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가 사라지기 3일 전, 로즈 시점- 


‘캉! 캉! 캉! 캉!’ 


‘위이이이이잉'


“어이 다들! 일 끝났으면 바로 퇴근들 하라고!” 


“이봐, 로즈. 빨리 끝내고 가자고.” 


“예, 예… 좀 도와주면 더 빨리 끝나겠지만 말이죠.”


“야, 이건 애초에 니 일이잖아. 너보다 나이가 많은 이 오빠가 곁에 있으니 얼마나 든든하냐, 응? 그러고보니 오늘 일도 일찍 끝나겠다, 한 잔 어때?” 


가지가지한다, 진짜… 


“아뇨,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고 싶네요.” 


“에이, 빼지 말고. 전에도 그렇게 거절했으면서.” 


“집에 동생 혼자 집 보고 있어서 안됩니다. 그러고보니 아저씨도 집에 따님 계시지 않나요?” 


“에이, 집에 마누라 있는데 나는 상관 없지. 뭐, 부모님 안 계셔?”


진심으로 물어보는건가.


“....”


“.... 괜한 걸 물어 본 것 같네. 미안하다. 아무튼 거의 끝난 거 같으니까 내버려 두고 가도 되지?” 


“맘대로 하세요. 계속 빨리 끝내라고 잔소리 듣는 거 보다는 그게 더 낫겠네요.” 


그렇게 별 이상한 소리만 했던 아저씨는 어색하게 갈 길을 갔다. 


‘끼릭 끼릭 끼릭' 


‘오늘따라 왜 이리 안 돌아가냐…’ 


최근 잡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이틀 전에 일어났던 그 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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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 이틀 전- 

‘터벅 터벅' 

‘오늘은 에디가 뭘 만들어 놨을려나?’ 


그때는 다른 때와 별 다를 일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일도 특별히 힘들었다던가 많았다던가 그런 거 없이 그냥 평범한 하루였다. 에디만 있어야 하는 집에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기 전 까지는. 


‘누구야 저 자식들' 


여자 두 명에 남자 하나. 여자 둘은 동양인을 연상 시키는 짙은 갈색 머리에 남자는 덩치도 크고, 짧은 금발 머리에, 수염도 덥수룩 했다. 여자 하나를 자기 어깨에 걸쳐 다른 여자 뒤에 바로 따라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광경이지? 게다가… 


“언니, 그 꼬마애인 거 확실해? 좀 너무 어린 거 같은데..” 


“ㅇㅇ아아아아니야… 기억해… 그 예쁜 초록색 눈… 마치 우리 가게에 있는 주전자 같이 예쁜 초록색 눈…. ㅎ.. 흐흐흐흐.. 맞아, 확실해….” 


“그래, 언니 말이 맞다면야. 아 맞다, 언니, 여기 약 먹고 일단은 좀 자고 있어. 라이옹, 잠깐.” 


‘꼬마애? 에디를 말하는건가? 이 사람들은 또 누군데? 왜 에디랑 내가 사는 집에서 나오는 건데?’


그들을 계속 쳐다보는 걸 눈치 챘는지, 덩치 큰 남자랑 눈이 마주쳤다. 그 후, 여성 한 명도 이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앞 길을 막았나보군요. 라이옹, 비켜 드려.” 


덩치 큰 남자는 바로 자리에 일어나더니 구석으로 길을 비켰다. 


‘... 일단은 에디가 무사한 지 알아봐야 해’ 


나는 바로 그들을 제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 누나 오셨어요?” 


집에 들어오니 바로 에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집 안도 깨끗하고, 해코지 당하지는 않은 듯 했다. 


“응, 근데.. 아까 그 사람들 누구야?” 


“네? 아… 오늘 알 아저씨네 가게에서 장을 보다가 어떤 누나가 거리에 쓰러져 있길래 잠깐 저희 집에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나서 아까 그 누나의 가족 분들이 와서 데리고 가셨고요.”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설마 협박 같은 거 당했다던가, 아니면 무슨 겁 같은 거 주려고 하지 않았어?” 


“아니요,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나중에 보답 해 주신다고 하면서 여기 주소를 적어두고 가셨어요. 무슨 일 있어요 누나?” 

“......” 


주소를 두고 갔다고? 뭐지? 새로운 납치 방법인가? 보통 사람이면 이렇게까지 안 할텐데 왜 주소를 놔두고 간 거지? 또 오지는 않겠지?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야하나? 그만 두면 돈은 또 어떻게 벌어야 하지? 어디로 가야 되지? 


수만가지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갈 때, 에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그… 아파요..”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내 두 손이 가녀린 에디의 두 팔을 움켜쥐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붙잡았으면 잡은 부위가 새빨갛게 물들었을 정도였다. 나는 바로 에디에게서 손을 떼었다. 


“아… 미안… 많이 아프니? 잠깐만…” 


나는 바로 주방에 있던 헝겊에 물을 적셔 에디의 팔에 갖다 대었다. 


“미안해… 잠깐 생각 좀 하느라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 누나… 근데… 혹시 화 났어요?” 


에디가 나를 걱정하는 듯 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어 봤다. 


“아니야, 화 안 났어. 오히려 걱정했지, 우리 동생이 혹시 나쁜 사람들에게 당한 거 아닌가 하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 에디가 착한 건 알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에디처럼 착하지 않아. 그러니까 다음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도와줘서는 안돼.” 


“알 아저씨한테도요?” 


“알 아저씨는 괜찮아. 나하고 에디 둘 다 아는 사람이라면 상관 없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면 안돼. 약속 지켜 줄 수 있지?” 


“네, 알겠어요 누나. 그…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기특 한 것… 정말 나랑은 하나도 닮지 않은 아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만큼은… 


나는 그를 품에 껴안으며 말했다.


“그래… 괜찮아… 누나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 집에 불이 나고 내 팔이 잘려나가도 이 아이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는 없어.  


“너를 지켜줄게”


에디는 나의… 나만의 ‘천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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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그 다음 날- 


‘냄새…’ 


어제 에디가 받은 주소지를 따라가다보니 안 그래도 어두웠던 동네는 더욱 더 짙은 녹색으로 어둑어둑해졌고,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길목을 걷다보니 이런 동네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그.. 그만해주세요! 제발… 아아아!” 


“가만히 있어, 이 년아! 가만히 있음 금방 끝내준다니까!” 


“이 씨발 새끼야! 돈 빨리 안 갚아!?” 


“제발… 자비 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처럼 이곳도 항상 사람들 비명 소리들로 텅텅 빈 거리를 가득 채웠다.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 들 사이에는 씨익 거리는 길고양이들이랑 골목 들 사이사이에 힘 없는 눈동자로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ㅈ… 저기 누나…” 


뒤에 누군가 자켓을 힘 없게 잡아 당기며 말을 걸었다. 


“그… 제… 제 동생이 많이 아파서 그런데 혹시 도와 주실 수 있나요..? 동생이 어제부터 계속 아프다고 했는데 엄마 아빠도 계속 안 돌아 오시고… 동생은 계속 잠만 자고 있어요… ㅎ.. 흑…” 


“....” 


‘누나… 나 너무 힘들어… 쿨럭 쿨럭' 


‘시발…’ 


“그, 꼬마야. 내가 지금 바쁘거든? 도와주기는 힘들 것 같구나. 그래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동전 몇 개를 꺼내 건내주었다. 


“얼마 안 되기는 하지만… 이거라도 사용하렴" 


꼬마는 내 손에 있는 동전 몇 개를 가져가며 바로 골목으로 사라졌다. 


‘낚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저렇게 가족을 핑계로 돈을 가져가는 아이들도 많다. 돈이라면 요즘은 가족도 파는 세상인데, 흔한 일이다. 애초에 나도 어렸을 때 해 왔던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나저나 여기인가…’ 


어둑어둑한 거리들 사이에 우뚝 솟아 올라진 색 없는 건물들 중에 검 붉은 색을 띄우고 있는 한 건물이 눈에 띄였다. 이런 색을 띄우는 건물들은 십중팔구 몸을 파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단 말이야? 이런 저급한 곳에 에디를…’ 


에디가 아닌 내가 먼저 이곳을 온 게 어쩌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급한 곳에 에디가 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에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그렇게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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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작년에 우연히 끄적이기 시작한 글이 이렇게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늦게 올린 점에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고 최근에 전공도 바꿔서 여러모로 바빴습니다. 

아무튼 일단 '지켜줄게' 시리즈는 전개상 1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얀끼가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면 작년부터 대충 계획을 짠 게 이곳까지거든요. 전개라던지 얀끼를 아직 많이 못 보여드린 점은 제 부족한 필력이 아닐까 싶네요; 2부 전개를 생각 할 겸, 단편 몇 개도 좀 끄적이면서 연습해볼려고 합니다. 

단편은 일단 2가지 생각 해 놓은 게 있는데요, 하나는 판타지스러운 '대장장이 얀순이', 그리고 다른 건 포켓몬 2차창작물로 '로즈레이드 얀순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개 다 적어보고 싶기는 한데, 어느 것을 먼저 보고 싶어 하시는 지에 따라 순서대로 한번 끄적여 보겠습니다.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지적이나 궁금 하신 부분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카라이브에 자주 확인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인하는대로 바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작성물에 뵙겠습니다 :)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