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늑대에게 가족을 잃었고 늑대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살아갔다. 그래서 소년은 사냥꾼이 되었다.


사냥꾼이 된 소년은 수많은 짐승들을 사냥하며 사냥꾼으로서 실력을 쌓아갔다. 다른 사냥꾼들은 오로지 사냥 만을 반복하며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있는 소년을 걱정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소년이 원하는 건 자신의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마을을 초토화 시킨 흉악한 늑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익숙한 시체를 발견했다. 턱이 뽑히고 배가 갈라진 채 내장이 흩뿌려져 죽어있는 시체.. 그것은 소년이 찾는 그 늑대에게 살해 당한 가족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소년은 그날의 일이 떠올라 호흡이 가빠졌다. 그것이 드디어 늑대를 찾았다는 것에 대한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도 이렇게 될 것 같아 두려워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년은 나아갔다.


숲 안쪽으로 이어지는 발자국과 나무에 새겨진 발톱 자국은 마치 소년을 숲 안쪽으로 유인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숲 안쪽으로 갈수록 시체가 더욱 많아졌다. 


그 끔찍한 광경에 구역질이 나왔지만 그것을 참아내며 앞으로 나아간 소년은 드디어 늑대를 만날 수 있었다. 소년이 늑대를 발견했을 때 늑대는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란 눈동자를 빛내며 소년을 바라보는 늑대의 눈빛은 말 그대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그리고 포식자의 눈빛을 맞이한 피식자는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년은 총을 겨눴다. 죽더라도 저 늑대에게 상처 하나라도 남기기 위해 죽은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기 위해.


자신에게 겨눠진 총구를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던 늑대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 총을 쐈지만 늑대는 가볍게 피하며 소년의 총을 쳐냈다.


엄청난 완력에 그대로 날아간 총을 소년은 달려가 주우려고 했지만 늑대는 소년의 한쪽 발을 물어 그대로 넘어뜨렸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기에 그리고 복수조차 하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죽는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기에.


그래서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늑대를 향해 악을 썼다. 


"죽여라! 이 역겨운 짐승 새끼야!"


소년은 죽는 것이 두려웠다. 저 늑대가 자신을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이미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받아들이고자 했다. 그런데 그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드디어 만났는데 너무 서운한 걸?"


어딘가 농염함이 느껴지는 여인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늑대에게서 들려온 것이었다. 소년은 짐승이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짐승들은 그저 본능 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들이었으니까.


알 수 없는 상황에 소년이 당황하고 있자 늑대는 소년의 상처를 핥았다. 늑대가 상처를 핥자 그 상처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늑대의 모습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그저 거대한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것은 점점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가더니 머리에 늑대의 귀가 달려있고 회색의 머리카락과 노란 눈을 가진 나체의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소년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소년에게 그 여인은 여전히 늑대였고 자신이 죽이고자 했으나 실패한 존재였다. 


여인이 된 늑대는 소년에게 말했다.


"확실히 강해졌네? 보기 좋아 이렇게 몸도 좋아지고 말이야.."


늑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소년의 복근을 쓰다듬었다. 그 음란한 손짓에 신음이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낸 소년은 늑대에게 말했다.


"같잖은 짓 하지 말고 빨리 죽여! 퉤!"


소년은 소리를 지르며 늑대에게 침을 뱉었고 얼굴에 침이 묻은 늑대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묻은 침을 훔치더니 그것을 핥아 먹으며 말했다.


"흐응~ 우리 꼬마는 침도 맛있네? 어디 다른 데도 맛있나 한 번 볼까?"


"그, 그게 무슨 소리... 읏!"


늑대는 소년의 바지를 벗기며 딱딱하게 서 있는 소년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늑대의 눈에는 음흉하고 끈적한 욕망이 자리 잡았고 늑대는 소년을 덮쳤다.


그날 소년은 늑대에게 먹혔다. 조금 다른 의미로.







****







늑대에게 범해진 소년은 기절했다가 일어났다. 깨어난 소년은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늑대는 보이지 않았고 상처가 나 있는 소년의 오른발에 붕대가 묶여 있었다.


늑대가 소년의 발을 치료하고 떠난 것이었다. 소년은 이를 갈았다. 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며 자신을 범하고 죽이지 않은 늑대가 원망스러웠다.


소년은 이날의 일을 반드시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그리하여 소년은 더 많은 짐승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이전 보다 더 독해진 소년의 독기에 동료 사냥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늑대를 조우했을 때 소년은 이전 보다 더한 치욕을 당하며 또다시 범해졌다. 그때부터 소년은 정신이 나간 듯 굴기 시작했다. 짐승들만 보면 무리하게 돌진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어떤 사냥꾼에게 구해졌다. 그 사냥꾼은 여자였고 소년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로 보였다.


그 소녀는 자신을 '앤'이라고 소개했다. 소년은 한 송이의 꽃과 같은 그녀의 모습에 한 눈에 반했고 그때부터 둘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서로 비슷한 이유로 사냥꾼이 된 둘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함께 사냥을 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호감은 점점 발전해 사랑이 되었다.


앤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있던 소년에게 어느 날 밤 앤이 다가와 속삭였다.


"오늘 내 방으로 와"


그날 밤 소년은 앤의 처음을 가져갔고 앤은 소년에게 더 없이 달콤한 사랑을 속삭였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


소년과 연인이 된 지 2년이 지났을 때 앤은 사냥꾼을 그만두고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은 반드시 그 늑대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며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앤은 소년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이제는 잊으라고 과거에 구속되어 살아가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그러니까 나와 함께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자고.


앤의 말에 소년은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닦아주며 소년을 달랜 앤은 소년과 진한 키스를 나눴다. 그렇게 둘은 사냥꾼을 그만두고 부부가 되었다.


부부가 된 둘은 한적한 마을에 정착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과거의 복수심을 잠재운 소년은 소년의 태를 완전히 벗어 던지고 청년이 되었다.


이제는 청년이 된 소년은 임신한 앤의 배를 어루만지며 곧 있으면 태어날 아기에게 지어줄 이름을 고민했다. 그런 고민을 하며 밤 늦게 까지 깨어 있던 그는 보고 말았다. 집 밖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그는 조용히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오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시 한 번 확인한 그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뒤에서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꼬마야~ 안녕?"


그는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뒤통수에 충격을 느끼며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정신을 잃어가던 그는 보았다. 늑대가 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기절했다가 깨어난 그는 두 손과 발이 모두 구속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풀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역겨울 뿐이었고 악을 쓰며 앤을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그를 절망케 했다.


"죽였어. 내 것을 탐한 년이니까 말이야.. 좀만 더 있었으며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했을 텐데 그 년이 너를 부추긴 거잖아 그래서 죽인 거야."


그 말을 소년은 부정했다. 하지만 늑대가 보여준 앤의 시체를 보며 그는 늑대를 죽일 듯 노려보며 자신을 구속하는 줄을 풀려고 했지만 늑대가 그를 덮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늑대는 농염한 손짓으로 그의 물건을 자극했고 그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짜증나게.. 저 년의 냄새가 아직도 베어 있잖아.. 안되겠어 오늘은 내 냄새로 덮어줄게 알았지?"


그는 소년이었을 적에 겪었던 것처럼 늑대에게 범해졌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다시 한 번 사냥꾼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







늑대에게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는 다시 사냥꾼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늑대를 죽이기 위해서.


그렇게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는 늑대를 계속 추적했다. 이윽고 늑대를 발견한 그는 밤중에 기습을 감행했다. 하지만 늑대는 어딘가 문제가 생겼는지 이전보다 약해져 있었고 그를 피해 도망가기 바빴다.


그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늑대를 죽일 수 있다고 여긴 그는 계속해서 늑대를 추격한 끝에 늑대에게 총상을 입힐 수 있었다. 총상을 입은 늑대는 인간의 형상을 띤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늑대는 옷을 입고 있었다. 나체로 돌아다녔던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는 늑대에게 자비를 베풀 맘이 없었다.


말 없이 준비한 톱을 꺼낸 그는 천천히 늑대에게 다가갔다. 톱을 준비한 이유는 늑대의 사지를 모두 잘라 죽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늑대의 부푼 배였다.


그랬다 늑대는 임신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약해진 것이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게 뭐야?"


"글쎄..?"


"똑바로 말해!!"


그가 소리치자 늑대는 그에게 말했다.


"너와 나의 아이야. 아마 곧 태어날 거야.."


"뭐?"


"근데 태어나지 못하겠지 너는 나를 죽일테니까"


그는 앤과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이가 생각났다. 비록 그녀를 죽인 건 눈앞에 늑대였으나 왠지 모르게 그의 눈에는 앤과 늑대가 겹쳐 보였다.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비틀던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늑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내 아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데? 어?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나를 현혹하려 하는 거잖아!!"


"2달 전에 임신했다는 걸 알았어"


그가 늑대와 마지막으로 만난 후 늑대를 사냥하기 위해 준비한 기간과 일치했다. 그는 이제 부정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고뇌에 빠졌다.


그의 이성은 늑대를 죽이라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그의 감성은 아이는 무슨 잘못이냐며 소리쳤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톱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늑대는 애절한 말투로 그에게 부탁했다.


"너에게 잘못을 구하기엔 늦었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나도 널 사랑했어 그러니까 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나를 죽이지 말아줘 그 후에는 나만 죽이고 아이는 살려주면 안될까?"


처음 들어보는 늑대의 애절한 말투에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는 죄가 없었다. 그저 태어난 것일 뿐이다. 결국 그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제안을 수락한 그는 늑대에게 다가가 배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앤'이야."


"뭐? 왜 하필.."


그의 말에 늑대는 반박하려 했으나 그는 늑대에게 일갈했다.


"닥쳐! 니년이 죽인 사람이니까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기르라는 목적으로 이렇게 짓는 거니까"


"기르다니?"


"아이에게는 엄마가 없으면 안돼.. 특히 나 같은 삭막한 아버지면 어떻게 애가 밝게 크겠어.."


늑대는 그의 말에 크게 기뻐했으나 쭈뼛거리며 무언가를 말했다.


"그, 그래도 이름은 어떻게 안될.."


"이 자리에서 죽을래?"


"아, 아니? 헤헤.."


그는 늑대를 안아 들어 안전한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그날 밤 늑대와 소년은 숲을 떠나갔다. 그리고 그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그저 짐승에게 당해 죽었다고 전해졌을 뿐이었다.







****







어딘지 알 수 없는 숲 속에서 한 남자가 한 소녀를 쫓고 있었다. 소녀의 모습은 특이했다. 머리에 늑대의 귀를 달고 있었으며 엉덩이 쪽에는 꼬리가 달려있었으니까.


열심히 남자를 피해 도망가던 소녀는 결국 남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붙잡힌 소녀는 남자에게 칭얼댔다.


"이잉~ 또 잡혔어! 아빠 왜 이렇게 빨라?"


"앤 니가 조금만 더 크면 아빠보다 빨라질 거란다."


"진짜지?"


"당연하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엄마가 기다리겠다."


"응!"


앤을 쓰다듬어준 남자는 앤을 안고 그대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적당한 크기의 오두막이 보였고 그 안쪽에서 소녀와 닮은 모습을 한 여자가 나와 남자를 반겼다.


"이제 왔어?"


"응"


"엄마! 나 왔어"


"그래, 앤 오늘도 아빠하고 술래잡기 했니?"


"응! 근데 오늘도 졌어.."


시무룩해져 말하는 앤의 모습에 그녀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괜찮아~ 니 아빠도 옛날에 이 엄마한테 도망치다 잡힌 적이 있거든 그러니까 앤도 조금만 더 크면 아빠보다 빨라질 수 있을 거야."


"알았어!"


"쓸데 없는 소리를..."


남자는 까칠하게 중얼거리며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그녀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의 눈빛을 받아 넘겼고 그렇게 셋은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소년의 복수는 실패했고 늑대의 사랑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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