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소설 쓰는 초짜 얀붕이임.

간단하게 남주의 이름은 '헨리', 여주의 이름은 '소피아'라고 지었음. 



헨리와 소피아는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산업화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사갔기에 마을엔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 얼마 없었고, 놀 상대가 서로밖에 없었던 헨리와 소피아는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갔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집착하는 경향이 다소 강했던 소피아였지만, 비교대상이 될만한 아이들이 적었기에 헨리는 그 사실을 몰랐다.



"사랑해 소피아. 나와  결혼해줄래?"

"물론이야! 사랑해 헨리!"


어느덧 둘은 성인이 되었고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헨리는 소피아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1년간 전국을 여행하면서 도시들을 구경하고 나서 결혼하자는 제안을 소피아는 받아들였고, 헨리는 자신의 생일이 되는 날에 여행을 떠났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둘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 받았다. 1주일에 한번씩, 전보를 통해 헨리는 소피아에게 자신의 사진과 함께 여행도중에 겪은 소소한 사실을 적어서 보냈다.


허나 누가 말했던가, 몸이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처음 몇달은 일주일마다 꼬박꼬박 전보가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이던 것이 2주일에 한번으로, 다시 한달에 한번으로, 급기야 두달에 한번으로.  갈수록 드문드문 날아오는 전보에 소피아는 헨리가 걱정이 되었지만, 전보와 함께 온 사진 속의 헨리는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기에 무사할 거라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헨리의 21번째 생일이 되는 날에, 소피아에게 평소보다 짧은 길이의 전보가 도착했다.



"이, 이게 뭐야. 이 여자는 뭐하는 년인데."



첨부된 사진에는 헨리가 즐겨입던 멜빵에 와이셔츠가 아닌, 멋있는 양복을 입은 모습의 헨리가 찍혀있었다. 그 옆에는 거유에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누가봐도 미녀라고생각할 만한 여자가 헨리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소피아는 전보를 열어보았고, 종이에는......그녀가 결코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적혀 있었다.


사진 안의 여자는 헨리가 두달 전에 만난 여자라고 했다. 이름은 에밀리란다.


 마차에 치일 뻔한 것을 구해준 계기로 만나게 되었고,몇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 마음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의 부모도 성실하고 훤칠하게 생긴 헨리를 마음에 들어했고, 여비를 벌기 위해 여자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의 일을 몇번 도와주면서 헨리는 자신이 의외로 장사에 적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다.


헨리에게 연심을 품고 있던 에밀리는 헨리에게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살지 않겠냐고 권했고, 마을로 돌아가면 부모의 땅을 물려받아 농부가 되어야 할 헨리 역시 농사가 싫었기에 에밀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둘의 관계는 일사천리로 깊어져갔고, 며칠전에는 기어코 정사를 치르기까지 했다.


"안돼.....안돼에에에에!!!! 헨리가 내게 이럴리가 없어! 이건 꿈이야!!"


절규하는 소피아의 발치에, 전보가 담겨있던 봉투에서 한장의 종이가 더 떨어져내렸다. 종이의 윗단에는, 크고 굵은 글씨로 '혼인신고서'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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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뒤.


"헨리 군. 마음의 준비는 됐나?"


"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소중한 딸을 제게 허락해주신 은혜는 평생에 걸쳐 갚겠습니다."


"앞으로도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라고. 내 사랑스런 딸을 줬으니 그 정도는 해야지."


오늘은 헨리와 에밀리의 결혼식이었다. 혼인신고서를 관청에 제출한 것은 1달도 더 되었지만,  에밀리가 입을 웨딩드레스를 주문한 옷가게가 망하는 바람에 일주일 전에 간신히 새 가게를 찾아, 오늘에야 결혼식을 치루게 되었다.


"시간이 되었네. 식장에 들어갈 준비나 하게."


"에밀리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무슨 소린가. 결혼식을 할 때는 신부의 손을 아버지가 잡고 입장해야지. 우리 에밀리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게나."


장인의 손에 반강제로 쫒겨난 헨리는 신랑대기실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신랑이 입장할 순서입니다"라고 밖에서 누가 전해왔고 헨리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문을 나섰다. 


나서려, 했다.


"흐읍?!"


문 밖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뒤에서 누군가가 덮쳐왔고, 클로로포름의 냄새와 함께 헨리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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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억!"


기절한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헨리는 경기를 일으키며 깨어났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고, 손목과 발목이 갑갑했다. 내려다보니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있었고 손목은 수갑으로 묶여 있었다. 주변에 불빛이라고는 조그마한 촛불 하나밖에 없었고, 창문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감옥같은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여긴.....대체?"


어리둥절하는 헨리의 눈 앞에, 십자가에 묶여있는, 전라의 에밀리가 보였다.


"에밀리! 에밀리! 괜찮아?! 눈을 떠봐!"


"읍읍! 으으읍!"


 목청껏 내지른 절규에 에밀리가 고개를 들었지만,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읍읍거리는 소리로 보아 재갈이 물려있었다. 

헨리는 에밀리에게 다가가려 했다. 족쇄가 발목을 아프게 죄어드는 고통도 무시하고, 발을 뜯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에밀리에게 단 1mm라도 더 가까워져야만 했다.


필사적으로 바닥을 긁어 손톱이 부러져가면서도 헨리는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절박함으로 가득차있었다. 그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일까, 단단하기 그지없던 족쇄를 고정하던 쇠고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헨리의 귓가에,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헨리야. 힘도 좋네. 하지만.....이제는 진정해. 움직일수록 상처가 더 커지니까."

---푸슉!


무언가 주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헨리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게된 헨리의 머리를 누군가 차가운 손길로 어루만졌고, 헨리의 고개를 들어 묶여있는 에밀리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했다.  대체 누가 이러는 건지 혼란스러워 하는 헨리의 눈앞에, 흑발의 긴머리를 한, 슬렌더한 몸매의 여자가 나타났다.


"소, 소피아?!"

"어머, 날 기억해 주는 거야? 기쁜 걸."


기억속의 그녀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헨리는 소피아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짧았던 단발은 길게 길렀고, 잡티 하나 없던 피부에는 짙은 다크 서클이 자라났지만 그외에는 예전의 소피아 그대로였다.


"네, 네가 어째서 여기있는 거야?"

"그야......어쩔수 없는 걸."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소피아는, 품에서 의사들이 쓰는 것과 같은 칼을 꺼내 에밀리의 배를 갈랐다. 내장과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와 사방을 적셨다.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 에밀이의 목덜미에 다시한번 칼날이 날아들었고, 피가 흘러내려 십자가의 아래에 붉은 연못을 만들었다. 


소피아는 흘러내린 내장을 주워들고는 바닥에 놓아져있던 통을 들어 에밀리에게 뿌렸다. 기름냄새가 역했다. 상처에 기름이 스며들어 고통스러워하는 에밀리의 모습에 헨리는 절규했다.


"헨리가 나를 버리고 감히 다른 년을 만나려 하니까, 내가 직접 와서 고쳐주는 수밖에 없잖아? 나같이 완벽한 여자를 두고 이딴 년이나 만나다니....헨리는 거유파였어? 그럼 취향도 고쳐줘야겠네."


에밀리의 내장을 양손에 들고는 함박웃음을 짓는 소피아의 모습은, 헨리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그 어떠한 것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이윽고 성냥을 꺼낸 소피아는 에밀리의 입속에 성냥을 쑤셔박았다. 식도를 타고 떨어져 내린 성냥은 이내 내장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고, 에밀리를 불타오르는 화톳불로 만들었다.


"걱정마. 이제부턴 줄곧 같이 있을 수 있어. 저 년도, 저년의 가족도 전부 없애버렸으니까. 예전부터 헨리는 농사가 싫다고 했지? 걱정마.내가 보살펴 줄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1년 365일 내내 내가 곁에 있어줄테니까. 잠잘 때도, 밥먹을때도, 화장실에 갈때도, 씻을때도 계속 함께야.  이젠 떨어지지 않아. 두번다시 여행따위로 날 떠나게 두지 않을거야. 그러고 보니, 내가 돌봐주면 되니까 팔다리는 필요없겠지?"


한때는 에밀리라는 이름을 가졌던 불타오르는 살덩어리를 뒤로하고, 소피아가 다시금 칼을 들었다. 이윽고 헨리의 의식은 사라졌다.




---1시간 반동안 얀데레 동인지 보면서 썼다. 평가 댓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