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yandere/70347881?category=%EC%86%8C%EC%84%A4&p=1


한수아와 같이 반으로 돌아가고 무사히 남은 수업시간을 끝마쳤다.


"종례는 없고, 반 깨끗이 청소하고 가라."


담임 선생님이 할 말을 마치고 나가자 반은 소란스러워졌다.


"야, 재는 무슨 다 큰 애가 문신 보고 벌벌 떤데?"


"그러니까~ 나잇값 못하게 기절했는지 소연이가 들고 가더라."


"와~ 소연이 진짜 불쌍하네~ 저런 애도 가족이라고 챙기는 것 봐. 진짜 천사 아니냐?"


"야야. 다 들리겠다. 이러다가 한수아가 해코지하는 거 아냐?

둘이 친해 보이던데."


"게다가 아까 그 무서운 선배가 '따님'이라 했잖아. 으.. 무서워."


"내가 말했잖아. 한수아 집안이 깡패라니까?"


시끄러운 소란 속 빗자루 질을 하던 내 귀에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또 쟤들이네.. 질리지도 않나?


저 정도면 나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하는 거 아냐?


나는 애써 무시하고 다시 빗자루 질을 계속했다.


계속 빗자루 질을 하던 중 누군가가 내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


"욥! 주호!"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한수아가 서있었다.


한수아는 자신이 맡은 청소 구역을 벌써 끝냈는지 벌써 가방을 메고 있었다.


한수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끝나고 어디 갈 때 있냐?"


"나야 뭐.. 바로 집 가야지."


"혼자서?"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이소연이랑 같이 하교하겠지만 오늘은 웬일로 이소연이 말없이 그냥 먼저 가버렸다.


이소연이 왜 저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때렸으면서 아직 화가 덜 풀렸나? 


어제 용서해준 거 아니였어?


10년을 같이 살았어도 이소연의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한수아는 마치 다행이라는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


"됐어. 집도 멀면서."


저번에 헤어질 때, 한수아는 우리 집 방향과 정 반대편으로 갔었다.


내 거절에 한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한수아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왠지 익숙한 위압감이 들었다.


나는 그 익숙한 위압감에 쫄아 승낙해버렸다.


"아니. 당연히 같이 가야지."


내 대답에 한수아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야지. 하나뿐인 '친구' 부탁인데"


난 이소연이 있어서 둘인데?


라고 말할려다 괜히 맞을 것 같아서 관뒀다.


지이잉.


한수아의 휴대폰에서 착신음이 울렸다.


"히히. 그럼 청소 끝나면 말해.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


한수아는 전화를 받으러 반을 나갔다.


나는 하던 빗자루 질을 마무리하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곤 어느새 비어 있는 교실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허준태 이녀석 보건실에서 돌아온 이후로 안 보였는데 어디 갔지?


혹시 나를 더 확실하게 조질려고 사람 모으고 있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가 가만히 멈춰 있자 통화가 끝났는지 한수아는 멈춰 있는 나를 재촉했다.


"주호! 뭐해!"


한수아의 재촉에 나는 상념들을 떨쳐내고 학교를 나섰다.


***


한수아와 장난도 치고 시끌벅적하게 떠들기도 하면서 걸으니 어느새 우리집 앞까지 와 있었다.


"잘 가. 내일 보자."


나는 한수아한테 작별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야~ 집 진짜 넓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수아는 자연스럽게 우리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다.


"뭐야? 가는 거 아니였어?"


"엥? 난 작별 인사 한 적 없는데?"


그러고 보니 한수아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었다.


한수아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근데 아까 먼저 간 이소연도 없고, 집에 아무도 없네?"


나는 한수아의 질문에 답했다.


"아, 아버지는 일 가셨고, 소연이는 지금 이 시간이면 운동 갔을 걸?"


이소연은 아직 무술을 배우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나면 집에 돌아와 곧장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도장으로 간다.


그리고 매일 저녁 9시에 돌아온다.


한수아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니네 집에서 좀 놀다 가도 되지?"


처음부터 이럴려고 그런 건가..


것보다 이미 안까지 들어왔잖아.


뭐 그래도 지금은 이소연이 운동하러 갔으니 상관없겠지.


"마음대로. 대신 9시에 소연이 오니까 그전에 나가."


내 허락에 한수아는 신나했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한수아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 이주호 방, 발견!"


한수아는 내 방을 발견하더니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런 한수아를 따라 내 방으로 들어갔다.


"오~ 생각보다 깔끔한데?"


잘 정돈된 내 방을 보고선 한수아는 감탄했다.


한수아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인형들을 보며 말했다.


"어? 내가 뽑아준 인형들 잘 갖고 있네?"


"뽑아준 건데, 잘 갖고 있어야지."


"근데 저건 뭐야?"


한수아는 바닥에 있는 조각조각난 것을 가리켰다.


그것은 그때 이소연이 찢어버린 스티커 사진이었다.


아..! 치우는 걸 깜빡했다.


한수아는 조각조각난 스티커 사진을 주웠다.


그러자 한수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거.. 나랑 같이 찍은 거네..?"


조각조각난 스티커 사진을 줍고 나를 바라보는 한수아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한 나는 서둘러 말했다.


"그거 내가 아니라 이소연이 찢은 거야."


이소연이란 말에 한수아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뭐, 니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리는 없고, 그 ㄴ이 병원에서 한 짓 보면 그럴만한가?"


한수아는 내게 다가와 내 폰을 요구하더니 내가 폰을 꺼내자 그대로 낚아채 갔다.


"뭐, 괜찮아~ 여분 있으니까 니 폰에 붙여줄게."


한수아는 자신의 가방에서 나와 같이 찍었던 스티커 사진을 꺼내더니 내 폰에 붙여서 돌려줬다.


"이번엔 잘 간수해."


음.. 이소연이 보면 또 떼서 찢을 것 같은데..


"알겠어."


못 지킬 약속같지만 대답이라도 나는 알겠다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들은 한수아는 만족해하는 듯 했다.


한수아는 가방을 바닥에 던져 놓고 내 침대에 다이빙 하듯 누웠다.


"니 침대 내 거보다 편한데?"


한수아는 자신의 몸에 내 이불을 감쌌다.


이소연도 가끔씩 내 방와서 저러던데 어째보면 둘이 똑같은 것 같다.


한수아는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내게 말했다.


"근데 아까 못 들었는데, 어머니는 어디계셔?'


"어.. 그게.."


나는 그녀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해 조금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돌아가셨어."


"아.."


내가 막 입양됐을 때도 양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후에 양아버지께 듣기로는 내가 입양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암울한 이야기에 한수아는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야! 루□큐브 아니야?"


한수아는 서랍 안에 놓여있는 보드게임을 가리켰다.


나는 한수아가 가리킨 루□큐브를 꺼내며 말했다.


"이거 할 줄 알아?"


"어릴 때 좀 해봤지."


"그럼 이거 할래?"


"좋아! 지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다!"


***


보드게임을 시작한지 얼마나 됐을까?


"아아악! 또 졌어! 한 판 더해!"


한수아는 수차례의 시도에도 단 한 번도 날 이기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무효라고 떼쓰면서 계속 다시 하고 계속 지다가, 다른 보드게임으로 넘어갔는데도 결과는 똑같았다.


어둑해진 창밖에 나는 폰을 켜 시간을 보았다.


시간은 저녁 8시 47분. 곧 있음 이소연이 집에 올 시간이었다.


"이제 그만하자. 곧 있음 소연이 온다."


내가 곧 있음 이소연이 온다고 하자, 한수아는 순순히 던져놨던 가방을 들었다.


한수아는 집을 나서기 전에 씨익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한 판을 안 져주시던데 그렇게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냐?"


한수아의 질문에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 없는데?"


내 대답에 한수아는 맥빠지는 듯해 보였다.


"나중에 생기면 말해. 그땐 뭐가 됐든 들어줄게.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선에서만."


"뭐, 알겠어."


"그럼 내일봐!"


"그래."


나는 한수아를 조금 앞까지 배웅해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으아아.. 이제 좀 쉬어볼까?"


띠, 띠, 띠, 띠로링!


끼이익


내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쉬려고 하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쉴 틈도 없이 마중하러 방을 나가 입구 쪽으로 갔다.


입구에선 운동을 끝마친 이소연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신발을 벗고 있었다.


나는 반갑게 맞이했다.


"왔어?"


그러자 이소연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 내 방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갔다.


"..?"


뭐야, 재 왜 저래.


아직 화가 안 풀린 모양이다.


용서해준 줄 알았는데..


나는 이소연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대화를 하려고 방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이소연이 갑작스럽게 문을 열고 나와서 깜짝 놀란 나는 뒤로 넘어져 버렸다.


"...야, 놀랐잖아."


고개를 들어 이소연을 보자 이소연은 내 바로 옆에 주머니에서 떨어진 폰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필이면 사진이 붙은 데로 떨어지냐..


오늘 한수아가 붙여준 건데 다시 찢기게 생겼다.


내가 변명거리를 말하려 하자 뜻밖에도 이소연은 자신의 방문을 닫고 넘어진 나를 무시하면서 샤워실로 갔다.


"뭐지? 꿈인가?"


저번에 저 사진 봤다고 개빡쳐서 찢어놓고는 나를 개 패듯 팼으면서 이번엔 그냥 넘어가는 것도 모자라 무시한다고?


나는 그런 이소연의 뜻밖의 반응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죽을 때가 됐나.. 별 희한한 일이 다 생기네..


+bonus)


어두운 밤.


이주호와 재밌게 놀다가 헤어지고 나서 한수아는 시내에서 좀 떨어진 후미진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흐흠~ 흠~"


한수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으면서 '친구 사귀면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라고 적혀져 있는 공책을 꺼내 달성한 목록에 줄을 그었다.


-친구 집 놀러 가기-


우리 집에 친구 데려오기


친구랑 여행가기


평생 함께 하기


나만이 유일한 친구되기


.

.

.


-친구와 함께 보드게임하기-


-친구의 침대에 누워보기-


-친구와 소원 내기하기-


.

.

.


줄을 다 그은 한수아는 공책을 덮고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안 그래도 으스스한 분위기지만 밤 때문에 어두워 더욱 으스스한 느낌을 뿜어냈다.


승강기가 없는 건물이라 계단을 이용해 한수아가 건물 3층에 도착하니  복싱장 같은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한수아가 들어서자 팔에 용 문신이 있는 우락부락한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한수아는 아까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사내에게 가방을 넘기며 물었다.


"그래서, 준비는 다 됐어?"


"아가씨가 요청하신대로 잡아놨습니다."


한수아의 물음에 사내는 넓은 공간 속, 중간에 매달아 논 샌드백으로 한수아를 안내했다.


한수아는 샌드백 앞에 서더니 사정없이 샌드백을 때렸다.


뻐억! 퍽! 빠악! 쾅!


한수아의 매서운 공격에 샌드백은 마치 사람이 맞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쓰읍.. 후우.."


샌드백을 다 친 한수아는 호흡을 진정시켰다.


"후.. 이것 좀 내려줘."


호흡이 진정되자 한수아는 사내에게 지시했다.


"네."


사내는 한수아의 지시에 따라 샌드백을 내렸다.


"으읍! 읍!"


사내가 샌드백을 열자, 안에는 피떡이 된채로 묶여 있는 허준태가 있었다.


"삼촌, 이 ㅅㄲ 좀 세워 봐."


한수아의 지시에 사내는 묵묵히 샌드백 안에 있는 허준태를 꺼내 세웠다.


사내에 의해 세워진 허준태는 그대로 한수아 앞에서 넘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읍읍!! 읍!"


허준태는 뭐라고 소리 지르는 듯 했다.


"뭐라는 거야? 얘 입에 붙은 것 좀 때봐."


사내는 한수아의 지시대로 허준태에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


그러자 허준태는 다급하게 외쳤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조직에 문신을 사칭하지 않을게요!!"


한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


한숨을 내쉰 한수아는 그대로 계속 살려달라고 시끄럽게 구는 허준태의 머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한수아의 발차기에 맞은 허준태는 옆으로 고꾸라지더니 조용해졌다.


한수아는 그런 허준태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아직 자기가 잘못한 걸 모르네~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


"있어요! 있어요! 제가 ㆍㆍㆍ"


한수아의 물음에 허준태는 자신이 담배를 폈다는 것, 편의점에서 몰래 술을 샀다는 것, 친구를 때려 돈을 뜯었다는 것, 등 자신의 추한 잘못들을 늘어놓았다.


쾅!


한수아는 허준태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지 허준태의 얼굴을 바닥에다가 처박았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 사소한 것들이 아니야. 아직도 모르겠냐?"


한수아의 물음에 허준태는 덜덜 떨며 오늘 있었던 일을 기억해냈다.


"혹시.. 오늘 이주호를 팼던 걸 말하시나요..?"


한수아는 다시 한 번 허준태의 얼굴을 바닥에다가 처박았다.


"그래! 넌 내 하나뿐인 친구를 건드렸어! 그것도 내 앞에서 무참히 밟아댔지 난 그게 도저히 용서가 안 돼."


그 말을 들은 허준태는 고작 그 겁쟁이 놈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


그것을 눈치 챘는지 한수아는 말을 이었다.


"우리 조직은 동료가 다치면 몇 배로 복수하거든 다시는 못 건들이게 말이지."


한수아의 말에 허준태는 어느새 뒤에서 칼을 손질하고 있는 사내가 눈에 보였다.


한수아는 계속 말을 이었다.


"뭐, 너같은 경우는 평생이겠지만."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


"이미 늦었어. 삼촌, 잘 처리해. 난 가볼게."


"예, 아가씨. 조심히 들어가십쇼."


그렇게 한수아는 살려달라는 허준태의 비명을 무시한 채 건물을 나왔다.


건물을 나온 한수아의 표정을 매우 개운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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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말 없이 안 올려서 미안. 어제 최대한 써봤는데 맘에 안 들어서 다 지웠는데 다시 뭐라쓸지 생각이 안나서 그냥 자버렸어.


이번 것도 좀 맘에 안 들기는 하는데.. 


하.. 어째 폼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이 부분은 좀 미안해. 현생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할게 많거든. 좀 이해해주라.


마지막 부분은 원래 안 쓸려다가 순수하고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만 보여줬던 한수아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써봤는데 잘 쓴 건지는 모르겠다.


쨌든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