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23243436?p=1



아침의 공기는 차갑다.


창백한 침대보를 들추고 일어나자, 창문으로부터 눈이 부신 햇살이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방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순백색의 방을 빠져나가자 단숨에 더욱 차디찬 공기가 폐부를 파고든다. 너저분하던 복도가 매우 청결하고 꼼꼼하게 닦여 있다. 애틋한 사랑이 담긴 소녀의 향취가 코끝을 간질인다.



"할아버지께서, 얀순이를 받아주셔서 다행이야. 대체 어떻게 그게 성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양손으로 검은색의 안경을 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이 낡아빠진 관짝같이 넓은 집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다.


물론, 그것도 이제 옛말이지만.


복도를 가로지른 후 계단을 내려가자, 누군가가 흥얼거리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먹음직스러운, 달콤한 음식의 향기가 난간을 타고 집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간다.


부엌에는, 얀순이가 분주하게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다.

창백하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운, 푸른 장미와 같이 우아한 손길이 차분하고 정교하게 도마 위를 오간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그녀가, 나에게 다가온다. 한없는 애정과 행복감이 흘러내리는 달콤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다.



"잘 잤어?"


"그래. 오늘도 식사를 준비한 거야?"


"응! 사랑을 담아서 준비한 거니까, 절대로 남기면 안 돼?"



그녀의 미소가, 약간은 짓궂고 고혹적인 방향으로 변한다.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를 한번 가볍게 쓰다듬은 후 식탁에 앉자, 고급 양식당에서도 나오지 않을 법한 호화스러운 요리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산 채로 아르마냑 속에 빠뜨려 그대로 차분하게 구워낸 오르톨랑, 작은 컵 같은 곳에 담긴 창백한 색깔의 원숭이 골, 온갖 종류의 산해진미를 잔뜩 집어넣어 푹 고아낸, 냄비 속에 담긴 불도장.



".......이걸 아침 동안 준비했다고?"


"응!"



아무리 생각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머리를 내 쪽으로 기울이며 묘하게 비틀린 미소를 짓는다.



"어쨌든, 다 먹어줄 거지?"


"으, 으응.....그래......."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에 짓눌려 오르톨랑을 깨물자, 무의식적으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오독거리는 잔뼈와 바삭거리는 고기, 달콤한 풍미가 베어 나오는 폐와 위의 맛이 입안과 목구멍을 가득 채워나간다.


순식간에 이성이 알코올처럼 증발하고 식욕이 그 자리를 메워 버린다.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을 벗어던진 나는, 게걸스럽게 그녀가 헌신적으로 차린 요리를 모조리 먹어치운다.



"어때, 맛있어?"


"맛있어! 대체 어떻게 이런 걸 만든 거야?"


"사랑의 마법이야!"


"뭐?"



얀순이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더니, 이윽고 고개를 돌린다.



"미, 미안. 나…. 아, 아무래도……. 부, 부끄러운 소리를 한 거지?"


".....아냐. 로맨틱해서 좋았어."


"그, 그래? 정말이야? 정말로?"



순식간에, 그녀의 가녀린 양팔이 내 몸을 감싸 안는다. 부드러운 가슴과 가느다란 골반이 밀착되자,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한다.



"저기, 얀순아....."


"왜?"


"이건 아직 조금…. 위험한 것 같은데……."


"흐음…. 그래? 하지만 이쪽은 이미……."



얀순이의 부드러운 손길이 움찔거리고 있는 다리 사이로 향한다. 기이할 정도의 색기가, 그녀의 가냘픈 몸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다급하게 그녀를 밀쳐내고, 침착하게 숨을 가다듬는다. 그녀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를 짓는다.



"아직 나랑 교미하기는 싫은 거야?"


"조, 조금 돌려서 말해. 부담스럽다고……."


"인간의 문화는 정말로 신기하네....알았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자, 입에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온다.



"네가 나를 좋아해 줘서 기뻐. 하지만 이 정도까지 헌신적이면 뭔가....."


"뭔가?"


"부담스러워. 애초에 이런 건……. 보통 데이트 같은 것을 몇 번 한 다음에 하는 거라고."


".....그런 거야?"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갑자기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이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럼, 데이트! 데이트하자! 지금 당장!"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럼 밤에 하면 되잖아? 얀붕이는 보고 싶은 거 없어? 뭐든지 다 해줄게! 죽은 사람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갑자기 그렇게 말해봐야……."



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린다. 잠깐 고민한 다음에야, 나는 비로소 입을 열 수 있었다.



"뭐든 다 가능하다면, 작년에 지나간 유성우도 보여줄 수 있어?"


"유성우...?"


"그 때 200년에 한 번씩만 지나간다길래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알람을 잘못 맞춰서 못 봤거든."



그녀의 표정에, 실망의 감정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것은 곧바로 희열로 바뀐다.



"알았어. 오늘 9시에 함께 옥상에 누워서 보자. 조금 시시한 일이긴 하지만, 얀붕이와 함께라면 분명……."


"너. 정말로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네…."


"그야, 나에겐 손톱 끝으로 먼지 덩어리를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쉬운 일이니까."



한없는 애정이 담긴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기이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얀순이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그저 귀엽게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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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에게 꼬리친 년 조지면서 얀데레짓 하는 장면 쓰다가 몸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내일로 미뤄버림.

피로한 나머지 필력 떡락해서 미안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