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갑작스런 대화 제의를 받고 잠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쉬면서 여왕과 나눌 대화들을 다시 한번 고민했다. 불안 반 희망 반인 상황에서 애써 불안을 숨기고 희망을 부추겼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희망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간신히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방문을 두드리려 할 때 산산조각났다.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거센 진동과 몸과 몸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마찰음, 그리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이상야릇한 두 남녀의 신음소리. 그리고... 나를 불러와놓고서는 끊임없이 전하의 이름을 외쳐대는 망할 여자의 존재.

십중팔구 의도된 상황임을 느끼고 재빠르게 자리를 뜨라는 이성의 다급한 목소리는.

마음대로 덜컥 주저앉아버리는 몸에 의해 묵살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느껴지는 흥분과 사랑하는 사람을 뺏기는 걸 눈앞에서 뺏기고도 그저 앉아만있는 수치심과 도대체 자신은 무엇을 위해 배신했을까라는 후회가 정신없이 뇌리에서 뒤엉킨다.

소리없는 절규와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눈물과 애액으로 흥건한 바닥.

몇분을 그렇게 앉아있을 때 신음소리가 서서히 줄어든다.

그리고 서둘러 일어나려 했던 나를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갑자기 뭐를요?"

"이전의 전쟁 때 정보를 넘겨준 자가 누구입니까?"

"...하하! 저도 하나 물어볼게요? 왜 이제 와서 물어보는 건가요? 그리고 만약 알게 된다면 그 자한테 복수로 하실 요량이십니까?'"

전하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불안에 떨었다. 거기에 답하는 사람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여자. 만약에 자신의 정체가 누설된다면.

'...그것만은. 그것만은...'

그리고 돌아오는 전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이제 와 복수해봐야 무의미할 뿐입니다. 그저... 그저 묻고 싶습니다. 어째서 저를 배신했는지, 제가 미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배신을 하면서까지 얻고 싶은게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지내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나는 그 답을 들으며 말없이 눈물로 바닥을 적실 따름이다.

*앞으로의 전개 관련 아이디어 코멘트는 작가에게 힘과 소재를 줍니다. 아이디어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