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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5화


일선에서 물러난 얀붕이는 헬리안과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보내며 지냈다.

"자기야 나 왔어!"


"....본인이 불러놓고 본인이 부끄러워하면 어떡해.."

돌아온 헬리안을 맞으러 나가보니 헬리안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그래도 부끄러운걸 어떡해!"

"에휴... 얼른 들어 와. 밥  해놨어."

이에 헬리안의 얼굴이 초롱초롱해진다.

"지...진짜?"

일선에서 물러나 할 게 없어진 만큼, 얀붕이는 가사 스킬을 차곡차곡 익혀 나가고 있었다.

"오오...오오....!"

주방에 들어가니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얀붕이는 에이프런을 맨 채로 요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앗...! 헬리안...! 지금 요리중이잖아...!"

헬리안이 스리슬쩍 다가가 얀붕이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크흠....밤에 상대 해 줄테니까... 내가 노처녀 티 내지 말라고..어억..."

'노처녀'라는 말에 헬리안의 철권 제재가 떨어졌다.

"내가...그 단어 쓰지 말랬지.. 그...그리고 너랑 4살차이밖에 안나니까 딱히 노처녀도 아니잖아!!"

"크엑....그래..뭐 아슬아슬 스물열세살이면 봐 줄만 하네...킥킥.."

"너어...!"

변명을 늘어놓는 헬리안의 입술에 키스를 해 주어 헬리안을 침묵시킨 뒤 요리를 마저 끝내고 식사를 마쳤다.

"후... 얀붕이 요리는 맛있네. 잘 먹었어.
그..... 자기야.."

"킥킥...헬리안은 이런 점이 귀엽단 말이야.."

"읏..?!"

헬리안이 당황해 허둥지둥 입가를 닦았다.

"먼저 씻어 헬리안. 난 뒷정리 할 테니까."

"아, 나도 도와주겠... 아니 도와줄게."

"아냐, 헬리안이 힘들게 돈 벌어다 주는데 이정도는 내가 해야지..."

헬리안은 행복하게 웃음을 지으며 욕실로 향했다.

"아아...! 뒤늦게야 내 행운들이 터지는구나..!"

.
.
.

얀붕이는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나갔다.

주위에 가로등이 켜졌지만, 설치 거리가 듬성듬성해서 군데군데 음영이 져 있었다.

"....온건가. 아니, 오지 않는게 이상하지."

AR소대와 404가 지휘관을 슬금슬금 포위했다.

그녀들의 눈은 더 이상 초점이 살아있지 않았다.

"에헤헤...지휘관이다.."

"모시러 왔어요 지휘관니임..."

UMP9과 M4A1이 말했다.

"지휘관.. 순순히 따라와 준다면 몸에 생채기하나 없이 데려간다고 약속하지."

M16A1이 총을 내세우며 살기등등하게 말했다.

".....거절한다면?"

"..팔 다리 하나쯤은 없어져서 네가 있을곳으로 돌아가 최심부에서 지내게 되겠지."

"지휘관, 순순히 저희를 따라 오시는게 좋을거에요."

HK416도 말했다.

"큭큭...너희마저 배신한 거냐?"

R0635와 G11도 괴로운 얼굴로 총을 들고 겨누고 있었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지휘관...."
"지휘관...그냥 돌아 와서 나랑 같이 아이스크림이나 먹자....응..?"

"AR15랑 SOP II는? 보이지 않는군."

"네놈 때문에 마인드맵에 이상이 생겨서 수복실에 있다. 반드시 널 데려오라고 하더군."

"용케 M4는 망가지지 않았군."

"......."

철컥,

하고 차가운 쇠의 마찰음이 들렸다.

아마도 그녀들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이리라.

"그런데 네가 너희들이 찾아올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그래서 총도 하나 안 들고 있는 인간이 뭐 어쩌게? 설사 총을 가지고 있더라고 전술인형의 상대가 될 것 같아?"

M16A1이 목소리를 깔며 위협했다.

"내가 기계한텐 치명적인걸 하나 알거든."

".....?"

"지...지휘관 설마...!"

지휘관은 품에서 작은 수류탄같은걸 꺼냈다.

"인사해. 전변호사라고."

"모두 차폐 실시!! 엎드ㅡ!!"

파앙ㅡ 하고 푸른 섬광이 공중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깜빡이던 가로등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큭큭, 자칭 그리폰의 엘리트라는것들이 급하긴 했나보네. EMP차폐도 안하고 날 찾아오다니."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땅바닥에 엎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으그윽....지....휘...."

"M4, 오늘이 지나면 날 다시 볼 수 있게 될거야."

"그...ㅡㅡ게...무.."

M4의 발성모듈이 반파되어 듣기싫은 전자음과 함께 섞여나왔다.

"말 그대로야. 지휘부에 돌아갈거야."

M4A1은 모듈이 마비되어 얼굴을 움직일 수 없음에도 고통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쯧, 불쌍한것."

지휘관은 그녀들을 뒤로 하고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괜찮아?!"

헬리안이 집에서 뛰쳐나왔다.

"괜찮아. 올게 온 거 뿐이야."

헬리안이 바닥에 쓰러저있는 그녀들을 보고 안도했다.

"휴....난 자...자기가 끌려가는 줄 알고."

지휘관이 헬리안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응...츄....츄읍....에헤헤...무사해서 다행이야
.."

M4A1은 마비된 고개를 어떻게든 돌려버리고 싶었으나, 애석하게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 그녀의 관절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
.
.

S09 구역.

"새로오신 지휘관님께 경례!"

기지에는 그리폰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인형들이 모두 나와 늠름하게 경례를 했다.

"쉬어."

"쉬어!"

대표로 나온 톰슨의 호령에 모두가 손을 내렸다.

"반갑다. 나는 오늘부터 이 구역을 담당하게 될 얀붕 지휘관이라고 한다. 우리 같이 잘 지내보자?"

짧은 취임사를 마치고 얀붕이는 단상에서 내려와 하나하나 악수를 했다.


"우리 어딘가서 만나지 않았나?"

"응? 보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지휘관의 입가에 얇은 미소가 띄워졌다.

"잘 부탁하지."

"오우 보스."


"네가 M4A1이구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읏....?'

M4A1은 가슴 한켠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으나 이내 다시 무표정을 띄웠다.

"아니요, 지휘관. 저는 초면입니다만."

"....훗, 그런가."

"잘 부탁한다."

"네, 부디 저희를 승리로..."

지휘관은 집무실로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충만한 승리감을 느꼈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지휘관은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약지엔 인연을 상징하는 반지가 형광등에 비춰 눈부시게 빛났다.






-유능한 지휘관을 놓친 그녀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