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갔다가 이제서야 돌아와서 기력이 많이 딸리지만, 그래도 얀붕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의 보답하고자 전에 다니던 직장 선배님과 약속 잡아서 밥먹으면서 이 건에 관해서 얘기를 좀 했었어. 그러다보니 좀 늦어진건 이해해줬으면 좋겠고, 힘이 닿는데까지 써볼게. 뭐, 쓰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절단신공 쓰겠음.

그리고 댓글에 FP-100C구한다는 얀붕이 보고 조금 놀랐어. 그걸 아직도 구하려는 사람이 있구나 싶더라. 좀있다 오전에 사무실에 가보기는 할거지만, 우리쪽에 물량이 있는지 어떻게 확답을 줄 수 없을듯해. 이게 단종된지가 4년가까이 되는 물건이라서..

그래서 일단 여비서가, 그렇게 아침부터 자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그분한테 하소연을 하더래. 근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어지간한 쓰레기가 아닌 이상, 결혼을 앞두고 사귀던 사이의 여친과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붙어다닌다는게 어디 쉬운일이겠어? 그래서 잘 설득하고 타일러보려고 했대.

자기는 지금 비록 사대문 안이지만 자그마한 카메라 가게가 전부라서 가족을 이루어서 생활을 하기까지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에반해 당신은 어엿한 신문사 직원 아니냐. 신문사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오고갈거니까,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좋은 일자리를 구해서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했대.

그랬더니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냐는거래. 지금 당장 자기를 진심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은 그분밖에 없고, 게다가 생활 수준이야 절약을 하면 될거 아니냐면서,

이쯤되서 얀데레들의 전매특허급 대사가 나왔더래.

\"당신은 저만 바라보고 저에게만 웃어주고 저에게만 말해주면 그거로 되는거예요. 영원히.\"

그래서 이제 뭔 소름끼치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거냐,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출근해야 하니까, 일단 밖으로 나서자고 한거야.

그러더니 이제 그 여비서가 \'그러면 가기전에 같이 사진한장 찍자\'고 하는거래.
뭐, 그건 간단한 일이니까 그러자고 하고는 사진을 찍어줬더랬지.

이때당시에는 같이 사진을 찍는다는게 꽤 어려운 일이여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타이머를 맞춰서 찍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여자가 어디서 돈을 그렇게 마련했는지는 모르지만, 타이머가 장착된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삼각대를 끼우고 사진을 찍더라는거야.
(검색해보니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꽤나 고급 기종이더라. ㅎㄷㄷ)

그리고 나서 뭐 하던대로 즉석에서 사진 현상하고, 카메라 치우고 각자 갈 길을 가려고 하는데, 이여자가 갑자기 카메라로 그분 머리를 내리치더라는거야.

당연히 꽤 무거운 쇳덩어리로 머리를 맞은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기절을 하고, 눈을 떠보니까 웬 작은 단칸방이였던거래. 자기 집보다 훨씬 작은 방.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벽에 꽤 많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던거래. 일단은 비몽사몽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정신을 차리고보니 전부 다 자기를 멀찌감치서 찍은 짤이였던거래.

거듭 강조하지만, 이때당시에는 폴라로이드가 국내에 진출하기 하아아아안참 이전이라서 미군 PX에서 유출된 물건 아니면 보따리상을 통해서 필름이랑 카메라를 구해다 파는 실정이기에, 부르는게 값인 상황인데다가, 필름 한통에 사진을 8장 찍을 수 있으니까... 참고로 그나마도 흑백이다. 흑백이야.
돈을 졸라게 꼴아박았다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하여튼 이게 어떻게 된일이냐고, 이제까지 필름을 사갔던게 전부 이런목적이였냐고 따지고 물어봤더니, 아주 태연하고 행복하다는듯이 그렇다고 대답하던거래.

그러고는 하는말이, \'아무리 즉석사진이라고 하더라도 사진은 멈춰있는 것이지만, 당신이 여기 있음으로 해서 살아 움직이는 피사체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어요.\'라고 하더라는거ㅓㅑ야.

그래서 이 많은 필름값과 카메라값은 어디서 조달했냐고 물었더니
\'당신을 영원히 기록하기 위해서, 저의 젊음을 조금 팔았을 뿐이예요.\'라고 하더래. 뭐어.. 아는 얀붕이가 있더라도 굳이 말해서 정지당할 일 없기를 바랄게.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서던 나가려고 하니까, 눈앞에서 치마를 들춰 올리고, 아아.. 이건 R-18태그떠도 할 말 없으니까 간단히 요약해서 어..음.. 그 알지? 그걸.. 깔짝깔짝.. ㅇㅋ?

그러면서 저 사진들을 보면서 했더라는거야.. 그런데 이제 자기 눈앞에 그 원본이 있어서 도저히 주체를 하지 못라겠더라는거지.

일단 지금 새벽 1시고 해서 나도 피곤하고 하니까, 여기서 커트하도록 하겠음. 이따 사무실 가서 회의하고 아까 얀붕이가 부탁한 필름 재고 알아보고 시간 되면 나머지 이어가겠음.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