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는 당황스러워. 아니이이...! 막 다 큰 여자애가 침대 안으로 훅-하고 들어오는데 안 놀랄 남자애가 어딨겠냐만은....


"...지금 뭐하는거야..?"


"뭐하긴, 이제 자야지"


"아니, 자는건 자는건데..."


"여기는 따뜻한데, 저 바닥은 추워..."


"..아"


아 또 내가 그걸 생각 못했네, 그러고 보니 아직 2월인데, 춥단 말이야. 여기가 난방이나 그런게 짱짱하게 잘 되는 곳도 아니고. 보일러를 아무리 빵빵하게 틀어놔도 바닥이 냉골이더라. 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아마 따뜻한 침대에서 자려는 것이겠지..?!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그래. 혼자 살아서 그런지, 이런 부분은 얀붕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적어도 여기서 자고 가라고 말을 할 정도면, 어느 정도 그것에 맞는 책임 정도는 져야 하는데 말이지...


"...얀붕아 어디가..?"


"내가 그럼 저기서 잘게, 여기는 따뜻하니까 잠이 잘 올거야-"


앞으로 혼자 살겠지..? 그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부자리나 그런게 하나밖에 없기는 하지만.

어떻게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이불을 박차고 맨바닥에서 자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얀진이가 얀붕이의 옷끝을 잡네.


"...여기서 같이 자자- 이불도 없이 저기서 자면 감기 걸려..."


"..감기..? 아아... 난 괜찮.."


"..강얀붕, 허세부리지 말고. 이렇게 공간을 만들면..."


옆으로 최대한 자리를 만드니, 어떻게 사람 하나는 더 누울 수 있을 것 같아. 


이불을 살짝 걷고 이쪽으로 오라고 살랑살랑 손짓을 하는 얀진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얀붕이는 얀진이의 손을 뿌리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진짜 내가 추울까봐,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하는 눈빛이었거든.


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냐..? 그런 마음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얀붕이도 피곤했단 말이야- 조금 쉬고 싶었어. 그래서...


"...조금만 옆으로 비키면... 나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는 둘은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자게 되었어. 어두운 방. 아무 생각이 안드네. 

막, 같은 이불을 덮고 잔다고 해서 엄청- 커다란 일이 일어날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왜 호들갑을 떤건지... 잠은 별로 안오고, 할거는 없고. 심지어 집에 하나밖에 없는 베개는 얀진이가 베고 자고 있어서... 얀붕이는 수건을 돌돌 말아서 그걸 베개 대용으로 쓰고 있는지라... 잠자리도 불편해. 


그래서 심심한데 얀진이랑 같이 이야기나 할까..? 


"...얀진아..? 얀진아...?"


-새근...새근


베개에 머리를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드네. 별 무리도 아니었어. 오늘 얀진이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분명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테고, 고생도 많이 했을테고. 


그것도 오늘만 그런게 아니라- 계속... 보육원을 나오고 나서 지금까지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하니까... 사실, 모르기는 몰라도 분명 보육원에 있었을때도 얀진이는 고생을 많이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일단 얀붕이가 오자마자 본게, 태양이 그 나이도 어린게 얀진이 머리채를 붙잡으면서 제육이나 볶아와라면서 윽박을 지르는 모습이었으니까. 


....앞으로 얀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고, 딱 그 꼴이기는 하지만, 얀붕이 입장에서는 얀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안 드는게 더 이상한거니까. 


제대로 된 교육과정도 밟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이겨 낼 수 있을만큼 억척스러운 이미지도 아냐.

지금도 막- 툭-하고 건드리면 우와아앙--하고 눈물이나 펑펑 흘리는걸 봐서는 서비스직은 무리인것 같고. 그렇다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니 육체 노동은 무리고. 


...별로 안좋은 생각이지만, 앞으로 얀진이가 사회로 나가면 어떻게 살아갈지 대충 예상이 가. 


여기 치이고, 저리 치이고- 꼭 당구공처럼 데굴데굴 구르다가... 혹시나, 정말 혹시나 나쁜 사람에게 붙잡히게 되면은... 

예를 들면, 음... 딱 봐도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것 같지 않은... 태닝을 한 양아치라던가 피어싱을 한 양아치라던가...? 뭐 그런거..?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을 옆에 데리고 있는 얀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진짜, 싫어. 기분 나빠.


얀진이가 들으면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얀진이가 그런 사람을 사귀건 말건. 그런것까지 전부 참견할 권리는 없다고는 생각하지만서도... 그래도 그건 아닌것 같아. 차라리... 얀진이가 그렇게 될 바에는... 내가 옆에서 데리고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


-으음...


얀진이가 막 몸을 뒤척거리네- 잠시 머리 맡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벌써- 새벽 1시야.

대체 누워서 몇시간동안 뭘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슬슬 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은데... 말이지

계속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서 잠을 자고 있던 얀진이가 얀붕이쪽으로 몸을 돌리네.


머리카락이 입에 들어간것도 모를 정도로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어. 


-새근새근.


"...하..."


아니, 이부자리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조금만 뒤척거려도 살이 부딪힌단 말이야.


한참 피가 끓어오를 나이인 얀붕이에게는 그게 너무 치명적이지. 새근새근- 얀진이의 숨소리는 왜 이렇게 크게 들리고.


살짝- 분유같은 냄새도 나고... 옅은 레몬...? 복숭아..? 모르겠다. 하여튼 달콤한 과일 향도 나는 것 같고. 살짝살짝 닿는 얀진이의 몸은 또- 왜 이렇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걸까..? 


모르겠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어... 막.. 야한 생각같은건 안드는데, 잠은 또... 안 오고, 이것저것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

미래에 만약에 내가 가족을 만든다면, 어떤 아버지가 될 것 인가...? 또- 주택은 어떻게 하고,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고... 미래에 일자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만약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남자 아이이름, 여자 아이 이름도 생각해보고. 


진짜로 이뤄질거라는 생각은 안하는데, 그래도 밝은 미래를 꿈꾸는건 언제나 보람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혼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러는 동안... 창밖에는 푸르스름한 새벽이 동트기 시작하고... 그때가 되어서야 얀붕이는 잠이 든 것 같아.


2)


얀진이는 정말 꿀잠을 잤어. 그냥... 뭐라고 해야하나..? 보육원에서도 이렇게 편안하게 잠을 잔적이 없었는데 말이지.

안전한 공간. 그래, 여기는 얀진이에게 있어서 안전한 공간이었어. 여기에 있으면 아무도 얀진이보고 제육이나 볶으라고 욕을 하지도 않고, 막 젖소같은... 상스러운 농담도 내뱉질 않고, 또- ...여기에는 얀붕이가 있으니까.

얀진이는 모르겠어.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뭔지... 설명을 못하겠지만.

어찌되었건간에 얀진이는 여기에서 이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만족이었어.  


얀붕이에게 보호받는 느낌이 좋고, 옆에 있으면 편안해져서 곁에 있고 싶어져. 


-색색..


으음... 막- 불편하게 수건을 접어서 잠을 자고 있는 얀붕이의 모습이 얀진이의 눈에 들어와.

살짝, 잠자리가 마음에 안드는지 미간이 살짝 좁혀진 얀붕이의 얼굴을 바라보니까... 콩닥콩닥-하고 얀진이의 가슴이 두근거려.


엄청 그렇게 얀붕이는 그렇게 잘 생긴것 같지는 않은데- 요즘 말하는 미소년 상은 아닌데, 선이 굵다고 해야하나..? 눈썹도 굵고 턱선도 굵어서. 그래... 무슨 연기파 배우..? 아니 인상파 배우...? 그런걸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그 왜, 뭐 그런거 있잖아 가죽 잠바같은거 입고. 한손에는 권총을 쥐고 범인을 쫒는 강력계 형사. 

몸통도 막 굵고, 얀붕이는 키도 엄청 크고, 목소리도 중저음이라서... 아니면 막 새카만 정장을 입은... 영화 속 조폭같은 모습도 어울릴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조폭은 아니지..?


얀붕이가 뭘 하건 간섭할 권리는 없다지만... 그래도 조폭은 아니야. 정상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얀붕이는... 다른 보육원 남자애들처럼 담배도 안 피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꽤 잘하는 편에 속하니까 금방 좋은 직장에 다닐거라는 생각이 들어.


"..으음..."


이부자리가 워낙 좁아서 그런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얀붕이와 몸을 부딪히기 쉽상이야.

남자들은 전부 다 얀붕이처럼 몸이 단단한걸까..? 몸이 아주 살짝 스치기만해도 굉장히 단단하다는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게 되서는...


"므으으..."


하고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뭔가 아무거나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3) 잠깐 졸았던 모양이야. 밤을 샌 것 치고는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


-달그락달그락


그런 소리가 들려, 눈이 잘 안떠지네, 희미하게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가 움직이는게 눈에 들어왔어.


머리는 길고- 몸은 가느다랗네. 귀신인가..? 


언젠가 한번 귀신을 목격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런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현실적으로 귀신은 말이 안되니 도둑이라는 생각이 더 커지지- 그런데, 도둑이 왜 내 집에 온걸까..? 어차피 뭐 털어갈것도 없는데 굳이 왜...?


"...얀진.. 아...얀진이네..."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래 어제 얀진이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었으니까. 


"...아, 얀붕아 일어났구나...! 기다려봐, 내가 밥이라도 해줄테니까- 배고프지..?"


"....?"


...얀진이가 뭔가를 만들고 있네... 궁금하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도 하고.

얀붕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 그러다가- 요리를 전부 다 끝낸 얀진이가 조그마한 탁자를 침대 앞에 내려놓았는데.

조금... 그러니까 옷을 빌려 입었으니까. 얀진이의 커다란 미드가... 바로 얀붕이의 눈에 노출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이거 얀진이 너가 한거야..?"


"..응? 응..!"


헤실헤실.. 맛있겠다..! 하고 빙글빙글 미소를 짓는 얀진이는 먹을걸 눈 앞에 둬서 행복해 보여.


얀붕이는 조금 정신이 나갈 것 같애... 왜냐하면 지금까지 뭐... 보육원에서도 급식 형태로 밥을 먹었고, 또- 학교 기숙사는 당연히 밥을 만들어주니까- 얀붕이는 요리를 해본적이 없었거든.


아니, 뭐 일단 돈이 있으니까. 이것저것 밥솥이나 그런걸 사기는 샀는데, 쓸데가 없다고 해야하나...? 요리를 잘 못하니까. 흥미가 안생겨서, 치우기도 귀찮고. 그래서 맨날맨날 라면만 먹었는데- 가끔 라면에 참치나 아니면 밥 말아먹거나... 그렇게밖에 안 먹었는데.


대체 얀진이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달걀말이도 있고, 김치찌개도 있고, 새하얀 백반도 있네.


조심스럽게 국자로 찌개를 떠서 한입 먹어봤는데 맛있었어..! 달갈말이도 맛있었고, 아침으로는 제격이었지...!


"...얀진아 혹시 장이라도 봐온거야..??"


"으응... 아니아니, 나 냉장고에 있는거만 썼는데, 왜 그래..? 혹시 냉장고 문 마음대로 열어봐서 화난거야...?"


"...아냐.. 아냐... 그런건 아니고..."


갑자기 축-하고 늘어지는게 보여서 얀붕이는 얀진이를 달래주는데 정신이 없었어.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색이 갑자기 펴지면서- 장난이었지롱--! 하면서 헤실헤실 미소를 짓는 얀진이도 보고 싶고.


여하튼 얀붕이는 얀진이덕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지.


알콩달콩 순애물 잘 쓰고 싶다아아...


롤토 1만점 채워야 하는데 다 언제 체우노;; 너무 힘들다 이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