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https://arca.live/b/yandere/2244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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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향해 길을 가는 얀붕이와 얀순이.

이세계임이 아직 체감되지 않은 얀붕이가 방심하여 가도를 약간 벗어난 순간, 녹색의 거대한 괴물과 마주치고 말았다.

오크.

게임별로 개좆밥에서 대족장까지 많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종족.


처음보는 괴물의 모습에 지금까지의 즐기듯한 모습은 사라지고 오그라들듯 굳어버린 얀붕이.

멈춰있는 얀붕이를 보고 오크는 곤봉을 치켜들었고 -


- 선풍이 지나갔다.

얀붕이의 인식보다 빨리, 오크의 곤봉이 내려찍는 속도보다 빨리

뒤에서부터 달려든 얀순이의 일섬이 오크의 목을 떨어뜨렸다.


"얀붕아! 괜찮아!?"

"어... 어. 고마워. 얀순아."

양손으로 얀붕이의 볼을 잡고서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얀순이.

전세와 현세를 합쳐 처음으로 여성의 얼굴을 가까이서 본 얀붕이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어? 저게 뭐야?"

오크의 육체는 어느새 허물어 사라지고, 보랏빛으로 빛나는 돌맹이 사이즈의 광석만이 남아있었다.

"아, 저건 마석이라고 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얀순이.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려던 얀붕이였지만, 이 세계로 오기 전에 들은 내용이 불현듯 떠올랐어.


마석으로 가챠를 돌리면 새로운 동료나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비록 유닛, 장비, 아이템이 한데 뒤섞인 좆그오같은 시스템이지만, 덕분에 얀순이와 함께 다닐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 그러고보니 얀순이 너는 괜찮아?"

악신이라고 했던 노인이 준 패널티. 인간형 소환수는 병이 든 상태라는 저주.

"나는 괜찮아. 얀붕이 너가 걱정해주니까 좋다. 히히."

그 나잇대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얀순이를 보고 얀붕이도 안도의 한숨을 흘려.


"그러고보니 이걸로도 가챠가 가능한가?"

얀붕이는 오크의 마석을 주먹으로 꽉 쥐었어.

그러자 얀붕이 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지.


           하위 마물 가챠

『하위 마물의 마석을 사용한 가챠.

R이하의 동료, 장비, 아이템 출현.

10연차시 마지막 가챠에는 캐릭터가 확정입니다.』

R : 5% N : 45% 꽝 : 50% (신계 전생자보호법에 의거한 확률공개)

    1회 가챠』             1회 가챠 


1회가챠가 2번 나온것은 콩신의 가호가 아니라 소지한 마석이 하나라는 것을 알아챈 얀붕이.

방금 전 확률이 더 좋았을때도 좋지 않은 장비가 쏟아져나온데다, 이번에는 꽝까지 있으니 얀붕이는 가챠를 포기했어.


"얀순아, 잠깐 전투를 더 해도 괜찮을까?"

"난 문제없어."

얀붕이가 의지하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얀순이는 재빠르게 근처의 하위 마물들을 베어냈어.

근처에 있던 오크와 고블린을 제거하고 마석을 양손 가득 가지고 돌아온 얀순이.


"이걸로 가챠를 돌릴게."

"얀붕아, 가챠...라는게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얀순이에게 얀붕이는 의심 없이 대답했지.

자신은 마석을 투자해서 새로운 동료를 소환할 수 있다고.

방금 얻은 새로운 능력을 자랑한다고 얀붕이는 깨닫지 못했지.

새로운 동료 이야기를 했을 때, 얀순이의 눈빛이 아주 약간 어두워진 것을.


"얀붕아... 나 하나로는 역시 미덥지 않아?"

약간 토라진 듯 말하는 얀순이를 보고 얀붕이도 아차 싶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얀순이는 잘해왔는데, 지금 급하게 동료를 뽑으면 그녀를 믿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리고 얀순이는 SR랭크였지만 R랭크 혹은 N랭크의 동료가 얀순이만큼 잘 해줄까?

혹시 그녀의 짐이 되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얀붕이는 마석을 다시 주머니로 집어넣어.


"미안해 얀순아. 널 의심한게 아니었어. 그냥 마을로 가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가는 얀붕이.

그래서 뒤에서 걸어오는 얀순이의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어.


독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얀붕이의 채취를 더 맡기 위해서 벌름거리는 코를.

얀붕이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다시는 입을.


악신이 말했던 '병'이 육체의 병이 아니라 정신의 병이었음을.

아직 얀붕이는 깨닫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