토라고 불리는 여자애가 살았거든?

이름은 그냥 빨간 망토를 입고 다녀서 빨간 망토야.


이 애가 그 날은 할머니한테 병문안을 가기로 했단 말이야?

그런데 할머니 집 까지 가려면 이 숲을 지나가야 했던 거지.


그런데 숲길이 보통 험한게 아니잖냐.

애가 길을 잃어버린 거야.


그러다가 운좋게 사냥하던 사냥꾼을 만난거지.


“아저씨, 제가 길을 잃어서 그런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래. 어디로 가는 길인데?”


“이 숲을 지나서 빨간 벽돌에 파란 지붕이 있는 집으로 가야해요.”


사냥꾼은 빨간 망토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줬어.

빨간 망토도 예의바르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사냥꾼이 알려준 길로 향했지.


사냥꾼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샤냥꾼이 뒤를 돌아보니까 수풀 사이에서 늑대가 그 모습을 보고있던 거지.


그런데 늑대는 평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어.

평소보다 더 싸늘하고 어느 한 편으로는 무서웠다고 해.


“방금. 누구야?”


“지나가던 아이인데 길을 잃었다나봐.”


늑대는 빨간 망토가 사라진 쪽을 바라봤어.

그러곤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지.


“암컷 인간. 나의 사냥꾼과 이야기 했어. 나의 사냥꾼 냄새가 배어버렸어.”


“자… 잠깐만, 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사냥꾼은 본능적으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빨간 벽돌. 파란 지붕. 기억했어.”


“잠깐만! 늑대! 안 돼!”


생각을 마친 늑대는 쏜살같이 달려갔고, 사냥꾼은 그런 늑대를 막으려했지만 소용 없었지.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건 늑대를 잡기 위해 죽어라 달리는 일 뿐이었어.


한편 빨간 망토는 사냥꾼이 알려준 길을 따라 빨간 벽돌과 파란 지붕이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했어.


똑 똑 똑


“할머니, 저 빨간 망토에요! 병문안 왔어요!”


빨간 망토가 말했지만 집 안에선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어.


“어… 할머니? 저 들어갈게요?”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빨간 망토는 직접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할머니의 집 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어.

딱 할머니 집 하면 생각나는 분위기였지.

한 가지만 빼고 말이야.


침대하고 이불이 붉게 물들어 있었어.

이불은 누군가가 머리까지 덮고 있는 듯 솟아 올라와 있었지.


“하...할머니? 괜찮으세요?”


빨간 망토는 떨리는 다리를 끌고 침대로 다가갔어.


“너의 할머니. 더 이상 아프지 않아.”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빨간 망토의 뒤에서 들려왔어.

공포에 사로잡힌 빨간 망토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내가 아프지 않게 만들었어. 좋은 일 했어. 칭찬 받을 수 있어.”


사냥꾼은 죽어라 달렸어.

숨이 턱 까지 차올라왔지만 멈출 수 없었어.

정확히는 멈춰선 안됐지.


그리고 사냥꾼이 빨간 벽돌과 파란 지붕의 집에 도착했을 때, 사냥꾼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


사냥꾼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사냥꾼이 예상한 최악의 모습이었어.


피투성이가 된 침대와 이불, 갈갈이 찢겨 나간 빨간색 망토, 싸늘하게 널부러져 있는 소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늑대.


늑대는 고개를 돌려 집으로 들어온 사냥꾼을 발견했어.

그리고 기쁜 듯 옅게 미소지었지.


“나 잘했지? 쓰다듬어줄 거지?”


하지만 사냥꾼의 생각은 달랐어.

사냥꾼은 등에 매고 있던 총을 늑대에게 겨눴어.”


“뭐하는거야?”


“이런건 아니야… 이건 선을 넘었어…”


늑대는 완전히 몸을 사냥꾼 쪽으로 돌렸어.

총을 든 사냥꾼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


“사냥꾼. 동물 잡으면 좋아해줬어. 쓰다듬어줬어.”


“그게 사람을 죽이라는 뜻은 아니었어! 아직 어린 아이였는데…”


사냥꾼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그럼 사냥꾼은 더 이상 날 좋아하지 않아?”


“이런 짓을 하는 녀석은 좋아할 수 없어.”


정적이 흘렀어.

늑대는 고개를 푹 숙였고 사냥꾼은 늑대를 겨냥했지.


“사냥꾼은 더 이상 날 사랑해주지 않아.”


한순간이었어.

늑대는 사냥꾼에게 달려들었고

사냥꾼은 방아쇠를 당겼어.


사냥꾼은 총을 맨채 집을 터덜터덜 걸어나왔어.

그리고 그대로 터덜터덜 집까지 향했지.


그런데 그 때 사냥꾼의 귀에 작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왔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어린 늑대가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지.


사냥꾼은 측은하게 늑대를 바라봤어.

그리곤 주머니 칼을 꺼내 단숨에 늑대의 숨통을 끊어줬지.


그것이 사냥꾼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이었어.
















이상이 ‘빨간 망토’의 원래 이야기라는 거지.”


이야기를 마친 얀붕이는 캔커피도 다 마셨는지 한 손으로 찌그려트려서는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캔은 깔끔하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어때? 이번 것도 재밌었냐?”


“뭐 그럭저럭 재밌네. 그런데 어째 너가 해주는 이야기는 다들 사랑에 미쳐있다냐.”


나는 얀붕이에게 따지 듯 물었다.


“몰라. 동화 쓰는 놈들 한테는 이 정도가 보통인가 보지.”


얀붕이는 자기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 왜 그러잖아. 동화란건 마법과 사랑이…”


얀붕이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평소에도 말을 하다가 멈추곤 하지만 이번건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마치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한… 아니, 겁에 질린건가?


얀붕이는 내 어께 너머의 무언가를 응시하다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씨발, 나 빨리 가봐야겠다.”


“뭐? 갑자기?”


“미안, 나중에 보자!”


그렇게 달려가려던 얀붕이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떤 여자가 나에 대해 물어보면 절대로 나 안다고 말하지 마! 알겠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얀붕이는 진짜로 달려갔다.


뭐야.




























그렇게 나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리자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 곳에는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여자가 서있었다.

검은 긴 생머리에 눈에 띄는 빨간 리본, 그리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혹시 아까 옆에 앉아 계시던 분이랑 아는 사이인가요?”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물었다.


“아...아뇨? 방금 처음 만났어요.”


얀붕이의 부탁을 떠올린 나는 일단 그녀에게 거짓말 했다.

물론 머리로도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음, 그랬나요. 그럼 그 분 이름도 모르겠네요.”


“네… 그렇죠?”


그녀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실례했습니다. 아까 옆에 계시던 분이 제가 찾던 사람인거 같아서요. 혹시 친한 사이이신가 했는데 아니였나 보네요.”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벤치 뒤에서 돌아나와 내 앞을 지나갔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그녀는 나에게 산뜻하게 인사하더니 얀붕이가 간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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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맞춤법 검사기 안돌리고 그냥 올리고 자러 감

맞춤법 틀려도 그런갑다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