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부제: 사거리를 달리는 유모차

나에겐 8년지기 여사친이 있다.
"야 포카리 1+1인데 사면 먹을거야?"

"..."

-삑-
1200원 입니다.

"그냥 먹어라"

"땡큐"




난 이 새끼가 여자로 느껴질 줄 몰랐다.

[그 해 4월] 

우리는 롯데월드에 갔다. 물론 단 둘이서는 아니고 각자 무리의 친구들 몇명과 같이 갔다.

서로 인원 수를 맞춰와서 남녀가 한 짝이 되어야하지만 난 얀순이 말고는 친한 애가 없다.

여태껏 그랬다.

나에게 친하게 대해준 여자는 얀순이 뿐이였다.

"오늘 속바지 입는 거 까먹었어.."

"미친 거 아니야? 너 치마잖아ㅡㅡ"

얀순이와 그 친구의 대화를 엿들어버렸다. 그나저나 이 새끼는 치마를 있으면서 어떻게 속바지를 까먹을까.

'존나 칠칠맞네'

못들은 척 했지만 하루종일 신경 쓰였다.

다행히 롯데월드에선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2차 겸 밥먹으러 강남으로 넘어가니 낮처럼 따스하지만은 않았다. 

'저런 짧은 치마를 입고도 안 추으려나'

바람이 불며 추위로 내 몸이 바르르 떨릴 때 였다.
"야 이걸로 다리라도 가려라, 바람 많이 분다."

"욜 나 신경 써주는거냐 ㅋㅋ"

멋쩍은 나는 얀순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되려 성을 냈다.
"그리고 여자애가 뭔 그런 치마를 입냐, 너무 튀어"

시무룩해진 얀순이는 입술을 내밀고 째려보며 내 겉옷을 허리춤이 묶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나는 재빨리 애들이 있는  
앞쪽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카페에 들려 다들 마실 것을 시킨다.

"난.. 음.. 카라멜마끼아또..?"

아는게 카라멜마끼아또 밖에 없었다. 촌놈 같으려나

우리는 각자 커피를 들고서 밖으로 나가 노래방을 찾아다녔다.


한 반 쯤 마셨을 때 얀순이가 자기도 먹고싶다고 했다. 
"아직 뜨거우니까 조심히 먹어라"

"넌 아직도 내가 애새1끼로 보이니? 빨리 내놔봐"

카라멜마끼아또를 가로채 한 모금 마시더니
"앗 뜨거.. 아 씨.."

"진짜 병1신이냐?ㅋㅋㅋㅋㅋ 가져와봐"

마냥 귀여웠다.
적당히 식히다가 한 모금 마시고 나머진 얀순이에게 주었다.

근데 이거..

간첩키스 아닌가?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였다. 내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얀순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걱정이 된다.

'내 것도 아닌데..'

날씨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다가 우리는 밥을 먹으러 고깃집에 갔다.

고기 굽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다.

빠르게 고기를 구워 적당한 크기의 고기를 얀순이의 앞접시에 먼저 놔주었다.

오늘따라 이상한 나의 행동을 친구들도 눈치챈 모양이다.
"저 커플은 우리 테이블에 왜 앉은거냐 ㅋㅋ"

얀순이가 말했다.

"뭐라는거야ㅡㅡ 내가 이런 애를 왜 만나 ㅋㅎ"

나도 동조하는 멘트를 쳤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발은 테이블 아래서 구르고 있었다.

'이런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