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네와 헤어지고나서 아까 처음왔을때 점찍어두었던 빵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을 들어가니 70쯤 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조용히 바게트를 다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뭘찾으시나요?"

연륜이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투구를 벗고 채용공고를 보고왔다고 말했다.


"자네의 복장이나 하는 행동을 보았을땐 용사냥꾼인줄 알았건만 제빵사라니.."


"용사냥꾼이라뇨ㅋㅋ. 제 이름은 아트레우스입니다. 어렸을때 가졌던 소박한 꿈 하나를 이루고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나의 말에 할아버지는 감동을 받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아트레우스, 이건 단기 알바인데 괜찮겠나?"


어차피 나는 빵만드는걸 배우러왔기때문에 단기간이라도 제빵을 배울수있으면 괜찮았다. 우리의 근로계약은 체결되었고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구두합의를 했다. 


슬슬 가게가 닫을 시간이라 나는 다시 가게를 나와서 당분간 머물 숙소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풍마룡이라는 용의 여파인지는 몰라도 바람은 흉흉했고 너무 뿌옇서 시야가 잘 잡히지않았다.


한참을 헤매다가 여관이라 쓰여져있는 건물앞까지 도착했다.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여행자들로 시끌벅적해야하는곳이 너무나도 적막했다. 주인아저씨도 내 양손을 움켜잡으며 고맙다고 연신말할정도였다. 


열쇠를 받고 내 얼마안되는 짐을 챙겨서 올라가는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아저씨."

무언가 톡톡치는 느낌에 뒤를 휙 돌아보니 나를 보면서 싱긋 웃고있는 금발의 소녀, 루미네가 보였다. 


"?아저씨 아니라니까."


"투구를 써서 아저씨인지 오빠인지 모르겠어. 그럼 오빠라고 불러줄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한테 장난치는 루미네.

여기서 이런 우연이 있을줄은 몰랐지만 딱히 모른척하기로했다. 


"무시당했어.."

그러자 시무룩한듯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내 알빠 아니다.

딱히 루미네한테 신경쓰고 싶지않은것도 있었지만 오늘 이런저런 일이있어서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에 더더욱 루미네를 신경쓸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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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오자 정말 몇년만인지 모르는 푹신한 침대가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수년간 전장에서 노숙만 하던 내겐 어마어마한 사치였다. 투구와 장비를 3초만에 던져두고 배개에 얼굴을 박으니 정말 3초내로 곯아 떨어진거같다. 


몇시간을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몇년만에 숙면을 취한거같았다. 기지개좀 피고 아침먹으러 잠깐 방 밖으로 나오자  또 다시 루미네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자 루미네는 깜짝 놀랐다는듯이 날 보았다.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였네?"


"오글거리니까 제발 오빠거리지마라."


"그럼 아저씨라고 해줄까?"

오늘도 놀려먹기 좋다는 표정으로 루미네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아트레우스라고 해줘. 그게 내 이름이야."

루미네는 마치 성경을 외우듯 내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언가 조금 소름돋고 기분 나쁘긴했지만 뭐 별 상관 없다. 


아침밥만 후딱 해치우고 서둘러서 빵집으로 뛰었다.

"안녕하세요!"


"자네 왔나. 오늘 해야할 일이 정말 많다네. 이거 양해좀 부탁하네.."

산더미처럼 쌓인 반죽을 보고 기겁을 하지않을수가 없었지만 이곳에 와서 잡은 첫 직장이었기에 너무 기대되었다. 


나름 몬드내에서 잘나가는 빵집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기는 정말 많았다. 거의 몸이 3개는 필요할만큼의 일을했지만 상당히 재밌었다. 


잠깐 점심시간이라 소시지빵하나 들고 잠깐 쉬고있었는데 주변에서 루미네가 알짱거리는게 보였다.

뒤로 슬그머니 돌아가서 어깨를 한번 톡톡치니까 

흠칫놀라서 내 손가락을 부러뜨릴듯이 잡았다.


"아아아..! 아파!"

내가 비명을 지르니까 루미네도 그제서야 손가락을 쥔 힘을 풀어주었다.


"아 어떡할거야..나 일해야되는데.."

나의 이런 사소한 불평에 루미네는 언제나처럼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가 대신하면 되겠네? 어디야? 앞장서. 나 오늘 시간많아."

그정도는 아니라고 루미네를 돌려보내려했지만 쉽사리 놓아주지않았다. 결국 루미네는 내가 일하는 빵집까지 쫓아왔다.


"흐음..이런데서 일하는구나? 생긴것과는 다르게 아기자기한걸 하네."


내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아무튼 루미네는 내 옆에 꼭붙어서 내가 하는일을 조금 거두었고 빵을 만든적은 전무할테니 나 대신 계산대좀 보라고했다.


 예쁜 미소녀가 계산대를 본다는 소문이 타서그런지 그날따라 사람이 많아서 죽는줄 알았다. 


"재밌었어. 나중에 빵집차리면 놀러갈게?"

재미는 개뿔 뒤지게 힘들었다고 하니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퇴근했다. 


"정말 좋아보이네. 정말 사이좋아보여."

요새 자꾸 내 뒤통수에다가 말을거는 사람이 늘어난거같다.

또 뒤를 돌아보니 이번엔 케이아인가보다. 


"여행자, 그리고 이쪽은..아! 그 용사냥꾼이군."

도대체 용사냥꾼이라는 별명은 누가 지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용을 사냥해본적이 없다. 오히려 맞서다가 죽을뻔했다. 


"용사냥꾼이라니. 아트레우스다."


"음~ 그렇군. 아트레우스 기사단에 들어올 생각은 없는거야?"

케이아는 내게 흥미가 있는듯했다. 하지만 난 이곳에서까지 전쟁을 하고싶지않았기때문에 정중히 거절하였다. 


"하하! 이거 참 아쉽군. 그럼 둘이 예쁜사랑하라고?"

그 말을 끝으로 케이아는 사라졌다.

별 다른 해프닝 없이 우리 둘은 숙소에 도착했다. 

문을 열기전에 루미네가 머뭇거리며 내게 말을걸었다.


"그..저기.."


"?"


"아까 케이아가 그랬을때 싫었어..?"


"?"

내가 계속 뚜한표정을 지으니 답답하다는듯 루미네가 소리질렀다.

"나랑 연인처럼보인다는게 싫었냐고!"


"아. 딱히 싫지는 않았어. 너처럼 예쁜 여자애랑  연인처럼보인다는데 누가 싫어하겠어?"


"ㄱ..거짓말쟁이.."

내가 솔직한 내 감상을 말하자루미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잽싸게 자기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왜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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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에 정착한지 어언 3주가 지났다.

루미네는 이제 '천공의 하프'인가 하는 물건을 찾고있었나보다. 거듭말하지만 내 알빠 아니다.


그게 이 세계의 신을 모시는 공간에 모셔져있다는데 그런건 모르겠고 그런 물건을 함부로 줄거같지는 않은데..

뭐 어쨋든 내 알빠 아니니까.


뭐, 근황 보고라도 하자면 나도 점점 짬이생겨서그런지 일처리 능력이 빨라지고있다. 계약기간은 이제 1주일도체 남지않았지만 이제 기술은 어느정도 숙달하고 있었다. 


오늘은 얼마없는 한가한 날 이므로 앉아서 티바트 대륙의 제빵에 관련된 책을 보고있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영문모를 불청객이 나타났다.


낯선 메이드의 인영이 보였을때 도망치지않은 내 자신을 지금도 탓하고있다.


"반갑습니다.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온 노엘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나를 찾아온다니 대체 왜?


"그 다름이 아니라 진 단장님께서 잠깐 보자고하셔서.."


"알겠습니다. 퇴근하고 찾아뵐게요."

성실해보이던 메이드는 싱긋 웃더니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나저나 나 뭐 사고친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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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개구림 주의

진짜 미안해 얀 추가할려고 노력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