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10편) : https://arca.live/b/yandere/25683989

시리즈 일람 : https://arca.live/b/yandere/26457677


출처 : https://www.pixiv.net/novel/series/1568103


주요 등장인물 :

심볼리 루돌프 : 주인공의 담당 우마무스메, 학생회장, 얀순이


다이와 스칼렛 : 신입생 A, 밤색 털의 우마무스메, 보드카의 친구


보드카 : 신입생 B, 갈색 털의 우마무스메, 다이와 스칼렛의 친구


트레이너 (남) : 주인공, 얀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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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왓 맛없어."


 여물 줄렙이라는 모독적인 음료를 조심조심 입에 대지만, 뭐라고 형언하기 힘든 풋내가 코를 찔렀다. 청량감은 존재하지 않는데다, 아주 확실한 풀의 향기가 난다.


 게다가 백미(百味) 사이다라니.

 그러니까 앞으로 99가지 맛이 남아 있다는 거겠지.


 이 학원 내의 자판기도 그렇고, 카페테리아도 그렇고, 우마무스메가 좋아하는 맛의 물건이 많기 때문에, 대개 이상한 라인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직원을 위한 자판기 등도 있기는 있지만, 그 쪽은 그 쪽 대로 우마무스메적으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모양이다.

 단 것을 좋아하는 애가 많기 때문인지, 사이다 등의 주스 류는 비교적 빨리 없어지는데 비해, 블랙 커피만이 덩그러니 남겨져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커피 동료는 대체적으로 선택지가 남겨져 있지 않던 우리 직원들이나, 커피 파를 표방하는 일부 우마무스메 정도인 것이다.


 무의식 중에 단말기를 켜서 상호명을 단서 삼아 조사 해 보니, 역대 우마무스메가 남긴 코멘트 등을 발견했다.


 '트레센 학원의 백미 사이다가 그리워.'

 '단종되긴 했지만 민들레 맛이 내 최애 음료. 재생산하면 딸한테 사달라고 할까.'


 우마무스메에 관해서 더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민들레 맛이라는건 대체.

 그건 그거대로 신경 쓰인다만, 그것 보다도 트레센 학원 OG 겸 현역 주부라고 생각되는 우마무스메 까지 코멘트를 남기고 있는 점에서, 뿌리 깊은 인기가 있는 거겠지.



 ….



 아니, 이 언저리의 자판기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어디서 팔고 있는거야 이거.

 까먹지 않았으면 오늘 밤에라도 루돌프한테 물어 보자.

 즐겨마시는 거라면 어떡하지.



 …그나저나 골드 십은 어디서 정보를 입수한 걸까.

 정리해고야말로 당하지 않았지만, 새로 담당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태라고 하는 건 일종의 신인 상태인 야생 트레이너랑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

 뭐, 지금 쯤 야생 트레이너들은 아직 눈을 반짝이면서 입학식에서 신임직원 소개 등을 받고 있는 걸까.


 어제 나온 사령의 정보가 일부지만 이미 학생 사이에서 나돌아다니고 있다는 걸까.

 트레이너가 담당을 찾는다고 하는 정보라서 유출된 것인가, 아니면 잠입해 있던 녀석이 있는건가.

 어느 쪽이라고 해도 납득이 되어 버리지만, 그래도 정보통제가 너무 느슨한게 아닐까.

 말단의 트레이너가 새로 담당을 가진다는 정도의 사항이 유출되어 있다면 아직 괜찮지만, 중대한 정보가 유출되었다면 어쩔 생각인 걸까.

 하야카와 씨 언저리한테 상황을 여쭤 봐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꺅꺅거리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학식이 끝난 거겠지.

 멀리서, 아직 신품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약간 긴장한 듯이 뺨에 홍조를 담은 채로, 즐거운 듯이 걸어 온다.


 아직 이 학원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은 그녀들은, 눈을 빛내며 즐거운 듯이 학원 내를 탐색하며 돌아다니는게 예년 익숙한 광경이다.

 뭐, 초등부로부터 막 올라온, 아직 어리다고 해도 좋은 연령의 아이들이다.

 말 이라고 하지만 여자. 소란스럽기를 이 이상이 없다.


 그런 그녀들이 눈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어렴풋이 눈으로 좇으면서, 맛없는 탄산을 목구멍에 흘려보낸다. 풋내와 탄산 특유의 청량감이 격렬한 위화감을 빚어내면서도 위 속으로 내려간다. 강탄산인 덕분에 원샷으로 처분을 할 수도 없다. 우웁….


 부모님의 교육 덕택에, 음식을 소홀히 할 수 없는게 지금은 원망스럽다.

 마실 수 있지만, 마시기는 마실 수 있지만, 절묘하게 마시고 싶지 않은 맛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한약 같다. 게다가 굉장한 풋내라고 할까, 풀의 향과 미묘한 들풀 느낌이 나는 맛이 나는데다 '감미료를 퍼부었다'라고 할 정도로 폭력적으로 달다.

 끝끝내 라벨에는 '칼로리 제로' 라고 기재되어 있는 부분에서 살의가 차오른다.

 그런 부분의 배려는 있는 주제에 이 풋내에 대한 배려가 없다. 당분조차 섭취할 수 없는건가 이 음료는. 인간이 보자면 좋은 점이 전혀 없다.

 애시당초, 줄렙이란 이름을 자칭할 거면 알코올이 들어 있었다면 좋았을 걸.

 아아, 켄터키 더비를 관전하면서 민트 줄렙을 마시고 싶다. 현지에서.


 …이걸 손에 쥐고 돌아다니는 것도 싫으니 빨리 처리해 버리려고 쭉 들이켜 보지만, 강한 탄산이 그걸 저지한다.


 부르르 하고 주머니 속에서 단말이 진동했다.

 여물 줄렙의 강렬한 맛에 눈물을 흘리면서 꺼내 보니, 루돌프로부터 문자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


 '미안하다. 내빈의 대응 등으로 오늘은 늦어질 것 같다. 끝나자 마자 자율 트레이닝을 행할테니, 트레이닝 메뉴를 보내주지 않겠나."


 오늘은 바쁜 날일텐데, 성실하기 짝이 없군.

 농땡이 치는 버릇하고는 연이 없는 성격은 매우 고마울 따름이다.

 일단, 지쳤을 것을 고려한 트레이닝 메뉴를 보냈다.

 어디서 트레이닝을 하는지는 어느 정도 범위를 좁힐 수 있으니, 그녀가 트레이닝에 들어갔을 때를 봐서 얼굴을 내밀러 가도록 하자.



 자.

 이제 어떻게 할까.


 트레이너 인트라넷에서 정보수집을 해 본 바로는, 입학 전부터 소문이 돌고있는 우마무스메도 몇 명인가 있었지만, 그런 아이들한테는 베테랑이 접촉을 시작할 터이고, 나 같은 평트레이너한테 순번이 돌아오는 건 아직 나중의 이야기.

 아마 하나 씨가 순조롭게 스카우트 해 나가겠지. 리길은 정말로 강하니까.

 어째서 학원 내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최상위 팀인 리길이 아니라, 나 같은 신인이 무패 3관마의 담당 따위를 하고 있는 건가는 아직도 의문점이 있다.

 리길로의 이적을 추천했더니 엄청나게 화를 냈단 말이지, 루돌프.


 기숙사로부터의 통학로를 따라 설치 되어있는 벤치에서, 수상한 라벨의 사이다를 한 손에 들고 덩그러니 앉아있는 나는 아마 수상한 사람이란 녀석일 거다.

 평소라면 여기서 미리 싸온 도시락을 펴 놓거나, 로드워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스포츠 음료를 한 손에 들고 녹초가 되어있는 우마무스메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늘 여기에 앉아있는 건 나 혼자다.

 신분 증명을 대신할 용도의 트레이너 뱃지를 가슴에 달고는 있지만, 입학식을 끝내고 기숙사 입사를 위해 기숙사로 향하는 우마무스메들이 멀리서, 목소리를 낮추면서 이 쪽을 보고 있는게 심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빨리 도망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둘러 점을 찍어놓지 않으면 선별에 시간이 걸려버리고, 가능하면 선발 레이스 전에 스카우트 혹은 교섭을 해 두고 싶다.

 하-, 하고 가볍게 한숨을 쉬고, 미간에 손을 대고 문지른다.

 의외로 골드 십이 건넨 맛없는 사이다에 의한 데미지가 있는건가, 아니면 피로가 풀리지 않은건가. 아무래도 눈의 피로가 심각하다.



 ….



 응?

 주위가 술렁거리고 있다.


 "저, 저기요…."

 "응?"


 말을 건 쪽으로 얼굴을 든다.


 "심볼리 루돌프 씨의 트레이너 씨…인가요?"


 쭈뼛쭈뼛, 하고 찾아온 건, 본 적이 없는 우마무스메.

 몹시나 볼륨이 풍부한 트윈테일에, 머리에는 티아라를 얹은 밤색 털의 우마무스메.

 그리고 뭐라고 할까 그.




 크다.

 정말 크다.




 "네?"

 "아무 것도 아냐."


 나도 모르게 사람과 우마무스메라고 하는 종족의 장벽이라던가 위험예지나 리스크 평가라는 노동안전의 개념도 일단 머리에서 날라가 버릴 뻔 했다.

 위험하다. 그래도 큰 건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가 들어 있을 것 같다. 꿈이라던가 그런 거가. 어쨌든 좋다.


 "어 그러니까, 심볼리 루돌프의 사인이라도 필요하니?"


 드물게 자주 있는 사태이다.

 최근에는 그다지 듣지 않는다고 할까, 각자 다른 행동을 하는 시간이 적어서, 사인이나 팬레터의 중개를 의뢰받는 경우는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읏, 그것도 매력적이긴 한데요…."


 뭔가 말하고 싶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걸까.

 우물쭈물 하며 앞발굽질을 하고 있다.

 앞발굽질은 목숨에 위협을 느끼므로 사양해달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 아마도 순진무구할 거 같은 우마무스메에게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느긋한 편이다.

 우마무스메라고 할까, 쉴 때는 사자 같은 심볼리 루돌프의 투정이라는 이름의 시련을 여러 번이나 넘어 온 호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미안, 루돌프는 사리 분별이 분명해서 그다지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었지.


 등등.

 내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걸 생각하고 있으니, 밤색 털의 그녀 옆에서 기세 좋게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이 쪽은 갈색 털인 아이다.

 숏 헤어지만, 앞머리가 한 쪽 눈을 가리고 있는, 뭐라고 할까 가벼운 중2병 같아 보이는 우마무스메.

 원기왕성, 이랄까 발랄, 하다고 할까.

 기세가 너무 좋았던건지, 밤색 털의 그녀를 튕겨내며 앞으로 나왔다.


 이 때까지 정중한 자세였던 밤색 털 쪽이 한 순간, 눈을 치켜 뜨며 화를 내는 게 보였지만 가만히 있어 주는게 예의겠지.

 마치 우등생같은 인물상은 일부러 만든 거겠지. 이 시점에서의 하체가 단련된 정도, 눈매, 표정, 그리고 귀와 꼬리의 움직임으로부터 읽어낼 수 있는 범위로 미루어 보자면, 고지식한 우등생의 가면을 쓰고는 있지만, 상당히 지는걸 싫어한다고 할까, 기가 드센 타입이겠지.

 …어째서 알겠냐고? 비슷한 부류가 근처에 있어서 말이지.

 그리고, 이 두 명은 서로 아는 사이겠지.


 "굉장해! TV에서 본 적 있어! 네가 황제를 키워낸 트레이너인가!"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라고 하기엔 약간 심하게 강렬한 느낌도 들지만,

 보이쉬한 갈색 털의 아이가 기세 좋게 다가온다.


 "으, 응. 뭐 그렇지."


 내가 키웠다, 라고 하기엔 살짝 어폐가 있는 느낌은 들지만.

 내가 지탱은 해 줬다고 하지만 그녀는 자기 스스로 커 나간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앗차차… 어 그러니까, 미안, 나는 보드카라고 해. 오늘부터 이 학원에 다니니까…"


 라고, 뭔가를 말하고 있던 보드카의 모습이 빠르게 옆으로 벗어났다.

 밤색 털 쪽이 눈에도 보이지 않는 기세로 튕겨 낸 모양이다.


 "이 바보가 바보 짓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다이와 스칼렛이라고 합니다.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기가 드센건 확정. 아마 말투도 상당히 인위적으로 만들었겠군.

 표정근이 약간 어설프게 경련하고 있다. 원래는 그대로 멱살을 잡고 싸움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겠지.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에 사라졌다. 자제심이라고 할까, 체면이 이긴 모양이다.

 다이와 스칼렛이라는 것 같은 그녀는, 약간 끼를 부리는 느낌으로 눈을 치켜 뜨고 이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대체 뭐야 이게.

 문득 주위를 보니, 어느 샌가 군중이 생겨있다.


 아아 그런가, 여기 학생들이 자주 왕래하는 길이지.

 눈에 띄겠지, 그러면.

 나중에 루돌프한테 혼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지금 와서 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여기, 학생회실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 맞지?


 "좋아. 무슨 일이니?"

 "트레이너 씨는, 올해 스카우트 하시는 건가요?!"


 응?


 "심볼리 루돌프의 트레이너가 슬슬 다음 우마무스메를 키우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라고, 오늘 아침 뉴스를 봐서…"


 아아, 그런 거였군.

 그 기자 녀석. 어디서 정보를 빼돌린거지? 사령은 어제 있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주제에 수완가라서 곤란하단 말이지….


 "아… 뭐, 그렇지. 올해는 새로, 최소한 두 명은 맡아 볼까 생각해서."


 순간, 주위가 술렁인다.


 "그렇다면 혹시, 여기서 예비조사를…"

 "베테랑 트레이너인 선배들과는 달리, 한 눈에는 간파하지 못하는 미숙한 사람이니까, 시간을 내서 찾지 않으면 안되니 말이야."


 더욱 더 술렁이는 주위.


 신입생들은 모두, 트레이너로부터의 스카우트를 동경하는 생물이다.

 스스로 팀 채용시험에 응모하는 우마무스메가 많은 사이에, 직접 스카우트를 받는다는 건 즉, '재능과 노력이 인정받는다'는 것과 같다.

 실제로 스카우트를 받을 만한 우마무스메는, 총 2000명을 넘는 우마무스메가 재적해 있는 이 트레센 학원에서도 극히 적은 '상층부' 뿐이다.

 귀여운 우마무스메들의 비주얼에 반해, 현실은 매우 엄하고 혹독하다.

 매년, 학교랑 가장 가까운 역의 역무원들이 울면서 시골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는 게 마음이 아프다는 푸념을 하고 있지만, 우리들 트레이너도 수가 극히 제한된 이상, 아무리 봐 주고 싶어도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했다고 해도, 승부의 세계인 이상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패배하여 길을 포기하는 자가 나오는 건, 인간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어중간해도 비주얼이 그 언저리의 아이돌 보다 좋기 때문에, 비극으로써 취급하기 쉽지만.


 어찌되었든.

 나 같은 하찮은 트레이너라도, 몇 안되는 중앙의 라이센스를 가지는 트레이너 중 한 명.

 경험이나 실력이 어쨌든, 1년차인 트레이너라고 해도 스카우트 받고 싶다고 하는 바램은 많다.

 그런 극소수 안에 들어가는 인재를 감정하고 있다고 들으면, 들떠 버리는게 신입생들이다.

 꺅꺅 하고 떠드는 모습은 귀엽지만, 그 눈동자 안에 숨어있는 건 불꽃.

 무지각한, 하지만 막대한 열량이 회오리 치고 있다.

 승리를 쟁취하여, 단 한명 뿐인 승자로서 서기 위하여, 그녀들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트레이너의 절대적인 수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도 적기 때문에, 흘러나오는 아이는 많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우수한 우마무스메는, 오히려 섭외하려는 사람이 흘러넘친다.

 그녀들도 현 시점에서는 아직, 감정받는 쪽이기도 하고, 감정하는 쪽이기도 하다.

 부주의한 언동은 삼가야겠지.


 "미안하군, 잠깐 지나가겠다."


 열이 높아져가는 속에서, 명료하고 늠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중이 팟 하고 갈라진다.


 이런 일이 가능한 우마무스메는 수가 한정되어 있다.

 재학생이라면, 기껏 해야 심볼리 루돌프나, 에어 그루브인가.

 에어 그루브라면 좀 더 목소리의 울림이 예리하다.

 남은 건 극히 일부의 기교하다고 할까, 괴짜 같은 학생도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그 경우에는 좀 더 불안이나 곤혹이 먼저 나오는 데다, 신입생은 아직 위기관리의식이랄까, 위험한 상급생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어렵겠지.


 …뭐, 일일히 듣고 구분할 필요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모세의 기적처럼 군중을 두 갈래로 가르며, 루돌프가 높은 구두소리를 내며 찾아 왔다.

 바쁘다고는 하지만, 이 만큼이나 소동이 일어나 버리면 눈치 채겠지.


 "누가 이런 곳에서 정체를 일으키고 있나 했더니… 너였나."


 이런이런, 하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두통을 억누르듯이 얼굴에 손을 갖다댄다.

 학생회장이란 것도 힘들구나, 라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하필 소동의 중심지에 자기 트레이너가 있거나 했을 때, 나였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주저했겠지.


 "여어, 루돌프. 수고했어."


 일단 한 손을 들어 인사를 해 본다.

 빙글빙글 하고 느슨한 미소를 띄고 있다는 자각은 있지만, 이럴 때 어떤 얼굴을 하고 맞이하면 좋은 건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골드 십 처럼 꼬리가 빠지게 도망쳤으면 됐을까.


 "수고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기숙사에서 짐을 풀어야 할 신입생을 붙잡고 정체를 발생시키는 건 좋지 않은 행동 같은데?"

 "장래가 창창해 보이는 애를 찾으려고 생각하다 보니 그만 열이 붙어서 말야."

 "하하하, 열심인 건 보기 좋지만, 말이지."


 살짝 가시가 돋친듯 하면서도, 질린 듯한 시선.

 살짝, 하고 한 순간이었지만, 다이와 스칼렛을 향해서 뼛 속까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레이스 직전의, 쏴 죽일 듯한 시선을.


 혼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다이와 스칼렛과 그 옆에 있던 보드카가 몸을 움츠린다.

 아무리 오기가 강한 아이들이 모이기 쉽다고는 하지만, '황제'가 일일이 흠을 잡을 만한 일은 아니다.

 에어 그루브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그 여제, 살짝 성질이 급하니까 말야…. 


 …그렇다곤 해도.

 흥분하고 있군.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요리를 한 것 같은데다, 입학식의 연설 등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거겠지.

 아무리 황제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젊은 소녀다.

 긴장해 있는 점은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보드카 군과, 다이와 스칼렛 군이었지. 이야기 도중이라 미안하지만, 무서~운 애마한테 걸렸으니까, 이제 해산이야.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루돌프가 한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이야기 도중에 끊어버린 사과도 겸하여, 가방에 상비해 둔 사탕을 빠르게 꺼내서, 신입생 두명에게 떠민다.

 아이 취급한 느낌도 들지만, 대부분의 우마무스메는 단 것을 좋아하므로, 감사의 뜻을 전하거나 할 때 편리하다. 지금까지 루돌프 이외한테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으니,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불명이지만, 우리 황제님은 대체적으로 이 사탕을 입에 물리면 얌전해진다.


 "황제가 보증하는 사탕이야. 맛있지?"

 "우물. 네, 네…."

 "우물?! 으, 응…."


 끄덕끄덕, 하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황제가 보증한다 같은 소리를 하면서 입에 밀어 넣어버리면,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라는 타산도 있다.


 "자, 루돌프도.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며, 루돌프의 입에 사탕을 밀어 넣으니, 냠 하고 스스로 쪼아 먹듯이 사탕을 입에 넣었다.

 흥분 기미일 때는 손가락 째로 입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 중인환시(사람들이 무리를 이뤄 지켜보는 모습을 이르는 사자성어) 속에서는 자제심이 이긴 모양이다.


 "…으음. 하아. 너는 자신을 너무 얕보고 있다고. 나중에 반성문을 제출하도록."


 허리에 손을 얹고, 질린 듯한 쓴 웃음을 띈 루돌프.

 데굴데굴, 하고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리고 있어 그다지 위압감은 없다.

 단 것으로 살짝 머리가 리셋된 건지, 위압감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얕보고 있고 뭐고, 세간으로부터의 평가는 대단할 거 없는 하찮은 트레이너지만 말야.

 그렇다고는 해도, 여기서 일부러 정정해도 어쩔 수 없다. 나의 자기평가 따위 보다, 그녀의 체면 쪽이 중요하니까. 여기선 빨랑빨랑 물러나는게 낫겠지.


 분주하게 짐을 꾸려 일어서니, 문득 루돌프가 이 쪽의 손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빤히, 감정이 보이지 않는 그건, 손에 들고 있던 수상한 사이다 캔을 향하고 있다.


 "이거? 아니,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아서 말야… 버리는 것도 그렇고."


 가볍게 캔을 흔드니, 뚜껑을 따고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솨아 하고 탄산이 튀는 소리가 들린다.


 "뭐, 우마무스메 취향의 라인업이니 말야. 교직원 쪽이 이용하는 자판기에는 들어있지 않을 터인데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한테 받아서 말이지."


 누구한테, 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누가 이런 걸 줬는가 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어느 정도 범위가 좁혀지겠지만, 내 입으로 밝히는 것도 좀 꺼려진다.

 그 의도를 읽은 것인지, 루돌프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작고 길게 토해내며 자제한 모양이다.


 "그런가. 다 마시지 못하겠으면 이 쪽이 처분해 줄까."

 "미안하게 됐네. 그래 주면 고맙겠어. 알다시피, 아무래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말야."


 자, 하고 그걸 직접 건넨다.

 쭉 손에 들고 있었던 탓인지, 꽤나 미지근해진 그것을.


 "그럼, 슬슬 갈게. 다시 밤에 찾아올테니까."

 "알겠어."


 가방을 어께에 매고 떠나려고 했을 때, 문득 말하지 않은 게 있었던 걸 떠올리고, 뒤를 돌아본다.


 "아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신입생 여러분, 입학 축하해. 열심히 하는 애는 스카우트 하러 갈지도 모르니까, 그 때는 잘 부탁해."


 농담이지만.

 나의 애마인 황제의 앞이니, 가능한 한 황제의 트레이너 다워 보이게, 살짝 노력해서 연기해 봤다만,







 당연히, 나중에 실컷 혼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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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리길 팀의 하나씨 - 토죠 하나


애니판 우마무스메 기준으로 가장 강력한 우마무스메들이 전부 모여있는 팀 리길의 트레이너.

철저한 전략과 트레이닝으로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려는 성향임.

팀 스피카의 트레이너(애니판 우마무스메의 주인공)과는 아는 사이.

팀 리길은 대부분의 우마무스메가 들어가고 싶어하는 팀이며, 단 1명을 선발하는 입부 시험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몰릴 정도.

애니판 우마무스메에서는 심볼리 루돌프 또한 팀 리길 소속이었지만, 여기서는 설정개편이 일어나 루돌프는 빠진 상태.


드물게 자주 있다 - 부론트씨

2채널 파판11 게시판에서 유명해진 한 어그로(통칭 부론트씨)의 널리 알려진 어록 중 하나.

드물다 와 흔하다는 정 반대의 의미지만 묘하게 의미가 통하는? 말인지 몰라도 널리 퍼졌음.

드물게 흔히 있다 라는 말은 문법적으로 절대로 맞지 않기 때문에, 이 말이 있다면 십중팔구 부론트씨의 패러디임.

그 이외의 사항은 말딸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 알고 싶으면 나무위키에서 '부론트씨'를 검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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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십에 이어서 계속해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오는 편임.

이번에 나온 건 삼각관계로도 보빔으로도 3P로도 써먹기 딱 좋은 다이와 스칼렛(통칭 다스카)과 보드카.

물론 3P 부문으론 성인향 2차창작이 금지된 말딸의 특성 상 좀처럼 나오는 것 같지는 않지만...


현재 최신 연재분 기준으로 아직 누구를 담당으로 섭외할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두명도 충분히 얀데레물의 주연으로써 큰 역할을 다할 거라고 생각됨.

물론 엑스트라여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겠지만.


언제나 오타 및 오역 지적 그리고 기타 피드백 대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