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챈고등학교 2학년 2반에는 친구들에게서 많이 소외된소위 왕따가 한 명 있었다.

 

티가 나게 괴롭히거나 폭력을 가하지는 않지만아무도 그녀와 이야기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공부도 잘하는 학생인 얀붕이도 있었다.

 

얀붕이는 그가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몇 달 후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는 말을 떠올리며새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려 주변을 물색하던 중문득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이름은 김얀순얀붕이는 얀순이가 우리 반 왕따이고 솔직히 말해서 자신과 많이 차이 나지만별로 상관없다오히려 연애경험도 없어 보이니 몇 번 같이 놀면 홀랑 넘어오리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데얀붕이는 그녀와 연애할 때에 자신의 갑의 위치의 설 것이라 느꼈다.

 

얀붕이는 최근 며칠간 얀순이를 관찰해보니항상 학교에 일찍 등교해서끝날 때까지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것 같았다.

 

그녀에 대해 대충 파악이 끝났다고 여기자바로 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학교에 일찍 가보니얀붕이의 예상대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교실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얀붕이는 자리에 앉아 공부하고 있던 얀순이에게 짧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얀순아?”

 

...으응...안녕?”

 

얀순이는 굉장히 당황한 듯했다인기 많고 잘나가는 학생인 얀붕이가 아마 그녀 자신과 대화한 적도그리고 대화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당황을 떨쳐내고 간단히 대답한 뒤 다시 그녀가 하던 공부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녀와 2년간 같은 반이었지만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왕따라서 별 기대도 안 하고 그냥 데리고 놀아볼 생각으로 접근했지만웬걸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얼굴도 반반하고목소리도 예뻤다.

 

제대로 꾸미면 꽤 봐줄 만할 것 같았다.

 

얀붕이는 감상은 이쯤 하고당초 목적대로 호감도를 쌓기로 했다.

 

마침 얀순이는 문제집을 풀고 있었는데한 문제에 체크 표시와연필 자국이 매우 많은 것으로 보아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했다.

 

물론 우등생인 그는 간단하게 풀 수 있었기에 그녀에게 말했다.

 

그거풀기 어려워 보이네혹시 도와줄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내가 풀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는 것일까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망설이는 것일까,라고 얀붕이는 생각했지만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기다리고 나니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도와줘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해도 가까이 있었으니얀붕이에게 다 들렸지만그냥 도와주면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조금 놀려 주기로 했다.

 

뭐라고 했어미안작아서 잘 안 들렸어.”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얼굴이 조금 붉어지더니아까보다는 조금 큰 목소리로다시 말했다.

 

도와달라고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옆에 앉아 문제를 풀어줬다.

 

그가 간단하게 문제를 풀어주고설명해주니 그녀는 꽤 놀란 듯했다.

 

자신이 그렇게 붙잡고 있던 문제를 쉽게 풀어버렸으니그럴 만도 하다.

 

고마워

 

별말씀을

 

간단히 감사를 표한 뒤 그녀는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다시 말을 걸 만한 이유도 없고이제 곧 아이들도 학교에 도착할 시간이니얀붕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조금 흥미가 생겼다지만잘나가는 우등생이 왕따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간두 사람에게 너무 많은 관심이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수업 중에도 얀붕이는 얀순이를 계속 지켜봤다.

 

어차피 수업 정도야 듣지 않아도 내신은 챙길 수 있고그녀를 지켜보는 편이 그에게는 더 재미있고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는 수업 중간중간에 그를 힐끔 보다가 눈이 계속 마주치니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꽤 귀엽네ㅎ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얀붕이에게 몰리고 얀순이가 그에게 다가갈 여유 또한 없었기에수업 중에 관찰하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뒤에종례를 마치고 하교 시간이 되자그녀는 그에게 다가와 짧은 쪽지 한 장을 건네더니 이렇게 말하고는 교실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집에 가서 펼쳐 봐

 

얀붕이는 그 쪽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빠르네보통은 말 몇 마디 했다고 이렇게 하진 않던데

 

얀붕이의 친구들은 왕따인 얀순이가 내게 무언가를 건네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는지그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굳이 다른 친구들에게 말해서 관심을 끌 필요는 없었기에그는 그냥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린 후 집으로 갔다.

 

그녀가 준 쪽지를 펼쳐 보니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010-xxxx-xxxx

내일 4시 얀챈카페 앞에서 보자

 

전화번호만 주리라 생각했는데벌써 데이트 신청이라니대담하네.’

 

얀붕이는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에 얀순이에게 카톡을 했다.

 

 

안녕나 얀붕이야내일 뭐 할지 다 정해둔 거야?’

 

물론나만 믿고 따라와.’

 

그래기대할게.’

 

 

얀붕이는 학교에서 잘나가는 학생이기에 당연하게도 여태까지 많은 데이트를 해봤지만한 번도 여자 쪽에서 청해오는 경우는 없어서 신선하게 느꼈다.

 

얀순이는 학교에서 말할 때와는 다르게 자신감 넘치고적극적이었기에 그는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나라고 생각도 해 봤지만상식적으로 인사 한번 하고 문제 풀이 한번 도와줬다고 반할 리는 없으니실없는 생각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얀붕이는 2시 즈음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을 먹은 뒤 나갈 채비를 했다.

 

씻고 옷을 고른 뒤에현관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이제 출발하니?’

 

그럼 이따가 보자

 

그래이따 봐

 

얀붕이는 천천히 걸어서 약속장소에 도착했고시계를 보니 약속 시각까지는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그가 도착하고 얼마 후에얀순이가 도착했다.

 

그는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잘 꾸미지도 않던 그녀였고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어 외모가 크게 티 나지 않았는데화장도 하고 검은색 오프숄더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정말 웬만한 연예인 뺨칠 정도로 아름다웠다.

 

얀붕이는 자신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그녀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얀순아 오늘 정말 예쁘다.”

 

정말로?”

 

그럼당연하지너 오늘 진짜 예뻐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 번씩 너 쳐다보고 있어.”

 

고마워,”

 

얀순이는 얀붕이의 칭찬에 매우 수줍어하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진짜 숫기가 없네·오프라인 갭이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는 그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장난기가 동해 한번 놀려 보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거야혹시 데이트?”

 

으응아니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으음난 데이트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말이야아니라니 좀 실망인데?”

 

으아사실 데이트 맞아

 

정말이렇게 예쁜 얀순이랑 데이트라니행복해~”

 

얀순이는 얀붕이의 말이 정말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지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아무래도 그녀가 숫기가 없으니 데이트는 자기가 리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대뜸 그녀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갈 예정이야?

 

....일단은 영화관으로 가자...“

 

그래 알았어사람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손 꼭 붙잡고 가자?“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럼 그냥 놔줄까?“

 

..아니야 그냥 가자.“

 

영화관으로 가는 동안 얀순이는 얼굴이 붉어져 고개도 못 들고 있었지만입꼬리가 올라가 있

는 것만은 확실히 보였다.

 

영화관에 도착하자그녀는 예매해둔 티켓을 뽑아 얀붕이에게 건네고는 그를 데리고 팝콘을 

사러 갔다물론 여전히 손을 꼭 잡은 채로 말이다.

 

얀붕이가 영화표를 보니 이번에 새로 개봉한다고 광고가 나오던 신작 공포영화였다.

 

완전 데이트의 정석 같은 루트네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짠 건가?’

 

두 사람은 함께 상영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관람했다.

 

얀붕이가 느끼기엔 영화 내부에서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은 많았지만내용 자체는 평범했다.

그는 사실 별로 영화에 집중하지도 않았다.

 

일부러 얀순이와 동시에 팝콘 통에 손을 집어넣어 손끼리 부딪치거나영화에서 귀신이

튀어나올 때마다 그에게 안겨 오는 그녀를 관찰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녀는 그와 닿을 때마다 점점 더 대담하게 스킨십을 했다처음에는 그냥 옆에 붙는 정도로만 끝났지만영화 막바지에서는 그를 거의 끌어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두 사람이 영화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후엔 저녁때가 다 된 시간이어서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배고프지 않아?“

 

으음... 사실 식당도 다 알아봤어.“

 

정말날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주다니고마워.“

 

헤헤잘했지그럼 머리 쓰다듬어줄래?“

 

?“

 

..아무것도 아니야그럼 얼른 가자.“

 

영화관에서의 일 덕분일까얀순이는 이제 얀붕이의 눈도 피하지 않았고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데이트 장소를 짜온 것도 조금은 감동이었다조금 전까지 빈말로 말하기는 했지만여태까지의 만남에서는 항상 그가 일정을 짜왔었고상대방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는데이렇게 이끌려 가보니 새롭고그녀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녀가 그를 데리고 간 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두 사람은 파스타와 피자를 하나씩 주문해서 나눠 먹었다.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공통점을 찾아 나갔다.

 

너는 좋아하는 것이라든지아님 관심 있는 거 있어?“

 

난 음악 듣는 거 되게 좋아해.“

 

어떤 음악 좋아하는데?“

 

으음.. 나는 10cm 노래 좋아해.“

 

그래나도 엄청나게 좋아하는데다음에 같이 노래방이라도 갈래?‘

 

나야 좋지그럼 이번 주에 학교 끝나고 같이 가자.”

 

그래

 

그렇게 다음 약속을 잡으며 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가게 밖으로 나왔고 얀붕이는 얀순이를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함께 손을 잡고 걷다가 그녀의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그녀는 돌연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기오늘 진짜 즐거웠어데이트는 난생처음이었는데네 덕분이야.“

 

아냐나도 너랑 있어서 되게 즐거웠어.“

 

헤헤정말.... 그러면 말이야나랑 사귀자.“

 

..?“

 

얀붕이는 갑작스레 들어온 얀순이의 고백에 당황했다.

 

데이트 한번 했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녀는 그의 당황을 거절로 받아들였는지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넌 혹시 내가 싫은 거야난 정말 분위기 좋다고 생각했는데넌 아니었구나.“

 

아니야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했을 뿐이야나도 사실 네가 좋아

 

정말로?“

 

정말이야.“

 

오늘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이야.“

 

얀붕이가 당황해하던 동안 얀순이의 눈에서 일순간 생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그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백을 받아들이자실망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잘 들어가안녕.“

 

얀붕아 잠깐만.“

 

으읍..?“

 

그녀는 집에 들어가다가그를 불러세우고는 기습적으로 키스했다.

 

입술만 가져다 댈 뿐인 짧은 입맞춤이지만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

 

그녀는 다시 뒤돌아 들어가며 말했다.

 

그럼오늘은 진짜 안녕조심해서 들어가.“

 

”.......“

 

얀붕이는 그 자리에서 몇 분간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못하다가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도 짧은 만남이지만 너무나 강력한 느낌처음에는 사소한 호의에서 시작되었지만정말 운명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고 두 사람은 각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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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 닥눈삼 하다가 감명받아서 사료 제작해 보았음.

급식시절 숙제로 냈던거 다시 다듬어서 만든거라 허접할 수 있음.

오타 이상한부분 지적, 충고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