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눈을 뜨자마자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늘은 또 그녀를 만나는 날이다.

2개의 알람을 예약한 후 잠에 들었던 나는

제시간으로부터 1시간 반을 더 자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토요일치고는 거리엔 사람들이 붐볐고

늦었단 생각에 머리만 감고 대충 보이는 옷들을 걸쳐서

집밖을 나섰다.



오늘 만나려는 그녀의 이름은 이지혜.

나의 2번째 연인이고 사귄지는 400일가까이 된거같다. 아니350일..?

예전엔 습관처럼 날짜를 세던 버릇이 있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별로 중요한건 아니니까.



그녀를 만나기로 한곳은 피시방.

집앞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있다.

전에는 주말이면 항상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지만

알바를 그만둬서 그만한 돈도 없고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는게

더 재밌다.



"어디야??"



시끄럽게 울리는 페메알림소리

그녀다.



"가고있어 자리잡아놔줘"



"우웅 빨리와"



그녀는 내가 늦던 말던 항상 나를 재촉해온다.

이런 그녀의 성격은 익숙해지긴 커녕 

매번 짜증나기만 한다.



피씨방에 도착한 나는 그녀를 찾아봤다.

맨 뒷좌석을 살피던 나는 

그녀를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연갈색에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기다란 다리에 쫙 달라붙은 나이키레깅스

머리엔 깊게 눌러쓴 도둑모자에 깨진 아이폰

누가봐도 이지혜였다.



"오늘도 늦었네??"



나는 그녀의 말을 한귀로 흘려버리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부터 켰다.

오늘은 플레 승급전.

현재 2승 2패로 무조건 빡겜을 해야만 했다.



"오늘도 롤해??"



"응"



"배그는 이제 안해?"



"안해"



"또 혼자 게임하려구?"



때마침 잡힌 큐에 이지혜의 말을 무시하고

벤픽을 했다.



"아씨... 마이 벤이네"



"웅? 어떡해..."



무작정 걱정해주는 이지혜의 행동이 거슬렸다.

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떡해... 우리상우 게임지는거야??"



"몰라"



분명 나를 걱정해주는 말이였지만

어째선지 나한테 시비를 거는듯이 느껴졌다.

기분탓이겠지 하고 넘겼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시발...."



졌다.

아까운 방학을 몇일씩 소비하면서까지 

투자했던 시간들은 이 한판으로

전부 허무해져버렸다.



"엥? 끝났어??"



"한판했으니까 나랑 배그하면 되겠당"



게임을 돌릴때부터 내화면만 뚫어져라 보던 이지혜는

기다렸다듯이 저딴 말을 내뱉었다.

나보다 더 게임에 집중하듯 쳐다보던 이지혜가 신경쓰였고

그로인해 게임을 망친 기분이였다. 



순간 화가치밀어오른 나는 

참지못하고 무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닥쳐 시발아"



원래 나는 절대이런 성격이 아니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웃는 얼굴에 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는 이지혜

연애중에 자주 싸우다보니 길게 설명할빠엔

이런 한마디가 더 효과적이란것을 알았다.



"..."



잠깐 놀라더니 이내 쓴웃음을 짓고 바닥을 쳐다본다.

나랑 몇일을 사겼는데 

얘는 왜 달라지는게 없을까??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전혀 모르는걸까??

꼭 욕을 먹고 기가 죽어서야 눈치를 살핀다.



"미안해 상우야..."



근데 이년은 다시 고개를 들고

또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다.



"기분 좀 풀리게 맛있는거 사줄까??"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샷건을 3번이나 친 후에 그녀를 두고

피시방을 나왔다.



사실 몇판은 더 돌릴 수 있었는데

오늘 이지혜는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역겨웠다.

.

.

.

눈도 마주치기 싫을 정도로.






그녀가 연락할게 뻔해서

집에 오자마자 폰을 껐다.

이제 앞으로 주말마다 그녀를 만나는건 힘들것같다.

아니 평일에도

서로의 집에서도

.

.

.

.

.

.

.

..."슬슬 그만만나자고 할까??"




솔직히 나는 3달전부터 이미 권태기에 들어섰었다.

그치만 섣불리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은 어려웠기에

억지로 그녀를 만났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만나는것은

내 의지가 아닌 의무라 생각되어왔다.

마치 아주 귀찮은 숙제처럼...



그녀도 오늘 나를 보고선 정이 뚝 떨어졌을테다.

이젠 날보는게 더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난 더이상 

예전의 따뜻했던 남친이 아니니까.



구질구질하게 붙으려는 그녀가 상상이 간다.

일어나서 어떤말을 할지 생각하다

나는 잠들고 말았다.










내 연애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써보는거야

똥글안되게 최대한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