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라


엘리아 솔라리스


리엔


루시아 골드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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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어제 잠을 너무 설쳤어..."


어제 루시아한테 시달린 뒤로 잠을 이리저리 설친 나는 저택으로 돌아오자 마자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바로 골아 떨어진 것 같았다.


"이만 일어나야지"


그렇게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나가려 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 일어났냐?"


에반이었다. 무슨 일이길래 노크도 없이 갑자기 들어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에반에게 물었다.


"어 일어났는데 왜?"


"내가 좋은 소식을 하나 가져왔어."


좋은 소식이라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들어보자는 생각에 에반을 바라보자 녀석은 내 반응에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곧 있으면 보상이 이뤄질 거라고 하더라고."


"진짜야?"


"응 마리아한테 직접 들은 거니까 확실하지."


우리가 마왕을 토벌하고 돌아왔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왕도에 머물렀던 이유는 아직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라가 안팎으로 흔들려서 보상을 줄만한 여유가 없던 게 이유였다. 사실 엘리아나 엘레오라의 경우는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왕국에서 받는 보상이 의미가 없긴 하지만..


왕국 내부에서는 마왕을 신봉하는 테러 집단이 활보했다. 다행히 군대와 협력한 우리 파티가 테러 집단을 소탕하긴 했지만 여러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외부로는 마왕과 그 세력들이 마물들을 이끌고 다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고 말 그대로 개판이었던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것 같았다.


"이제 여러 문제들이 해결됐나 보네."


"그런 셈이지 그래서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보상으로 뭘 말할 거냐?"


"흠..."


그 질문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애초에 마왕을 잡으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나는 보상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그냥 적당히 대답하기로 했다.


"그냥 돈이나 받아야지 뭐 여행 좀 다니게."


"뭐? 왜 이렇게 소박해? 작위라도 하나 받는 게 좋지 않겠냐? 그럼 영지도 가질 수 있을 텐데."


"그럼 좋은 거긴 한데... 그냥 나는 소박하게 살래 영지 가져봤자 귀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보상으로 뭐 받을 지 결정하는 건 너니까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


에반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지만 차마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거니까 상관 없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그랬기에 적당히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돌아가기 전에는 알려주고 가야지 작별 인사는 해야 하니까.


어쨌든 조금 생각이 많아졌던 나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나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에반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았고 나는 그런 녀석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너는 이번에 보상으로 왕녀님하고 결혼하려고 하는 거지? 그렇지?"


"아, 아니.. 그게..."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는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에반은 나에게 웃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 말에 웃음을 참으며 나는 말을 이어갔다.


"너무 부끄러워 하지 마라 흐흐 근데 이제 결혼하면 국서가 되는 거잖아?"


"그렇지, 마리아도 그런 소리 하긴 했는데 좀 부담이 되긴 하네..."


"뭐 행복하면 된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고맙다.. 근데 너는 어떻게 할 거냐?"


그 말에 나는 에반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녀석은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할 지 깨닫고 말았고 표정이 굳었다.


"하아.. 제발 그 말은 하지 말아줘."


"응? 무슨 소리를 하지 마?"


"시발놈..."


"이야~ 나는 진짜 몰랐다? 니 여자 관계가 이렇게 복잡한 줄은."


"나도 어쩌다 그렇게 된 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걔들이 반했겠어?"


"그걸 모르니까 그러지.."


"니가 엄청난 제비라서 자연스럽게 꼬신 건 아니고?"


"지랄 좀 하지 마 제발."


"하하 알았어 어쨌든 한 3일 뒤에 있을 예정이라고 했으니까 너도 알아둬 다른 애들한테는 다 알려줬는데 너는 자고 있어서 깨우기 그랬거든 그럼 난 가본다."


"그래 나도 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에반과 이야기를 마친 나는 그대로 저택을 나와 늦게 나마 식사도 할 겸 해서 식당을 찾아갔다. 평소에 먹던 곳으로 갈까 했지만 새로운 곳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잠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저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익숙한 금발 머리... 엘리아였다. 엘리아도 나를 발견했는지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엘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엘리아,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일어나셨네요! 저는 그냥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곧 성국으로 돌아가니까 그 전에 조금 왕도를 좀 더 돌아다녀 볼려구요."


"하긴 이제 돌아가면 방문하는데 힘들 거니까."


"그나저나 현씨도 에반씨한테 보상에 대해서 들으신 건가요?"


"응, 방금 듣고 나왔거든."


"그럼 다행이네요.. 근데 현씨는 보상으로 뭘 받으실 건가요?"


"나야.. 뭐 돈이나 받으려고 두둑하게 말이야."


"그러시군요.. 뭔가 소박하시네요?"


"하하 그렇지? 아까 에반도 그렇게 말하더라고. 어쨌든 나는 이제 밥 좀 먹으려고 하는데 혹시 추천할 만한 식당이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엘리아에게 식당 추천을 해 달라고 했고 엘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아, 생각 났어요! 지난 번에 한 번 갔던 곳인데 괜찮은 곳이더라고요 양도 많았고 거기로 가실래요?"


의외로 미식가의 기질을 가진 엘리아의 평가이기에 믿을 만 하다. 그리하여 나는 엘리아에게 위치를 물어보고 식당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그녀는 나와 정확히 시선을 맞추며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사실 이런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 그래 엘리아가 안내해줘."


"네, 저 잘 따라오세요."


"응"


그렇게 엘리아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식당은 점심시간에서 꽤 지난 후였음에도 손님이 많은 곳이었다. 뭔가 비쌀 것 같은 느낌이지만 괜찮겠지 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엘리아도 같이 들어왔다. 뭐지? 이미 밥을 먹은 거 아니었나? 일단 나는 엘리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엘리아 안내해줘서 고마워 이제 가봐도 돼."


"아니에요 저도 같이 있을 게요 할 얘기가 있거든요."


눈 웃음을 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특히 남자들의 시선이. 나는 기운을 퍼뜨려 남자들의 시선을 돌리게 한 뒤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이야기?"


"흠... 일단 안에서 이야기 해요 여기에는 따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방이 있거든요."


"그래.."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나는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일단 배가 고팠기에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엘리아의 도움으로 방으로 안내 받은 후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엘리아가 입을 열었다.


"저 현씨를 좋아해요..."


나는 그 말에 생각했다. 사람은 역시 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 그냥 원래 가던 식당이나 갈 걸...







****







엘리아의 갑작스러운 고백에도 나는 덤덤했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으니까.. 차라리 몰랐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었다.


내가 별 반응이 없자 되려 엘리아가 당황하며 나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덤덤하시네요?"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니까..."


"그렇군요 그럼 잘 됐네요 현씨의 마음도 궁금했으니까.."


내 마음이 궁금하다는 엘리아의 말... 이미 엘리아는 내 반응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무력이라도 쓰려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일단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애들한테도 말했다시피 나는 다른 목표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목표는 엘리아 너도 알고 있잖아?"


"그랬죠... 리엔씨가 확실히 도와주기로 하셨나 보죠?"


"응.. 다행히 그렇게 됐어, 그래서 미안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도 받아줄 수 없어서.."


내 말에 엘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울적해져 그런 건가 싶었는데 엘리아의 표정을 보니 전혀 슬픈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어딘가 화가 난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의아해서 엘리아에게 물었다.


"엘리아 왜 그래?"


"현씨.. 만약 리엔씨가 현씨를 속인 거라면.. 어떨 것 같으세요?"


"리엔이?"


"네."


리엔이 나를 속였다. 그러면 나는 굉장히 큰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나의 상황을 해결해 줄 유일한 해결사가 나의 뒤통수를 친 거니까.. 하지만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엘리아에게 말했다.


"설마 그러겠어? 지난 번에 확답을 받았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제가 한 말은 그냥 잊으세요.. 그보다 여행 하신다면 성국에도 방문하실 건가요?"


"뭐 그렇지?"


"성국에 방문하신다면 이걸 보여주면서 저를 찾으세요 그럼 저와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렇게 되면 제가 현씨에게 여기저기 안내해 드릴게요 현씨가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그래 고마워 엘리아."


"아니에요 그럼 저는 가 볼게요 근데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어요."


"뭔데?"


"너무 신뢰하지는 마세요."


"뭐?"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엘리아는 순식간에 방에서 빠져나갔다. 엘리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내 머리 속에서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뭘 신뢰하지 말라는 거지? 리엔을?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도대체 뭐지?'


결국 그 의문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로 나는 불편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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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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