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황녀는 봉하빵집 제집 들락날락하듯 찾아오기 시작했어


손님 자격으로 왔으니 막을 명분도 없었지, 막을 능력도 없었고


게다가 때마침 얀붕이는 빵집에 더해 새로 카페를 열었어


대놓고 앉을 자리가 생겼으니 황녀는 완전히 눌러앉아버린거야


귀찮지만 그렇다고 황녀하나때문에 카페를 접을수는 없었지 


게다가 얀붕이는 음료쪽에서도 관심이 많았기에 자신의 기술로 만든 음료가 과연 이세계에서 먹힐지 궁금하기도 했어 


우선 시범운영으로 내놓은 메뉴는 4개, 



돌아버린 노얀붕식 아메리카노


7% 못 넣어서 죄송한 체리 에이드


순수 노예노동으로 생산한 소금 라떼


흑당 1조 4천억배 카페라떼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긴 했지만, 전생에서 오히려 자극적인 이름의 상품들이 더 잘나갔던 모습을 자주봐왔던 얀붕이는 이쪽 방향을 선택했어


그리고 예상대로 사람들은 이 색다른 빵집+카페에 열광했지


거기다가 수시로 황녀가 뺀질나게 들락날락 한다는 소문까지 퍼지자 다들 황녀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어서라도 찾아가게 되었어


덕분에 역대급 매출을 찍어버린 봉하빵집, 정말 모든게 다 순조로웠지


저 뺀질나게 들락날락하며 치근되는 황녀만 빼고 말이야


이제는 아예 업무서류까지 들고와서 눌러 앉아 살고 있는 황녀!


빵이 다 매진되어 한가롭게 뒷정리하면 그때 슬그머니 다가와 일손을 돕는척 하며 달라붙기 시작해


그리고 그걸또 겐세이 놓는 엘리샤!


황녀에게도 쫄지 않는 용기있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지만 저러다 진짜 모가지 날아가는거 아닌가 걱정됐어


엘리샤같은 조수는 구하기 힘드니까 말이야


말도 잘듣고 기술배우는것도 빠르고,  소드엑스퍼트의 기사만 아니였다면 진짜  제대로 키워봤을텐데 말이지


그렇게 엘리샤를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훔쳐보는 얀붕이


그런데 하필 황녀가 그 장면을 목격한거야


황녀입장에서는 얀붕이가 제 호위기사인  엘리샤를 연모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동안 참고 참았는데 결국 폭발해 눈이 돌아가버린 황녀


화가 단단히 난건지 얀붕이의 목덜미를 난폭하게 붙잡고 밖으로 끌고나가려 하는 황녀


"왜 거짓말했어, 저년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며!"


"차암 억울하거든요?"


얀붕이를 잡아먹을듯 노려보는 황녀, 하지만 엘리샤가 그것을 가만두고 볼리가 없었지 


"도련님께 떨어지세요, 전하"


"너따위가 무슨 권한으로 내게 이러라 저러라 하는걸까?


얀붕이때문에 오냐오냐 해줬더니 네년이 뭐라도 된것같아 보여?"


"저는 호위기사입니다, 도련님께 해가 되는 존재는 그것이 무엇이건 배제할뿐"


당장이라도 서로 칼을 뽑을듯 일촉측발의 상황,


황녀도 엘리샤도 얀붕이의 팔을 붙잡고 자신쪽으로 잡아당겼어


마치 초등학교때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두 여자아이가 내꺼라며 잡아당기는듯한 상황,


하지만 두 여자 모두 높은 경지의  검사였고 인간을 초월한 힘으로 단또마냥 잡아당기자 비명이 절로나왔지


"어어 당기지 마라!"


냥코디언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 얀붕이,


두 여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먹잇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암사자마냥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할뿐이였어


진짜 이러다가 큰 사고가 나게 생긴 상황, 


다행히 그들을 말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모두 그만하십시요, 남자를 상대로 이게 무슨짓입니까!"


강렬한 분노가 섞인 목소리에 황녀도 엘리샤도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어


이미 얀붕이의 팔뚝은 빨갛다 못해 피멍이 들어있었지


거기다가 어깨관절은 탈구직전!


진짜 자칫했다가 반병신이 될뻔했던 얀붕이,

 

그런 그를 구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얀붕이도 잘 아는 사람이였어


얀붕이의 누나이자, 후작가의 후계자


어째서인지 장녀가 몸소 봉하빵집까지 찾아왔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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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가 얀붕이를 데리고 급히 찾은곳은 다름아닌 후작가의 후원을 듬뿍 받고 있는 신전, 


성능좋은 고위사제의 신성력에 의해 얀붕이의 상처는 말끔히 나았어


당장 내일 다시 일해도 별 지장이 없을만큼 신성력의 힘은 대단했지


어느정도 안도감에 여유가 생긴 얀붕이,


이쯤되니 왜 장녀가 봉하빵집앞에 나타난 것인지 궁금해졌어


두사람간의 숨막힐듯한 침묵이 몇분째 이어지자, 결국 얀붕이가 참지 못하고 먼저 장녀에게 말을 걸었지


"저기 누나.........미안해요, 괜히 저때문에........."


"아니야, 나는........"


장녀는 잠시 망설이다 결심을 굳히고 각오어린 눈으로 얀붕이를 응시했지


10년동안 말하지 못했던 사과, 지금이 아니면 더는 기회가 없을것 같았어


"나는 너에게 그동안 줄곧 사과하고 싶었어"


"이제 와서요.......?"


역시나 고운말이 나오지는 않는 얀붕이, 


장녀는 살짝 움츠려들면서도 몇십번이고 준비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어


"그래, 너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만으로 보이겠지, 나도 알아. 


이제와서 관계를 다시 돌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지나버렸으니까"


"............."


"하지만 그래도 너에게 이 말만큼은 하고 싶었어,


너가 사라졌을때, 너의 빈자리는 내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느껴졌다는 걸.


나도 모른사이에 어느새 너는 나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있었다고 말이야"


"그래요? 하지만 이제 누나는 제게 딱히 소중한 사람이 아니예요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얀붕이가 자신을 부정함에도 그 어떤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장녀, 


각오는 했지만 역시나 견디기 힘들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부당한다는 것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지


끝없는 무저갱으로 추락하는듯 우울감에 젖은 장녀, 하지만 그런 그녀를 일깨우듯 얀붕이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요, 누나. 


누나가 다시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보세요"


그 말에 어둡게 죽었던 장녀의 눈이 번쩍 띄었어


설마 지금 자신을 용서해주겠다는 말인가? 


어린시절 모질게 굴었음에도, 다시한번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인가?


얀붕이는 혼란스러워 하는 장녀의 생각을 대충 읽었는지, 살짝 쌀쌀맞은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인다


"완전히 용서한건 아니예요, 그때 저는 누나한테 많이 실망했어요. 


다만 그래도 한번쯤은 기회를 주는 정도는 어떨까, 딱 그정도 뿐..........?"


갑작스럽게 장녀가 자신을 뒤에서 껴안아, 도중에 말을 끊어버린 얀붕이,


"고마워..........정말 고마워............... 나 최선을 다할께...........그러니까............"


"낮간지럽게 왜 이래요........"


하지만 얀붕이도 딱히 장녀를 적극적으로 밀어내거나 하지는 않았지


남매의 화해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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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로 다시 돌아온 장녀와 얀붕이, 황녀는 이미 가버린듯 했고, 엘리샤만 남아 얀붕이를 기다리고 있었어


"도련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이제 괜찮으니 호들갑 떨지 않아도 좋아요, 황녀님은 돌아갔나요?"


"네, 도련님께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어요"


"의외로 이런곳에서는 상식적이네.........


참, 그거 아직 남아있나요? 제가 몇개 빼놓으라고 했던 거 있잖아요"


"2세트 정도 남아있어요, 도련님"


"다행이네, 그래도 뭐라도 줄게 있어서요"


얀붕이는 잠시 창고에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양손에 꺼내들고 나왔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종이가방에 들어간 상품들,



아직 정식으로 봉하빵집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비밀리에 한정판매한 귀한 상품들이였지


전생에는 호두과자라고 불렸던 틀에 밀가루 반죽과 팥을 넣어 구워낸 국민간식,


하지만 이곳에는 팥은 없는 관계로 대신 크림치즈와 슈크림등을 넣어 만들었어


"자, 가져가요 누나, 하나는 부모님한테 드리고 나머지는 누나가 먹던지 버리던지 알아서 해요"


"내꺼라고...........? 하지만 나는........."


"빨리, 저 팔아파요, 안그래도 오늘 어깨 빠질뻔 했는데 다시 망가지면 어떻해요?"


그말에 장녀는 황급히 종이상자들을 받아든다


다시는 얀붕이에게 이런 선물은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얼떨떨한 기분이지만 동시에 알수 없는 환희가 가슴속에서 차올랐어


이 감정을 느끼기 위해 아마 자신을 10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왔을지도 몰라


"고마워........정말 고마워...........얀붕아"


"됐고, 그만 가봐요. 이미 어두워졌어요"


쿨하게 돌아서는 얀붕이, 그리고 그 모습을 곤란하다는듯 쳐다보는 엘리샤,


그들을 뒤로한채 장녀는 기쁜 마음을 가지고 가게를 나왔지


길가에는 후작가의 마차가 세워진채 앞에서 시종이 대기하고 있었어


"아가씨, 바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 잠시만 시장에 들리자"


"시장 말씀이십니까? 그런 업무는 사람을 따로 시켜서 하셔도........."


"안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골라야해, "


장녀는 얀붕이가 준 상자를 소중하다는듯이 쓰다듬으며 말했어


"잘못해서 혹 가짜 방부제를 사면 안돼잖아? 평생 간직해야 하는데 말이야........."


마부석에 앉은 시종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장녀의 눈빛을 확인하지 못했어


그 열망과 희열에 가득찬 눈동자로, 상자를 마치 프로포즈 반지마냥 소중히 바라보고 있는 장녀의 모습은 결코 정상은 아니였어 


"생각치도 못했는데...........나한테도 어쩌면 기회가 있을지도.........."


장녀의 혼잣말은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못했지







아니 존나 열심히 썼는데 확인해보니까 꼴랑 4천자네 


이런 페이스로는 벽람소설 쓰기 힘든데.......


나도 많이 죽었노 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