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 https://arca.live/b/yandere/21708037




 얀붕이는 얀순이가 자기를 위해 얀챈의 ‘얀순’이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어.

 얀순이가 그런 연기를 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방에 틀어박혀 얀챈만 하던 자기 때문이었겠지.

 뭐가 되었던, 얀붕이는 얀순이가 연기하는 ‘얀순’이가 마음에 들었어.

 얀순이는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얀데레 그 자체를 연기해줬거든.

 또, 자기 여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 준다는 사실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기뻤지.

그런 얀순이를 위해 얀붕이는 얀챈을 줄였어. 다시 일상 생활도 정상적으로 했고, 얀순이랑도 매일 만나고…. 몇 년간 이어진 그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지.

얀순이도 나름 만족스러웠어. 자기가 얀순이를 연기한 것을 얀붕이가 눈치챈 것은 부끄러웠지만, 자기 계획대로 얀붕이가 방에서 나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고, 얀챈도 줄였으니까 말이야. 

 

둘의 일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 왔어.

 

 한가지 변화된 점이 있다면, 1달에 1번 정도는 얀순이가 얀챈의 ‘얀순’이를 연기한다는 것이었지.

얀순이는 좀 부끄럽기는 했지만, 얀붕이의 반응을 보는게 재미있기도 하고, 얀붕이가 좋아해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시 얀붕이가 방에 틀어박히는 것이 무서워서 1달에 1번은 꼭 얀순이를 연기해줬지.

얀순이는 얀붕이가 질리지 않게 더 많은 얀데레의 케이스를 연구했어. 아무리 얀데레가 좋아도 원패턴으로 가면 얀붕이도 질릴 테니까 말이야.

결과적으로 얀붕이는 얀챈을 줄였지만, 얀순이는 얀챈을 매일 들락날락 하게 되었지.

 

그런 일상이 1년 정도 이어지고, 고3 겨울. 입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두 사람은 서울에 위치한 괜찮은 대학교의 국문과에 사이 좋게 합격하게 돼. 

둘 다 경제적 이유로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자취는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얀순이와 얀붕이 둘 다 만족했어.

 

얀순이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얀붕이와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어, 거기에 방해물 따위는 전혀 없어 보였지.

 

 얀진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둘과 같은 과인 얀진이는 무슨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애였어.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기업 회장의 손녀로 외모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아서 동기랑 선배들로부터 평가도 좋지. 과 대표로써 일 처리도 빠르고 동기들도 잘 챙겨주고… 아무튼 모자란 부분이 단 하나도 없는 그런 애가 얀진이었어.

 문제는 그런 얀진이가 얀붕이한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났지.

 시작은 과에서 약간 겉돌던 얀붕이와 얀순이를 얀진이가 챙겨준 것이었어.

 둘이서만 밥 먹길래 같이 밥 먹어주고, 과 모임 참석하게 유도하고, 족보 같은 거 챙겨주고…

 그러다가 보니 어느새 얀붕이, 얀순이에 얀진이가 늘 같이 다니게 된 거야. 

 처음에 얀진이는 정말 순수하게 친구로서 두 사람과 다녔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얀붕이가 친구가 아닌 남자로써 보이기 시작한 거야.

그래서 얀순이 눈을 피해 얀붕이에게 계속 작업을 걸기 시작했어.

 슬쩍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스킨쉽을 늘려가고, 새벽에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그런데도, 얀붕이는 자기가 아니라 얀순이만을 계속 바라보는거야.


얀진이는 안달이나 미칠 지경이었지.

지금까지 자기가 얻지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재력, 외모, 학력…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이 없는 자신이 지금까지 얻지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얀붕이는 이토록 바라는데도 손에 들어오지를 않아.

항상 얀붕이 곁에 있는 얀순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얀진이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어.

 얀붕이와 팔짱을 끼고 걷는 얀순이.

 얀붕이의 옆자리.

 

 ‘저 자리는 내 것이어야 하는데.’

 

 자기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년이 그 자를 꿰차고 있다는 사실을 얀진이는 견딜 수 없었어. 얀순이를 향한 얀진이의 감정은 어느새 질투에서 증오로 바뀌었고, 얀붕이를 향한 사랑은 집착이 되었지. 

 

 

  ‘얀순이가 아니라 날 봐 줬으면.’

 

그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서 얀진이는 다른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어.

어느 순간부터 얀진이의 대학 생활 목표는 학점도, 인맥도 아닌 얀붕이의 관심을 끄는 것이 되어 버린거야.

 망가지기 시작한 거지.

 몰래 얀붕이의 사진을 찍어 방에 장식하고, 얀붕이 옷의 냄새를 맡거나, 얀붕이 필기구를 훔쳐 밤에 딸감으로 쓰거나, 얀붕이에게 전화해 목소리를 들으며 자위하거나, 몰래 얀붕이 기숙사에 침입하거나….

 하지만, 그럴수록 얀붕이를 향한 얀진이의 갈증은 더욱 더 깊어질 뿐이었어.

 

 ‘더 적극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

 

 

 얀붕이도 병신이 아니기에 얀진이가 자신에게 호의를 넘어서 집착하고 있다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었어. 

애초에, 하루에 문자를 수백통을 보내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 거는데, 모를 수가 없었지.

 

얀붕이는 그런 얀진이가 싫지 않았어.

 

 얀진이는 얀붕이가 그토록 찾아해매던 얀데레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야. 

작고 귀여운 얀순이와 달리 날카로운 인상의 얀진이의 외모는 얀붕이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얀진이가 보여주는 리얼한 얀데레도 얀붕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는 충분했지.

무엇보다 얀붕이는 자신의 관심을 끌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얀진이를 동정했기에, 뿌리칠 수 없었어. 

결국 얀붕이는 얀순이의 눈을 피해 얀진이와 연락을 주고 받아. 

사귈 수는 없어도 친구로써 얀붕이는 얀진이를 보듬어 주려고 했어.

얀진이는 그 이상의 것을 바랬지만 말이야.

 

 이제 더 이상 셋이 함께 다니는 일은 없어졌고, 얀진이와 사이가 깊어질수록 얀붕이와 얀순이 사이의 거리는 벌어졌지.


  얀진이는 자기 집안 배경을 이용해 얀순이를 계속해서 압박하기 시작해.

 교수들과 조교들을 돈으로 매수해 얀순이에게 불합리한 학점을 먹이고, 얀순이가 출전한 대내 대회와 대외 활동에서 이유도 없이탈락하게 만들었지.


 뿐만 아니라 학교에는 얀순이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해. 

3학년 복학생인 누구랑 얀순이가 잤다는 둥, 교수한테 학점을 대가로 몸을 팔았다는 둥… 평소 얀순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믿지 않을 그런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하지.

얀붕이는 얀순이가 그런 애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필사적으로 해명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지.

 그 소문의 진원지는 당연하게도 얀진이었어.

 얀진이는 이를 통해서 얀순이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휴학하거나, 재수하거나, 편입하거나…. 뭐가 되든 좋으니 얀붕이와 자신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했어.

 그리고, 어느 정도 소문이 퍼질 무렵부터 얀순이가 학교를 쉬기 시작하며, 얀진이의 계획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지.

 

 얀붕이는 얀순이가 걱정이었어.

 벌써 몇일이나 얀순이와 연락이 되지 않았거든.

 무슨 방법을 써도 얀순이와 연락이 되지 않았어.

 기숙사에는 당연히 찾아가 봤고, 고등학교/중학교 친구들과 얀순이 친가에 전화까지 모두 돌려봤지만, 얀순이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어.


 '뭔가 큰 일이 생긴 거 아닐까.'

 '너무 무신경 했나.'

 '걔가 나한테 해준 것이 얼만데,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걸까.'

 '내가 얀순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내가 얀순이를 지켜줘야 하는데.'


 누가 뭐래도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10년 넘게 만난 친구가 이상한 소문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자기는 다른 여자애한테 빠져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그 사실이 얀붕이를 계속 옭아맸어.

 결국 얀붕이도 얀순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모든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게 돼.


얀진이는 더더욱 애가 탔지.

그 눈에 가시 같던 얀순이 년을 처리했는데, 오히려 얀붕이와의 사이는 멀어져 버렸으니 말이야.

 



얀순이는 얀진이가 벌인 수작을 예측하고 있었어.

얀챈을 3년 동안 매일매일 들락날락 했으니 얀데레가 할 법한 행동은 대충 예측할 수 있었지.

그리고, 슬픈 일이지만 얀붕이가 얀진이에게 넘어갈 것도 알고 있었지.

어쩌겠어, 그런 마음 약한 점도 포함해서 좋아하는 건데.


그 약한 마음에 채울 목줄로 얀순이가 선택한 것이 바로 '죄책감'이었어.

얀순이가 3년간 얀챈을 모니터링한 결과 사람을 확실하게 옭아맬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무엇도 아닌 '후회'라는 결론을 내렸거든  

 

얀붕이의 마음은 다시 돌렸다고 해도, 여전히 학교 문제는 남아 있었지.

과 생활을 가라로 했기에, 학교에는 얀순이 편이 없었고, 집안에 재력이고 뭐고 없었으니 얀진이 뒤에 있는 기업이 돈으로 벌이는 수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방법도 없었어.

 

이 나라에 유일하게 얀순이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이들은 메스컴 뿐이었지.

얀순이는 자신에 대한 헛소문이 어느 정도 퍼질 무렵부터 학교를 쉬고 자신이 당한 불합리한 일들의 증거를 모아 기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어.

‘대기업 손녀가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재력으로 학칙을 무시하고, 선량한 학생을 사회적으로 매장 시키려 했다.’

 

 얼마 뒤에 얀순이와 얀진이 사이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 되었고, 다음에는 기사가 올라왔고, 그 다음에는 뉴스가 올라 왔어.

이후로는 일사천리였지. 

표에 목마른 정치인들은 앞다퉈 대기업 회장 딸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했고, 경쟁사들 역시 좋다고 얀진이와 얀진이 뒤의 회사를 물어뜯기 시작했지.

 

결국 최종적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것은 얀순이가 아니라 얀진이었어.

얀순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로 돌아와 다시 얀붕이와 함께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얀붕이는 자신이 한번 얀순이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돼.

얀순이의 계획대로 말이야....





글 처음 써 봤어.

누가 내 글을 읽어주고 반응해 준다는 게 참 좋더라...


글 쓰면서 플롯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음.

바로바로 글을 쓰니까 글이 중구난방으로 튀네, 내가 봐도 난잡한데 남들이 보면 어떨까 싶다.


마지막에는 원래 화해의 야쓰를 넣으려고 했는데, 야쓰씬은 영 쓰기 힘들어서 흐지부지하게 끝남....

잘 쓰는 사람들 진짜 존경스럽다.


맞춤법이든 띄어쓰기든 피드백 주면 달게 받고 다음에 글 쓸 때 반영할게.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