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떤 여자가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서 배수구 안을 보고 있었다. 아마 저안에 폰이라도 떨어뜨린 모양인데 내 일도 아니고, 그냥 지나치기로 마음 먹었는데..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어쩔 수 없었다, 도와달라고 하는걸 무시 할수도 없는 일이고, 빨리 해결해주고 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무슨일이에요?"

"아니 저... 그게 지갑이 배수로에 들어가서 어떻게 꺼내야 할지..."

대충 긴 막대기로 꺼내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지갑을 꺼내서 돌려주고 다시 집을 가려던 참이었다.

"읏차... 자 여기 지갑이에요 조금 더러워진거 같은데.. 괜찮아요?"

"헤헤 네 괜찮아요.. 보답하고 싶은데.. 아! 제 이름은 소연이에요. 김소연, 그쪽은요?"

"네? 아 저는 이지훈이요.. 보답은 됐어요"

"아, 네... 담에 또 뵙길 기대할게요.."

그런걸 받을 시간도, 이유도 없다. 시간은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기 때문에 이 사람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그런데

"아,맞다! 지훈 오빠! 빨리 일어나요!"

"네? 방금 뭐라고.."

쿵.

"아... 꿈이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꾸기 싫은 꿈만 꾼다. 하필 아침부터 그 애가 꿈에 나오다니.. 분명 오늘 하루도 그렇게 좋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어제 들은대로 오늘도 보다니...

"마법이라도 쓴건가?"

이런 시덥잖은 생각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제발 오늘 걔를 보는 건 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처음 만난 뒤로 거의 매일을 시달리다보니, 이젠 첫만남까지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혼자 살아서 그런가... 가족이 더 그리워졌다. 뭐,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리워하는거 뿐이지만..

똑똑똑.

오늘도 이 시간, 늘 비슷한 타이밍에 저 망할 노크 소리가 세번 울린다. 

"저기요오~ 안계신가요~?"

늘 그렇다. 노크 세번과 안에 있다는걸 다 안다는듯이 말하는 저 목소리, 말투. 내 하루를 아침부터 망가뜨리기엔 정말 알맞은 목소리다. 계속 대답하지 않으면, 포기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저 망할 여자가 내 문을 부수리라 생각한다.

"아 나가요 나가 제발 문 좀 그만 두드려!"

"헤헤 네 역시 열어 주실줄 알았어요. 어제 약속한거처럼 오늘도 보러왔답니다♡"

"그런 약속한적 없어. 오늘은 왜 또 찾아온건데?" 

"말한거처럼 약속도 지키구 사랑하는 울 오빠 보러왔죠 헤헤♡"

"그런 약속한적 없다니까 사랑은 무슨... 아까 꿈에서도 그러더니..."

"앗 제가요? 오빠 꿈에요? 역시♡ 오빠도 저를 사랑한다는게 틀림이 없네요♡"

"아 그래 나한텐 그냥 악몽일뿐이었어. 이제 더 내줄 시간 없으니까 사라져"

차갑게 문을 닫으며 말했다. 이렇게 해도 잘 알아 들을 애가 아니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을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하루가 무너질뿐만 아니라 아예 저 여자에게 묶일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 씹 오늘 나가기는 글렀네.."

역시 불러도 모른채하고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아무리 곧 죽을 거라지만, 이렇게 시달리는 일 따윈 상상치도 못했다. 다른 사람처럼 차갑게 대해도 떨어지지 않고, 이쯤되면 무슨 짓을 해도 못 떨쳐낼것같다. 빨리 죽든가 해야지... 도움 한 번 준 남자에게 이렇게 들러붙는 여자라니 생각치도 못했다.

"아아아 지훈오빠아ㅏㅇ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번만 저랑 만나주시면 안될까요오? 못들은척 하지말구 빨리 다시 나와요!"

헤헤 지훈오빠 도어락 번호는 이미 알고 있지만... 너무 티내는 것도 오빠가 싫어 하실거야♡ 아아아 화내는것도 차가운것도 어쩜 그리 사랑스럽지♡ 괜히 싫은 척 하는것도 귀엽고 말이야.. 헷 어차피 또 나와줄텐데♡

"아, ㅆ.. 그냥 좀 돌아가면 안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건데?"

"꺅 어차피 나오실꺼면서 왜 그리 튕겨요 사랑스럽게♡ 헤헤 왜 그러냐니 당연히 사랑하니까죠♡"

"내가 튕기긴 뭘.. 사랑은 무슨.. 넌 좋아하는 사람한테 다 그러냐?"

"네♡ 좋아하는 사람이 오빠뿐이니까요♡"

"하... 좀 말을 말아야지 내가"

이 미친년을 상대하겠다고 맘먹은 내가 잘못한거다, 저렇게 집착만 안했어도, 하다 못해 내 집에 계속 처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충분히 좋아할수 있을텐데.

"헤헤헤... 그러지말구 저랑 딱 한번만♡ 네? 한번만 저랑 데이트 해주세요♡"

" 아 딱 한번? 그럼, 나 그만 쫓아다닐수 있어?"

"아니요♡ 더 사랑해드리는건 할 수 있어요♡"

"아, 그럼 됐어 차라리 이대로 계속 살고말지!"

"헤헤 역시 오빠두 제가 계속 사랑해주길 바라시네요♡ 귀여워라♡"

젠장 역시 이 미친년이랑은 더 대화하면 나만 더 미쳐갈거같다. 나에 대해 집착하면서 나한테 바라는게 대체 뭐지? 사랑?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아니 역시 사랑일수 밖에 없다.
이 망할 여자는 대체 사랑말고 바라는게 하나도 없어 보이니까..

"아... 진짜, 우리가 만난다고 해도 오늘은 아닐테니까 제발 그냥 좀 돌아가 이 미친년아"

"꺅♡ 욕하는 것도 멋있어♡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갈테니 내일은 꼭 만나주실꺼죠?"

"아 그래 만나줄테니까 좀 꺼져 제발"

"앗, 헤헤 방금 저랑 약속 하신거에요♡ 이번엔 못 도망가죠♡ 그럼 갈게요 낼 봐요♡"

아 시발 시발 얼떨결에 저 여자와 데이트하기로 약속해버렸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도망은... 젠장 이 병신같은 성격이 문제다. 약속은 지켜야하는, 하지만 돌려보내려면 그 수 밖에 없었고, 그 뒷일은.. 아 젠장 일단 내일 일부터 걱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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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은 쓰지말고 보기만 하는거 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