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1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2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3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4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5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6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7(上)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7(下)  

개씹부자 얀데레 여대생에게 돈으로 속박받고 싶다 #8(上)  






 가인이의 고백을 거절한 뒤로 나의 마음 속에는 줄곧 찝찝한 것이 도사리고 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가연이를 나는 바라보며 웃어 줄 수가 없었다. 가연이가 입고 나가는 옷들이 가인이의 호의로 이뤄진 것들이란 생각을 하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랗고 차가운 죄악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기 때문이다.


" 그래, 다녀오렴. "


 어설프게나마 웃으며 배웅을 해주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가연이는 어디 몸이 안 좋은 것이느냐고 걱정하였지만 나는 감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가인이의 고백을 거절했다느니, 그런 소릴 했다간 가연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적당히 둘러대곤 가연이를 보내줬다. 아파트의 복도 끝으로 멀어지는 가연이는 문 밖에서 배웅하는 나를 이따금 돌아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손을 흔들어줬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을 즈음이었다. 슬슬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됐다. 가인이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지만 그래도 학점은 중요하다. 혹여 가인이가 무언가 말을 걸어온다면 최대한 살갑게 대해주자. 그런 생각으로 학교에 갔다.


 평소대로 늘 앉던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의 지퍼를 열고 교재와 필기구를 꺼내니 가인이가 옆에 앉았다. 나는 가인이를 바라보았다. 어젯밤, 내 거절을 듣고서 아무런 말도 없이 돌아간 그녀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 ... 어, 안녕. "


 내 인사에 가인이는 이 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반응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고백을 찬 사람에게 당장은 살갑게 대해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 때였다. 가인이의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가인이는 전화를 받았다.


" 응, 가연아. 왜? "


 전화를 건 것은 가연이었다.

 의외의 이름에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가인이를 바라보았다. 가인이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 눈이 마주쳤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죄악감에 나는 그만 눈을 내리깔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인이는 통화를 계속 했다.


" 오빠 말이니? 응. 어머, 아침부터 그랬다고? 그래...? 으음... 잘 모르겠네. 뭣하면 전화 바꿔줄까? 바로 옆에 있거든. "


 만약 그녀가 전화를 건네면 어떻게 받아야 할까.

 나는 가연이가 거기서 끊어주기만을 빌었다.


" 흐음... 그래?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


 가인이가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는 겨우내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마주쳤다. 가인이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조금은 뜨거운 느낌이 났다.


" 왜 그래요? 바보처럼. "


 그녀가 내뱉은 말에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거렸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쏟아진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멍청이처럼 그러고 있지 마요.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아요. "


 나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말대로, 강의실에 모인 몇몇 사람들은 나와 가연이를 보고서 수근대고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서 앞을 바라봤다. 머지않아 교수가 들어왔고, 강의가 시작됐다.


 결국 그 날의 강의에서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그녀의 고백을 거절한 이후로 그녀는 내게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았다. 나 또한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차가운 말들에 나는 가슴이 아파왔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스칠 때마다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죄악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루는 2인 조별 과제가 있어 그녀에게 조사를 부탁했을 무렵이었다.


" 오빠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런 정신으로 발표해 봤자 제대로 될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무엇보다 학점은 중요하잖아요?"


 그 날. 그 강의가 끝났을 즈음의 나는 그대로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도망쳤다. 앞으로 수업이 하나 더 있었지만 그 날은 더 이상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무서웠기에.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만 같은 속을 부여잡고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 잤다. 가연이에게 저녁 밥을 해주는 것도 잊고서 잠들어버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다음날은 공강이었으니까. 주말까지 아무런 생각도 않고 잠에 빠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에 이르렀다.


 주말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몰골은 초췌하기 그지없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거의 반쯤 폐인이나 다름없었다. 초점 흐린 눈동자. 어둑어둑한 눈그늘. 그새 새치가 더 늘었는지 머리는 전보다 더 하얘진 참이다. 아침에 일어난 가연이가 나를 보고서 학교에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나 자신이 미웠다. 챙겨줘야 할 동생에게 역으로 걱정이나 받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가연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전화가 울렸다. 정신없이 휴대폰을 집어들어서 보니 가인이가 건 것이었다.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 ...... "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섣불리 그녀에게 말을 하는 것이 두려웠다. 용기를 내어 전하더라도 그녀가 내게 무어라 답할 지가 두려웠다. 가슴이 아팠다. 길어지는 공백에 숨결이 거세졌다. 손이 떨린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의 감촉이 선명했다. 매마른 침을 삼켰을 무렵이었다. 가인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점심시간에 교양동 서관, 3층 4번 강의실에서 만나요. ]

" 저, 저기...! "


 그 말을 끝으로 가인이는 전화를 끊었다.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끊어진 전화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팠던 가슴의 고통이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거친 숨결이 제 호흡을 되찾는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검은 액정에 비춘 얼굴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잔뜩 붉어져 있었다.


 가인이가 말한 곳으로 나는 찾아갔다. 도착한 시간은 약속보다 조금 이른 11시 30여 분. 가장 이른 강의의 시간이 2시였으니 두 시간이나 일찍 등교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다. 남는 시간은 안중에도 없었다. 양 가인. 그녀가 불러내었으니 나는 이 곳에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도 학교에 오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안에 들어섰고, 그녀는 없었다.


" 아... "


 하기야. 당연한 일이었다.

 약속보다 30분 일찍 왔으니 가인이는 없을 만도 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는가. 텅 빈 강의실을 나왔다. 내가 왔던 복도를 다시 되돌아가려고 했을 즈음.


" 일찍 왔네요. " 


 양 가인.

 그녀가 앞에 서 있었다.


" 지현 오빠. "


 3일만에 만나는 그녀의 얼굴에 숨이 막혔다. 가슴이 먹먹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어지러워 쓰러질 것만 같음에도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 숨도 헐떡이고, 얼굴도 빨갛게 물들이고. 봐요, 눈빛도 몽롱하시잖아요... 그럴 정도로, 내가 보고 싶었나요? "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힐 때마다 귓바퀴가 뜨거워졌다. 콧등에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말에 얼굴이 뜨겁다. 순식간에 아플 정도로 뛰는 가슴에 나는 입술을 떨었다. 내뱉으려던 말들이 무엇이었는지조차도 잊고서 그녀를 바라봤다. 가인이는.


" 알았어요, 오빠. "


 말을 마치고서.

 나를 붙잡았다.


" 으...?! "


 갑작스런 접촉에 그만 그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녀의 손에 붙잡힌 오른팔로부터 무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뼈는 붙었지만 부러졌던 후유증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묵직한 고통에 제 정신이 들었지만 나는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이끌렸다. 어두운 강의실 속으로 이끌렸다. 나를 안으로 던지듯 이끈 가인이는 그대로 강의실의 문을 닫았다. 닫힌 문에서 철컥 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 귀여운 지현 오빠... 그거 알아요? 저, 3년 전부터 줄곧 오빠를 좋아해왔어요. "

" 뭐... 뭐? 그게 무슨... "


 그녀와 내가 만난 것은 8월의 초순이었다. 말이 안 됐다. 3년 전이면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었을 무렵이다. 그 때부터 가인이가 나를 알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였다. 기억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 기억 속의 얼굴은 울고 있었다.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붉히며 내게 따지는 그녀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날. 눈이 내리지 않는 대신 하루종일 흐렸던 그 날.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었다.


" 서, 설마... 그 때 네가... ?"

" 이제야 떠올려주시네요. 정말 잊어버리신 건 아닐까 싶어서 그동안 두려웠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봐요. "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 때 그녀가...


" 네가, 네가 어떻게... "

" 사랑에 불가능은 없지요. 오빠가 그 여리고 자그마한 몸으로 가연이를 홀로 키웠던 것 처럼, 저도 오빠가 떠난 뒤로 줄곧 오빠의 뒤를 쫓았어요. 그리고 제 노력은 결실을 맺었죠... 봐요, 오빠. 지금 가슴이 두근거리시잖아요. 그 날, 주차장에서 제가 오빠한테 두근거렸던 것처럼 말예요. "


 나는 그녀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가슴을 부여잡았다. 강하게 움켜쥔 옷가지 너머로 선명한 고동이 울렸다.


" 그렇지만... 두 번째 고백마저 실패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요. 왜일까요? 왜 실패했을까요. 저의 호의가 너무 커다래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오빠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나를 사랑하느라 가연이에게 소홀해질까봐? 하, 정말로 그런 걱정이었으면 저는 조금 짜증날 것 같아요. 그깟 가연이가 뭐라고... 아니, 이게 아니죠.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저, 오빠를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가연이도 몰래 좋아하고 있어요. 모르셨죠? "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 그게 무슨... "


 하지만 그녀의 말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 모르는 게 당연하겠죠. 오빠 눈에는 그저 가연이를 귀여워하는 걸로 밖엔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사실 저도 거의 그런 태도로 가인이를 대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빠와 사랑하는 거였어요. 가연이를 사랑하는 건 그 다음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오빠는 내 마음을 거절했어요. 정말 건방지게도 말이에요. 덕분에 모든 게 엉망이 됐어요. 내 상황도, 내 마음도. 그렇지만 지금 가장 엉망인 건... 내가 아닌 지현 오빠. 바로 당신이잖아요. "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뱉어진 말들은 내 머릿속을 강하게 헤집어놓았다.


" 내 고백을 걷어찬 주제에 가장 마음 아파하는 게 바로 오빠라니... 이러면 꼭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요. 왜, 왜 아픈 거에요? 왜 나를 보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거에요. 이상하잖아요. 아파해야 마땅한 건 난데 왜 당신이 아프냐고. 서로 바뀌었잖아요. 기껏 나를 찼으면 의기양양하게 나서줘요. 내가 포기할 수 있도록 뻔뻔하게 나서달라고. 그런데 당신은, 당신이란 사람은 어째서. 자꾸만 가지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는 거냐고. "


 어둠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 속에 가려진 얼굴은 우는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는 웃는 것처럼도 보였다. 바람에 흘린 커튼이 바깥의 빛을 들였다. 가인이의 얼굴에 잠시나마 빛이 드리웠다.


" ... 그래도, 이젠 아파할 필요 없어요. "


 가인이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 당신이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사랑하면 되는 걸. "


 일렁인 커튼은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 가인이를 밝힌 빛은 다시 거두어졌다. 어둠이 다시 우리를 감쌌다. 내 앞에 선 가인이의 모습이 가까워졌다.


" 안돼... 가인아, 아냐. 나는 너를 좋아하기에는... "


 내가 중얼거렸다. 어중간하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제대로 끝을 맺기도 전에 그녀가 대답했다.


" 안 되는 건 없어요. 부족하지도 않아요. 모두 내게 맡겨줘요. "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덧.


" 사랑해요, 지현 오빠. "


 나의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나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