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평소보다 빨리 관사로 돌아온 얀붕이는 오랜만에 TV를 켰다.


TV에는

 "신비한 동물 이야기"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다.


TV 속엔 코알라를 닮은 일본 남자가 맨홀 뚜껑 같은 걸 들고 있었다.

맨홀 뚜껑을 자세히 보니, 짧은 팔다리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맨홀 뚜껑이 아니라 거북이

일본어가 들리고 아래 자막이 뜬다.


-앵커-

[이 거북이가 노조타 박사님이 발견하셨다는 새로운 거북이죠?]


-와키부 노조타(박사)-

[예, 이 거북은 지옥같이 깊은 바다속에 사는 "노거북"입니다.]

[그래서 어두운 곳을 좋아하죠.]


-앵커-

[박사님, 그래도 뭔가 특이한 건 보이지 않는데]

[일반 거북이랑 뭔가 차이가 있나요?]


-와키부 노조타(박사)-

[물론이죠!]

[일단, 이 노거북은 등껍질이 매우 특이하게]

와기부 노조타 박사가 거북이의 등딱지를 보여준다.

[마치 시계 같은 모양이죠.]

노거북의 등껍질이 정말로 논두렁에 던지기 좋은 시계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거뿐만 아니라, 이 노거북은 위험에 처했을 때, 비명을 지릅니다.]


-앵커-

[네? 비명이요?]

[거북이치곤 정말 특이하군요?]


-와키부 노조타(박사)-

[그런데 이 비명이 매우 감미로워요.]


-앵커-

[어, 그러면 한 번 들어볼까요?]


와키부 노조타 박사가 노거북에게 밝은 빛을 비추자,

어두운 지옥 같은 곳에서 사는 노거북이 갑작스러운 빛에 발광하기 시작하며 비명을 질렀다.

"노딱딱!" "노딱딱딱!" "딱딱딱!" "노다다닥!"



얀붕이이가 듣기에도 비명이 아니라 마치 노래 소리 같았다.

뭐 저런 거북이 다 있지?

재미있게 보긴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졸린다.

얀붕이는 보다가 잠들어 버렸다.


.


.


.


'으.. 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얀붕이가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한번 펴고 일어난다.


어제 다큐멘터리를 덕분에 일찍 잠든 탓인지,

평소보다 일찍 와서 쉬었던 탓인지

얀붕이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일단 얀붕이는 샤워를 하고 나왔다.


아직 출근하기엔 30분이 남았다.

일찍 가서 공부나 할까?

'응. 안 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 쪽이 왠지소란스럽다.


'뭐지?'

얀붕이는 현관문의 외시경으로 밖을 살펴본다.


찰랑찰랑 거리는 은발이 보인다.


또 벨파스트인가?



.


.


.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그만 따라오시죠?"


"응? 나는 내 갈 길 가는 중인데?"

"뭣 하면 내가 앞장서도 좋아?"



하면서 은발의 빨간 브릿지의 소녀가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앞지른다.





"흥."

메이드는 콧방귀를 끼더니 다시 그 소녀를 앞지른다.


은발의 미녀 두 명이 티격태격하면서, 길을 걷고 있다.

걷고는 있지만 거진 뛰는 속도로 걷고 있다.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소녀는 바로 벨파스트,

벨파스트는 어제처럼 얀붕이를 맞이하러 가는 것이었고,

프린츠 오이겐도 마찬가지였다.



벨파스트는 원인 모를 새한 느낌이 들어 일찍 일어나졌다.

혹시 얀붕이에게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조금 기다리더라도, 일찍 앞을 나선다.


그리곤 벨파스트가 새한 느낌을 느낀 것은

지금 자기의 뒤에서 걷고 있는 방해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

벨파스트의 방해물은 프린츠 오이겐이였다.





하지만 프린츠 오이겐의 입장에선,

오히려 벨파스트가 방해물이었다.


어제 모질이 년에게 얀붕이가 제일 처음 하는 아침 인사를 뺏겼다.

'오늘은, 아니 앞으로 평생 제일 먼저 얀붕이의 아침 인사는 내 거야.'


얀붕이가 부대에 오고 나서 어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첫 아침 인사는 프린츠 오이겐의 것이었다.

그래서 괜히 이런 묘한 경쟁심을 불태우는 프린츠 오이겐이였다.


그리고 그 경쟁심 때문에 모질이 메이드보다 일찍 일어나서 얀붕이의 관사로 직접 가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길을 나서자 모질이 메이드와 딱 마주친 것이 아닌가?

"칫."


그렇게 이 두 명의 묘한 신경전이 시작돼서

서로 앞지르고 앞지르면서 얀붕이의 관사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주인님을 만날 꺼야!'

'내가 먼저 얀붕이를 만날 꺼야'


거진 뛰어온 것과 비슷하지만,

이 두 명은 함선 소녀라 그런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두명은 얀붕이의 관사 앞에 도착해서도

본인이 초인종을 누를거라면서 다투고 있고,

이런 소란을 얀붕이가 눈치챈 것이다.


"끼이이익"


얀붕이가 현관문을 열었다.

"니들 뭐하냐?"



갑자기 나온 얀붕이를 보고 두 명은 조금 놀랐지만,

바로 인사를 했다.

"아, 주인님 좋은 아침입니다."

"야호 지휘관~♬"


그리고 두 명은 인사를 하고 나서

자기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찰랑거렸다.

그것도 동시에...


'?'

'뭐여? 칼군무여?'

'하아, 어찌 됐든 오늘은 일찍 출근할 운명이구나....'


"잠깐만 기다려, 가방 가지고 나올게."

얀붕이는 포기하고 가방을 챙겨서 나온다.


얀붕이가 가방을 가지러 잠깐 돌아간 사이,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은 서로서로 노려본다.


이 두 명은 어제 샤워를 하기 전

헬레나에게 무슨 샴프와 린스를 쓰는 지 물어보고

그것과 같은 걸로 머리를 감았다.


게다가 자기 전에는 머릿결 좋게 하는 천연 팩인지 뭔지도 하고 잤다.

아침에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얀붕이에게 어필해서,

얀붕이가 자기의 머리를 쓰다듬게 만들려는 계획


물론 하루 만에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이 둘의 생각이 거의 비슷했기에, 아마 이 모습을 본다면 얀붕이는

'역시 사이좋구만?'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 둘은 옆의 년이 다 망쳤다고 느끼고 있었다.


'앞뒤 다른 음침한 년'

'모질이 메이드 년'


두명이 서로 노려보고 있으니 얀붕이가 나왔다.

"그만 갑시다."


"네."

"응."


그리고 얀붕이는 차로 가서, 운전석 문을 연다.

그런데 프린츠 오이겐과 벨파스트가 조수석 문손잡이를 잡고,

서로 자기가 옆에 타겠다고 노려보고 있었다.


얀붕이는 덜컥 겁이 났다.

비록 얀붕이는 차로 대대장이냐? 갈굼은 당했어도,

속으로는 묘하게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나도 곧 대대장.★☆'


근데,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강한 함선소녀가 저렇게 문을 다루면,

문짝이 걸레마냥 날라갈 것이다.

화들짝 놀란 얀붕이는

"그냥 둘 다 뒤에 타!"


"싫습니다!"

"싫어!"

'역시 니들 사이좋구나?'

한숨을 쉬는 얀붕이


"그럼 가위바위보라도 해."

보통 지휘관, 상급자의 옆자리는 불편한 자리이다.

그런데 왜 이 두 명은 불편한 자리를 두고 싸우는 걸까?

그리고 앉아봐야 고작 3분인데?

얀붕이는 인상을 찡그리고 운전대를 잡았다.



"~♬ ~♬ ~♬"

참고로 가위바위보의 승자는 프린츠 오이겐이었다.


.


.


.





지금 헬레나는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헬레나가 업무 중에 옆에서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계속해서

헬레나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고 있다.


사실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은

얀붕이가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게 부러워,

이 머리카락과 내 머리카락은 뭐가 다른 걸까?

헬레나의 머리카락을 진지하게 연구, 관찰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헬레나가 하는 일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한 얀붕이가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을 쫒아냈다.


그리고 쫒아내려 하자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은 입이 삐쭉 내민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설마 주인님 헬레나가 더 좋으신 건가요..?"

"치사하게! 헬레나만 이뻐하고!"



'어휴.. 니들이 애냐?'


얀붕이는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중에 놀아줄 테니까 조용히 들어가라?"



그러자 갑자기 두 명의 표정이 밝아졌다.

일단 하루 목표가 이뤄진 두 명은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약속 어기면 큰일 날 거야?"


과정이 어떻든, '머리를 쓰다듬어진다'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  두 명,

게다가 나중에 어떠한 형태로든 '얀붕이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약속한 것에 기뻐하며, 지휘관 실을 나갔다.



"미안 미안, 너무 시끄러웠지?"


"아.. 아니에요."

"이거.. 이거 끝냈으니 확인해주세요."


헬레나가 만쥬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보고서를 얀붕이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하는 얀붕이.

"응. 완벽해. 고마워."

라고 말하자,

헬레나가 살짝 무릎을 굽히고, 얀붕이를 올려본다. 

헬레나의 보라색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치.



'이건..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거겠지?'

얀붕이는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러자 헬레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일하기 시작했다.


.


.


.


퇴근 후, 얀붕이는 침대에 누워서 먼 산을 보고 있다.


일과시간이 끝나자,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가 마치 기다렸단 듯이 쳐들어왔다.

거기에 헬레나까지 섞여서 옥신각신하다가,

4명이 같이 저녁을 먹고, 3명에게 이리저리 치이다가 퇴근했다.


얀붕이도 병신이 아니다.

그녀들이 얀붕이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생겼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길게 잡아야 3일이다.

'너무 빨라.'


얀붕이는 누워서 생각한다.

처음 함선 소녀들을 밀어낸 이유.


전쟁은 정신을 갉아먹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

이 스트레스를 함선 소녀들은  바다에 나갈 때 항상 느낄 것이다.

그리고 함선 소녀들은 그 스트레스가 익숙해질 정도로 바다에 나간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경에 그녀들은

"우리는 여기 있었어요!"

자기가 존재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어 한다.


프린츠 오이겐의 전선 복귀의 명예욕 역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에서 온 게 아닐까?


이렇게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생물은 이보다 본능적인 욕구가 있을 것이다.

'번식욕'


그녀들의 이런 환경은 쉽게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얀붕이는 그 대상이 자신이 되지 않도록,

얀붕이는 함선 소녀들을 밀어낸다는 것을 선택했었다.


이는 온전히 함선 소녀들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사실 전쟁으로 정신을 갉아 먹힌건

함선 소녀들만이 아니라 얀붕이도 마찬가지니까.

얀붕이는 '이별'에 굉장히 민감하다.


얀붕이의 계급은 소령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얀붕이는 원래 통신 소대장이었다.


그래서 대대의 본부 중대장과 자주 마주쳤다.

중대장은 좋은 사람이라, 얀붕이를 많이 챙겨주었다.

그리고 중대장은 좋은 사람이라, 일찍 죽었다.


대대장을 지키기 위해서 몸을 불사르고, 세이렌과 맞다이 뜨다가 죽었다.

죽은 본부 중대장 공석을 얀붕이가 채웠다.

보병도 아닌 통신 보직의 얀붕이는 운이 좋게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죽은 전임 중대장의 공적도 다 얀붕이가 흡수하게 되어,

얀붕이는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병과가 통신에서 보병으로 강제로 바뀌긴 했지만,


아무튼 중위에서 대위를 달 때, 대위에서 소령을 달 때,

얀붕이의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얀붕이만 운 좋게 살아남았다.


얀붕이는 이 사실이 마냥 기쁘지 않았다.

얀붕이는 슬퍼할 틈도 주지않고 살기위해 발악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그리고

'내가 진급하려면 사람이 죽어야 하는거 아니야?'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얀붕이는 진급을 포기하고 전역을 택했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서,

얀붕이는 '이별'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얀붕이는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와의 이별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얀붕이는



이 3명과 다시



멀어지기로



결심했다.




얀붕이는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과


놀아주겠다고 말한 약속을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약속을


지키기 않기로 했다.



얀붕이는 지금이라면 그녀들도 자기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아닌 실망감으로 바뀌겠지.

얀붕이는 너무 빨리 불 붙은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의 사랑이 쉽게 꺼질 거야.

너무나 쉽게 생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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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너무 질질 끌면 재미 없을거 같고

나도 쓰는데 머리 아파서 확 진행시킴

소설 장편으로 쓰는 얀붕이들이 존경스럽다.



거슬리는 맞춤법 있으면 알려주셈 그럼 고침 

읽어준 챈러들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