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단 한순간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날 스토킹하는 애랑 데이트라고? 납치라도 안당하면 다행이지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 집에 계속 있어봤자 어차피 찾아 올거고, 그래 이왕 벌어진 일, 나가서 그녀를 만나야겠다.

띠링.

'일어나셨어요?♡ 집 앞이에요 빨리 나와요♡'

문자다. 아마도 김소연이 보낸 문자겠지. 빨리도 왔다.. 다행히 준비는 다한터라 지금 나갈수있으니 빨리 나가야겠다.

"나 왔어. 일찍도 왔네."

"헤헤 오빠랑 데이트할 기횐데 당연하죠♡ 아, 잘 주무셨어요?"

"아니 너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역시♡ 오빠도 저랑 데이트 하는게 설레서 못 주무셨네요♡"

"그런거 아니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하"

"아, 네~♡"

이쁘다. 이쁘긴한데 저 망할 성격이 문제다. 조금만 덜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지금은 너무 얽메이는 기분이다. 괜히 미련이 될거같기도하고, 아무튼 좋다곤 말할순 없지.

"아 맞다 그리고"

"네?"

"나랑 가까이 있는건 괜찮은데 손은 잡지마, 너무 붙어 있지도 말고, 알겠어?"

이쁜건 맞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매일 아침을 우리 집 앞에서 시작하는 애를, 어떻게 안불편해 할수있겠어. 그리고 지금 나한텐 불편해야만 한다. 

"손은 꼭 잡고 싶었는데... 오빠가 하지말라니 알겠어요♡"

"그래, 알겠다니 다행이네...? 야 어디가"

가까이 있는건 괜찮다고 했는데, 삐진건가? 그런건 아닌거 같은데... 예상 못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저 여자가 오빠를 자꾸 쳐다봐서.."

"? 야 뭐라고? 야!"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여자를 쫓아가는 모양인거 같은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빨리 쫓아가야한다.

"아얏... 왜 이러시는 거에요"

"망할 년이 감히 우리 오빠를 쳐다봐?"

"꺄아악! 누가 좀 도와주세요!"

도와달라는 소리... 불길하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빨리 가야겠다.

"하아... 하아... 야! 김소연 너 뭐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오빠를 계속 보길래..."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야! 빨리 이리와"

혹시나 했는데 이럴줄은 몰랐다... 잠시 마주친걸로 모르는 사람을 쫓아갈줄이야, 역시 나오는게 아니었는데..

"뭐하는짓이야 이게. 이럴거면 왜 나오자고 했는데?"

"그치만.. 저 여자가 오빠를... 미안해요..♡"

"오늘 또 그러면, 너 두번 다시 안볼거야 알았어?"

"헤헤 네♡"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주눅 들지도 않는다. 젠장 역시 저 성격이 거부감을 일으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튼 오늘 더 이상 이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아무튼, 우리 어디 가는건데?"

"영화 보러가요 요새 재밌는 영화가 많데요♡"

영화... 그래 데이트 코스로 영화는 꽤 괜찮은 편이니까.. 다만, 사람이 적진 않을테니 아까 같은 일이 또 일어날수도 있고 싫지만 그녀를 붙잡아야 할수도 있다..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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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성인 두분 맞으시죠? 주말에 커플석까지 하셔서 한분당 15000원씩 30000원입니다.즐거운 영화 관람 되세요."

영화에 3만원이라니... 돈은 많으니 상관은 없지만, 김소연이 커플석에 앉자고 한 덕분에 이만큼이나 나왔다.

"왜 굳이 커플석인데?"

"왜냐니요... 저랑 오빠는 사랑하는 사이니까?♡"

물어본 내 잘못이다, 더 말하지 말아야지.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건 좋지만, 하필 얘랑 그것도 커플석이라니... 팔자에도 없는 짓을 잘도 하고 있다.

"어휴, 아무튼 영화 볼땐 집중해"

"헤헤 네~♡ 집중할게요♡"

영화가 시작하고, 상영관의 불이 꺼졌을때였다. 허벅지에 위화감이 들어서 봤더니, 작고 흰 손이 내 허벅지 위에 있었다.

"...뭐해?"

"뭐하긴요♡ 집중하고 있어요♡ 손만 안잡으면 되는거죠?♡♡"

"하... 영화 좀 보자 손 때"

"...네♡"

결국 대답만 그렇게 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만 보면서 나를 만졌다. 그탓에 나도, 영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기억도 잘 안난다.

"정말 좋았어요 그렇죠?♡"

"좋기는 무슨... 너때메 보지도 못했어"

"어머♡ 그렇게 제가 좋으신가요?♡"

"...말을 한 내 잘못이지"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요?"

"아니 딱히..?"

"그럼, 저는 어떠신가요?♡"

시덥잖은 농담, 이젠 익숙할 정도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건지, 하루 빨리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농담이에요♡ 뭐 반은 진심이지만 제가 오빠를 먹는 쪽이 되겠죠?♡"

"..아무튼 이제 뭐할거야?"

"글쎄요 이만 돌아갈까요?"

의외였다 고작 영화만 보고 돌아가겠다고? 어쩌면 다신 없을 기회인데도? 

"아하하 당연히 이것도 농담이죠♡ 할 것도 없는 데, 뭐라도 사러 갈까요?"

"그래, 일단 어디든 가자"

농담이었다니.. 어쩐지 너무 이르다 했다. 뭐라도 사러? 옷이라도 살 생각인걸까? 어찌됐든, 지금 데이트는 끌려다니는 신세니까 어쩔수 없는 일이다. 옷을 사야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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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이것저것 입어보곤, 내게 이쁘냐며 물어본다. 솔직히 말하면 뭘 입어도 이쁘다, 얼굴도 이쁘고 몸도 좋은데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지 성격이 아쉽다 늘.. 참 좋은 여잔데.

"응, 대충 하고 가자 내가 사줄테니까"

"어머, 진짜요?♡ 고마워라♡ 오빠는 옷 안사실거에요?♡"

"응, 난 이미 샀으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검은 정장이 필요하긴 하지만, 뭐 집에 한 벌 있기도 하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대충 후드랑 바지를 샀다. 

"헤헤 네~♡ 이만 돌아갑시당♡"

"? 진짜로? 이번엔 농담 아니야?"

"이번엔 진짜에요. 오빠 힘드실테니까?♡ 어머.. 혹시 지금 아쉬운건가요?♡"

"무슨 되도 않는 소릴... 됐어 빨리 돌아가기나 하자" 

"헤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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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쉽게 그녀를 돌려 보내고 다시 집이다.

'오늘 즐거웠어요♡ 옷은 고마워요, 다음엔 꼭 손 잡을 수 있길 바래요 사랑해요♡'

참 정성스럽기도 하네, 이렇게만 보면 귀엽고 좋은 앤데, 역시 아침의 그 일 때문에 불안하고 너무 얽매이는 듯한 그 느낌이 싫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돌아온건 아쉽지만...

"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정신차리자. 그녀가 좀 다르긴 하지만, 사람한테 그렇게 데여놓고 또 뭐가 아쉽다고... 난 죽을 사람이다, 그렇게 다짐해놓고선.. 미련 갖지말자.

"아... 피곤해 일찍 자야겠네..."

그렇지만, 오늘 하루는 아침만 빼면 꽤 좋은 날이었다. 영화도 보고, 옷도 샀고, 스토커가 생각보다 빨리 보내주기도 했고...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은 일이었다. 제발 내일도 아무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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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에 비해 올리는 텀이 긴듯 ㅎㅎ ㅈㅅ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