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저장고에서 빈티지 와인 한 병만 꺼내다 줄래? 아가씨의 저녁 식탁에 올라갈거야."



"네 알겠습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벌써 이 눈 아플 정도로 새빨간 저택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1년이 지났다. 이제 이 홍마관의 집사로서 훌륭히 1인분을 할 수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내가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1년전 바깥세계에서 우연히 결계를 헤메어 들어 와 안개의 호수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곳에 있던 장난스러운 빙정의 놀이에 휘말렸고,



개구리와 사이좋게 얼음박제로서 환상향에 이름을 남길뻔한 순간에, 마침 장을 보러 나온 사쿠야씨가 우연히 나를 구해주었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던 나는 당황하며 사쿠야씨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여자아이는 무엇인지 횡설수설하며 물어보았지만, 사쿠야씨는 친절하게도 내 의문에 하나하나 답해주었다.



그렇게 상황파악을 마치고 내가 원래 세계가 아닌 다른 곳에 왔다는것을 실감했을때, 사쿠야 씨는 내게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홍마관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바깥세계에서도 변변치 못한 삶을 보낸 나였기 때문에, 사쿠야씨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고, 그렇게 벌써 1년째 이곳 홍마관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홍마관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다 장난기가 많아 나를 많이 괴롭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레밀리아 아가씨가 목이 마르다고 부르면 아가씨의 방에 가서 한참을 목을 붙들리고 있어야 한다던가, 파츄리님의 마법 실험에 어울리느라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으로 변하던가 하는 곤란한 일도 가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한 번은 이렇게 인간마을에 가서 장을 볼때, 홍마관의 주민들이 야음을 틈타 마을의 사람들을 납치하여 자신들의 식량으로 쓴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퍼져 사쿠야씨에게 물어봤지만, 그때 사쿠야 씨는



"마을에 그런 소문이 퍼져...? 후훗, 재밌네.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은 믿지 마. 어차피 인간마을의 사람들이 뭐라 떠들든 우리랑은 관계 없잖아? 그렇지?"



그렇게 대답해 줬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그럴리가 없지. 큰 아가씨와 작은 아가씨가 흡혈귀라 피를 마시는건 어쩔수 없지만, 그것도 모두 정당한 거래를 통해 합법적으로 얻는다고 아가씨께 들었다.



"들어 와."



나는 상념을 멈추고 두드렸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곳은 식당이었다. 나는 길고 화려한 식탁 옆을 걸어가 상석에 앉아있는 아가씨의 빈 잔을 채웠다.



식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기껏해야 레밀리아 아가씨와 파츄리님 정도 밖에 없지만 홍마관의 식탁은 항상 화려했다.



저녁식사 시간동안 나의 역할은 사쿠야씨와 함께 옆에서 식사를 보좌하는 것 정도였다.



저택의 사용인들의 식사 시간은 이 이후에 있어 굶주림을 참고 식사를 보좌하는건 꽤나 힘든 일 이었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식사는 계속되었고, 머지 않아 그 침묵은 깨졌다.



"그러고 보니."



고상하게 와인을 한 잔 들이킨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며 운을 떼었다.

 


"너, 요즘 잠은 잘 자니?"



아가씨가 나를 바라보며 한 말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잠은 잘 자냐니? 이게 무슨소리지?



원래 홍마관의 주인이신 아가씨께서 낮과 밤이 역전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용인들 모두 주야가 역전된 생활을 하지만, 

아가씨의 수면 시간이 워낙 길어서 사용인들의 수면 시간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생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아가씨가 그런게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기엔 벌써 이 저택에서 주야역전된 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이제와서 정말 그런것 때문에 내게 물었을 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 외에 아가씨의  다른 의중을 알 지 못한 나는 그저 그렇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네, 별 다른 이상 없이 잘 자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아가씨께선 별 다른 말이 없으셨다.



그 침묵이 두려워 난 내가 무언가 잘못 했는지 필사적으로 생각해야만 했다.



'뭐지? 내가 대답을 잘못했나? 거기서 멍청하게 잘만 잔다고 대답하는게 아니라 해가 떠오를 때마다 아가씨를 괴롭히는 저 가증스러운 빛이 원망스러워 잠자리에 들지도 못 한다고 했어야 했나?"


그런 이미 지나간 의미없는 고민을 하던 도중, 아가씨께서 입을 열었다.



"그래 알겠어, 오늘은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렴. 식사의 뒷정리는 사쿠야에게 맡겨도 괜찮아. 그렇지? 사쿠야?"



"네 괜찮습니다."


"그럼 가 봐."


"...네? 정말요?"


"나가."


"넵."



그렇게 아가씨의 재촉을 못 이겨 식당의 문을 열고 나온 후.



나는 생각했다.









이거 좆된거 같은데?



뒷정리는 사쿠야씨에게 맡기고 나는 먼저 들어가서 편히 쉬라니.



문득 내 찬란했던 20대의 선진병영의 추억이 생각났다.



'야 시발 선임이 우스워? 내 말이 말같지가 않아? 내가 시발 쓰레기통 제때제때 치우라고 말 했냐 안했냐?'



'그게...어제 신병한테 치우라고 했는데...'



'시발 그게 변명이냐? 그게 내 알바야? 어쭈 엉덩이 내려가지 대가리 똑바로 안박아?'



'우리 신병이 넌 그냥 편하게 앉아 있어. 다 맞후임 제대로 관리 못한 이새끼 잘못이지. 넌 그냥 편하게 앉아있어. 얘 관물대에 쪼코파이 하나 꿍쳐놨던데 그거나 까먹고 있어라.'



원래 내가 잘못한걸 날 갈구는 것보다 내 윗사람을 갈구는게 더 무서운 법.



그날 난 결국 내 맞선임한테 끌려가 뒤지도록 쳐맞았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하 시발 좆됐네....'



부디, 아가씨가 사쿠야씨를 갈구지 않도록,

내게 아가씨의 내리사랑이 내려오지 않도록,



악마의 관에서 하느님께 빌면서 복도를 걸어갔다.






















"그래서 사쿠야, 그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그가 나가고 난 후, 입가에 호선을 그리면서 레밀리아가 사쿠야에게 물었다.



"...아가씨께서 말씀하시는 마음에 들었다는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게 호의는 있습니다."



"모른 척 하기는, 파체에게 미약까지 빌려가서 밤마다 시간을 멈춰놓고 그의 입술을 뺏은 주제에, 그걸 그냥 '호의'라고 포장하는거야?"



"..."



사쿠야는 그저 눈을 감은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표정에 어떠한 수치심이나 당혹감은 없었다.



"파체도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쓸지 뻔한데 그런 약을 준거야?"



"하아... 레미, 네가 미약이라고 불러서 그렇지 그 약은 원래 그저 복용자 간의 마력 동화율을 높여주는 약일 뿐이야. 

 상극의 마력의 성질을 띄고 있는 사람간에 마력감응률을 높여 마나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게 해주도록 하는 약재라고."



"효과가 그게 끝이 아니잖아? 부작용으로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며?"



"...레미, 그건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야, 두 복용자간의 정신적 교감수치가 과다하게 높아져서..."



"아아~알게 뭐야, 결국에 둘이 좋아하게 된다는 거잖아. 파체는 매번 쉬운 말을 어렵게 하지. 뭐야? 자기과시? 그렇게 말하면서 지적 우월감을 채우는거야? 어쨌든 사쿠야가 그걸 노리고 사용할 걸 알고 줬다는거 아니야, 왜 그랬어?"



"재밌어 보이니까, 그리고 나중에 나도 빌릴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한 후 파츄리는 식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쿠야는 말 없이 그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아.. 내가 말 하기도 뭣 하지만 우리 저택엔 진짜 요괴같은 사람밖에 없네..."



그런 말을 하면서, 레밀리아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평범한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불쌍한 종자의 뒤틀린 애정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 날의 근무를 마치고, 시계의 시침은 벌써 잠자리에 들 시간을 가르키고 있었다.



어서 잠들지 못하면 내일의 근무에 지장이 가리라.



"...."



그래서 평소와 같은 시각에 누웠지만.




'잠이 안 와'



매번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 똑같은 베개일텐데.



어째선지 유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무언가... 무언가 내 안에 결핍된 것만 같았다.



"...."



한참을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여 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잠들지 못하면 내일 많이 힘들텐데'



아무리 홍마관의 집사 일에 적응이 되었다고 해도 결코 그 일이 힘들지 않다는건 아니었다.



홍마관의 크기는 크다. 아주 크다. 어지간한 저택이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물론 홍마관의 크기 자체가 크다는 것도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사쿠야씨의 능력을 응용하여 저택 내부의 크기를 저택의 실제 크기보다 훨씬 늘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마관의 내부는 밖에서 보이는 저택의 크기보다 훨씬 크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어떻게 응용하면 공간을 확장시킬수 있는건지 궁금해서 사쿠야씨에게 물어 보았었지만, 설명을 들어봐도 모르겠어서 이해하기를 포기 했다.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지'



결국엔 지금 당장 잠들지 못하면 그 넓디 넓은 관을 뛰어다니면서 업무를 마치기 전에 리타이어 할 것이다.



'우유라도 마셔야 하나'



잠이 급해진 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내려온 '잠이 잘 오는 비기' 따뜻한 우유 마시기를 실행하러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 시간에는 대부분의 사용인들이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기에 부엌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사실 메이드 요정들은 거의 요리를 못해 이곳 부엌에 출입하는 사람이라곤 나나 사쿠야씨 정도 밖에 없긴 했다.



어쨌든 나는 당초의 목적이었던 우유를 냉장고에서 꺼내 컵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우우웅ㅡㅡ



대체 어떻게 환상향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있었다. 심지어 전기도 연결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당연하다는 듯이 '전기는 있겠지.' 라고 말 한 것처럼, 환상향에 전기는 있었다. 아직 바깥세상에서도 잘 쓰이는 전자레인지와 냉장고가 어떻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고, 팔과 다리를 쭉쭉 늘려가며 스트레칭을 했다. 이것도 잠이 안올때 쓸수 있는 비기 중 하나였다.



그렇게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부엌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꼈다.



"사쿠야씨?"



"안녕, 당신. 지금쯤 잘 시간 아닌가? 뭐 하고 있어? 혹시 아가씨처럼 몰래 간식을 훔쳐먹으려고 나온건 아니지?"



사쿠야씨는 그렇게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제 주인의 귀여운 비밀을 폭로하며 말을 걸어왔다.     ...간식 훔쳐먹는구나.



"안녕하세요 사쿠야씨. 으음, 저도 빨리 잠에 들고 싶은데 말이죠, 이상하게 오늘따라 잠이 안와서요, 우유라도 마실까 해서 부엌에 왔어요."



"으음, 그거 걱정이네. 어서 빨리 잠에 들어야 내일 일도 힘 낼 수 있을텐데. 어때? 우유는 효과 있을것 같아?"



"좋아요, 따뜻한 우유를 마시니까 적당히 몸이 따뜻해지는것 같고, 잘 잘 수 있을것 같아요."



"그거 다행이네, 그래도 혹시라도 잠이 잘 안 오면 말 해, 내가 무릎베개라도 해줄테니까."



"우와, 그거 엄청나게 받고싶지만 그랬다간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올것 같으니까 사양할게요."



"후훗, 그거 아쉽네. 그럼 이만 잘 자."



"네, 사쿠야씨도 잘 주무세요."




사쿠야씨의 심장에 치명적인 농담을 들으면서 다시 방에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좋아, 따뜻한 우유도 먹었고, 스트레칭도 했고, 잠들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건 어서 잠들어야 한다는 초조함을 지우는거다.



원래 잠이 잘 오다가도 괜히 어서 잠들어야지 하는 강박이 생기면 오던 잠도 달아난다.



스읍, 후, 스읍, 후, 심호흡을 하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도록 그저 눈을 감는다.



좋아, 점점 잠이 오는것만 같다. 자기 전에 사쿠야씨를 만나서 일지도 모른다. 왠지 사쿠야씨를 보니까 잠이 더 잘오는것 같기도..






...어라? 그런데 사쿠야씨는 왜 그 시간에 부엌에 왔던거지?














===






째깍, 



하고.





시간이 멈췄다.




딱히 낮선 광경은 아니다.



시간을 멈추는 일이야 어렸을 적부터 수없이 해왔던 일이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최근들어 새롭게 추가된 또 하나의 일과를 할 생각에 발걸음이 빨려졌다.  



부엌을 나와 모퉁이를 돌고 그의 방 앞에 선다.



그가 이 방 너머에 있는게 느껴진다.



단순한 기척으로 느끼는게 아니다.



이건...나와 그 사이에 이어진 끈끈한 무언가다.




그렇기에 이 새로운 기척이 사랑스럽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방범의식이 없는 그 답게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물론 잠겨있어도 별 의미는 없었겠지만.



문을 열고, 천천히 그의 방에 발을 들이고 조용히 문을 닫는다.



어차피 시간은 멈춰있기에 이렇게 조심할 필요는 없지만, 기분의 문제이다.



잠자리에 누운 그의 얼굴이 보였다.



마치 방금 마신 우유의 효과에 자신감을 느끼는 것 처럼, 그는 눈을 감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사랑스러운 사람.



귀여워,



너무 귀여워,



내가 시간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는 자신이 잘 수 있었던 이유가 따뜻한 우유와 스트레칭의 효과라고 굳게 믿고 잠에 들고 말겠지.



사실은 그가 다른때와는 달리 잠에 들지 못한것도, 그가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던것도, 모두 나 때문인데.



며칠 전부터, 매일 그가 잠들기 전 시간을 멈추고 파츄리님이 주신 약을 입에 머금고 그에게 키스했다.



처음 시도했을땐 약도 다 흐르고 입맞춤도 엉성했지만, 지금은 약을 하나도 흘리지 않고 그에게 키스 할 수 있었다.



"응, 츄우,쪽…… 응, 으응 하후으......"



내 입속에 머금고 있던 액체가 그의 목 너머로 넘어간다. 약은 점막에 빠르게 흡수되어 그가 목 울대를 넘길 필요도 없이 그의 몸에 흡수 될 것이다.



"응, 응츄…… 쪽, 푸아, 응, 후으……"



하지만 나는 그의 입술을 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츄웁…응..하읍......"



그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맞추고 있던 입술을 떼자, 그와 내 입술 사이를 잇는 은색의 실선이 늘어졌다.



"후우..."



안타깝지만 이 일과도 오늘로 당분간은 끝이다.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는 것도 좋지만, 역시 마지막엔 그가 나에게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미안해,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 그러면 더 좋은걸 해줄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조금이라도 그의 잔향을 더 맡기 위해 천천히 일어서, 그의 방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째각, 하고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









몸 상태가 이렇게 된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난 최근 전혀 수면을 취하지 못 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베개를 베고 잠자리에 눕지만, 어째선지 전혀 잠이 오지 않는다.



처음에 효과를 보았던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해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벌써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해 좀비같은 몰골로 업무를 보고 있다.



"으아....."



당연히 이런 몸 상태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 없었고, 이젠 눈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로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어, 어!"



마침 그 훌륭한 예로, 현재 손에서 놓쳐 버린 접시가 절찬리에 빠른 속도로 바닥을 향해 급강하 하고 있었다.



"이런, 조심해야지 당신."



하지만 어느샌가 내 옆에서 나타난 사쿠야씨의 도움으로 다행히 접시의 도구 해방 계획은 저지되고 말았다. 



"아, 고맙습니다 사쿠야씨. 요즘 정신이 없네요."



"으음,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해 보이네. 그 상태로 업무는 볼 수 있겠어? 눈에 다크서클이 엄청 쳐졌는데?"



그렇게 말하며 사쿠야씨는 가까이 다가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사쿠야씨의 숨결이 느껴졌고, 사쿠야씨는 계속해서 내 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사쿠야씨? 제가 조금 부끄러워서 그런데 살짝만 떨어져 주시면..."



"으응? 부끄러워? 왜? 나랑 눈을 마주하는게 부끄러워?"



더 이상의 아이컨택이 부담스러워 슬쩍 몸을 내빼며 빠져나가려고 시도했지만, 사쿠야씨는 나를 놀리려는 건지 오히려 내 몸을 따라오며 나를 벽에 몰아 붙였다.



"저기...정말 그냥 부끄럽기만 해...? 정말...?"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레 웃어오는 사쿠야씨의 표정은 마치 장난스런 어린악동 같았다. 그녀를 만난 이후로 한번도 본 적 없던 표정이었다.



이렇게까지 그녀가 나를 몰아붙이자 나는 피할곳이 없었다. 그녀의 푸르게 빛나는 벽안이 보였고, 그녀의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은발이 보였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이런 볕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저택에서 그녀는 마치 달과 같이 빛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듯 눈을 뗄 수 없었고, 점차 내 시선은 그녀의 입술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입술은 대체적으로 창백한 그녀의 피부색과 대비되는 은은한 앵두색의 윤기를 띄고 있었다.



두근, 하고.



그 입술을 본 순간. 그녀의 입술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저 입술을 취하고 싶어, 탐하고 싶어, 하루종일 물고 놓지 않고 싶어,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거지?



이상하다. 무언가 이상하다.



갑자기 안하던 생각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음습하고 추악한 짐승과도 같은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어느샌가 나는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붙잡고 있었다.



내 손아귀에 힘이 어찌나 들어갔는지 그녀의 옷엔 주름자국이 심하게 나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 지금 제가 좀 이상해져서, 그,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부엌에서 도망치듯 뛰쳐 나왔다.



사쿠야씨에게 당장 무릎꿇고 용서라도 구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지금의 내가 나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할것 같아서, 사쿠야씨의 앞에 서 있다가 얼마의 무례를 더 저지를지 몰라서, 



고개도 들지 못 한 채 사쿠야씨의 면전을 보지도 못하고 그저 일방적인 통보와 같은 사죄의 말을 흝뿌리고 뛰쳐 나왔다.





















아아 정말, 겁쟁이네. 당신은.










===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도서관이었다.



지금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제 컨디션을 되찾아 원래대로의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그래서 찾은 곳이 파츄리님이 계신 도서관이었다.



"파츄리님!"



쾅!



조용했던 도서관의 문을 달려오던 체중을 그대로 실어 박차고 열었다.



관의 평화를 지켜야할 집사의 등장 치곤 다소 과격한 등장이었다.



"수면제 좀 주십쇼!!!"



"...."



그러나 정작 도서관의 주인은 별로 놀란기색도 없이, 읽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거두고 도서관에 찾아온 무뢰한을 쳐다보았다.



"그래...이제 슬슬 네가 찾아 올 거라고 생각했지."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너의 그 하루가 멀다하고 썩어가는 동태같은 눈을 보고 있으면 네가 곧 약물의 힘이라도 빌리러 올거라고 레미도 추측 할 수 있을거야."



"아 그렇, 습니까..."



그는 잠깐 자신의 주인에 대한 디스섞인 농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생각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게 줄 수 있는 수면제는, 없어."



"네...? 어째섭니까? 아니면 그냥 마법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에 골아 떨어지는 마법같은건 없습니까?"



"넌 마법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그런 전개 편의주의적 마법은 적어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습...그럼 다른 뭐라도 없습니까? 뭐가 됐든 잠에 들 수 있는 수단이... 제가 지금 좀 많이 위험하거든요. 방금은 거꾸로 돌아가는 사내 성희롱을 저지를뻔 했다구요."



"글쎄...네가 당했으면 당했지 저지른다고 하기엔 이제 더 이상 네 의사가 없을텐데..."



"예? 그게 무슨 말씀..."



"어쨋든, 난 너에게 뭘 더 해줄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 대신 어차피 그 상태론 더 이상 근무도 못 할텐데 여기 도서관에서 시간이나 떼우다 가지 그래? 혹시 알아? 이 수많은 장서중에서 저주에 걸린 왕자님이 잠에 들 방법이 적혀있는 책이 있을지도?"



"그거 뭔가 반대인거 같은데... 네 알겠습니다."



"뭐... 너무 걱정 마, 아마 곧 다시 잠들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그는 별 다른 대책을 얻지 못한채 도서관의 한 켠에 자리잡았다.



'그렇다곤 해도... 여기 책들은 다 너무 어려워서 난 읽어봤자 뭔 소린지 모르는데....'



그는 그 후로도 수면과 관련된 여러 책을 꺼내 읽었지만, 대부분 첫 장부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다시 책을 덮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대충 이곳에서 몇 안되는 자신도 읽을수 있는 영문으로 적힌 고전문학을 빼들며 자리에 앉았다.



지루한 고전문학이라고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잠에 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하아... 잠을 자지 못해서 책을 읽는다니... 과로사로 죽을뻔 했던 밖이였으면 상상도 못했을... 응?'



그렇게 도서관 한 켠에 자리잡고 앉은 그의 시야 끝에, 책상위에 올려져 있던 한권의 책이 잡혔다.



'이 책은 무슨 책이람... 마법서적 같은데 드물게 영어로 적혀있네...'



마법과 관련된 대부분의 책들이 이미 사장된 고어나 라틴어로 적혀있던 이 도서관에선 드물게도 영문으로 적힌 책이었고, 그렇기에 흥미가 동했다.



'이런 책이면 혹시 나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될 지도...'



그런 무의미한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친 그는, 이내 책에 책갈피가 꽂혀 있는것을 발견하였다.



'누가 읽던 책인가? 하긴 그러니까 여기에 올려져 있었겠지...'



그는 그저 단순하게 다른 이가 읽다가 질려 이곳에 놓고 갔을거란 생각을 하며 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로 넘겨 읽기 시작했다.



'상성이 맞지 않는 타인간의 마력 감응률 높일수 있도록 해준다... 어차피 마력도 없는 나랑은 관계도 없는 이야기고...'



'주의, 부작용으로 과다 섭취시 두 복용자간의 정신적 교감수치가 높아져 옥시토신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상대만을 생각하게 된다.... 완전 미약이네 이거, 근데 이거 어째 낮설지 않은 것 같은...'



'두 복용자간의 마나 결속이 이루어져 서로가 서로에게 귀속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



그 문단까지 읽고, 그는 이 페이지를 더 이상 읽고싶지 않아졌다.



'방금...뭔가...'



내용에 강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지만. 더 이상 알아선 안 될 내용이, 방금 그 문단 아래에 보인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럴때만 빛나는 그의 숙련된 속독 기술이, 빠르게 아래의 문단을 읽었다.



'...두 복용자 간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



그 순간, 



그가 외면하고 있던, 그저 자신의 감각의 착각이라고 치부하고 별 생각을 하지 않던 감각에, 그의 온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날,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던 그 첫 날에, 부엌에서 느껴진 사쿠야의 기척을 느낀건 사쿠야가 인기척을 내서가 아니었다.



그의 신경이 그녀를 인지할수 있을정도로 예리해서는 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의 기척이 점점 이 도서관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아니 설마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다고, 자신은 그런 액체를 마신적 또한 없으며, 그녀또한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설령 자신의 상태이상의 원인이 정말로 이 약이 원인일 지라도, 거기엔 누군가의 의사가 들어가지 않은, 그저 무언가의 사고일것이라고.



"저, 저 할 일이 생각나서 다시 업무로 복귀하겠습니다! 실례합니다 파츄리님!"



"..."



그녀로부턴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어째서인지, 평소라면 현관에서 다가오는 주인의 발소리를 들은 강아지 처럼 반기던 평소의 그 기척이,



지금만큼은 정말 무서워 피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뭔가 잘못 생각한 거 겠지. 지금 이 감정도 잠을 자지 못해서 판단력이 흐려져서 그런걸거야. 잠깐 내 방에서 쉬었다가 사쿠야씨한테 물어보면...'



그녀의 기척은 아직 도서관에서 거리가 있었다. 그녀가 이곳까지 도착하려면 모퉁이 하나는 더 돌아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도서관의 문을 열어 재꼈―

"안녕?"






"....!"



결코 그 자리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 한 인물이 그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그녀는 그저 요즘 들어 많이 보이게 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무언가 말을 꺼내야 했지만, 왠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있었다. 



"왜 그래 당신? 날 보고 놀란거야? 왜?"



"....어떻"



"응?"



"아니, 그, 아까 제가 저지른 무례에 대해 사죄드리고 싶어서. 잠깐 말을 골랐습니다..."



"정말? 음... 난 딱히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뇨, 제가 저지른 잘못을 그냥 넘어갈순 없죠. 제가 잘못을 책임지고 관에서 나가겠―"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응?"



"우리가 고작 그런 짓을 했다고 서로 마음이 상하는 관계는 아니잖아? 설령 그랬다 해도 관에서 나가라는 말을 할리가 없잖아, 그렇지? 너도 알잖아."



"오히려 난 네가 그렇게 행동해줘서 좋았는데, 넌 싫었어?"



"아니면... 네가 관에서 나가고 싶은거야?"











"무언가 관에, 무서운거라도 있어?"




"아뇨... 그럴리가요."



"그렇지? 그러면...."



그녀는 대뜸 양 팔을 넓게 벌리고 자신을 향했다.



"안아줘."



"...네?"



"안아줘, 그리고 키스해줘."



"그런, 짓을..."



무언가 이상하다. 평소 그렇게 동경하던 사람이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만,



지금 이 곳을 넘어서면, 다시 돌아올수 없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약으로 생긴 감정이라서 거부감이 들어? 내게 환멸했어?"



"...사쿠야씨가.. 정말로 사쿠야씨가... 그 약을...?"



"응, 맞아. 내가 했어. 네가 더 많이 나를 봐줬으면 해서, 더 많이 널 느끼고 싶어서 그랬어.  ....그래도 미안해? 네가 잠을 설치게 되는건 예상하지 못했어. 매일 아무래도 잠 자기 전에 마신게 뭔가 잘못됐나 봐. 그래도 결과적으론 이렇게, 잘 됐으니까 괜찮아."



잘,  됐다는 건가. 이 상황이.



그녀의 말이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비단 그녀의 사고방식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시시각각으로 그녀에 대한 음습한 욕망이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양 팔을 벌리고, 강아지 처럼 고개를 옆으로 살짝 비튼 귀여운 그 모습이, 그녀가 방금 입에서 폭로한 다소 섬뜩한 진실과 모순되는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었다.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 약은 그저 사랑하게만 만드는게 아니다. 점점, 다른 생각은 배제되고,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갈구하게 된다.

지금 아까 느꼈던 이유모를 불안감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애정은 광기와 다를 바 없다.



지금, 저 품에 안긴다면. 잘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사람으로서 살 수 없을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와 줘."



나는, 그녀를.










===














언제나와 같은 식사자리, 그곳엔 언제나와 같이 세 인물만이 있었다.



"...파체,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 식사자리에 책 가지고 오지 말라고."



"으음, 글쎄, 분명 듣기는 했지만 난 원래 나보다 무식한 사람 말은 따르지 않아."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에휴, 그래, 몇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제와서 네가 그 버릇을 고치진 않겠지."



"아가씨께서도 몇년째 피망을 드시고 있지 않으시니 쌤쌤인걸로 하죠."



"...내가 관의 주인인거 맞지? 나를 존경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간거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그들은 식사를 계속하였다.



"...하여간, 그것도 그래. 사쿠야가 멋대로 멀쩡한 집사 하나를 못쓰게 만들어 놨잖아."



"못쓰게 된게 아니라 더 귀여워진 겁니다."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 네, 그는 지금 최고로 사랑스럽습니다만."



"아니 너, ...그래, 후우... 어려서부터 널 이 음침한 관에 박아둔 내 잘못이지..."



"?"


그녀는 진심으로 제 주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물음표 만을 띄우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그를 밖으로 빼내 주도록 해, 그는 너와 같은 인간이니 햇볕을 보고 살아야지."



"제가 데려왔으니,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



그때,



띵! 하고, 관의 벽 시계가 울렸다.



"아, 그럼 전 그에게 식사를 주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러렴.."



그녀는 가볍게 한번 목례를 취하고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그것으로 식사자리는 단숨에 조용해졌다.



"...저기 파체."



"...왜, 레미."



"사쿠야가 저렇게 자란거, 내 잘못일까?"



"요괴와 같이 산 인간이 제 정신일리가 없잖아, 어차피 레미 네가 뭘 했어도 사쿠야는 저렇게 됐을거야."



"그렇겠지...?"












===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내려간다.



원래는 작은아씨의 방 밖에 없던 공간이지만.



최근들어 새로운 입주민이 생겼다.



"~♪"



그가 이곳에 있다. 그를 만나러 가는것만으로 매일 이렇게 콧노래가 나온다.



철컹ㅡ!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숨겨놓은 것처럼, 이제는 익숙해진 여러겹의 잠금장치를 풀고 안으로 들어선다.



사실 그에겐 평범한 나무 문만으로 충분하지만, 혹시라도 성격나쁜 흑백이 침입 해 올수 있으니까.



"사쿠야씨!"



"어머,"



안으로 들어가자, 사랑스러운 그가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그는 내 품에 안겨 애달픈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괜찮아 당신, 난 여기 있어. 아무데도 도망가지 않으니까 걱정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조함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나에게 달라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흑, 흐윽, 저, 사쿠야씨가 없으면, 너무, 무서워서ㅡ"



"괜찮아, 내가 지금 여기 있잖아, 그렇지? 안심해, 침대로 가자. 안아줄게."



"네, 네에..."










짐승에게 길러진 인간은 짐승과 같이 행동하고, 짐승과 같이 사고한다.


몇몇 요괴는 겉으로 보기엔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결국 근본적으론 인간과 다른 존재이다.


그렇기에 요괴에게 길러진 인간은, 결코 인간일 수 없다. 악마의 개는,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악마의 개에게 길러진 남자 또한ㅡ




























"그런데 사쿠야도 똑같이 그 약을 마신거지? 그런데 사쿠야는 잘도 제정신으로 있네, 면역인건가?"



"아니야 레미, 몇 번을 말하지만 그건 단순한 약 같은게 아니라 면역체계로 막아낼수 있는게 없어, 좀 더 근본적인거라고."



"어쨌든간에, 그럼 왜 사쿠야는 멀쩡한건데?"



"뭐, 아마 그거겠지. 애초에 약으로 얻은 감정 보다, 더 그를 애정하고 있었다는거지. 로맨틱 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