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저는 사랑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당신을 처음만난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우리가 모두 초등학생이던 그 시절부터 당신은 언제나 저를 지켜주는 저의 영웅이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때에도, 아버지에게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을 뻔 했을 때에도,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때에도, 

언제나 당신이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주었기에 저는 결딜 수 있었습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있는 중입니다. 당신을 만나려면 몸을 깨끗이 해야겠지요.


 저는 어미를 잡아먹은 년입다. 이 말은 아버지께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합니다. 조부모님들은 모두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시고 부모님 모두 외동이기에 친척도 없습니다


 가끔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는 합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사실 지금도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결혼하는 어머니의 사진입니다.


 검은 눈동자와 칠흑과도 같은 긴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약간 창백한 피부에 가녀린 몸을 가진 그녀는 사진 속에서 너무나도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물이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물을 만져보니 아직 너무 뜨겁네요. 그렇기에 잠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언제나 상처투성이에 늘 의기소침한 저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쉬웠죠.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그런 아이들을 막아주었고 저에게 말을 걸어주는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죽게되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술을 마셨습니다. 그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기일이었죠.


 아버지는 저를 보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 듯 저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은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오른팔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저는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도 지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고 순간 표정이 바뀌더니 비틀비틀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면도칼에 경동맥이 잘린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웠던 그날 밤, 저를 지금까지 죽을만큼 괴롭혔던 악마는 술에 취해서 수염이 아닌 자기 목을 베어버린 것일까요?


 저는 웃었습니다. 기뻐서일까요 슬퍼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인걸까요?


 아버지가 없는 것을 알아채고 연락한 사람은 아버지의 비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의외로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제가 팔에 깁스를 한 채로 상주노릇을 하고 있을 때 저는 뉴스에서나 보던 국회의원과 회장님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살아있을 때보다 죽어서 저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었습니다. 


 다행히 비서분은 좋은 분이셨습니다. 아버지가 집안일에는 신경을 끄라고 했기에 제가 집에서 어떤 짓을 당했는지는 모르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아버지가 죽고 저를 돌보아주셨습니다. 사실 너무 바빠 얼굴을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제가 성인이 되어 회사를 물려받을 때까지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주었죠.


 심지어는 저를 돌보아줄 사람들을 찾아주기도 하셨습니다. 예... 바로 당신의 가족입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저를 돌보는게 좋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제가 넌지시 언급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서님의 도움으로 저는 당신의 가족의 일원으로써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비서님의 노력으로 저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굴지의 대기업을 차후에 물려받을 상속녀'가 아닌 '부모와 친인척이 모두 죽은 가련한 부잣집 여자아이'로 당신의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기뻐서 울었는데 이런 저의 모습에 당황하던 비서님과 당신, 그리고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당신의 집은 원래 저희집과 그리 떨어져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예전에 아버지가 술병으로 제 머리를 내리쳐 제가 죽을 뻔 했을 때에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와 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겠죠.


물의 온도가 적당해진 것 같아서 저는 가운을 벗고 욕조에 오른발을, 종아리를, 허벅지를 차례로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욕조에 몸을 완전히 담근 저는 제 몸을 보았습니다.


 어릴때의 상처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단 하나, 팔이 부러졌던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그날에 남은 오른팔에 무언가에 베인듯한 흉터를 빼고는 말이죠.


 이 흉터를 몇번이나 지우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를 향한 이 마음을,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잃고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두기로 하였습니다.


 거울을 봅니다. 거울속의 여자는 확실히 어머니와 닮았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어릴 때와는 달리 살이 붙은 몸은 그 외모에 건강미를 더해주었죠. 스스로 외모를 평가하니 부끄럽네요.


 저는 욕조에 안개꽃 몇송이를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안개꽃을 좋아합니다. 그 꽃말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안개꽃, 죽음 그리고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죽을 때까지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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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으로 얀챈에 글쓰는 필력 딸리는 얀붕이인데...

장편글 프롤로그 쓰다가 지쳐서 한동안 단편글 좀 쓸게...


 언제나 글 못쓰는 내 글을 읽어줘서 고맙다 얀붕이들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