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섭정


나는 불운하게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흔히들 나오는 전생이란 걸 했다는 걸 깨달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즐겨했던 게임 인물 중 하나인 것도.


[킹즈 앤 퀸즈].


한때 전세계를 강타했던 이 게임은 현실적인 전투와 내정 시스템, 그리고 현실의 역사를 모티브로 한 장엄하면서도 비극적인 캠페인들과 각각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고 많은 호평을 받은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망국의 여제라는 칭호를 가진 아나스타샤 드 로즈의 팔라즈 제국.


아샤의 플레이 시점 상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전선은 넓고 내부의 봉신들은 언제 봉기를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나스타샤의 높은 능력치와 사기적인 특성, 그리고 뛰어나고 충성스러운 휘하 장수들과 특유의 강력한 창기병들을 활용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팩션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난 뒤 팔라즈 제국과 아나스타샤의 설정집에 나오는 게임에 드러나지 않는 스토리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제국에 치명타를 안긴 전염병, 전염병으로 인해 황가 대부분이 죽었고, 어린 여제를 둘러싼 음모의 현장. 그 상황을 통제해야 할 섭정 유제프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능과 부패의 온상이고 제위에 눈이 멀어 음모로 결국 제국을 몰락시켰고 분할당해 멸망한 나라 속에서 아나스타샤가 조직한 독립군이 수도를 탈환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군대는 패배하고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 안드레아스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폐인이 된 채 노리개가 되는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나는 제국을 몰락으로 끌고간 유제프 드 로즈로 전생했다.


그리고 이 세상으로 치면 미래지식을 바탕으로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평판이 어마어마하게 깎이는 걸 감수하고 봉신들을 잔혹하게 숙청하고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젊은 장수들을 고위직으로 발탁하고 의회까지 해산하는 등.


내 최선의 발버둥 끝에 제국은 몰락의 운명에서 벗어났고 나는 자애공이라는 내 행적과 정반대인 나름대로 명예로운 별칭까지 만들어졌다.


내가 손수 여러가지를 교육했던 아샤가 씩씩한 여장부가 되어가는 걸 보고 성인식을 치르자마자 나는 섭정직에서 물러났고 그대로 은퇴하고자 했다.


그러나 내가 제출했던 사직서는 단번에 반려됐다.


후기-일단 생각나서 쓰기는 했는데 로맨스 스토리 어떻게 쓰지? 워하는 전개 의견 코멘트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