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간대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대충 '햇빛이 따사로운 어느 주말' 정도로 정해보자.


썸녀와 첫 데이트를 하고는, 들뜬 마음으로 새벽까지 무리해서 승급전을 달린 얀붕이가, 낮이 될 때까지 잠에 푹 빠져 있었던거지.


그런데, 이따금씩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빼고는 늘상 고요함 만이 가득했던 방에, 갑자기 카톡소리가 빗발치는거야.


얼떨결에 잠에 취한 상태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신에게 온 카톡을 확인하는 얀붕이.





얀붕이에게 톡을 보낸 사람은 당연하겠지만 얀순이였어.


얀순이와 얀붕이는 서로가 서로의 부모님을 알고있을만큼 가까운 사이의, 그런 소꿉친구였지.


두 사람은 아주아주 우연하게도 어릴때부터 다니던 학교도 같았고 지금 다니고있는 대학교도 같았는데, 얀순이는 얀붕이네 자취방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걸릴 거리의, 멀지 않은 동네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얀순이는 "어머니께서 자취방에 오셨다가 가셨다" 는 말을 하면서, 얀붕이에게 어머니께서 만든 것을 먹어 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했어.


얀순이의 어머니는 꽤나 손이 크신 분이셨고, 머나먼 타지에서 그대의 딸이 고생한다고 생각하시면서 두손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셨을 것이 분명했지.


산더미처럼 쌓인 먹을거리에 압도당한 상태로 울먹이고 있는 얀순이의 모습이 이내 얀붕이의 머릿속에 그려졌어.


얀붕이는 딱히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러겠노라는 대답을 하고 간단한 준비를 마친 뒤, 얀순이의 자취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얀붕이가 자취방 앞에서 노크를 하자 얀순이가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같이 자취방으로 들어갔지.

아무리 자취방이라지만, 노출이 너무 심한 옷을 입고있다던가, 얀붕이가 들어간 뒤 자취방의 문을 잠구는 등, 어딘가 이상해보이는 얀순이의 모습에 얀붕이는 위화감을 느꼈지만, 이미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않아 있었어.

이윽고, 얀붕이가 살짝 거리를 두려하자, 얀순이는 얀붕이를 가둔 채 히스테릭적인 면모를 드러냈고, 뒷걸음질치던 얀붕이는 더 이상 도망 칠 수 없게 되었지.




얀붕이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먼저 식사부터 하면 안 되겠느냐며 얀순이를 설득했어.


자신은 원래 식사를 하러 온 것이라며 말이야. 속을 들여다보자면, 식사를 하면서 얀순이를 진정시키거나, 여기서 탈출 할 생각을 해 보자. 뭐 이런 심리였겠지.


하지만, 얀순이의 마지막 대답은...






"난 '어머니께서 만든 것'이라고 했지. 그게 음식이라고는 한 마디도 안했는데♡ 에헤헤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