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어느 날이다집무실에서 담배를 피며 한가로이 보내는 주말.

요즘은 기분 좋은 날이 계속 되고 있다.


똑똑똑-


누군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다오늘은 아무런 일도 안하고 모두 휴식하라고 했기에 누구든 올일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건 퍼시우스였다.


"지휘관손님왔어"


"손님?"


나는 물고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정리했다그리고 손님이 누군지 물었다.


"지휘관 친구라는데지금 밖에서 아브로라씨랑 대기하고있어.

데려올까?"


친구내게 친구라고 부를 인연은 이어지지않은 오래다.

내가  곳에 있는것도 아버지와  동생만이  뿐이다어머니조차 내가 어디서 근무하는지 모르신다.


"남자?"

혹시나 동생이 와놓고 장난치는건가 싶어 물어봤다.


퍼시우스는 평소보다  무뚝뚝한 말투로 "여자"라고 답했다.


여자라면... 순간 여자라는 말에 과거의 한순간이 떠올라 버렸다.

괜한 기대감이겠지


"검문하고 너가 모시고와"


무료한 주말갑작스런 손님이다잠깐이라면 상관없겠지.

나는 손님을 모시라했고


손님을 보고 모시고 오라는 내 명령을 후회했다.



10분정도 지났을까 퍼시우스와 함께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퍼시우스는 정중히 모신다. "이쪽입니다."


그리고 잠시 자료를 보던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봤다.


작은 어깨까지 내려온 갈색 단발검은 청바지에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


아는 여자다.


나의 친구

나의 추억

나의 과거

나의 사랑

나의 아픔

나의 고통


보던 자료가  손에서 흘러내리고  눈은 여자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안녕"


수년만의 재회에 수줍게 인사하는 그녀는 입대전 민간인이던 나와 약혼했던 여자다.


"안녕"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잊고있던 과거에 스스로 다가가는 나는 심장이 떨렸다.


우리 둘은 의자에 앉았다퍼시우스에게는 커피와 바닐라라떼를 가져오라했다.

그녀는  말에 하고 뒤돌아가려는 퍼시우스를 보며 작은 신음성을 냈다.

이를  나는 물었다.


"....바닐라라떼 싫어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근데... 기억하네?"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카페에 갈때 함께가면 그녀는 무조건 바닐라라떼를 시켰다.


퍼시우스는 커피를 가지러갔고 둘만 남은채 침묵이 몇분인가 이어졌다.


"여긴  신기하네"


집무실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답답했는지 먼저 말했다이런건 예전 그대로다. 내 기억속 그녀도 답답한 순간을 참지 못했다.


"그야 군사시설이니까."


입을 뗐으니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어떻게 알고 여기에  왔는지


"여길 어떻게 알았어?"


두리번 거리던 고개가 나를 향하고 눈은 살짝 내리깐채로 쭈뼛거린다.


"아버님께 부탁드렸어"


알려준 사람은 아버지그렇다면  여기에 오려고했을까.


"여긴  왔는데?"


그녀가 머뭇거리더니 말을 살짝 더듬으며 말했다.


"... 잘지내나 싶기도하고소식도 하나있고..."


소식친구들이나 과거 동료들의 소식은 전부 메일이나 단톡방을 통해 보고있다. 물론 일방적으로 받아서 볼뿐 답장을 하진않는다. 하지만 그녀와는 연락할수있는 방법이 없어진 탓인 그녀는 직접 와서 전하려고했다.

어쩔수없는 일이지만 조금 미안했다.


"메일로 얘기하지 뭐하러..."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머리를 한번 넘기며 눈을 허공에 흘겼다.


"결혼하기로 했어."


결혼... 우리가 갈라진 사이라지만 과거 함께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 일한 동료였다.

그렇기에 결혼식에 초대되는건 어찌보면 당연하기도하다.


"...축하해"


내가 해줄수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와줘"


그녀의 눈이 바뀌며 꺼낸 한마디가 와달라는 부탁이다.

잔인한 사람이다여전히 내 마음따윈 안중에도 없다.


갈수없다. 세상 누가 몸과 마음을 다해 불타게 사랑한 첫사랑의 결혼식을 지켜볼수있겠는가.


하지만 내게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

함께했던 과거는 이미 빛을 바랜지 오래였고 우리의 과거는 서로 다른 미래를 밟아가며 묻혀갔다.


"그래 날짜랑 장소만 알려줘."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활기찬 모습이 변함이 없어보여 더욱 나를 아프게 했다.


이후 퍼시우스가 오고 다과를 함께 가져왔다

퍼시우스는 잠시 나갔고 우리는 잠시 과거 우리가 함께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가고 잠시 앉아 쉬는 중에 퍼시우스가 들어왔다.

비워진 다과 접시와 컵을 치우던 퍼시우스는 내게 물었다.


"방금누구야?"


나는 거기에 어떤 답을 줘야할지 몰랐다.

애초에 답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더이상 내게 누구도 아니니까.


"친구야결혼한대."


답을 듣고도 불만족스러운지 그냥 고개를 돌린 퍼시우스는 정리하려고 모은 그릇과 컵을 들고 집무실을 나갔다그리고 바로 아브로라가 들어왔다.


"무슨일이야?"


 물음에 아브로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옆에 앉았다.


"지휘관결혼식에 갈거야?"


겨우 꺼낸 말이 그거였다. 역시 밖에서 듣고있었나보다. 퍼시우스가 문을 열때 아브로라의 옷이 보였었다. 

걱정해주는가보다.


"가야지가면 옛날 동료들  만나겠네양복 다려둬야지"


해군 동료는 아니니 평범한 양복을 입고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브로라는  과거를 알게 됐다보르슈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들어주고  안아줬다.


그때휴대폰이 울리고 메일을 열었다.

잘꾸며진 그림이다.

웨딩 사진과 신랑신부의 이름축복을 원하는 문구장소와 시간.

독실했던 그녀는 교회에서 식을 올리는 듯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감각이 내가 아직 그녀를 사랑하고있음을 알려주었다.

 사랑을 다시 깨달은 다시한번 실연에 마주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아니나올수없었다.


 옆에 따뜻하게  지켜보는 존재가 온몸으로 감싸  위로하고 있기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라도 갑자기 퍼시우스가 들어왔다.

들어온 퍼시우스는 나와 아브로라를 보고 표정을 찡그렸지만 티내지않고 업무에 충실했다.


"지휘관두번째 손님.


그리고... 그런건 일끝나고해"


뒤이어 들어온건 차라였다.


"안녕지휘관  앞으로 편지 하나가 왔는데 이건 보고해야할 것같아서"


차라가 건내준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펼쳤다.

이건 전임 지휘관의 편지였다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랑하던 여자인 차라만큼은 잊지못한 전임자의 반성과 구애가 담겨있었다.

내용을 보니 쫓겨난 이후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중이라고 한다그리고 칸센이지만 여성으로서 차라를 잊지못해 다시한번 사랑한다 고백하는 편지였다.


편지를 읽고 난후 당연하게도 내 선택은 그녀가 원하는대로 해주는것이다.


"차라 칸센 개개인의 일에 특히나 사적인 일에는 관여하지않아원한다면 퇴역시켜줄게교육이수후에 민간지역에서 살수있을거야."


 그녀를 생각해서  말이었다그녀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차라는 내가 예상한 반응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긴장된게 보이던 얼굴은 순간 차가워지고 편지를 내려다보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손에 들린 편지를 빼앗아 몇번인가 찢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말도없이 무표정인 차라는 생각지도 못하게 살벌했고 나는 얼어붙은채 말없이 등을 돌려 나가는 차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차라가 나가고

이를 보고있던 퍼시우스가 마지못해 한마디했다.


"지휘관바보아무리 멍청해도 이정도면 병이야."


퍼시우스의 말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브로라도 한마디했다.


"지휘관은 정말 여자를 모르는구나... 너무 모르네..."


 더더욱 알수없었다 말은 정당했고 옳은게 아닌가.

차라에게 인간인가 칸센인가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할 기회를 주었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하든 이를 책임지고 해결해주며 지원해줄 생각이었다.


근데 어째서일까.


퍼시우스와 아브로라의 말에 나는 또다시  선택이 차라에게 상처를 주는건가, 이런생각에 침울해졌다.


나는  무능하게 무지하게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깨닫지 못하는가 과거의 나에 비해 성장하지 못하는 나를 비관하게됐다.


사람이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칸센이 되었든 

난 여전히 상처주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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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처음거 쓰고 시간이 좀 흘렀다만 일이 바빠서....

앞으로는 시간나는대로 곧장 써서 올려야겠어


읽어줘서 고맙고 다음것 읽어줘

전 글이 댓글써준 게이들 다 고맙다


집에 와서 오타랑 부족한 부분 다시 썼음... 그래도 스토리 자체는 그대로임 오타같은건 지적해주면 고맙고 피드백은 더 좋아 읽어주는 챈럼들은 항상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