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회의하고 각 도•소매점에 납품해야 할 필름이나 카메라 재고 파악하다가 잠깐 짬이나서 쓰고 갈게. 얀붕이가 물어본 그 필름은 아쉽게도 우리 창고에는 없더라고. 과장님께 여쭈어봐서 타 지점에 있다면 알려줄게.

그래서 그 여비서가 눈앞에서 으흠크흠을 하니까, 그분(前직장 선배님 아버지)께서 적잖이 당황하셨어. 그래서 어떻게서던 말려보니까, 자기가 싫어서 그러냐고 눈물을 글썽거리던거래.

그래서 지금 이러는 모습이 싫다. 우리 가게에 두번다시 오지 마라고는 말을 하지 않겠지만, 상호간에 만나보는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라고 말하고는 그 자리를 냅다 뛰쳐나가서 가게로 갔대.

아, 그러고보니 말하지 않은게 있었네. 그분이랑 그 여비서는 근 3주간 알고지냈어.

그후로는 며칠동안 평소대로 카메라 팔고 필름 팔고 하기는 했지만, 그 여비서는 이상하게도 오지를 않더래. 그래서 뭐 한때의 추억이겠거니.. 하고 넘기고 지내기 시작했대. 물론 꿉꿉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자기한테 직접적으로 해코지하지 않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겼더래.

그러다가 며칠뒤에 가게 옆집 약국에서 그분을 다급하게 찾더래. 그래서 뭔일이냐고 물었더니, 약국 주인이 그러기를, 어떤 여자가 카메라집 사장좀 바꿔달라고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하더라는거야.

이때당시에는 전화가 무척 귀한 물건이기도 하고, 전화 회선의 수도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전화한대 놓으려면 돈을 오오오오오오지게 꼴아박던지, 아니면 추첨에 뽑히던지 해야하는데, 물론 그분도 전화를 신청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지고 옆집 약국으로 전화가 당첨되서 옆집에서 전화를 빌려쓰곤 했대.

여튼 그래서 약국 주인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다음에 전화오면 꼭 바꿔달라고 말하고는 가게 일 보러 들어갔대. 그로부터 한 두어시간 뒤에 전화가 왔는데, 울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더라는거야.

그래서 죄송하면 앞으로 안그러면 되는거 아니냐, 나 말고도 좋은사람 많으니까 다른사람 알아보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대.

그리고는 약국 주인한테, 앞으로 이사람한테 전화오면 뭐라 하지도 말고 그냥 전화 끊으라고 말했더래.

그리고나서 돈이 어느정도 생겼다 싶으니까, 가게 휴무를 때리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며칠 있다가 올라왔는데, 보니까 우체통에 편지가 아주 빼곡하게 쑤셔박혀있었대. 한번 읽어보니까, 그 여비서였는데 이게 좀 골때린단 말이지.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볼펜으로 쓴 글자였고, 그 다음날부터는 글자가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그 다음번 부터는 글자가 검붉은색인게 이게 아무래도 피로 쓴 글자같더래. 이거 완전히 좆된거지.

그리고나서 좀 찝찝하니까 편지를 전부 다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휴식시간 끝났어. 이따가 밤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