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아가씨의 예절교육 2 
  • 십십십새끼
  • 2020.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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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해가 점점 떠오르는 새벽에 눈을 떴다.

등 뒤로 푹신푹신한 매트리스의 탄성과 푹신함이 느껴졌다.

'아, 이거 침대구나'

'이야 - 침대에 누워서 잔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영호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침대의 푹신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탄했다.

그러고나선 상체를 일으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아직 어둑어둑해서 잘 안 보이지만 꽤 넓은 방임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 영수는...!"


달칵-


갑자기 방 안의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문 앞에는 영자가 서있었다.


"일어나셨군요"

"아..."

환해진 방 안을 둘러본 영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벽지, 바닥, 가구... 모든 것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런 방은 해방 전 반도호텔에서 청소부로 일할 때 빼곤 본 적이 없었다.

"곧 아침 식사가 준비될겁니다. 그 전에 좀 씻고 오십시오"


세면을 마친 영호는 영자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저기 아ㄱ.. 아니, 영자 씨.. 뭐 좀 물어봐도 될까?"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 유도는 얼마나 배운거야?"

"대략.. 여덟 살 때부터 배웠습니다. 아버님의 뜻이셨죠"

"호오.. 보통 여아한텐 좀 더 고상한 걸 배우게 하지 않나?"

"아버님께선 제가 혼자 남았을 땐,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한다 하셨죠"

"흐음... 거 대단하신 양반이시네"

"상당히 진보적인 분이시죠"

"그나저나 내 동생 영수... 아직 혼자 집에 있을텐데..."

"영수 군에 대해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놨어요"

"사람을 보내놨다니?"

"영호 씨께서 이 곳에서 교육 받으실 동안은 저희가 영수 군을 보살펴드릴겁니다"

"거 경고하는데, 만일 하나 영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설마 영호 씨 동생인데, 제가 해코지라도 하겠어요?"

영자는 뒤돌아서 영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게 뭐야..."

영호 앞에는 잘 구운 소고기 한 덩이가 차려져 있었다.

그에 반해 영자 앞에는 빵 두 조각이 전부였다.

"스테이크입니다. 첫번째로 양식을 먹는 방법부터 배워보죠"

"아침부터 이게 넘어가겠어? 그리고 당신 앞엔 왜 빵쪼가리 밖에 없는데?"

"아침은 적게 먹는 편이고... 그리고 전 고기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

"허..."

영호는 앞에 놓여진 포크와 나이프를 노려보았다.

본 적은 있지만 살면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것들이였다.

일단 양손에 하나씩 집어들었지만 뭘 어찌 해야할 줄 몰랐다.

"자, 제가 알려드리죠"

라고 말하며 영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영호의 등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영호의 등에 붙어서 직접 손을 잡고 스테이크를 써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포크로 찍어서 고정하신 다음에... 나이프로 소리내지 않고 살살..."

영호의 등 뒤로 무언가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 영자 씨? 지금 너무 붙은 거 아닌가?"

"교육 시간입니다. 불순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영호의 귀가 딸기처럼 점점 새빨개졌다.

영자는 그런 영호의 모습을 보며 소리나지 않게 살짝 웃었다.


"후우... 니글거려..."

밥도 없이 고기만 한 덩이를 먹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였다.

"다 드셨으면 다음 수업으로 가실까요"

"거 이제 막 다 먹었는데 조금만 쉬었다가지"

"안돼요"

영자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교육은 정해진 시간 안에 진행되야 합니다"

"하아... 다음은 뭔데"

"다음은 교양 수업이에요"

영자가 빙긋 웃었다.


"... 그리고 이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라는 작품입니다"

"표정이 참 온화해보이죠?"

"..."

영자는 영호에게 세계의 명화 10 점을 설명을 곁들여 소개시켜줬다.

설명을 듣는 동안 영호는 계속 의자에 포박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꼭 이렇게 묶여서 들어야돼?"

"제가 아직까진 영호 씨를 그렇게 믿진 못해서 말이죠"

"젠장..."

"자, 그럼 15분 후에 무작위로 몇 점 뽑아서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물어볼거에요"

"틀리면?"

"못 맞추면... 상당한 벌이 주어질겁니다"

영호는 어젯밤 방바닥에 메다꽂혔던 기억이 떠올라 마른침을 삼켰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흠, 열 개중 일곱 개 맞추셨네요.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네요"

"..."

"어찌됐든간에 세 개는 틀리셨으니까, 벌은 받으셔야죠?"

영자는 들고 있던 복사본을 내려놓고 영호에게 다가왔다.

"허리 똑바로 피고 계세요"


퍼억 -

하는 소리와 함께 영호의 복부에 주먹이 날아왔다.

"카학... 끄어억..."

숨도 못 쉴 정도로 강력한 펀치였다.

영호의 상체가 앞으로 접혔다.

"끄헉... 무슨 여인네 주먹이 이렇게 쎄..."

"어머나, 아직 두 번 남았어요. 벌써 고꾸라지시면 안되는데..."


퍼억 -

"우윽!"

"한 대 남았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퍼억 -

"우어억!"


"그래도 정신은 잃지 않으셨네요"

영자는 영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대체... 왜..."

영호의 눈에서 투둑투둑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머"

"이런건 싫어 이제... 집에 보내줘..."

"영호 씨..."


영자는 고통스러워하는 영호를 부드럽게 안았다.

"영호 씨. 저 영호 씨 사랑해요"

"뭐.. 뭐라고?"

갑작스러운 고백에 영호는 크게 당황하였다.

'무슨 사랑고백을 실컷 때려놓고 한다는 말인가?'

"저 이런 감정 느껴본건 살면서 처음이에요"

영자의 두 볼은 발그레하게 상기되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년은 미친게 확실해"

'후우우...'

"영호 씨 속마음이랑 바뀌었어요"

"넌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런 짓을 하나?"

"영호 씨... 지금 고통스러운 것 알아요. 하지만 전 알고 있어요"

"뭘 안다는 건데?"

"영호 씨는 말로 해선 안들을 사람이라는 걸요"

"..."

"도대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아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죠. 원하는건 어떻게서든 쟁취하라구요"

"그럼 날 여기 데려왔으니 된거 아니야? 어짜피 안 내보줄거잖아"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영호 씨는 완벽하지만 딱 하나가 부족한 상태죠"

"제 남자가 되기 위해선 그 하나만 갖춰지면 되는거에요"

"..."

"걱정마세요. 한 달, 한 달 안에 예절이 넘치는 그런 남자로 만들어드릴게요"

영자는 자신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못 만들면?"

"아뇨.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해낼거에요. 저희 집안을 걸고서라도"

영자는 영호를 더 꽉 안았다.

"아아- 어떡하죠? 이러면 안되는걸 알고 있는데... 저를 주체하지 못하겠어요!"

영자는 이미 영호를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버지... 어머니.. 아무래도 미친년에게 단단히 잘못 잡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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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예절교육」은 2편을 마지막으로 올라오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